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누나 친구한테 따먹힘 *
"내, 냄새? 아무것도 안 나는데?"
"킁킁... 이상하다... 나는데?"
"재희야."
"응?"
"나도 그냥 같이 자자고?"
"어."
"왜? 왜 그렇게 나랑 자고 싶어?"
나는 신재희의 시선을 돌릴 겸, 소녀의 심증을 떠보려고 했다.
"아니, 씨... 네가 왕따처럼 혼자 있는 게 불쌍해서 그렇지. 같이 자기 싫음, 마."
정색하면서 이리 말하는 걸 보면 또 신재희가 날 '이성'으로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도끼병인 거겠지...'
친누나에 이어서 친여동생까지 그럴 리가 없었다.
'재희는 자꾸 냄새 맡아보려고 하겠지. 그 냄새의 정체를 알아보려고 하겠고.'
혹시라도 나와 신재연이 섹스했다는 사실을 알아챌지 몰랐다.
난 그것을 막기 위해서 신재희한테 평소하지 않았을 짓을 하기 시작했다.
"일 힘들었지?"
"할만 해."
"진상은 없었어?"
"가끔. 그래도 매니저나 바이저한테 짬 시키니까. 큰 스트레스는 없었어."
신재희는 서랍에서 갈아입을 옷을 꺼냈다. 그리고 내 쪽을 쳐다봤다.
방의 전등을 켜지 않은 상태였다. 집안 가로등불만으로 윤곽만 파악되는 어둠 속이라 나는 순간 착각이 들었다. 신재희가 신재연처럼 보였다. 계란형의 얼굴 형태나 압도적인 폭유가 비슷하니까.
신재희는 잠깐 날 주시하다가 어둠 속에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외투는 옆방 옷걸이에 걸어둔 상태였고, 박스티를 벗자 폭유가 어둠 속에서 출렁였다. 핫팬츠와 팬티스타킹도 동시에 벗어내렸다.
팬티바람이 된 소녀는 서랍장에서 꺼낸 새 옷을 걸쳤다.
"언니는 왜 내 이불에서 자는 겨."
신재희는 자신의 언니를 밀어서 굴렸다. 맨바닥 위에 깔린 이불에 도착한 그녀는 엎드린채였다. 폭유를 스스로 깔아뭉갠 꼴이 불편해보였다. 나는 그녀의 몸을 밀어서 똑바로 눕게 해주었다. 잠에 곯아떨어진 상태인지 깨어나지 않았다.
'섹스하느라 피곤했나보네.'
"킁킁..."
다시금 신재희가 냄새를 맡자, 난 얼른 그녀 옆으로 가서 같은 이불을 덮고 누웠다.
"야. 이상한 냄새 안 나냐?"
"안 난다니까. 맞다, 재희야."
"왜."
"캠핑갈 때 먹고 싶은 거 있어?"
옆에서 내일 출근할 신재연이 자고 있는데 떠드는 것은 좋지 않았다.
신재희도 새벽까지 일하고 와서 피곤할 텐데, 계속 말 거는 것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신재희가 지금 느끼는 '냄새'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거나 생각하지 못하게 해야 했다.
"고기?"
"고기? 흐흫... 너라면 그럴 줄 알았어. 고기면 다 좋지?"
"어. 야, 근데... 그 캠핑에 외부인도 데려갈 거?"
"최아란. 그 누나 이름이야. 우리가 그 분을 데려가는 게 아니고, 우리가 그분한테 데려가지는 거고."
"너 정말 김하늘이 아니라 그 여자를 좋아한다고?"
'자매 아니랄까봐.'
신재희는 김하늘을 싫어했다. 나와 김하늘의 사이가 잘 되지 않길 바라는 눈치였다.
그러면서도 내가 김하늘이 아닌 딴 여자를 좋아한다니 믿기지 않은 모양이었다.
신재연과 판박이의 반응.
'아니지. 둘이 친남매라서 그런 게 아니라, '신재준'과 김하늘의 관계가 그만큼 의미심장해보였던 거겠지.'
'신재준'의 친구인 나예성도 같은 반응일 것 같았다. 내가 김하늘이 아니라 최아란이란 낯선 여자와 사귀게 됐다는 걸 들으면 말이다.
