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소꿉친구한테 따먹힘
분명 더 거칠게 반항하고 도망칠 수 있었을 텐데, 켄은 적당히 앙탈을 부리듯 약하게 밀어내기만 했다.
[누나. 미쳤어?! 이러지 마!]
"후움... 츄릅..."
손을 흔들 때마다 가늘고 딱딱한 철사 옷걸이가 질벽과 G스팟을 긁어 자극했다. 진공 상태로 빨리는 유두도 기분 좋았다.
영상 속 누나는 켄을 침대 위에 자빠뜨렸고.
자지가 있을 켄의 허리 위에 앉아, 허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그리고 조끼를 머리 위로 벗기고, 셔츠의 단추를 하나하나 뜯다가 못 참가 확 잡아당겼다. 단추가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누나는 켄의 맨가슴을 어루만졌다.
[누나! 그만해!]
"우움... 쯉... 후움..."
'어?'
뭔가 방의 바람 흐름이 바뀐 듯했다.
고개를 돌아보았다.
닫혀 있어야할 방문이 열려서 찬 바람이 안쪽으로 들어오고 있었고, 이 집에 있어선 안 될 신재준이 커진 눈으로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
신재준이 뭐라고 말한 뒤 방문을 닫았다. 마침 터져나온 켄의 비명 때문에 잘 못 들었다.
[그만해 줘어어어!]
신재연은 얼른 옷걸이를 뽑아내고, 두 다리를 바닥으로 내렸다.
'와씨...'
수치스러워서 죽고만 싶었다.
재생되고 있던 동영상도 종료시켰다.
얼른 휴지로 보지로 훔쳐내고, 서랍에서 팬티를 꺼내입었다.
바짝 선 유두 주변도 휴지로 닦아낸 뒤, 양옆 유두의 크기 차이 때문에 박스티 하나도 걸쳐입었다.
신재연은 두 눈을 질끔 감고 큰 목소리로 물었다.
"재, 재준아. 왔어?"
"응..."
방문을 열고 들어온 신재준은 얼굴이 새빨갰다.
"놀이공원은... 재밌었어?"
"하늘이가 멀미 심해져서 금방 왔어."
"그, 그렇구나."
"누나, 저녁을 먹을까?"
"그, 그래."
이번 대화로 서로 모른 척 넘어가기로 암묵적으로 정해진 듯했다.
신재준이 저녁상을 차리겠다고 부엌으로 나간 사이, 신재연은 자신의 이마를 주먹을 툭툭 쳤다.
머리가 골 빈 것처럼 울리는 듯했다.
골 빈 짓을 해서 그런가 싶기도 했다.
"하아..."
신재연은 스트레스를 받자 자신이 주로 접속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했다.
[남동생한테 자위하는 거 들킴.. || 사축누렁이]
ㅋㅋㅋㅋ
아프지 않은 자살 방법 추천 좀...
몇 번 새로고침을 하니 댓글이 쌓였다.
[세상에반상회 || ㅄㅋㅋㅋㅋ]
[식객누렁이 || 어쩌다가 들켰누 레즈야 ㅋㅋㅋㅋ]
[121.140 || 자살의 반댓말은 타살입니다. 남동생 죽이자]
[ ㄴQwe23 || 죄없는 남동생은 왜 죽여 ㅋㅋㅋ]
[..음미 || 누나의 징그러운 소중이 보고, 남동생쿤 개 심란하겠누 ㅋㅋㅋㅋ]
[야생무시ㄴ || 레즈야... 죽기 전에 남동생 고보가!]
[꽂잠 || 이왕 이렇게 된 거 남동생하고 자위 트자 ㅎㅎ]
[HONOR || 아 PTSD 오네 ㅅㅂ;; 나도 남동생한테 자위하다가 들킴. 웬만하면 그냥 서로 모른 척 넘어가고 잊긴 함]
[여름이용돈 || 체위가 중요함. 무슨 자세로 치다걸렸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 ㄴ 사축누렁이 || 책상 위에 두 다리 올리고 옷걸이 쑤심]
[ ㄴ 음머 || ㅁㅊㅋㅋㅋ 왜 더럽게 옷걸이로 해 ㅋㅋㅋ]
[ ㄴ 맛있는사과 || 누렁아. 바나나 전자렌지 조금 돌리고 박으면 진짜 자지 같음 ㅋㅋㅋ 함 해봐라]
[ ㄴ 마교졸개 || 엌ㅋㅋㅋ 마침 바나나 있는데 해봐야긋다]
[키르아니 || 그 짤 생각나네 ㅋㅋㅋ 남동생이 딜도로 자위하는 누나 발견하고 경멸하듯 보는 짤 ㅋㅋ]
어색한 저녁식사 시간. 신재준이 리모컨을 들고서 뉴스를 틀었다. 그런데 흘러나오는 뉴스가 하필...
