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1화 〉과외 학생한테 따먹힘 (31/201)



〈 31화 〉과외 학생한테 따먹힘

짧은 스트레칭을 마치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 김하늘이었다.

나는 발기가 풀리자 침대에서 내려왔다.


"어디 가냐?"
"거실."

나는 거실에 벗어둔 롱패딩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지갑 안은 5만  지폐와 1만  지폐로 가득했다. 전부 정수린네 아저씨한테 받은 것으로, 원래 받기로 했던 과외비를 훨씬 초과한 상태였다. 용돈이라는 명목으로 받은 게 더 많았다.


그중에 20만 원만 꺼냈다.


김하늘한테 돌아가 돈을 내밀었다.

"빌렸던 20만 원."
"야. 친구끼리 힘들면 그냥 주는 거지, 됐어. 친구끼리는 그냥 돈 주는 거야. 받을 생각 없었어. 안 줘도 돼."

의리 보소.


사실 순수한 우정이 아니라 나한테 점수를 따고 싶어서 그러는 것일 거다.

우리는 잠깐 받으네, 안 받으네 실랑이를 벌이다가, 김하늘의 한 마디에 내가 지기로 했다.

"나중에 너도 내가  필요할  주면 돼.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식품 회사의 사장이 김하늘의 할머니였다. 김하늘의 모친은 부사장이고. 김하늘은 나름 금수저인 셈이라... 나한테 돈 달라고  일이 생기려나 싶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나한테 점수를 따고 싶다는데 그냥 져주기로 했다.

대신 김하늘도 원하고, 나도 원하는 걸 해줄 작정이었다. 스킨십.

"어깨 안마해줄까?"

자연스러운 스킨십이라면 안마만한 게 없지.

"뭐, 뭔 어깨 안마야..."


마침 김하늘도 의자에 앉아있겠다. 나도 그 뒤에 서있겠다...

뒤에서 바라보니 단발 사이로 빠져나온 귀가 귀여웠다. 머리카락에 덮어지지 않은  아래 척추뼈.

 그녀의 어깨에 짚고, 엄지로 그 척추뼈를 문질렀다.


"오..."

김하늘은 롤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가서 공략글을 읽고 있었다.


공략글에 감탄한 걸까, 내 접촉에 감탄사를 터뜨린 걸까. 아마 후자겠지.

어깨 가운데를 눌러보니 딱딱하게 뭉쳐있었다. 힘을 줘서 눌렀다.


"으갸갹!"
"뭐야, 그거."


김하늘은 웃긴 애다. 아프다는 비명마저 웃기게 낸다.


"아, 레알 아파....! 하아윽...!"

안마가 아픈지 양쪽 어깨를 수그리고, 좌우로 어깨춤을 추었다.  안마를 방해하고자하는 시도였다.

셔츠의 라운드넥은 앞으로 떠있었다. 김하늘의 가슴 때문이었다. 그녀가 어깨를 수그리니 다소 옆으로 퍼져있던 젖가슴이 앞으로 전진하며, 셔츠 앞섬도  벌리게 됐다. 위에서 내려다보자 새하얀 속살과 브래지어가 감추지 못한 윗가슴이 엿보였다.

순간 손을  안으로 침투시켜서 젖가슴을 정복하고 싶은 욕망이 솟구쳤다. 하지만 참아냈다.


어깨에서 손을 떼자 내가 눌렀던 부위에 손가락자국이 남아있었다. 그 자국은 빠르게 사라져갔다.

"야. 은혜를 원수로 갚냐?"

김하늘이 자신의 어깨를 매만지며, 눈물이 살짝 맺힌 눈으로  노려봤다.

"재연 누나랑 재희도 처음에는 아파했는데. 이제  어깨 안마 없으면 허전하대."
"재연 언니는 그렇다 치고, 재희한테도 해주고 있다고?"
"요즘 알바도  다니고 있거든. 요즘 재희가 기특해졌어. 다 네 덕분이야."
"흐흫... 나 밖에 없지?"
"그래, 새끼야."

김하늘은 자주 확인하곤 했다. '나 밖에 없지?' 이러면서, 내가 의존하는 게 자신 뿐이길 원하고 있는 듯했다.

친남매이자 가장인 신재연은 그렇다 치고 말이다.

"고마우니까 어깨 안마, 계속해줄까?"


난 허공에서 손가락을 주물렀다.


