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6화 〉소꿉친구한테 따먹힘 (56/201)



〈 56화 〉소꿉친구한테 따먹힘

스웨터 밑에 있을 알가슴을 꽉 쥐었다.

그녀의 예쁜 얼굴이 와그작 일그러졌다. 그러면서 허세를 부렸다.


"애무하냐?"

내 입술 덮쳤다. 내 입술 사이를 파고든 혀. 치아를 다물고 있자, 발기한 내 자지를 더듬는 손길이 느껴졌다.

김하늘이 내 자지를 대놓고 만지는 건 처음이었다.


깜짝 놀라서 입을 벌렸다.

내 입 안에서 김하늘의 혀가 휘몰아치며 난동을 부렸다.


'얘, 지금 맛간 거 아니야?'

'최아란하고 사귄다'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김하늘을 자극해 따먹힐 생각이었는데.


어쩌면 진도가  빨라질 지도 모르겠다.

'근데 여기 코노잖아.'


CCTV가 있었다.


그것 말고도 문이 유리문이라 복도에서 내부가 보였다. 알바생이나 다른 손님이 보고 방해할 가능성이 다분했다.

'김하늘이 알아서 멈추겠지.'


내가  자지를 더듬는 손을 찰싹 때리자, 쉽게 떨어졌다.


'아니, 뭐 이리 쉽게 포기를 해?'


가만히 당하는 것은 처음엔 재밌지만 슬슬 질리기 마련이었다.

난 김하늘의 혀를 입 밖으로 내보내려는 듯 혀를 움직였다.

그렇게 서로의 혀가 서로한테 문지르기 시작했다.

김하늘이 은근슬쩍  셔츠 밑단을 잡았다.


바지춤에서 빼내려고 했다. 그러면 바지춤을 뚫고 셔츠까지 올라온 내 생자지 윗부분이 노출될 것이었다.

난  손목을 붙잡았다.

그러자 김하늘은 내 셔츠 밑단을 바로 포기했다.

대신 내 가슴을 손바닥으로 동글게동글게 비벼댔다.

나는 아파보라고, 김하늘의 유방을 강하게 쥐었다가 놓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서로 키스와 가슴 애무에 열중했다.

눈을 감고 있던 나는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 뭔가 싶어 눈을 떴다.


김하늘의 눈 감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그 작은 얼굴 옆으로, 투명한 유리문이 보였다.

'아, 시발!'

노래방 밖에는 이 겨울 계절에 어울리지 못한 땡땡이 원피스에 분홍 가디건을 걸친 소녀가 서있었다.

정수린이었다.

손바닥을 들고서 지금은 엄지 하나를 접고 있었다.

'집에 간 거 아니었어? 간 떨어지는줄 알았네.'


김하늘이 입술을 떼었다.


난 시선을 얼른 김하늘에게 맞췄다.

"헤에... 헤에..."
"후우... 후우..."

어느새 나와 그녀의 혀는 입술 바깥에 나와있었다. 혀와  사이에는 타액의 징검다리가 놓아져있었다.

우린 신나게 뛰어논 개가 혀를 내밀고 열기를 빼듯 헐떡였다.


날 뜨겁게 쳐다보던 김하늘이 다시 눈을 감고 입술을 겹쳐왔다.

정수린의 손가락은 엄지에 이어서 검지까지 접혔다.

'설마 키스 횟수 카운팅하는 거야?'

난 그런 정수린이 소름끼쳤다.


'근데 정수린이 보고 있고, 정수린은 내가 김하늘 좋아한다고 알고 있으니까...'


그것대로 행동해줄 필요성이 느껴졌다.


난 김하늘의 가슴을 괴롭히던 손을, 그녀의 허리에 감았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혀를 움직여 내가 김하늘의 입속에 침입하거나 김하늘의 입술을 빨거나 그랬다.

김하늘의 틴트는 꿀맛이 났다. 화장품이라는 사실은 변함없기에 반가운 맛은 아니었긴 했다.


15분이 지나 리믹스 곡이 끝났다.

노래가 끝나고 노래방에 밝은 조명이 켜졌다.

그제야 우린 서로의 입술을 놓아주었다.

입가에 묻어난 침냄새가 올라오고 있었다.

정수린보고 정직하다고 해야 할지... 15분 넘는 동안 입술이 서로 떨어지지 않았던 키스 1회를 온전한 키스 횟수 1번으로 쳐주고 있었다.

여전히 엄지와 검지만 접혀있었다.


15분 동안 펼치고 있기 힘들었는지, 처음에는 쭉 펼쳐져있던 중지, 약지, 소지가 힘없이 구부러져있었다.