"맞다. 나 그분하고 사귀게 됐어."
"미친..."
어두운 방 안. 같은 이불에 누워 마주하고 있던 여동생이 날 노려봤다.
"그 사람 우리 언니랑 친구라며. 그럼 나이도 너보다 7살이나 많을 텐데. 걔도 너 아직 학생이잖아. 성인하고 사귀겠다고?"
신재연이 나와 최아란 사이를 방해하더니, 이젠 신재희가 방해하려고 굴었다.
접어두었던 설마 하는 생각이 피어올랐다. 신재희도 날 이성으로 좋아하는 게 아닐지.
하지만 지금 신재희의 걱정은 충분히 '여동생'으로서 할 법한 것이었다. 난 커져가는 의구심을 제거하며 대답했다.
"좋은 분이야."
"하, 시발. 그년 혹시 돈 많냐?"
'얘 완전 신재연 Mk.2네...'
여지껏 신재연과 반응이 똑같았다.
"글쎄. 대기업에 입사했으니까 앞으론 많이 벌긴 하겠지."
"너 그거 보고 사귀는 거야?"
"야. 내가 돈 보고 여자랑 사귀었으면 차라리 김하늘하고 사귀지 않았겠냐. 그분은 겨우 대기업 사원인데, 김하늘은 식품 회사를 물려받을 거 아니냐고."
사실 최아란은 재벌가 직계였지만, 신재연이 비밀로 해줬으면 했으니 난 입을 다물었다. 말해줘도 됐어도, 내게 불리한 말이니 일부러 안 말했을 것이기도 했다.
신재희는 자신의 의심이 꺾였는지, 화제를 돌렸다.
"네 취향이 연상이었나 보지? 재연 언니 같은."
"그랬나봐."
내 취향은 사실 '연상'이기 보다는 키가 크고 가슴이 큰 여자였다.
너무 큰 건 싫고 170cm가 한계였으며, 베스트였다.
그렇게 따지면 최아란도 내 이상형이 맞았다. 키도 신재연과 비슷했고. 현실적인 크기로 거유였으니.
"'그거'는 성인이 된 다음에나 해라. 넌 어리니까, 우리 언니처럼 어른인 그 여자가 매력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7살이나 어린 고딩이랑 사귀는 여자인 거 보면, 내 생각엔 개 변태인 게 틀림없어."
"야... 넌 나랑 누나의 안목을 안 믿는 거냐?"
"어. 너랑 언니는 김하늘 볼라 좋아하잖아. 김하늘이 이상한 년인데."
기승전김하늘이었다.
"야. 나 어깨랑 가슴 뻐근해."
"잠이나 자. 아침에 해줄게."
신재희는 '냄새'에 대해 완전히 잊은 듯했다. 나는 이참에 그녀를 재워버리고 싶었다.
"맨날 받다가 어제랑 엊그제 안 받으니까 엄청 뭉친 것 같다고."
"새벽이잖아. 아침에 해줄게."
"알았어..."
"잘 자, 재희야."
"오빠도..."
"잘 자, 재희야."
"아, 뭐."
"잘 자, 재희야."
"하아... 잘 자, 오빠."
신재희는 피곤한 모양이었다. 눈을 감고 5분도 안 돼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신재희가 '냄새'에 대해 조사를 못하고 잠든 것까지 확인하고 안심했다.
그런데 내 한 쪽 팔을 뜨거운 몸이 눌러왔다.
나는 신재희가 깰까봐, 말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신재연은 눈을 감은채 고른 숨을 쉬고 있었다.
'뭐야... 재희가 바로 옆에서 자는데, 나 덮치는 줄 알았네.'
그녀는 그냥 평소의 잠버릇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의 손이 내 가랑이 사이로 들어오더니, 내 고환을 소중하게 쥐었다.
'으...'
고환이 따스하게 데워지는 감각에 포근해지고, 신체의 급소를 남에게 쥐어졌다는 것에 불안해졌다. 모순적인 감각을 동시에 맛보며, 자고 있는 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제법 그녀의 이목구비를 살필 수 있게 됐다.