[25살 김 모 양은 자신보다 한 살 어린 친남동생을 10년 넘게 성추행과 성폭행을 일삼아 왔습니다.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 받은 김 모 양은 이에 불복해 항소...]
어색한 분위기가 더 어색해져 버렸다.
그리고 신재연은 새삼 자각했다.
친누나로서 신재준을 탐하는 것은 범죄였다.
'그런데 만약, 재준이도 날 '여자'로서 좋아한다면? 그렇다면... 사회가 손가락질 할지언정,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가 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남동생이 친누나를 좋아하다니. 그런 야동이나 망가 같은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 리가 있을까?
심지어 신재준은 지금 김하늘을 좋아하는 듯하기까지 하니, 그럴 확률은 더더욱 없을 거였다.
어째서 자신은 신재준의 친누나로 태어난 것일까?
평생 품어본 적 없었던 사실에 불만을 품어버렸다...
"아란 누나는 집에 잘 갔대?"
신재준이 다른 여자의 이름을 언급하자 기분이 나빠졌다.
하지만 그 더럽고, 패륜적인 속내를 티내지 않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그렇겠지."
"누나. 아란 누나 연락처 좀."
"응? 왜?"
"예쁘시더라고."
"걔한테 관심이라도 생겼어?"
"좀...?"
"으음..."
예상 밖의 상황이었다. 신재준은 김하늘을 좋아하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너무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기에 김하늘이 여자로 안 느껴졌던 걸까.
'그런데 좋아하게 된 여자가 하필이면... 오늘 처음 만났던 최아란이라고?'
불쾌감이 치솟았다.
이게 어떠한 불쾌감인지 감이 잘 안 잡혔다.
김하늘과 신재준이 사귄다고 생각했을 때만 해도 이런 진한 불쾌감은 들지 않았다.
'아, 알았다.'
인연의 질 차이.
신재연과 신재준은 평생 함께 살았다.
김하늘과 신재준도 그에 버금가도록 평생 함께 지내왔다.
신재연은 김하늘이면 신재준을 맡겨도 좋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최아란은 그렇지 않았다.
겨우 딱 한 번 만났다.
신재준이 최아란의 출신 성분, 즉 재벌가 사람이란 걸 저러는 게 아닌 걸 보면... 인간적으로 뭔가 끌리는 게 있었다는 것일 터였다. 신재준은 '첫 눈에 반하는 상황'을 겪은 것일까?
뭔가 억울했다.
자신은 신재준의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여태껏 먹여키워왔지만, 그에 대한 사랑, 정확하게는 육체적인 사랑을 보답받지 못할 거였다.
그런데 최아란은? 단지 한 번 집에 얼굴을 비추고, 오바이트 몇 번 했던 것만으로 신재준의 마음을 빼앗았다.
세상이 너무나 불공평했다.
'시발. 짜증나네.'
"너 걔랑 나이 차이도 있고... 겨우 얼굴만 본 거잖아."
"누가 바로 사귀고 싶대? 지금은 그냥, 몇 번 정도 만나보고 싶은 거야. 관심 있어서. 그러다 마음 맞으면 사귈 수 있는 거지만."
"하아..."
신재준에게 최아란의 출신성분을 알려줬다.
하지만 출신성분 따위, 신재준은 신경쓰지 않은 눈치였다.
"만나보고 영 아니다 싶으면 친한 누나, 동생 사이로 지낼 거야. 그럼 됐지?"
"에휴... 그냥 하늘이랑 사귀지."
그럼 신재연은 억울하지도 않을 거였다.
"좋아하지도 않는 애랑 왜 사겨."
"너희 둘 서로 좋아하는 거 아니었냐?"
"아니야. 하늘이는 나 좋아한다지만."
"걔가 드디어 고백했냐?"
"응. 근데 거절함."
"그런데도 오늘 놀이공원 데이트도 갔다온 거야?"
"하늘이가 이벤트에 당첨됐다는데, 자유이용권이 오늘까지래. 아깝잖아."
"에휴... 불쌍한 하늘이."
신재연은 김하늘에게 동병상련을 느꼈다.
"걔가 왜?"
