〈 82화 〉누나 친구한테 따먹힘 *
허현주는 사운드가 심심할까 우려했는지 팝송을 틀었다.
그녀가 백미러로 날 흘낏했다가 다시 전면을 주시했다.
"재준아, 혹시 갑자기 불러서 불편하니?"
"아뇨. 딱히."
"아무래도 예성이랑 나 사이를 축복해줄 사람이 적을 것 같더라. 그래도 너 만큼은 축복해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 그러기 위해 일단 인사라도 해두고 싶었고... 너무 큰 바람일까?"
허현주가 우리보다 20살 많으니, 나예성의 부모와도 몇 살 차이 안 날 수 있었다. 부모뻘과 결혼하는 남고생. 심지어 여자측은 상가 몇 채의 주인이었다.
확실히 좋은 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네, 물론 축하드려요."
"고맙다. 정말."
난 이 상황을 좋다고 보았다.
유일하게 자신들의 결혼을 축복해주는 존재가 나였다.
나예성은 나에게 더 호감을 갖게 될 거고, 내가 나중에 위기에 처했을 때 적극적으로 도와주리라.
"아. 예성아, 너 학교는?"
그런데 그건 나예성이 계속 고등학교를 다닐 것을 전제로 한 이야기였다.
"졸업은 하려고. 내가 학교 다닐 동안 육아는 베이비시터 고용해서 맡길 거야. 그 다음엔 내가 애 돌봐야지."
'아... 남녀역전세계라 남자가 아기를 돌보구나.'
나에겐 먼일이라 생각해 생각지도 못했는데.
'미래에는 하늘이 아기를 내가 돌보려나. 어떻게 되려나'
허현주가 나예성에게 말했다.
"예성아, 대학 가지..."
"애한테 안 좋을 거 아니야. 아빠가 없으면."
"아기는 학교 다녀와서 봐도 되는 거고... 난 내가 너의 젊은 시절을 가져간 것 같아서 걱정돼."
"아니, 학교 가고 싶은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고등학교 졸업하려는 건, 중졸 학력으로 남는 게 거슬리니까 그런 거야."
'어쨌든 고등학교 동안은 나예성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겠어.'
난 안도와 기쁨의 속내를 숨기고,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사귄지는 3년은 넘었고. 서로가 서로를 잘 챙겨주는 커플 같았다.
한쪽은 아들뻘의 훤칠한 미남. 다른 한쪽은 엄마뻘의 뚱보아줌마. 조합이 이 모양이라 무슨 호스트와 그 고객 같은 느낌이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 이야기를 하다가 가끔씩 나에게도 말을 걸었다. 별 대단한 건 없는 잡담이었다.
30분 정도 달려 태연시에 도착했고, 한 고층상가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었다.
건물 20층에 위치한 스카이라운지에 들어섰다. 안내받은 테이블 옆으로 태연시의 광경이 들어왔다.
불켜진 아파트들과 빌딩들. 도로 위에 줄지은 차량들의 불빛.
빛이 유독 없는 시커먼 어둠은 성연시와 태연시를 관통하는 강이었다. 강을 가로 지르는 몇 개의 다리가 빛의 점선으로 그어져있었다.
"재준아. 혹시 먹고 싶은 메뉴 따로 있니?"
"아뇨."
메뉴판에 10, 20만 원짜리 와인도 보이고, 한식 코스 요리가 5만원, 10만원, 15만원, 20만원까지로 다양했다.
"그럼 '이모'가 시킬게."
허현주는 나예성으로부터 '누나' 소리를 들었지만, 양심이 있는지 나에겐 '이모' 소리를 들으려는 모양이었다.
허현주가 10만원짜리 코스요리를 3인분 주문했다.
다소 부담스럽지만, 부담감 때문에 부채의식이 쌓일 정도의 금액은 아니었다.
전채로 동치미와 김치, 흑임자 죽이 나왔다.
"재준이는 여자친구 있나?"
