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소꿉친구한테 따먹힘
계속 그러고 있었다. 슬슬 다리가 저린 게 못 견디겠을 즈음, 김하늘이 말했다.
"관람차."
"타러 가자고?"
"이응."
"멀미는 괜찮고?"
"많이 나아짐."
"근데 관람차는 옛날에 운행 중단하지 않았나?"
"응? 무슨 소리야? 그런 적 없는데?"
원래 세계에서는 그랬는데, 이쪽 세계에서는 아직도 관람차가 돌고 있는 모양이었다.
김하늘은 벌떡 일어나더니 내 손을 잡고 끌었다. 여자의 작고 부드러운 손.
날 놓지 않겠다는 듯 적당히 힘이 들어가있었다.
"분명 경치 좋을 걸. 날씨도 쾌청하고."
"그러려나."
난 그녀가 잡은 손을 풀어보려고 한 번 시도해봤지만, 김하늘은 더 세게 쥐며 놓쳐주지 않았다.
들으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포기한 줄 알았는지 느슨해지는 손아귀.
길가로 눈이 쓸려진 놀이공원 도로는 눈 한 점 없이 말라있었다. 그 도로를 한참 관통했다. 관람차는 커플과 가족들이 많이 찾았다.
줄은 적당히 길었다.
관람차는 4인승으로 4명까지 탈 수 있었으나, 단 2명으로 이루어진 커플팀 2인이 1개 관람차를 타곤 했다.
그렇기에 줄은 느릿하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누구도 불평불만을 내놓지 않았다.
"손에 땀 차는데."
"수린이는 과외 잘 받는가?"
손 좀 놓으라는 신호를 주자, 김하늘은 화제를 돌렸다.
"잘 받지."
"킥킥, 걔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
"어? 왜 그렇게 생각해?"
"너랑 나랑 키스할 때. 나를 볼라 야려봤거든. 눈치껏 자리 피하지도 않고, 계속 우리 주위 얼쩡거렸잖아. 뻔하지."
"생각도 못했는데..."
"너 진짜 심하게 둔하다."
"아, 수린이가 나한테 고백하면 어쩌지?"
"하겠냐? 내가 떡하니 네 옆에 있는데."
"흐음."
"뭐야. 내심 고백은 받고 싶은가 보네? 킥킥."
"고백 받아서 뭐해. 사이만 서먹서먹해질 텐데..."
"거절하게?"
"당연하지."
"잘 생각했어."
김하늘은 다른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난 그 손을 귀찮다는 듯 치워버렸다.
"혹시 정수린이 과외 받는 도중에 이상한 짓하면, 젖탱이 쳐버려."
김하늘이 허공에 주먹을 날렸다.
"신재희한테 했던 것처럼?"
"어."
"근데 수린이보다는 네가 더 위험한 거 아니냐?"
"아..."
"덮치기만 해봐. 아주 젖탱이 터뜨리려 버릴 거니까."
"윽... 듣기만 해도... 유방이 욱씬거린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우리보다 앞에 서있던 20대 커플이 킥킥거렸다. 느낌상 우리들의 대화를 엿듣고 웃은 듯했다.
나와 김하늘은 좀 뻘쭘해져서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 얼마 뒤부터 잡담을 떨기 시작다.
줄은 서서히 줄어들었고, 결국 우리 차례가 되었다.
"두 분만 일행이신가요?"
"네."
"그럼 조심히 올라가세요."
관람차는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갔다. 여자 알바생이 문을 열어주자 나와 김하늘은 내부로 들어갔다.
바깥에서 문이 잠겼다.
'관람차는 진짜 오랜만이네.'
원래 세계에서의 이곳 놀이공원 관람차는 10년 전쯤 운행 중단되고, 최근에는 외관이 꾸며져서 밤에 구경거리가 됐던 걸로 기억했다.
관람차는 우리가 몸을 이동할 때마다 출렁거리는 듯해서, 약간의 불안감을 선사했다.
그 불안감은 심장박동을 높이고, 남녀가 둘이 탔다면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만들어주었다.
서서히 올라가며, 놀이공원의 풍경이 더 멀리까지 보이고 작아지기 시작했다.
김하늘이 말했다.