"아냐... 잘 했어."
"잘 했다는 말투가 아닌데?"
"밥이나 먹자..."
"아란 누나 연락처는?"
"알려줄게. 그리고 혹시 걔가 자기 출신 보고 네가 접근하는 거라고 착각할 수 있으니까, 걔 출신 모른 척해. 나도 안 말해준 걸로 할게."
"응, 알았어."
신재준은 저녁상을 치웠다.
'최아란, 이 복 받은 년... 아오.'
신재연은 죽어도 보내주기 싫었지만, 결국 남동생의 부탁에 따라 최아란의 연락처를 톡으로 보내주었다.
흥분하자 몸이 뜨거워졌고, 걸치고 있던 박스티가 거추장스러워 벗어버렸다.
신재준은 공부방에 들어갔다.
'그래... 열심히 공부하면서 집안일을 도맡아해주고, 여동생이 잘못된 길로 가려는 걸 바로 잡아줬어. 그런 재준이가 자기 사랑을 찾아가겠다는데... 그걸 내가 저주해선 안 돼.'
신재연은 아랫배가 두근거렸다.
가랑이 사이를 만져보니 이미 젖어있었다.
신재준과 단둘이 있다보면, 이런 식으로 항시 발정난 몸이 있었다.
왜냐하면, 자꾸만 단 둘이 남게 된 집에서 남동생을 덮치는 삿된 망상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재생되기 때문이었다.
'성욕, 참아야 돼...'
다른 남자를 만나자.
CY전자 사원인 자신과 교제를 나누고 싶어할 남자가 많을 게 분명했다.
그 많은 남자 중에 신재준을 닮은 남자도 한 명 정도는 있겠지. 성욕은 그 사람한테 풀도록 하자. 그게 현재로선 올바른 길이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니 니코틴이 땡겨왔다. 전자담배를 피었다.
니코틴을 받으니 정신이 뚜렷해지며, 행복감이 생겨나 번뇌가 다소 가시는 듯했다.
이래서 니코틴을 끊을 수 없었다.
그때 공부방이 열리며 신재준의 귀여운 얼굴이 드러났다.
"누나."
"후우... 어."
"나 공부에 집중할 거니까, 방문 열지 마. 알았지?"
"알았어."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할 작정이면, 저런 귀여운 소리를 하는 걸까?
신재연은 자신의 남동생을 귀엽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담배잎 스틱으로 갈아낄 즈음, 니코틴을 받아 좀 더 또렷해진 청각이 이상한 소리를 포착했다.
탁탁탁.
신재연은 홀린 듯 전자담배 연기를 깊게 들이키고, 공부방 방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참고 있던 연기를 길고, 은밀하게 내뱉었다.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자신의 심장박동 소리마저, 신재준에게 들킬까봐 숨기고 싶었다.
탁탁탁.
분명 살과 살이 부딪치는 소리였다.
야동에서 몇 번 들어본 소리였다. 바로 남자가 자위를 할 때 나는 소리였다.
'재준이도 성욕 때문에 힘든 모양이네.'
자위는 한 번도 못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고 했다.
자위의 맛을 알아버린 남동생은 그 맛에 중독돼, 집안 여기저기서 자위를 하는 모양이었다.
언제는 큰방 이불 속에서.
지금은 공부방에서, 공부한다고 누나한테 뻥까지 치고.
신재연은 입을 벌렸다.
소리 없이 전자담배연기를 뱉었다.
두루마리 휴지를 뜯는 소리가 났다.
푸득푸득.
소량의 액체가 휴지에 흩뿌려지는 소리가 났다.
"하아..."
야릇한 남동생의 신음소리.
신재연이 가끔 남동생에게 복수로서 해주는 어깨 안마를 받고서 내는 고통의 신음소리와는 차원이 달랐다.
저것은 절정을 느꼈을 때, 저도 모르게 낸 진짜 남자의 신음소리였다.
신재연은 그 신음소리를 한 번 듣고 중독됐다.
아예 듣지 못했으면 모를까, 계속해서 몇 번이고 듣고 싶게 되어버렸다.
신재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는지, 의자가 삐꺽거리는 소리가 났다.
신재연은 얼른, 그러나 조용히 걸음을 옮겨 컴퓨터 앞으로 이동했다.
공부방 문이 열렸고, 남동생은 그 문 주위에 흐트러진 담배 연기를 보고 의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쯧. 내가 자기 자위하는 소리 들은 거, 알아챘나보네.'
"후우... 왜?"