나예성이 나 대신 대답했다.
"어제 만들었대."
"오, 엄청 좋을 때겠네."
나예성은 '엄청 좋을 때가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예민한 주제라고 했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 / /
신재연은 오늘 따라 일에 집중되지 않았다.
기쁨과 즐거움, 슬픔과 우울함, 기대와 걱정 등. 온갖 감정으로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그래도 어떻게 실수나 사고 한 번 터뜨리지 않고 오늘의 업무를 끝마쳤다.
"재연아, 가자."
퇴근 준비를 마치고서 숄더백을 옆에 낀 최아란이었다. 오늘은 신재준을 만나지 못할 것이라 그런지, 화장에 공이 들어가있지 않았다.
"그럴까. 잠깐만. 저장 좀 하고."
작업 중이던 워드파일과 엑셀파일을 저장했다.
사무책상 위에 쓰레기도 버리고, 책자나 서류를 각 잡히게 정리를 한 뒤 가방을 챙겼다.
"가자."
신재연은 옆에서 나란히 걷는 최아란에게 우월감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꼈다.
신재준의 동정을 먼저 취해갔다는 우월감, 그리고 친구의 첫 연인의 동정을 먼저 취해갔다는 미안함이었다. 동일한 행동을 한 것에서 방향성이 다른 감정을 느꼈다.
이젠 익숙해진 최아란의 차에 올라탔다.
신재연은 힐끔 차의 뒷칸을 바라봤다. 캠핑 용품이 가득 실려있었다.
'짐이 또 늘었네.'
어제보다도 많아진 게 느껴졌다.
"야. 캠핑할 때 저거 다 필요하냐?"
"어. 흐흫... 다행이다, 진짜."
"뭐가?"
"내가 견적 냈던 게 4인은 지낼 수 있는 규모였거든? 여유있는 공간은 창고로 쓰려고. 그래서 나 혼자 지낸다고 해도 나 혼자 저것들 다 옮기고, 설치하고 했어야 했어. 끔찍하지 않냐? 지금은 도와줄 손이 늘어서 다행이다."
"재준이 힘들게 하려고."
"아, 재준이는 쉬게 해야지, 남잔데. 너랑 네 여동생이 힘내줘야겠어."
세 여자가 짐을 옮길 때, 신재준이 가만히 쉬고 있지만은 않을 거였다. 그런 착한 아이니까.
신재연은 순간 우울해졌다. 그런 착한 아이를 괴롭게 만들어버렸다.
그래놓고는 친구한테 우월함마저 느끼다니. 자신이 너무나 쓰레기 같았다.
"야. 나 대충 떨궈라."
"엥? 왜?"
그리고 최아란과 한 장소에 있기가 거북해졌다. 배신해버린 친구에게 배려를 받을 만큼 철면피가 되지 못한 것도 있었다.
"왜?"
"갈 때가 있어."
"내가 데려가줄게. 어딘데?"
"사적인 거라."
"도대체 뭐길래... 알았다."
최아란은 버스정류장과 지하철 입구가 있는 곳을 발견했다.
"저기 내려주면 되냐?"
"그러진 않는데. 집으로 가는 지하철 맞아서, 저기서 타도 돼."
"오케이. 그럼 저기 내려줄게."
최아란은 인도에 바짝 붙여 정차하고, 비상등을 켰다.
신재연은 내리기 전에 죄책감 때문인지 한 마디 했다.
"잘 해줘, 재준이한테."
해주기 싫은 둘의 관계가 잘 되길 바라는 말.
"응? 당연하지, 인마.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해줄게, 나만 믿어라. 흐흫..."
"조심히 가고."
"엉."
신재연은 계단을 내려가 지하철역에 들어갔다.
집으로 향하는 방향의 지하철에 올라탔다.
집에 가면 신재준이 있을까?
그럼 다시 '꿈'을 꿀 수 있을 거였다.
행복한 꿈을.
그렇지만 그건 사실, 남동생을 고문하는 꿈이었다.