20년 가까이 혼자 가정을 지탱하려고 노력해온 소녀가장.
성욕에 지배되고 말아 소중한 남동생을 강간해버렸다. 인륜을 저버렸다.
원치 않았던 '따먹힘'을 당한 나야 기분만 언짢을 뿐인데, 신재연의 경우는 죄책감으로 마음 고생이 심할 게 분명했다. 내가 '자살'까지 운운하는 바람에 말이다.
난 신재연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그러다 의구심을 느꼈다.
'신재연이 강간한 거. 내가 빙의해서 벌어진 거라고 봐야 할까? 내가 빙의하지 않았더래도, '신재준'이 본래 당했을 일이었을지도 모르잖아?'
처음에는 내가 실행했던 '동침', '가슴 마사지'가 강간을 유발했던 것이라고 생각해 자책이 들었지만... 똑같이 그걸 당했는데도 날 어떻게 해볼 낌새를 안 보이는 신재희를 보면, 역시 신재연이 이상한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가하니 '신재준'에게 느껴졌던 미안함이 사라졌다. 오히려 나는 '신재준'이 괴로워할 경험을 대신 당해줬으니 '신재준'에게 감사함을 받아야 마땅했다.
'나한테 죄가 있다면 그저 내조를 잘하고자 노력했던 거 하나뿐이잖아?'
신재희가 뒤척거리더니, 나의 반대쪽 팔을 폭유로 짓눌렀다.
여동생의 손도 물 흐르듯 내 자지 기둥에 올라와 붙잡았다.
'그저 잠버릇일 뿐이겠지...?'
* * *
아침에 깨어나보니 신재희가 내 어깨에 이마를 기댄채 자고 있었다. 소녀의 손은 여전히 내 자지 기둥 위에 안착된 상태였다.
난 신재희의 손을 떨어뜨리고, 소녀의 폭유에 깔린 팔을 조심스럽게 빼냈다.
신재연은 일을 나갔는지 없었다. 핸드폰을 보니 오전 9시였다. 아마 회사에 도착해 업무를 보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톡이 몇 개 날아와있었다.
정수린 [월요일에 과외 못하신다는 거요]
정수린 [오늘로 옮겨서 오늘 해요]
정수린 [제가 오빠 집에 갈게요]
신재준 [오지 마]
신재준 [오늘은 쉬고 싶어서]
정수린에게 보낸 답톡처럼 오늘은 쉬고 싶었다. 신재연한테 따먹힌 것 때문에,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나 무기력증이 찾아왔다.
김하늘 [오늘 과외없지?]
김하늘 [데이트하자]
신재준 [ㄴ]
타자 칠 힘도 안 났다.
최아란 [집 도착 ㅎㅎ]
최아란 [재준아, 뭐해?]
최아란 [아 바쁜가 보네 ㅎㅎ;]
최아란 [잘 자, 재준아]
최아란 [굿밤!]
최아란 [굿모닝!]
최아란 [ㅎㅎ...]
최아란 [보고 싶다...]
최아란 [재준아 오늘은 부대찌개가 먹고 싶어 ㅎㅎ]
신재준 [넵]
최아란은 어제 밤부터 꾸준히 톡을 보내왔지만, 그때동안 신재연한테 따먹히고 있었기에 톡을 확인하지 못했다.
본의 아니게 사귀게 된지 첫 날부터, 연인 중 한 쪽이 권태기에 접어든 듯한 톡방이 되어버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걸로 해볼까.'
'오석준'일 때, 여자한테 일주일 만에 차여본 적이 있었다.
내 고백을 받아들인 여자는 처음엔 기뻐했지만, 바로 그 날부터 나의 모든 것을 마음에 들지 않아했다.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그녀의 태도나 눈빛 등으로 난 알 수 있었다.
내 톡에도 잘 답톡을 주지 않았고, 선톡이나 먼저 데이트 약속을 잡거나, 먼저 전화를 해오는 일이 없었다. 그러다가 그 여자는 일주일 만에 날 찼다.
그녀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났다.