정수린은 자리를 떠났다.

'뭐야? 안 들어오고 그냥 간 거야? 그럼 쟤는 뭣 하러 15분을 지켜본 거지?'

정말 알 수 없는 애였다.


"재준아. 룸카페 가자."
"싫어."
"나 못 참겠어."
"참는다고 안 죽어."

김하늘 정욕으로 불타는 눈으로  얼굴과 가슴, 가랑이 사이를 순서대로 바라봤다.

조심스럽게 김하늘이  자지를 더듬었다.

"너도 괴롭잖아."
"손 떼라."

성욕을 못 참고  손목을 잡고 끌고 간다면, 룸카페든 어디든 따라가줘서 따먹힐 생각이었다.

"아, 제발. 룸카페 가자. 응?"

하지만 김하늘은 내 팔을 잡아 흔들며 답지 않은 애교를 부려댔다.

'과감하게 끌고 가라니까...'


"룸카페 됐고, 영화나 보러 가자."
"영화 보고 싶어서 룸카페 가자는  아닌데?"
"네가 나랑 떡치고 싶어서 그러는  아는데?"
"야... 넌 남자애가 말을 그렇게 하냐..."
"성차별하냐?"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에휴."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니  오후 6시가 될 거였다.


"재희랑 수린이랑 알바하고 있겠네."

'아!'


정수린이 집으로 돌아갈 것처럼 굴더니, 왜 20분 가까이 노래방에 남았다가 방금 떠난 이유를 이제 알겠다.


'집으로 돌아가기엔 곧 출근할 시간이었고. 직장에 미리 들어가있긴 싫었고. 노래방으로 돌아와 우리랑 다시 놀려고 들여다봤더니 나랑 하늘이가 뽀뽀 중이었고. 언제 끝나나 계속 지켜보고 있자니 출근 시간이 되어버린 모양이네.'

"우리 재희가 어떻게 일하는지 구경하고 싶지 않냐?"
"궁금하긴 한데..."
"가자, 그럼."
"그럼 구경만하고 룸카페 가는 걸로?"
"지랄."
"아놔."
"너 입술 다시 해야겠다."
"아."


김하늘은 숄더백에서 손거울을 꺼내 입술을 틴트로 고쳤다. 그리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도 있지만 우린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이동했다.

영화관 로비에는 상영관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한 30명은 보였다.

매표소에서 앞번 근무자들과 함께 시재점검을 하는 신재희와 정수린을 발견했다.  다 오늘 매표소를 맡은 모양이었다.


신재희는 엄지에 손을 묻혀가며 지폐를 빠르게 넘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엄청나게 빨리 지폐를 세는 속도에 매표소에 같이 있던 알바생들도 그렇고, 지나가던 손님들까지 막 쳐다봤다.


'일진 때, 배운 거겠지? 일진 때 경험이 저렇게 쓸모가 있네...'

세상  모를 일이었다.

"둘 다 교대하느라 바쁜 것 같은데? 룸카페 가자."
"넌 무슨 룸무새냐. 그리고 수린이한테 말하면 영화 무료로 보여준댔어. 기다렸다가 공짜 영화 보자."
"수린이 안 거쳐도, 그냥 이곳 매니저님이  얼굴 알아서 공짜로  수 있는데... 굳이 수린이한테 신세질 필요있냐? 내가 끊어줄게. 그냥."


용돈이 많아서 그런지 얘는 돈 아까운줄 몰랐다.


'오석준'일 때나 지금이나 소시민인 내 입장에선, 공짜 티켓을 마다하는 김하늘이 이해 안 됐다.

영화 티켓을 김하늘이 끊어주겠다고 했으니 그러려니 하고, 신재희와 정수린을 주시했다.


'둘 다 유니폼 입고 있으니까 예쁘네.'

정장 블라우스와 치마. 분홍색 가디건... 어린 소녀들이 입으니 어른의 직장 복장을 코스프레한 것만 같았다.

특히 정수린은 머리를 예쁘게 펌했기도 했고.

'근데 정수린은 정신세계가 좀... 많이 비상하지.'


시재점검이 끝날 때를 기다리고 있는데, 핸드폰이 진동했다.

최아란 [ㅠㅠ 늦게 말해서 미안한데]

최아란의 톡이 상단에 떴다.

김하늘이 옆에서 내 핸드폰을 대놓고 훔쳐보기 시작했다.

'타이밍 좋게 자극 줄 기회네.'


