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화 〉과외 학생한테 따먹힘 (19/201)



〈 19화 〉과외 학생한테 따먹힘

(나) [신재희가 정신 확 들었나보던데?]
(나) [진작 이럴 걸]
김하늘 [선생님의 광기에 신재희도 정신이 번쩍 들었나봅니다]
(나) [광기는 무슨 ㅡㅡ]
김하늘 [엌ㅋㅋ 재희가 알바하는 거 꼭 구경가야지. 놀려야지 ㅋㅋㅋㅋ]
(나) [그러지 마라 ㅡㅡ]
(나) [그러다 재희 빡쳐서 그만 두면 네가 책임질 거?]
김하늘 [농담이징ㅎㅎㅎ]
김하늘 [흠. 알바라..]
김하늘 [나도 알바는 잘 몰라성]
김하늘 [아는 애들한테 소수문 해볼겡]
김하늘 [아, 근데 나 오늘 소개팅이라 ㅋㅋㅋ]
김하늘 [내일부터 알아보겟음]


'소개팅? '신재준'을 내버려두고?'


'신재준'의 기억을 뒤져보면 김하늘은 생긴 것도 예쁘고, 배려심도 좋은 애라서 남자애들한테 인기가 많았다.


소개팅 같은 것도 자주 나가고, 썸남도 많이 있었다.

'그거 다 '신재준'한테 관심 끌려는 거 같은데.'

김하늘은 여태껏 정식으로 사귄 남자가 없었다.

(나) [이번에는  남친 만들어라]
(나) [화이팅]
김하늘 [ㅋㅋㅋ 너도 소개팅 ㄱ?]
김하늘 [마침 남자 1명이 아프다고 못 나온대]
김하늘 [너 오면 숫자  맞음]
김하늘 [환영 받을 거임]

신재준은 같은 남자들한테 시기를 많이 받았다. 귀엽게 잘 생겼지, 공부도 잘하지.

지금 소개팅하려는 남자애들은 내가 참가하는 걸 싫어할 거였다. 여자들의 주목을 내가 다 가져갈 테니까.


'그래도 여자애들은 확실히 환영하긴 하겠네.'

(나) [할 맘 없음]
(나) [어차피 못 감]
(나) [과외날임]
김하늘 [아쉽네]

난 핸드폰을 롱패딩의 주머니에 넣었다가 다시 꺼냈다.

(나) [야. 과외하기 좋은 카페 없냐?]
김하늘 [?? 과외를 카페에서 하게?]
(나) [ㅇㅇ 수린이가 그러고 싶대]
김하늘 [오... 데이트 아님? ㅋㅋㅋㅋㅋ]
(나) [뭐라는겨. 신성한 과외임]


3분 정도 답톡이 없더니 매장 이름과 지도를 보내왔다.

김하늘 [이 카페 창쪽 자리에 칸막이 잇음]
김하늘 [과외하기 좋을 덧]
(나) [(찐만두가 땡큐를 외치는 이모티콘)]
김하늘 [ㅅㄱ]
(나) [아 맞다]
김하늘 [?]
(나) [나중에 한 턱 쏠게]


김하늘이 아니었다면, 정수린과 같은 미소녀와 과외 알바하기 어려웠을 거였다.

김하늘 [올]
김하늘 [스테이크 먹어야지]
(나) [하늘아. 적당한 거 먹자 ^^]
김하늘 [어? 어플이 이상해]
김하늘 [니가 뭐썻는지 안보임ㅋ]


김하늘이 알려준 카페에 찾아가봤다. 1층과 2층을 모두 사용하는 카페였는데 방학이라 그런지 커플이 많이 보였다.

김하늘이 말했던 칸막이가 있는 자리는 2층으로 올라가면 있었다.

 자리에 한 번 앉아봤다. 통유리창이라 건물 앞 길에 사람들이 오가는   보였다.

'신경이 분산돼서 집중이 잘 안 될  같은데... 그래도 상관없긴 하네.'

어차피 나나 정수린이나 공부가 목적이 아니었다.

"아, 머리띠 하나 사가자."


* * *



"오빠."

정수린은 눈에 익은 롱패딩을 입고 왔다. 바로 지금 내가 입은 것과 같은 것이었다.


내가 자신의 롱패딩을 보고 있자, 정수린은 변명하듯 말했다.


"아, 엄마가 같은  두 개 샀었는데... 따뜻해보여서 입고 왔어요."
"누가 뭐래?"
"히힣..."