<"오빠가 나한테 평소에 잘해줘서 호감이 있었어. 그래서 고백해줬을 때는 무척 기뻐서 받아들였지. 그런데 막상 사귀게 된 순간 깨달았어. 나는 오빠가 '착한 아는 오빠'여서 좋았던 거야. 오빠가 내 '남자친구'가 되니까... '이게 아닌데' 같은 생각만 들었어. 미안해.">
'적절한 상황이 오면 이 대사를 써먹을 수도 있겠어.'
최아란은 내 취향의 여자인데다가, 신재연의 직분 상승에 요긴나게 쓰일 수 있는 여자였다.
'그렇게 이별 선고한 다음에, 따먹히고... 그럼에도 화해하고 최아란과 계속 꾸준히 교류해야지...'
첫 강간을 제외하고는, 지금의 김하늘처럼 섹스파트너가 되어 화간을 할 생각이었다.
최아란한테는 꾸준히 강간 당하면 안 됐다. 그녀가 날 강간하고 있음을 신재연한테 알리겠다고 하기라도 하면... 난 진짜 최아란의 꼭두각시가 돼 하란 대로 할 수밖에 없게 될 가능성이 컸다.
최아란한테 화간을 하는 것은 최아란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나와 신재연을 위한 조치였다.
'근데 그 승부를 캠핑장에서 볼 수 있을까...'
때가 되면 알게 되리라.
나는 다른 톡도 확인했다.
나예성 [우리집 와서 선물 받아가라]
"오."
나예성이 오늘 새벽에 보낸 톡이 있었다.
20살 많은 아줌마와의 17박 18일의 유럽 여행을 잘 끝마친 '신재준'의 베스트프렌드.
그가 프랑스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보내왔을 때, 나는 올 때 선물 사오라고 톡을 보냈었다.
그것 때문에 정말 선물 사온 모양이었다.
'오늘 만나러 갈까?'
훤칠한 미남과의 만남은 전혀 기대되지 않았다. 미녀였다면 모를까.
'한 번은 만나야할 것 같은데...'
'신재준'이 평상시나 개학한 학교에서 매일 같이 다녔던 동성 친구가 바로 나예성이었다.
'내 나이에 고등학교 다닐 생각하면 벌써부터 숨이 막혀오는데, 동성 친구 한 명 없이 학교를 다녀야한다면 더 미치겠지.'
여자인 친구는 쉽게 사귈 수 있어도, '여자 같은 남자'인 친구는 나예성이 유일했다. 그러니 나예성과의 교류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이 세계의 남자들은 내 기준으로 '게이' 같았다. 그러한 가운데 나예성과 '신재준'은 '여성스러운 남자'들로, 성격이 꽤나 털털한 부류로 통했다.
그 털털한 성격 탓에 나예성과 '신재준'은 같은 성별인 남학생에게 고백을 받기도 했다. 생긴 것이 잘 생기고, '여성적인 성격' 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이었다.
'니미... 기억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개 역겹네.'
'신재준'의 기억엔 동성인 남학생에게 고백 받았던 기억도 있었다.
동성애에 대해 악감정은 없었다. 게이들이 서로 연애하든 말든 신경도 안 쓰였다.
그러나 나에게 동성애적으로 다가오는 남자가 있다면, 난 그를 혐오할 것이었다.
핸드폰이 연달아 진동했다. 세 여자의 답톡이었다. 나는 톡방을 넘나들으며 그녀들을 상대했다.
정수린 [오빠, 저 미칠 것 같아요. 오빠보고 싶어요. 네?]
신재준 [내일 보잖아]
정수린 [내일 두고 봐요...]
정수린의 경고는 이젠 애교로만 보였다.
김하늘 [너희 집 놀러가는 것도 안 됨?]
신재준 [오진 말고]
신재희가 마감조라 낮 동안 계속 집에 있을지도 몰랐다.
신재준 [예성이 귀국했다니까 놀러가자]
김하늘 [오 ㅇㅋ]
김하늘 [어제 제육 고기 했을 거잖냐]
김하늘 [좀 남았냐?]
신재준 [ㅇㅇ 많이 남음]
김하늘 [내가 짬처리해주겠음 ㄷㄷ]
신재준 [울집에 오지 말라고 ㅡㅡ]
신재준 [맞다]
신재준 [나 그분하고 사귀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