'자살...'
신재준은 건들면 자살하겠다고 했다. 남동생이 정말로 자신 때문에 자살을 한다면...?
'시발...'
상상만으로도 온몸에 핏기가 다 빠져나가는 듯했다.
'그딴 짓 다신 하지 말아야 돼...'
신재연은 스스로를 비웃었다.
지금은 친구한테 자책감을 느끼고, 남동생한테 미안해하면서, 다신 남동생을 건들지 않겠다고 다짐을 해도.
분명, 집으로 돌아가 남동생과 단둘이 있게 되면 '꿈'을 꾸는 것을 참을 수 없을 것이었다.
거대한 기둥이 자신의 몸을 채워주는 쾌락에 취해서 신음소리를 내지를 것이 뻔했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아랫배가 두근거리면서 남동생의 정을 갈구하기 시작했다.
하면 안 된다는 이성이, 하고 싶다는 본능에 억눌러지기 시작했다.
집에 거의 다 도착했다. 저 멀리 보이는 집. 불이 꺼져있고 보일러실의 환풍구에서 연기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아, 친구네서 저녁 먹고 올 거랬지...'
분명 최아란의 차에서 내릴 때까지는 그 사실을 알았는데, 지하철을 탔을 때부터 잊어버리고 말았다.
신재준이 집에 없다는 걸 알게 되니 실망했다.
신재준과 몸을 겹칠 수 없음에 실망했다.
'이런 실망... 느껴선 안 되는데.'
신재연은 자기혐오를 느끼며 집으로 향해 갔다.
집 앞 나무의자에 한지유가 앉아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한지유는 신재연이 싫어하는 인물이었다. 그래도 은인이라 할 수 있는 집주인의 친딸이니 무시할 수는 없었다.
입 열기는 귀찮아서 고개만 까딱이고 지나쳤다.
"일하다 왔냐?"
근데 말을 걸어왔다. 무시하기 뭐해서 대답했다.
"네."
"모텔 가라. 아니면 친구 집이나 빌리던가."
"뭐요?"
신재연은 홱 돌아봤다.
한지유가 하는 말이 의미심장했기에.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 새끼야. 너 남친이 누군진 모르겠는데, 섹스하는 소리 다 들린다고."
"아..."
신재연은 아찔함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방음이 형편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섹스하는 소리를 낸다고 한들, 이웃들이 신경 끌 거라고 여겼다. 신재준이 비명을 내지르며, 살려달라는 둥 외쳐대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래서 어제 남동생과 섹스할 때 신음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 예상은 절반만 맞았다. '한지유'라는 오래 전부터 사사건건 참견을 해오고, 꼰대질을 해온 여자가 이번에도 참견을 해온 것이었다.
'내가 재준이랑 한 건 모르는 건가 보네.'
다행히 '근친 강간'을 했단 사실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내 동생들은 친구집에 놀러갔거나 해서 없었고, 내가 남친 불러다가 섹스했다고 여기는 거겠지.'
상식적으론 '근친 강간'을 예상하지 못할 테니, 한지유도 그랬을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들어가 봐. 일하느라 고생했겠네."
"예."
'시발년이. 남의 집에서 섹스를 하든, 신음소리 나오든 신경 끄지. 참견질이야.'
신재연은 이를 갈았다.
'신음소리, 참아야겠네...'
한지유 때문에 귀찮게 됐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다.
모든 불이 꺼져있었고, 온기는 하나도 없었다.
부엌 옆 방에서 옷을 벗고 팬티바람이 된채 큰방에 들어왔다.
이불도 모두 개어져있어 휑한 느낌이 드는 방.
신재준이 없어서 너무나 외로웠다.
전자담배를 작동시키고, 신재준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어, 누나.]
"뭐해? 예성이랑 밥 먹어?"
최아란이라는 여자친구가 생겼다. 그 여자친구와 저녁 약속이 먼저 잡혀있었다. 그 약속을 여사친인 김하늘과 저녁 먹으려고 깨뜨릴 것 같진 않았다.