카페의 히터가 공기를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정수린은 롱패딩을 벗었다. 그 안에는 노란색 목티와 흰색 테니스치마, 스타킹 차림이었다. 예쁘다기보단 귀여운 느낌이었다.

정수린은 가방에서 공책을 꺼내 펼쳤다. 숙제한 것을 보여준 것이었다.


내가 만든 연습문제 밑으로 풀이와 함께 정답까지 적혀있었다.


풀이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정답으로 이어져, 내가 따로 계산할 필요가 없었다.


'다 개념 문제라 쉽지. 이 정도도 못하면 공부머리가 없는 거지.'

갑자기 신재희가 걱정됐다. 나한테 공부 받는다고 해도, 과연 잘 할  있으려나. 지금의 정수린  만큼만 해줬으면 좋을 텐데.


신재희는 공부  번 하지 않는 것을 인생업적으로 삼고 있던 아이였다.


"오빠."
"응?"
"스웨터 귀여워요."
"그래? 너도 목티 귀엽네."
"히힣..."

나는 빨간 색연필을 꺼내서 동그라미를 쳐주었다.


30문항을 냈는데 모두 정답이었다.


"올. 수린이, 너 천재 아니야?"
"다 오빠가  알려준 덕분이죠."

정수린은 테이블 때문에 거리가 멀자, 테이블 위로 상체를 숙여왔다.

내 앞까지 온 정수린의 정수리.

하필이면 목티를 입고 왔기에 옷 안쪽을 구경하는 재미를 못 봤다.


정수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뭐할 때마다 칭찬해달라고 하니 약간 개를 키우는 기분도 들었다.

2일차 수업 준비를 하려고 책과 공책를 꺼내는데 정수린이 말을 걸었다.

"저 오빠."
"응?"
"테이블 때문에 멀지 않아요? 과외 소리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시끄러워할지도 모르잖아요?"
"내 옆으로 와, 그럼."
"넵."

내 옆의자에 개어둔 롱패딩을 건넸다.

정수린은 자기가 앉아있던 의자에 내 롱패딩을 올려주곤  옆에 앉았다.

향수라도 뿌린건지, 과외 첫날에 맡아지지 않았던 달콤한 향기가 났다.

과외 첫날에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정수린의  머리카락이 거슬렸다.


"수린아. 앞 머리 좀 까볼까?"
"네? 오, 오빠가 원하시면..."

정수린은 별 거부감 없이 자신의 앞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넓은 이마가 드러났다. 머리카락에 덮여있어 여드름이 잔뜩 날만 했는데, 티 없이 하얗기만 했다.


'안경도 벗으면 더 예쁠 것 같은데... 해리포터 안경이 귀엽기도 하고. 오늘은 앞머리 깐 것에 만족할까.'


나는 가방에서 머리띠를 꺼냈다. 검은색의 무늬가 없는 심심한 것으로 근처 악세사리 매장에서 산 것이었다.


머리띠로 앞 머리를 뒤로 넘긴채 고정시키니, 정수린의 외모가 확 살아났다.

"예쁘네. 너 앞 머리 좀 잘라야겠다."
"귀찮아서요... 그리고 길러야 앞머리 없어질 건데요..."
"아, 그래? 머리띠는 선물이야. 귀찮으면 그걸로라도 까고 다녀, 얼굴 예쁜데 아깝잖아."
"히힣... 저 별로 안 예쁜데..."


과외를 시작했다.


"이 부채꼴에서 색칠한 부분의 둘레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겠어?"
"어... 일단..."

정수린은 슬쩍슬쩍 내 팔에 자신의 팔을 붙였다. 그때마다 내가 가만히 있자 이젠 대놓고 팔을 붙인채 수업을 받았다.


정수린에게 문제를 풀게끔 지시하고, 자리값으로 구매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뜨거운 시선이 느껴져 바라보니, 정수린이 커피를 마시던 내 입술을 쳐다보고 있었다


 입술에 묻은 커피를 혀로 핥짝였다.

정수린의 흑자위가 확장되며 침을 꿀꺽 삼켰다.

"수린아, 왜?"
"아, 아뇨! 오빠,  이거 모르겠어요... 다시  번만 알려주세요."
"아, 어떤 거?"

45분 지났을 때, 10분 동안 쉬기로 했다.


"오빠, 디저트 드실래요? 제가 사드릴게요."
"미안한데... 내가 오빠잖아."
"에이. 원래 이런 거 여자가 사주는 거잖아요. 갔다올게요."