최아란 [오늘도 놀러가도 돼?]
(나) [너무 늦으셨어요. 친구랑 영화보러 나와있거든요]
최아란 [ㅠㅠ 알았당]
(나) [캠핑 준비는  되어가나요?]

김하늘은 일단 지켜보기만 할 작정인지 말이 없었다.

최아란 [응 ㅎㅎ]
최아란 [장박할 건데. 장박지도 예약해뒀어]
(나) [장박요? 그게 뭔데요?]
최아란 [아 겨울 캠핑 때 필요한 준비물들이 무겁거든]
최아란 [그래서 한 자리에 오랫동안 세워두기도 해]
최아란 [그게 장박 ㅎㅎ]
(나) [그렇구나]
(나) [이제 퇴근하시는 거예요?]
최아란 [응]
(나) [수고하셨어요]
최아란 [재준이 보고 싶었는데]
최아란 [일하느라 미리 연락하려던 거 까먹었다 ㅠㅠ]


어제 내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안 올 것만 같은 뉘앙스였는데.

오늘이 되니까 내가 보고 싶어서 몸이 달아오른 모양이었다.


(나) [내일 오시면 되죠, 뭐]
(나)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최아란 [김치비빔밥!]
(나) [돌솥 쓸까요? 그럼 더 맛있을 것 같은데]
최아란 [ㅎㅎ...]
최아란 [그럼 손 많이 가잖아]
최아란 [하지 마]
(나) [이왕 샀는데 아까워서요]
최아란 [그럼  ㅎㅎ]
(나) [아란 누나가 울집 안 오면]
(나) [우리 누나는 대중교통으로 퇴근하겠네요?]
최아란 [내가 바래다줄게 ㅎㅎ]

'농담이었는데. 해줄 것 같네. 신재연이 편한  우선이지.'

(나) [역시 친구가 좋은 것 같아요]
(나) [잘 부탁드려요]
최아란 [그래! 내일 보자! ㅎㅎ]
(나) [넵]


신재연을 위한 운전기사를 섭외하는데 성공했다.

최아란이 나 자주 보러오게끔 해서 작업을 걸고, 신재연의 퇴근을 편하게 해주는 일석이조 효과였다.


"최아란이 누구냐?"
"누나 친구."
"재연 언니 친구가  너한테 이런 톡 보내?"


지금 김하늘은 말투와 표정은 그것이었다.

바람 난 남친한테 쏘아대는 그거.


"그리고  뭐가 좋다고 그렇게 실실 웃냐?"

나는 입을 매만졌다.


'아, 몰랐네. 나는 여자들하고 톡 나눌  실실 쪼개나보네.'


좋지 않은 버릇이었다. 날 강간한 여자랑 톡하면서도 웃으면 남들한테 이상한 남자로 찍힐 염려가 있었다.

다음부턴 주의해야겠다.


물론, 지금은 좋은 자극제로 쓰일 것이었다.

"그냥. 좋아서."
"뭐?"
"이 분이랑 얘기하면 그냥 좋아."
"하, 씨... 그게 무슨... 지랄 맞은 얘기냐..."
"어쩌면 이 분하고 사귀게  지도 모르겠어."
"뭔... 야. 이리 잠깐  봐."


김하늘이  손목을 강하게 잡고 잡아당겼다.


여자의 악력이 너무 강해서 욱씬거렸다.

"윽... 하늘아, 아파."
"..."
"아프다니까."

김하늘이 데려온 곳은 비상계단이었다.

그제야 내 손목을 놓아주었다. 김하늘의 작은 손 모양대로 붉게 찍혀있었다.

김하늘은 그런 내 손목을 잠깐 바라보다가 사과도 않고 따지듯 말했다.


"사귈지도 모른다니. 그게  개소리야?"


눈 돌아간 정수린 앞에서는 소심한  했다. 정수린은 '신재준'을 잘 모르는 애였고, 소심한 성격의 정수린한테 따먹히려면 걔보다 소심한 척 해야할 필요가 있어서 그랬다.


김하늘 앞에선 그럴 필요없었다.