"와... 장난 아니네."
"뭐가?"
"저기 봐봐."
우리보다 앞서 출발한 관람차를 가리켰다.
나는 뒤를 돌아봤다. 창문을 통해 열정적으로 키스를 하는 커플이 보였다.
남자는 가만히 있고, 여자가 잡아먹을 듯 입술을 크게 벌리고 다물기를 반복했다.
"싫으면, 때려."
"뭐? 웁..."
우리 관람차에서도 남자가 가만히 있고, 여자가 잡아먹었다.
내 다리 위로 한쪽 다리를 올리고, 내가 앉은 등받이에 두 손을 짚은채, 김하늘은 내 입술을 자기 입술로 연속해서 베어 물었다.
그녀의 혀가 내 입 안으로 들어오고, 나는 그 혀를 밀어내려는 것처럼 혀를 움직였다.
김하늘이 혀를 쏙 빼니, 내 혀가 멈추지 못하고 슬쩍 입밖으로 내밀어졌다.
그녀는 그런 내 혀를 입술로 물더니 빨기 시작했다.
난 손을 뻗어서 김하늘의 젖가슴을 꽉 쥐었다.
아프라고.
패딩 속, 상의 속, 브래지어 속 유방이 뭉개지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녀가 입은 두터운 패딩이 내 악력을 상당히 감소시켰던 것 같다.
입술을 뗀 김하늘. 새빨갛게 상기한 얼굴로 속삭였다.
"내 가슴, 애무 해주는 거야?"
"..."
나는 쥐고 있던 김하늘의 가슴을 놓아주고,
펀치를 날렸다.
"컥!"
맞은 유방을 감싸며 내 맞은편 의자에 앉는 김하늘.
"아씨... 아프잖아."
"덮치면 유방 때리라며."
"나는 당연히 예외지."
침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내 입가에 잔뜩 묻어난 김하늘의 침 냄새였다.
나는 손등으로 입가를 닦았고, 김하늘 역시 자신의 입가를 소매로 훔쳤다.
김하늘이 뜨거운 눈으로 내 하반신을 바라봤다.
내 바지는 크게 텐트가 쳐져있었다.
"꼴렸어?"
"생리적인 반응이야."
"혹시 커져서 괴로워? ...빼줄까?"
"아주 대놓고 성추행을 하네."
못된 버릇은 고쳐줘야했다.
그게 사실 내 마음에 드는 못된 버릇일지라도.
난 찰싹찰싹, 하고 그녀의 젓탱이를 때렸다.
"꺅!"
그러자 김하늘은 자신의 가슴을 두 팔로 가렸다.
"너, 너무 한 거 아니냐고!"
"경찰에 신고할까?"
"아씨..."
* * *
김하늘은 멀미가 결국 안 나았다. 관람차에서 내린 이후에 다른 놀이기구를 타지 못했다.
우리는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재준아, 다음에 또 이벤트 당첨되면 또 오자..."
"그 이벤트란 게 쉽게 당첨되는 거냐?"
"아마도..."
김하늘은 버스에서 창백한 얼굴을 내 어깨에 기댔다. 멀미 때문에 괴로운지 눈을 질끔 감고 버텼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김하늘은 억지로 트림을 몇 번 하더니, 내게 담백하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조심히 들어가, 재준아..."
"몸조리 잘 해라."
"엉..."
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톡을 확인했다.
정수린한테 새로운 톡들이 날아와있었다.
정수린 [오빠? 왜 읽씹해요?]
정수린 [야. 뭐하냐]
정수린 [뭐하냐고 시발]
정수린 [내일은 오빠 집에서 과외 받을래요]
정수린의 첫 톡이었던 [오빠 뭐해요?]를 읽은 다음에 내가 대답하지 않자, 몇 번 톡으로 투덜거리더니, 색다른 장소에서 과외를 하자고 하셨다.
(나) [우리 집 지저분한데...]
톡을 보내놓고 길을 걷다보니 정수린의 답톡이 도착했다.
정수린 [ㅎㅎ... 괜찮아요]
(나) [저번에 갔던 카페에서 하자. 응?]
정수린 [까불지 말고]
정수린 [제 말대로 해요]
정수린 [저 오빠, 많이 봐주고 있거든요?]