하지만 신재연은 오히려 당당하게 왜 그런 얼굴을 보냐는 식으로 나갔다.
"아니야, 아무것도."
저녁 먹기 전, 신재연의 자위 행위를 서로 모른 척한 것처럼.
저녁 먹은 후, 신재준의 자위 행위를 서로 모른 척하기로 한 것이었다.
신재준은 화장실로 향했다.
그틈에 신재연은 공부방의 문을 열고 내부의 냄새를 확인했다.
맡기 좋은 밤꽃향이 났다. 그 냄새에 아랫배가 쿵쾅 뛰기 시작했다.
공부방 문을 닫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남동생은 화장실에서 나와 신재연을 지나쳐 공부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신재연은 자신이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해 글을 하나 썼다.
[남동생 자위하는 거 엿들음 || 사축누렁이]
남동생이 이제 고2 올라가는데 성욕이 왕성한가봄
가끔 집안 여기저기서 밤꽃향 풍기고 있고 그럼 ㅎㅎ
야 근데 내가 몇 시간 전에 자위하다가 남동생한테 들켰거든?
근데 이번엔 남동생이 내가 있는 옆방에서 자위하더라. 그래서 나한테 들킴...
뭐지? 누나인 나한테 들키려고 자위한 건가?
ㅎㅎ 진짜 나랑 자위 트고 싶어서 그런감..
신재준이 그럴 마음이 없다는 거 다 안다. 그러면서도 이런 글을 써재끼는 것은,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망상에 공감해주길 원해서였다.
네 망상이 맞다고.
그러니까 자위 한 번 터보라고.
그따위 말도 안 되는 댓글들이 달리기를 바라며, 가벼운 마음으로 쓴 글.
새로고침을 해보니, 신재연이 원했던 댓글들이 주르륵 달렸다.
[헨젤과그라탕 || ㅋㅋㅋ 남매가 쌍으로 도랏나]
[에이요 || 남동생이 '누나' 말고 'XX 엄마' 하고 부를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듯 ㅇㅇ;; ㄹㅇㅋㅋ]
[EUroPa4 || 나는 걍 오빠한테 대놓고 말하는데. 자위할 거니까 방해하지 말라고]
[ ㄴ 모하비배달부 || 이년도 으메이징한데?]
[문어발테크 || 선생님, 그래서 남동생의 자위하는 사진은 언제 올리실 겁니까?]
[ㅁㅇ || 근데 진짜 남동생이 니한테 마음이 있긴 한가 본데? 들킬 작정으로 자위한 거 보면?]
[턱끈펭귄 || 자위 트자는 거 맞는 듯. 어서 가서 고추 보여달라고 해보셈]
[LaU || 위에 놈들 다 미쳤냐고 ㅋㅋㅋㅋ 근데 내 생각에도 자위 트고 싶은 게 맞는 듯함]
[Skitter || 남동생이 얼마나 잘 생겼으면 이 지랄임;;]
[ ㄴ Pygoscelis || 가끔 이 누렁이가 지 남동생 도촬 사진 올리는데, 존잘 삘임;;]
[야설마스터 || 맞딸 인증 안 올리면 차단할 거임. 빨리 올리셈]
[Qwer1234m || 나 군필 남고생인데. 누나 죽이고 싶으면서도, 누나 있을 때 몰래 조용히 딸치기도 함. 누나한테 자위하는 거 들키고 싶은 마음도, 누나랑 이상하게 엮이고 싶은 마음도 1도 없음 ㅇㅇ 이상한 착각에 빠져서 범죄 저지르지 마라]
[ ㄴ 보랑 || 군필 남고생 레즈야...]
[ ㄴ 우효연 || 왤케왤케 착함?]
신재연은 킥킥 웃다가, 곧 밀려오는 상실감에 담배 연기를 들이마셨다.
내일도 새벽에 일어나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일찍 불을 끄고 누웠다.
하지만 신재준의 자위하는 모습이 자꾸만 상상되자 잠을 설쳤다.
신재연이 잠들기도 전에 신재준이 공부방에서 나왔다.
"공부 다 했어?"
"어? 나 때문에 깼어?"
"아니야. 그냥 잠이 안 와서."
"재희는 또 엄지혜네서 자려나보네."
"그러게."
"후후... 오늘 밤은 단 둘이네?"
남동생이 장난스럽게, 애인들끼리나 밤에 주고 받을 말을 했다.
분명 장난으로 한 것이다.
안다.
그런데 너무 달콤한 속삭임이라 미칠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