"아, 하지마. 됐어."


그러자 김하늘은 고개를 얼른 저었다.


'의외네. 내 스킨십을 거절하고.'


어깨 안마하다가 자연스럽게 가슴 마사지로 이어볼 생각이었다.

'신재준'을 좋아하는 김하늘이라면 거절하지 않을 거란 계산까지 해놨는데, 어깨 안마에서 막혀버렸다.


"족욕이랑 발 마사지 해줘."
"뭐?"
"시, 싫으면 말고..."


김하늘은 스킨십을 거부한 게 아니었다.


더 매니악한 스킨십을 원했던 거였다.

김하늘은 얼굴을 붉힌 상태로  커뮤니티 사이트 여러 게시물을 괜히 오락가락했다.

괜히 말했다 싶은 거려나.


김하늘의 창피함과 후회가 느껴져서 나도 좀 손발이 오그라드려고 했다.


이 분위기를 깨려면 방법은 하나였다.


"해줄게."
"진짜?!"


김하늘은 날 다시 돌아보며, 신나서 크게 외쳤다.


자신이 신난 티를 너무 냈음을 자각했는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중얼거렸다.

"곧 수린이 올 테니까. 수린이 돌아가면 해줘."


멈출 수 못한 미소의 입가가 씰룩씰룩거렸다.

'족욕이라... 원래 세계로 치면, 김하늘은 자기가 좋아하던 미녀한테 족욕 받는거네.'


매니악하긴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에도 나오곤 하는 장면이었다.

김하늘은 발을 애무받는 섹스판타지가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난 어떤  생각이 번뜩였다.


'오, 이러면... 하늘이를 자극할만 하겠네.'


"그냥 수린이도 같이 해주지, 뭐."
"족욕을? 걔는 왜 해줘."


김하늘의 웃던 표정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수린이한테 가방 선물 받았거든. 그리고 수업도 잘 따라와줘서 수린이네 아저씨한테 점수 많이 따가지고, 용돈도 많이 받았고. 덕분에 과외하는 동안엔 돈 걱정없이 지낼 수 있게 됐어."

'신재준'이 의존할 구석이 너말고도, 정수린이 더 생겼단다.


"그... 그래. 수린이도 해주든지."
"응? 왜? 수린이한테는 해주지 마?"
"내가 하지 말라고 할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지. 친구 사이인데 딴 여자랑 이거하지 마라, 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


'속은  부글부글 끓으려나?'


초인종이 울렸다.

"수린이가 왔겠지?"
"님이 가서 열어주삼."
"알았다."


어릴  기억이 있기에, 이 아파트의 인터폰 사용법도 알고 있었다.

김하늘의 '부려먹음'을 받으니 약간 가슴이 간질간질거렸다.

거실에 있는 인터폰을 누르니 아파트 현관 앞에 서있는 정수린이 보였다.


바로 열쇠 버튼을 눌러 개문시켰다.


거실에서 잠시 대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온 정수린이 다시 초인종을 눌렀다. 인터폰으로 개문시켜준 뒤, 신발장까지 마중을 나갔다.

치킨이 든 비닐봉투를 바스락거리면서 현관 안쪽 복도를 걸어오던 정수린. 외투는  것과 같은 롱패딩이었다.

정수린은 내가 마중 나온 모습에 히죽 변태같은 웃음을 지었다.


"오빠. 하늘이 언니는요?"
"자기 방에 있어..."
"그래요? 오빠, 저 보고 싶어서 이렇게 마중 나오셨구나. 잘 했어요."


신발을 벗고 장판 위로 올라온 정수린이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정수린의 몸에서는 영화관 팝콘 냄새와 겨울의 찬 냄새, 치킨 냄새가 났다.

쓰윽쓰윽.


소녀의 손이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여체가 밀착해오니 생리적으로 발기가 시작되고 말았다.

정수린은 상체를 움직여서, 자신의 복부를 찌르는 내 자지를 자극했다.

"흐응... 2번이나 빼줬는데 아직도 커지는 걸 보면, 오빠는 역시 변태네요."
"수린아..."

마지막으로 사정한지 10시간이 다 되어가잖아. 당연히 회복되고도 남았지.


"그리고 야."

정수린이 내 엉덩이를  쥐었다. 아프진 않았다.

"단둘이 있을 때는 존대하랬지."

나름 나를 위협하겠다고, 낮은 음으로 말하는  같은데...

