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겨울방학 *
나는 뒤돌아섰다.
나와 밀착하고 있던 김하늘이 조금 떨어졌지만, 서로의 호흡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웠다.
나는 손을 그녀의 치마 속에 넣어 대음순 사이를 문질렀다. 팬티가 젖어있었는데, 최아란과 게임 얘기한다고 젖은 건 아닐 것이고, 내 정액이 흘러나와 젖은 것 같았다.
점차 빨개지는 그녀의 얼굴이었다. 그런 김하늘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섹스 친구, 그만할까?"
그딴 질문하면 더 이상 섹스 안 해줄 거란 소리였다.
잘 알아들었는지 으드득, 이를 가는 소리가 났다.
김하늘은 화장실로 들어갔다. 정말 마려운 건 맞았는지 콸콸 쏟아지는 오줌소리가 부엌에 들려왔다.
손을 씻고 나온 그녀는 날 그냥 지나쳐 큰방으로 갔다.
신재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아. 가려고?"
"네, 저희 아빠가 집 돌아올 때 베라 사오라고 했는데, 슬슬 사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재준이가 해준 밥도 다 먹었고."
"빙판길 조심하고."
"네."
"하늘아. 번호 알려줘. 나중에 듀오하게."
"넵."
최아란과 번호를 교환한 김하늘이 부엌으로 다시 나왔다.
날 그냥 지나쳐 구두를 신는 김하늘이었다.
"나 갈게."
삐친 것 같은데 그래도 인사는 해왔다.
"조심해 가라."
"응."
'신재연은 왜 내 톡을 최아란한테 들켜서.'
김하늘이 상처입었다.
김하늘이 떠나고, 신재연과 최아란에게 돌솥 김치비빔밥을 대령했다.
내가 돌솥 비빔밥을 만드는 사이, 신재연은 정장에서 간편복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신재연과 최아란은 비빔밥과 어묵탕을 술안주 삼아 먹었다.
그녀들이 회사 일에 대해 떠들자,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시간을 죽였다.
그런데 자꾸만 등을 찌르는 시선이 느껴졌다.
넷플릭스로 드라마를 봤는데, 가끔 모니터 화면이 블랙아웃 될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나를 힐끔거리는 두 여자가 검게 된 모니터에 비쳐보였다.
'최아란은 그렇다 치고, 신재연 너는 왜 그러냐고...'
"재준아, 과자 먹을래?"
"네? 아, 네."
두 여자는 밥을 다 먹고 상을 옆으로 치워두었다. 봉지과자들의 배를 뜯어 펼쳤다.
그녀들 사이에 앉자 최아란이 1/3 즈음 남은 맥주병을 흔들었다.
"맥주 마셔볼래?"
"야."
"누나, 나 마시면 안 돼?"
"하아... 마셔."
"흐흫... 자."
빈 컵을 기울이자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잘 따랐다.
"짠하자, 짠."
맥주가 든 컵 2개와 소주잔 1개가 부딪쳤다. 각자 잔을 반 정도 비웠다.
맥주 마시는 최아란은 걱정되지 않는데, 표정도 안 구기고 소주를 물처럼 먹는 신재연은 걱정됐다.
신재연의 입에 새우깡 하나를 넣어주었다.
"재준아, 나는?"
"예?"
"아, 아니야..."
최아란은 나한테 먹여주기를 기대했다가, 내가 되물으니 스스로 과자를 집으려고 했다.
오징어땅콩 과자. 내가 먼저 집어다가 입에 넣어주니 좋다고 히죽거렸다.
"재준이도. 자."
최아란이 손으로 먹여주는 오징어땅콩. 난 받아먹으며 실수인척 최아란의 손가락을 핥았다.
최아란은 감전이라도 당한 듯 몸을 움찔했다.
"재연아. 흐흫... 재준이 얼굴 봐. 반 컵 정도 마셨다고 얼굴 빨개짐."
"술 안 받나 보네. 이리줘."
"아니야. 이것만 다 마실게."