(나) [알았어...]
집이라. 항상 자기위로로만 정액을 뽑았던 그곳에서 섹스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
'내일이면 신재연도 출근할 거고, 내일 과외시간이면 재희도 출근했겠지?'
그러면 가족한테 들키지 않고 섹스 가능일 것이었다.
집에 도착해보니 현관문이 잠겨있지 않았다. 신재연의 구두와 운동화가 보였다.
신재희의 신발은 없는 거 보니, 신재연만 있는 모양이었다.
"누나, 나 왔어."
닫힌 큰방 안쪽에선 대답이 없었다.
'뭐지? 낮잠이라도 자고 있나?'
난 그녀가 깰까봐 조용히 들어갔다. 외투를 벗어 부엌 옆방 옷걸이에 걸어두고, 큰방 문을 열었다.
"헛."
나도 모르게 바보 같은 소리를 내고 말았다.
신재연은 알몸이었다. 의자에 반쯤 눕듯이 앉고, 양다리는 책상 위 키보드 양옆에 올려두었다.
철사 옷걸이의 날개부분을 납작하게 구부려 한 손에 쥐고, 그 끝을 보지 속에 집어넣었다가 뺐다가 자위하고 있었다. 다른 손으론 자신의 유방을 주물렀고, 유두를 입에 물어 셀프로 빨았다.
찔꺽찔꺽.
그녀가 올리고 있는 다리에 가려져서 보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들려오는 보지 물소리 때문에 옷걸이로 삽입 자위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오네쨩! 야메떼!]
헤드셋에서 큰 볼륨이 새어나왔다. 모니터를 힐끔 보니 젊고 키가 작은 남성이, 멧돼지 같은 여자 밑에 깔려서 마구 성추행 당하고 있었다.
"우움... 쯉... 후움..."
방음이 잘 안 되는 집이었다. 바깥에까지 들릴까봐 나름 신음 소리를 죽이고 자신의 유두를 빠는 신재연이었다.
내 인기척을 드디어 느낀 건지, 괴롭히던 유두를 그만 입에서 빼내고, 흔들던 옷걸이도 멈춘채 고개를 돌렸다.
"아..."
"그... 하던 거 마저 해."
[야메떼꾸레에에!]
내 말이 들렸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해주고 방문을 닫았다.
* * *
집에 있던 음식들로 저녁상을 차렸다.
신재연은 평소엔 팬티바람이었다가, 밥을 먹을 때는 박스티를 원피스처럼 걸쳐 입었다.
"..."
"..."
우린 좀 어색한 분위기에서 깨작깨작 밥을 먹었다. 사운드가 심심하니 뉴스를 틀어놓았는데 마침, 우리를 놀리는 듯한 사건 소식이 전해졌다.
[25살 김 모 양은 자신보다 한 살 어린 친남동생을 10년 넘게 성추행과 성폭행을 일삼아 왔습니다.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 받은 김 모 양은 이에 불복해 항소...]
깨작깨작.
섣불리 신재연이 자위했던 것에 대해 '누나, 나는 이해해.' 따위의 얘기를 꺼내는 것보다, 아예 보지 못했던 것처럼 넘어가주는 게 나을 거였다.
"아란 누나는 집에 잘 갔대?"
"그렇겠지."
김하늘한테 따먹히기 위한 수단 겸, 최아란에게도 따먹히기 위해서 최아란과 사귈 생각이었다.
그를 위해선 일단 연락처부터 따야 했다.
"누나. 아란 누나 연락처 좀."
"응? 왜?"
"예쁘시더라고."
"걔한테 관심이라도 생겼어?"
"좀...?"
"으음..."
신재연은 미간을 좁히며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너 걔랑 나이 차이도 있고... 겨우 얼굴만 본 거잖아."
"누가 바로 사귀고 싶대? 지금은 그냥, 몇 번 정도 만나보고 싶은 거야. 관심 있어서. 그러다 마음 맞으면 사귈 수 있는 거지만."
"하아..."
신재연은 대놓고 한숨을 쉬더니 날 쳐다봤다. 심각한 어투로 말했다.
"재준아."
"응?"