연기를 못하는 애가 억지로 연기를 하는 듯한 어색함이 느껴졌다.

"네... 죄, 죄송합니다..."

그래도   위협에 당해줬다.

어린 소녀한테 강요받아서 존대를 해야 하다니.

오싹오싹했다...

정수린은 내게 치킨이 든 봉투를 건넸다.


나는 그것을 들고 주방 식탁에 올려뒀다.

거실에 롱패딩을 벗은 정수린은 김하늘의 방으로 갔다. 인사를 나누는 소리가 내가 있는 주방까지 들려왔다.

두 사람이 같이 나왔다.


롱패딩에 감춰져있던 정수린의 복장은 하얀 원피스였다.


'신재준'과 처음 놀았을 때도 하얀 원피스였고, 과외 면접을 본 날에도 하얀 원피스였으며, 나한테 고백을 했을 때도 저 차림이었다.

그리고 저 차림으로 날 따먹을 생각인가 보다.

날 따먹을 때, 빨개벗으려나, 아니면 저 기념비적인 옷을 입은 채로 하려나.

개인적으로 후자였으면 싶었다. 정수린의 몸은 너무 삐쩍 마른 편이라, 살을 찌게 할 필요가 있었다.

착의 섹스라면  품 없는 신체의 매력을 대폭 높여주리라. 지금의 엄청 귀여운 상태로 섹스하는 거니까.


"자, 이게 바로 맥주라는 것이다."

김하늘이 붙박이 김치냉장고에서 캔맥주를 3개 꺼냈다. 알류미늄 캔 표면에 이슬이 맺혀있는  시원해보였다.

원래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

'신재준'의 몸으로도 처음 마시는 술이었다.


예쁜 소녀들과 먹는다 술이고, 강간 당하기 직전에 술인데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짝짝짝 박수를 쳤다.


그러다가 정수린의 비릿한 웃음을 보고 손을 내렸다.

"자, 뜯읍시다. 수린아, 잘 먹을게."

김하늘은 상석 자리에서 치킨 상자를 열었다.

나는 치킨무 비닐을 뜯었는데, 내 가랑이 사이로 침입들어오는 발이 있었다.

양말로 감싸인 작은 발. 내 맞은 편에 앉아있는 정수린의 것이 분명하리라.


"네, 저도 잘 먹을게요, 언니."

정수린은 발을 꼬물꼬물 움직여,  자지를 자극하면서 캔맥주를 땄다.

그리고 한 모금 먼저 마셨다.


날 마시겠다는 듯, 소녀의 시선은 내 얼굴을 찌르고 있었다.

"야. 수린아. 센스 없게. 건배하고 먹어야지."
"아, 너무 먹고 싶어서. 히힣... 죄송해요, 언니."
"아니, 죄송할 것까지 없고."


나와 김하늘도 캔맥주를 땄다.

김하늘이 맥주를 앞으로 내밀자, 나와 정수린도 맥주를 내밀어 건배를 했다.

정수린은 맥주를 꽤나 많이 넘기면서 날 노려보았고, 난 그 눈빛에 시선을 낮추었다.


꾹꾹 내 자지와 고환을 누르며 장난치는 발을 느끼며 맥주를 한 모금만 넘겼다. 시원해서 그런지, 여자애한테 성추행 당하고 있어서 그런지 맥주가 너무 맛있었다.

"크으. 맛있다. 우리 수린이가 겨울 새벽길을 뚫으며 사와준 치킨을 맛볼까."

김하늘은 식탁 아래에서, 자기 좋아하는 소꿉친구와 자기가 아는 친한 동생 사이에 야릇한 일이 벌어지는 것도 모르는채 치킨 닭다리를 뜯기 바빴다.


맥주를 먹어보니 알겠는데, '신재준'은 맥주에 엄청 약했다.


500ml 캔맥주의 절반만 마셨는데도, 얼굴이 화끈화끈하고 손 끝의 감각이 애매해졌다. 알딸딸해졌다.

이 몸으로 소주를 마셔본 적이 없어서, 몸이 술을  받는건지 유독 맥주에 약한 건지는 모르겠다.


양념치킨의 가슴살 부위를 손으로 집고, 입으로 물려다가 위치가 어긋나서 볼에 치킨을 문대고 말았다. 끈적한 양념이 볼에 묻은 게 느껴졌다.