김하늘네서 맥주 먹고 경험했지만 내 몸은 맥주에 약했다.
"재준이는 나중에 뭐하고 싶어?"
"저요? 누나들처럼 CY 입사 도전해보려고요."
생계를 위해 식당에서 일하려고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따긴 했지만, 그래도 본래 '신재준'의 목표는 신재연처럼 CY입사였다.
왜냐면 대기업에 입사해야 미래가 유망하고, 돈도 많이 버니까.
"도움 필요하면 누나들한테 언제든지 말해. 흐흫... 멘토가 둘이나 있어서 좋겠네. 그리고 재준이, 너 공부 잘 한다며?"
신재연이 나보다 먼저 대답했다.
"맨날 전교 2등."
"오. 전교 2등도 대단하긴 한데... 콩라인이야? 흐흫..."
'신재준'은 매번 실수나 함정에 빠져 한두 문제 놓쳤다. 1등하는 애는 '박슬기'라는 애였는데 항상 만점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일진인 여자애.'
일진이면서 공부를 잘해버리면 그 학교의 여왕처럼 지냈다.
일진이라 학생들한테 두려움을 사고, 전교 1등이라 교사들한테는 예쁨을 받았다.
'박슬기'와 '신재준'은 중1 때부터 매시험 때마다 1, 2등을 나눠가지면서도 안 친했다.
'신재준'은 박슬기라는 애 자체를 미워하는 건 아니고, 그냥 친해질 생각도 없었다. 신재준 뿐만 아니라 박슬기 쪽도 그랬다.
'개학하면 박슬기한테 작업 걸어야지.'
'신재준'의 기억으로 볼 때, 박슬기도 미소녀였다.
'일진이라는 것 때문에 걸리긴 한데.'
박슬기한테 작업하려면 신재희 몰래 해야했다.
내가 박슬기한테 따먹히는 게 자신이 일진회 나온 것 때문이라고 여길 수 있었다.
그러면 신재희가 마음 아파할 것이 분명했다. 신재희가 아직 어리고, 손이 먼저 나가는 애라서 큰 사고 터뜨릴지도 모르고.
"재준아."
"네?"
"그, 하늘이란 친구랑 많이 친해?"
최아란이 김하늘을 경계하고 있었다.
'신재연한테 못 들었나? 내가 자기한테 관심있다는 거.'
신재연이 그런 사실을 함부로 말할 스타일은 아니긴 했다.
난 힐끔 신재연을 쳐다봤다.
'얘는... 많이 취했네.'
신재연은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내 얼굴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신재연한테 자는 동안 성추행 당한 적이 있던 만큼, 오늘 밤도 위험해보였다.
'최아란한테 오늘 자고 가라고 해야겠다. 시발... 술 취한 친누나한테 따먹힐까봐 두려워질 줄이야.'
"네, 친해요. 엄청."
"그, 그렇구나."
"이란성 쌍둥이 같다니까요. 약속도 했어요. 각자 결혼해서 애 낳으면, 서로 애들이 대학까지 가는 거 챙겨주기로."
지어낸 약속이 아니었다. 고1 때 '신재준'과 김하늘이 주고 받은 약속이었다.
"아... 친남매처럼 친한 거구나. 대단하네. 그 정도까지 챙겨주기로 했다니."
내가 김하늘을 '여자'로 안 보고, '친남매'처럼 여긴다고 하니, 그게 기쁜지 최아란이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때 신재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 가려는 것 같았다.
최아란이 컵에 남아있던 맥주를 모두 마시더니, 빤히 날 쳐다봤다.
"재준이는 이상형이 어떻게 돼?"
"나이는 많았으면 좋겠어요."
"어? 몇 살 정도로?"
화장실에서 듣기 민망한 소변 싸는 소리가 큰방에까지 들렸다.
우린 들려도 안 들리는 척했다.
"한 7살?"
"흐흫... 그, 그래?"
최아란은 내가 자기 보고 이상형이라고 하는 줄 아는지 웃음을 흘렸다.