"걔가 집안이 좋아."
"무슨 재벌이라도 돼?"
"어."
"엥."
"CY그룹 막내 손녀라더라."
"헐."
"그 녀석이랑 처음엔 잘 될 수는 있어도, 끝에는 분명 힘들 거야. 그런데도 알려줘?"
오늘 아침에 김하늘이 이상한 수작을 부리며, 놀이공원 데이트를 신청한 것에 대해선 '잘 다녀와' 같은 반응을 보이더니만.
최아란하고 나의 사이는 신분격차가 심하다고 느꼈는지, 벌써부터 먼미래를 걱정해주고 있었다.
"만나보고 영 아니다 싶으면 친한 누나, 동생 사이로 지낼 거야. 그럼 됐지?"
"에휴... 그냥 하늘이랑 사귀지."
"좋아하지도 않는 애랑 왜 사겨."
"너희 둘 서로 좋아하는 거 아니었냐?"
"아니야. 하늘이는 나 좋아한다지만."
"걔가 드디어 고백했냐?"
"응. 근데 거절함."
"그런데도 오늘 놀이공원 데이트도 갔다온 거야?"
"하늘이가 이벤트에 당첨됐다는데, 자유이용권이 오늘까지래. 아깝잖아."
"에휴... 불쌍한 하늘이."
"걔가 왜?"
"아냐... 잘 했어."
"잘 했다는 말투가 아닌데?"
"밥이나 먹자..."
"아란 누나 연락처는?"
"알려줄게. 그리고 혹시 걔가 자기 출신 보고 네가 접근하는 거라고 착각할 수 있으니까, 걔 출신 모른 척해. 나도 안 말해준 걸로 할게."
"응, 알았어."
식사를 마치고 밥상을 치웠다.
"최아란 연락처, 톡으로 보냈어."
"고마워, 누나."
"후우..."
"웬 한숨이야?"
"아니다."
신재연은 더웠다는 듯, 박스티를 벗어버렸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주말이면 푹 쉬면 될 텐데, 그녀는 회사 사이트에 들어가 메일함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 내가 신재연이 푹 쉬는 걸, '해피타임'을 즐기는 걸 방해한 거잖아? 미안하네...'
마음 같아선 세균으로 더러울지 모를 옷걸이 같은 거로 자위하지 말라고, 제대로 된 딜도라도 선물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역시 모양이 이상했다.
여동생이 친오빠한테 오나홀을 선물해주는 꼴이니까.
'그냥 서로 모른 척 해주는 게 서로한테 좋겠지.'
난 신재연을 지나쳐 공부방으로 들어갔다. 내일 정수린에게 해줄 과외수업을 점검하는 겸, 신재희를 위한 눈높이 학습 커리큘럼을 점검하고, 고2, 고3 과정을 '복습'하기로 했다.
'좋은 대학 가야지.'
그래서 학력을 기반으로 이 집안에 도움이 될 작정이었다. 그것이 '신재준'과 ''신재준 두 누이'를 위한 속죄였다. 이 몸을 함부로 굴리는 것에 대한 속죄.
'아, 최아란.'
신재연이 보내줬던 최아란의 핸드폰 번호를 저장하니, 톡 어플에서 자동으로 친구 추가가 됐다.
(나) [아란 누나. 저 신재준이에요]
그렇게 보내두고 공책을 펼쳤다.
'아...'
최근 겪은 야한 것들이 날 정신적으로 괴롭게 만들었다. 과외 수업 내용을 점검만 할 생각이었는데도 집중이 잘 안 됐다.
정수린과의 섹스.
김하늘과의 키스.
최아란의 빨간 팬티, 누드톤 브래지어.
신재연의 자위...
이 괴로움은 수음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을 거였다.
'문 안 잠기는데...'
이 오래된 집은 방 문고리마다 있던 잠금장치가 죄다 고장나있었다.
자위하는 도중에 신재연이 문을 열면, 우리 둘 사이는 또 어색해질 거였다.
난 공부방의 문을 열고 신재연을 불렀다.
그녀는 전자담배를 피고 있었다.
"누나."
"후우... 어."
"나 공부에 집중할 거니까, 방문 열지 마. 알았지?"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