"푸훗! 너 벌써 취했냐?"
"안 취했어."
"이 새끼, 알쓰네."


김하늘이 그런 내 모습에 놀렸고, 정수린도 이런 내가 귀엽다는 듯 히힣 거렸다.

주방 싱크대로 가서 얼굴을 씻었다. 맥주를 더 마시려고 들어보았더니, 내용물  줄어있었다.


"김하늘, 네가 내 꺼 마셨냐?"
"뭔 소리야. 수린아. 내가 쟤꺼 마셨어?"
"아뇨. 오빠, 취했나봐요. 그만 마셔요."
"아닌데... 누가 내 꺼 마신 게 분명한데..."


이상했다. 둘이 짜고 날 놀리는 게 분명했다. 둘이 날 놀리기로 작정했다면, 두 사람은 끝까지 오리발 내밀게 분명하니 더 따지고 들면 나만 입 아팠다.

그래서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 맥주를 다 마셨다. 간장치킨의 날개 부위도 먹다가, 내 앞으로 내밀어진 새로운 캔맥주 모습에 피식 웃었다.

치킨 먹은 다음에 맥주 마시고 싶었는데 딱 대령하다니, 센스가 좋았다.

"고마..."

고개를 들어보니 내게 맥주를   정수린이었다.

"...워, 수린아."
"뭘요."


정수린은 자신 앞에 두고, 김하늘 앞에도 새 맥주를 두었다. 자진해서 맥주를 꺼내온 모양이었다.

우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치킨을 게걸스럽게 뜯어먹었다.


"수린이랑 다른 동생들 데리고 수영장 간 적 있었는데. 저 새끼가 오줌 싼 거 같더라고. 주위  온도가 높아지는 게 말이야. 그래서 내가  놀렸었거든? 그랬더니 우는  있지? 킥킥, 그때 생각나냐, 수린아?"
"아... 예... 초딩 때... 언니, 진짜 그때 저 오줌 안 쌌어요."
"아니, 이것들아. 맥주 마시는데 오줌오줌 할래?"

내가  마디 하자 김하늘은 뭐가 웃긴지 킥킥거렸다.

김하늘한테 술 안주로서 놀림거리가 된 것에 삐쳤는지 정수린은 표정을 와그작 구겼다.

그걸 본 김하늘이 갑자기 정수린의 뺨을 툭툭 때리며 말했다.


"웃어, 새끼야. 웃으라고 한 건데, 삐졌냐?"

나는 입술만 맥주로 적시고 흥미진진하게 두 사람을 지켜봤다.

난 맥주 두 번째 캔을 딴 뒤, 마시는  최대한 피하고 있었고 김하늘과 정수린은 4캔째를 마시고 있었다.


둘은 그 정도 마셔도 얼굴이 아직도 새하얬다.

근데 행동거지를 보면 좀 취한 것 같기도 하다.

김하늘은 거들먹거렸고, 정수린은 정색했다.

둘의 기세싸움에서 진 것은 역시나 정수린이었다.


"히힣..."
"흐흫..."


김하늘은 정수린이 웃자 만족한 듯 자기도 웃었다.

'윽...  녀석이?'

정수린은 분풀이하듯 발로 내 자지를 신경질적으로 눌러댔다. 크게 아픈 건 아닌데, 자기가 화났다고 시위하는 정도라서  아팠다. 이러다가 정수린이 고환을 엄청 세게 때리는 게 아닐까 두려워지기도 했다.


"아, 맞다. 재준이하고 있었던  얘기해줄까?"
"또 더러운 얘기면 하지 마라."
"더럽지 않아. 아, 수린이, 너 신재희 알지?"
"네, 알죠."
"킥킥, 그러고 보니 이 새끼. 찐따라서 신재희한테 막 괴롭힘 당했을  같네."

 먹기 전, 내가 정수린의 얘기로 자극을 줘서 그런가. 지금의 김하늘은 정수린을 자꾸 까내리려고 하고 있었다.


"아니에요... 전에는  사이 아니었고, 지금은 친해요."
"오... 맞다. 같이 알바한댔지? 하여간 그 재희도 어렸을 때는 엄청 귀여웠단 말이지. 재준이 닮아서."
"지랄한다, 또."
"아, 왜. 너 귀여운 거 맞잖아. 수린아. 재준이 귀엽지 않냐?"
"예... 귀여워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