"사람이 서로 마음이 맞으면 사귈 수도 있는 거잖아. 난 누나 친구분한테 호감 갖고 있어. 아직 사귀고 싶은 정도인지는 모르겠고."
"하... 우리 한 10분 전에 볼라게 키스해댔잖아. 20분 가까이. 너도 나 끌어안고 적극적으로 키스 받아줬고. 그 지랄해서  마음 들뜨게 해놓고는, 이제 와서 뭐? 다른 여자랑 사귈 수도 있다고? 지금 이  같은 상황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
"하, 시발. 그건... 내가 자꾸 키스 거절하면 네가 나 화나서 안  것 같으니까 그랬어... 너 어제도 나 버리고 잠수탔었잖아."
"날 좋아하지도 않는데 키스를 받아줬던 이유가, 내가 너 버릴까봐 그랬다고?"
"너 좋아해. 근데 친구로서 좋은 거지, 여자로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시이발. 개 봊 같네, 진짜. 재연 언니 친구랑은 사귀지도 않고, 아직 사귈 것도 확정도 아닌데. 캠핑 준비? 그 얘기는 왜 나왔냐?  여자랑 어디 산골짜기에 으슥한 곳에 텐트 하나 치고, 해 떨어지면 자연 속에서 나체 돼서 빠구리 뜨려고 그런 거냐?"
"그 캠핑에는 그 분하고, 나랑 재연 누나, 재희까지 4명이서 가. 그딴 저질스러운 상상하지 마. 마침 취미가 캠핑이라시길래, 또 가족 여행 한 번 해본 적 없어서 부탁 좀 드린 거야."
"야. 그래서. 그 여자랑 사귀고 싶어지면? 사귈 거냐?"
"어."
"...사귀고 나면? 섹스도 볼라 하겠네?"
"야... 사람이 사귀는 게 꼭 섹스하려고 사귀는 거냐? 넌 나랑 사귀고 싶은 이유가 내 몸 때문이었어?"
"아니, 개 시발...  진짜... 진심으로  그런 여자라고 생각하냐?"

김하늘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주먹뿐만 아니라 두 팔 전체가 부들부들 떨렸다.

분노를 어디다가 풀어야할지 모르는 듯한 모습.


허공에 두 주먹을 휘둘렀다.

"아오, 시발!!!"


비상계단에 김하늘의 욕설이 메아리쳤다.

아무런 장해물이 없던 비상계단은 메아리가 치기 좋았다.


"하늘아, 나가자. 나가서 얘기해."
"신재준... 이젠 너랑 얘기할 거 없어..."

김하늘이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계단을 빠르게 내려갔다.

구두를 신었는데도 내려가는 속도가 빨랐다.


'아... 너무 다급하게 굴었나.'

따먹히기 실패했다...

김하늘의 마음이 그만큼 순수했던 걸까. 아니면 당장에라도  따먹고 싶어 몸이 달아올랐던 코인노래방에서 '최아란'에 대한  터뜨려야했을까.


그도 아니면 김하늘의 집, 김하늘의 방에서 치맥을 한 번  먹은 상태에서 터뜨려야했을까?

'아니, 이미 일이 틀어졌는데 가정을 해보면 뭐해. 그리고 심란할 지금이 가장 적기야. 잡아야 돼.'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했다.

나는 그녀를 뒤따라 내려가며 물었다.


김하늘이 운동화였다면 여러 계단을 점프해대며 빠르게 달아났을 거였다. 그러면 약한 남성인 '신재준'의 몸으론 따라갈 수 없을 거였다.

다행히 지금 구두를 신고 있어서 내가 따라갈 수 있었다.

"하늘아."
"..."
"이젠 나랑 얘기할  없다고? 다신 아는 척도 안  거란 거야?"
"..."


4층.

"내가 다른 여자 좋아한다고 이러는 게 말이 돼?"
"..."
"미안하다고. 진짜."
"..."
"김하늘, 시발년아. 미안하다고 했잖아."
"..."

3층.

"우린 친구였잖아. 나한테 딴 여자 생긴  그렇게 싫냐?"
"..."
"정수린보다 못한 년."
"..."
"너 지금 징징거리는 거야. 너랑 안 사귀어준다고. 그렇지?"
"..."

2층.

"지금 보이는 유치한 행동, 너 또 집에 가서 후회할 거잖아?"
"..."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나한테 톡 보내겠지. <생각해보니까 내가 유치했던 것 같다. 미안.>"
"..."
"<화해 기념으로 데이트 고고.>"
"..."


1층.


"그리고 데이트에 정수린 나와있으면, 계속 정수린한테 쪽 줘서 스스로  가게 만드려고 굴 거고. 유치한 년."


김하늘이 비상계단 출입구 문고리를 잡았다.

"룸카페 가서 놀까...?"


돌아가던 문고리가 멈췄다. 난 손으로 앞머리카락을 뒤로 쓸며 얼굴을 찡그렸다.

"하아, 시발... 말실수야. 그래, 꺼져."

김하늘이 맛간 눈으로 몇 계단 위에 서있던 날 올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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