"CY 정도 대기업은 다녔으면 좋겠어요."
"응. 그리고?"
"가슴은 엄청 커야 돼요."
"나 정도로?"
"아뇨, 우리 누나 정도로."
그제야 내가 말하는 이상형이, 자신이 아니고 신재연을 뜻하는 줄 알았나 보다.
좋아 죽으려던 얼굴이 실망으로 시무룩해졌다.
최아란은 시무룩해진 심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게 귀여웠다.
"아닌가?"
"응?"
최아란의 거유 위로 손을 뻗었다. 두꺼운 면의 목티 아래, 브래지어 감촉이 느껴졌고, 그 아래에서 유방이 내 주무름에 따라 모양을 바꾸었다.
신재연, 신재희 자매 앞에선 패배할 수밖에 없지만, 김하늘보다는 컸다.
"누나 가슴 크기 정도까지는 이상형에 들어올지도."
"흐흫... 간지럽다."
"아, 죄송해요."
얼른 손을 떼자 그녀는 아뿔싸 싶은 표정이 되었다.
"더, 더 만져도 되는데..."
"그래도 돼요?"
신재연은 큰 거라도 싸는지, 뭔가를 변기물에 풍덩풍덩 떨어뜨리고 있었다.
나는 두 손으로 최아란의 양쪽 유방을 쥐고 주물렀다. 아, 여자 가슴은 언제 만져도 기분 좋았다.
최아란은 내 애무를 받으면서, 태연한 척 자신의 컵에 맥주를 따라 마셨다.
맥주 때문에 했던 그녀의 피부가, 내 애무에 완전 홍당무처럼 익어갔다.
"재준이는 술 취하면 애교가 많아지나보네?"
"네? 저 안 취했는데요. 반 컵 밖에 안 마셨는데요."
"그래, 그래. 원래 취한 사람들은 자기 안 취했다고 해."
"나 안 취했다니깐?"
재밌으니까, 취한 척 말을 놓아보았다.
"그래, 그래. 재준아, 나라서 괜찮은데, 여자 가슴 함부로 만지면 안 돼. 장난으로라도."
"왜요?"
"괜히 오해하거든. '얘가 날 좋아해서 신체 터치를 해오는구나'하고."
"흐흫..."
난 그저 의미심장하게 웃음만 흘리고 말았다.
최아란은 허리를 똑바로 세우고, 가슴을 내밀어 내가 주무르기 좋게 해주었다.
그녀의 젖가슴을 손끝으로 찔러보기도 하고, 젖가슴 사이에 고개를 파묻어보기도 했다. 그 상태로 숨을 쉬자 향수와 체취가 어지럽게 맡아졌다.
아, 기분 좋다. 원래 세계에서 이랬다간 분위기 씹창나고 경찰까지 불렸을 텐데.
최아란이 내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재준아. 역시 너 술 먹으면 안 되겠다."
"왜요?"
"큰일 나."
"뭐가요?"
"뭐가 큰일이냐면... 하아... 씨."
"어? 지금 욕한 거예요?"
"아, 아니. 욕한 건 아니고..."
난 본래 내 자리에 털석 앉아 벽에 기대었다.
내가 삐친 줄 알고 뭐라고 달래려던 최아란의 입이 합쳐졌다.
내 대물 자지가 서있는 게 옷 밖으로 다 티가 났는데, 그걸 넋나간 듯 빤히 쳐다봤다.
"변태."
두 손으로 가리며 말하자 최아란이 얼른 고개를 돌렸다.
"미, 미안해..."
"진짜?"
"어? 응..."
"나 누나한테 반말해도 해도 돼요?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데."
"어? 해. 편하게."
"누나, 나 좋아해?"
"어?!"
"아닌가? 내가 하늘이랑 오늘 데이트했다고, 질투하는 것 같던데. 나한테 이상형도 물어보고."
"너, 너는?"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대답해, 누나."
"조..."
그때 분위기 깨게 신재연이 변기물 내리는 소리가 났다.
신재연이 큰방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톡으로 말해줄게."