동성 친구인 나예성과 식사하면서, 연애 관련한 얘기를 꽃 피우고 있지 않을까 예상해 나예성을 언급한 것이었다.
[응.]
옆에서 접시와 수저가 부딪치는 식기소리가 들려왔다. 확실히 식당에 있는 모양이었다.
'근데... 재준이가 내가 무서워져서 도망치진 않겠지?'
왜 여태까지 그 생각을 못했을까. '신재준의 가출'을 말이다. 신재준의 '자살'하겠다는 임팩트가 너무 커서 떠올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지금 내 전화를 바로 받는 걸 보면 가출할 것 같지는 않아.'
"언제 집에 와?"
신재연은 남동생이 전자담배를 피는 걸 듣지 못하게, 조용히 연기를 내뿜었다.
[밤 늦게? 밥 먹고 예성이네 집 가서 놀 거라서. 안 그래도 누나한테 늦을 거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되지?]
"그래. 밥 맛있게 먹고."
[누나, 퇴근한 거지?]
"응."
[수고했어. 밥 먹었어?]
"아직."
[집에 있는 거 차려먹어. 시켜먹지 말고. 알았지?]
"그래. 끊어."
[누나 먼저 끊어.]
"그래."
신재연은 통화 종료를 눌렀다.
남동생은 평소와 다름없이 착했다.
정말로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꿈'이라고 여기며, 평소처럼 활동하고 있었다.
"흐흑...미안해, 재준아..."
이렇게까지 해주는 남동생이 고맙고도 미안해서 눈물이 쏟아지고 말았다.
'빨리 돌아와줘...'
신재준의 체온을 얼른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신재준이 빨리 돌아와야할 이유가 있었다.
신재희가 퇴근해버리면 집으로 돌아오면 '꿈'을 꿀 수 없게 되었다.
신재희한테 들킬 위험이 큰 것도 있었고, 또 한 명의 동생인 신재희 옆에선 신재준을 건드는 건, 신재희에게 죄를 범하는 것이나 다름 없어 참을 생각이었다.
신재연은 버릇처럼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했다.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남동생과 했던 '꿈'이야기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자각몽 해본 레즈 있냐 || 사축누렁이]
ㄹㅇ 현실감 넘치는 꿈 꿧다
처음엔 악몽이엇음...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내 친구랑 사귀게 된 거임
그러는 줄 안 되는 거 알면서, 개빡쳐가지고 좋아하던 남자 메챠쿠챠 따먹엇음
그 남자가 자살할 거라고 협박해도, 나도 동반 자살할 거라고 맞받아치면서 따먹음.꿈인데 현실성 머냐구;;;
그렇게 따먹고 나서 미칠 듯이 후회햇는데...
그때 남자가 그러는 거임 '이거 꿈이야'이러고 ㅋㅋㅋ
아 근데 너무 실감나는 꿈이라 긴가민가했음... 좀처럼 안도도 안 되고
남자 끌어안은채 한참있었음. 그 남자가 먼저 씻으러 간다는데... 아 알몸으로 걸어가는 뒷모습 씹머꼴;;
화장실 따라가서 또 또 따먹음 ㅋㅋ
아 근데 대물 쥬지... 기분 개좋을 줄만 알았는데, 시발 개 볼라 아팟음
그런 뒤에 잤다가 깼는데
그 남자가 옆방에서 너무 귀엽게 자고 있는 거임
또 꼴려와서 내 방으로 데려와서 따먹음
애가 동정이라 그런지 조루던데, 쿠퍼액 사정도 조루인 것임
5번 정도 질내사정 받아냄
그런데 쿠퍼액 사정도 무려 2번이나 받아냄 ㅋㅋㅋ
대물에다가 조루, 쿠퍼액 사정까지 쉽게 하는 남자
얼마나 야한몸인 거냐;;
그리고 깨어나 보니 아침이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