최아란이 속삭였다. 우리집 방음이 형편없다는 걸 아는 것이었다.
나도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직접 말해. 톡 말고."
"아... 응..."
큰방에 들어온 신재연은 나와 최아란을 번갈아보더니 자신의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소주잔부터 채웠다. 소주병을 뒤집어 마지막 한 방울까지 털었다. 마지막 잔이었다.
과자를 먹는 동안 신재연은 소주 대신, 최아란의 맥주를 나눠마셨다.
과자를 다 해치우자 신재연이 약간 휘청거리며 일어났다. 턱짓했다.
"아란아. 담배피러 가자."
"오키. 먼저 나가있어. 난 재준이랑 뒷정리 좀 하고."
"아니야. 아란 누나는 손님이잖아. 그냥 가. 뒷정리는 나 혼자 해도 돼."
신재연은 내가 최아란에게 반말하는 걸 지적하지 않았다. 과자 먹는 동안 얘기하다가, 내가 최아란한테 말 놓기로 한 걸 알았기에,
"아란이 누나. 그냥 오늘도 자고 가. 대리 부르지 말고. 돈 아깝잖아."
"그럴까?"
신재연이 먼저 나가자, 최아란은 자신의 정장 재킷을 걸치고 밖에 나갔다.
난 쓰레기를 버리고, 테이블도 치우면서 집안을 왔다갔다 했다.
부엌에 있던 때에 집 앞에 있던 신재연과 최아란의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너 자고 가면, 재준이가 불편해하더라."
신재연이 친구를 떠나 보내려고 구라 치고 있었다.
'아니, 내가 언제.'
"어? 진짜?"
"남자애니까 여러모로 신경쓰일 수밖에 없을 거 아니야. 큰방에서 자다가 화장실 가려면, 재준이 자는 작은방을 지나쳐야 되기도 하고."
"아, 그냥 대리 불러야겠다."
"재준이한테 인사만 하고 가."
"그래야지..."
신재연이 저렇게까지 수를 동원했는데, 굳이 자고 가라고 하면 이상할 것 같았다.
'에휴.'
최아란이 가는 거는 내버려두기로 했다.
'아, 골이야. 재희 퇴근해 올 때까지만 자지 말고 참자. 신재연도 단둘이 아니면 이상한 짓 못하겠지.'
최아란의 대리 기사가 도착했다.
"재준아, 자고 가려고 했는데 할 일이 생각났네."
"가려고?"
"어."
"조심히 가, 누나."
"내일 또 와도 되지?"
"먹고 싶은 거 있음 미리 말해."
"알았당."
최아란의 차가 떠났따.
신재연은 술에 취해 얼굴이 빨갰다. 그녀는 큰방에 들어가자마자 걸치고 있던 박스티와 브래지어, 반바지를 벗었다.
팬티바람이 된 그녀가 날 불렀다.
"재준아."
"응?"
"고생했어."
"고생은."
"아란이는 어때? 사귀고 싶어?"
"글쎄... 아직 잘 모르겠네."
"그래?"
신재연의 눈빛이 왜 이렇게 이글거리는 거냐. 정수린이나 김하늘처럼. 나한테 실컷 자극당하고 맛이 가버린 그 눈이었다.
나는 그녀를 피해서 부엌 옆 방에 장판과 이불을 깔았다.
신재희한테 톡을 보냈다.
(나) [오늘 집에 와?]
신재희는 오늘 새벽에 집으로 퇴근했다. 하지만 신재희는 이번 겨울방학 때 친구의 집에서 자는 경우가 더 많았다.
신재희 [?]
신재희 [나 새벽 2시 퇴근임]
신재희 [가도 내일 감]
(나) [퇴근하고]
(나) [집에서 와서 자]
(나) [친구집 가서, 친구 불편해하게 하지 말고]
신재희 [니가 그렇게 말하니까]
신재희 [웜 집에서 자고 싶어짐]
신재희 [ㅅㄱ]
"헐."
신재희, 이 청개구리 같은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