원래 카페에서 파는 디저트는 별로였다. 그래도 과외 때문에 머리를 쓰느라 몸이 당분을 요구하고 있어 먹고 싶긴 했다.

칸막이 너머 우리 옆테이블 팀이 일어나 떠나려고 했다.


20대 커플이었는데 남자가 말했다.

"쟤들 귀엽지 않아?"
"쉿. 들리겠다."

여자가 말렸지만 남자는 무시하고 말했다.


"들으면  어때. 풋풋하다, 풋풋해."


남자의 눈이 잠깐 나와 마주쳤다. 정황상 나와 정수린의 얘기 같았다. 내 속마음을 읽었다면 '풋풋하다'는 말이 나왔을까.


정수린은 블루베리 조각 케이크와 쇼콜라 쿠키, 과자가 잔뜩 꽂힌 생크림 아이스크림을 가져왔다.


"수린아. 점심 안 먹었어?"
"너무 많아요? 남으면 버리죠, 뭐."
"아니, 너랑 먹으면  먹을 수 있겠지. 잘 먹을게요, 제자님."
"예... 히... 선생님..."

난 쇼콜라 쿠키부터 먹었다. 파사삭 부서지다가 녹아내리는 맛이 좋아서 새 쿠키 조각을 들어다가 정수린에게 내밀었다.


"이거 맛있다. 먹어볼래?"
"아~"


그냥 손에서 손으로 건넬 생각이었는데, 정수린은 입을 벌리고 먹여주길 기다렸다.


역시 개 한 마리 키우는 느낌이었다. 그것도 귀엽게 생긴 암캐.


난 피식 웃었다가 소녀의 분홍색 입 안으로 쿠키를 물렸다.

간식을  받아먹는 개가 귀여운 듯, 정수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맛있어?"
"넵."

디저트의 양이 많아서 다 먹느라 쉬는시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길어진 쉬는 시간 속에서, 혹시나 싶어 말을 걸었다.

"혹시 재희 알아? 내 동생인데."
"아... 모르진 않죠."

신재희는 일진이었다.

정수린은 낯선 사람한테는 상당히 소심하게 굴었다. 지금 나와 친해져서는 소심함이 상당히 옅어졌지만.


아마 정수린은 학교에서는 일진한테 괴롭힘 당하는 부류에 속하지 않을까 싶었다.

"혹시 재희한테 괴롭힘 당한  있어?"
"없... 어요. 히히..."


딱 봐도 괴롭힘 당한 적이 있을  같은 마지못한 대답이었다.


'신재희의 정신을 빨리 잡지 못한 '신재준'의 업보... 내가 짊어져야지.'

신재준의 좋은 것만 가져가는 건 양심없는 짓이었다. 신재준의 나쁜 점도 '신재준'이 된 내가 해결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미안. 혹시 재희한테 안 좋은 경험 있으면 내가 대신 사과할게."

나는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그러자 정수린은 숙인 내 머리 위로 손바닥을 올렸다.


'응?'


내 머리카락 감촉을 느끼려는지 쓰윽쓰윽 쓰다듬었다.


원래의 나보다 8살이나 어리고 '신재준'보다는 1살 어린 여자한테, 쓰다듬기를 당했다.

뭔가 기분이 오싹오싹했다.  또한 여자한테 당하는 것이라서 그런 걸까.

"오빠, 재희한테는 아무 감정없어요. 오빠가 고개 숙일 필요없다고요."
"응..."


잘못 없으면 고개 좀 들게 그만 좀 쓰다듬지...?


아니, 사실은 더 오래 쓰다듬어도 괜찮다.

여자가 내 복종을 받아주는  기분이 좋았다. 손발 끝이 오싹오싹 전류가 튀었다.


"재희가 제 농구화를 '빌려'가긴 했어요."
"뭐?"

신재희가 자기 용돈으로 샀다고 구라쳤던 그 비싼 농구화.

역시 누군가한테 빼앗은 거였다. 하필이면  대상이 정수린이었다.

정수린은 자신을 괴롭힌 일진의 친오빠의 뒤통수를 계속 쓰다듬었다. 귓바퀴를 매만지기도 했다.


"신재희한테 제 농구화 돌려달라고 그랬었거든요? 그러자 뭐라는  알아요? 자기껀데  달라고 하냐며, 욕을 하더니 제 뒤통수를 때리고 가더라고요."

신재희, 이 년... 이젠 하다하다 시간차 도발이냐? 신재희를 보자마자  커다란 젖가슴을 두들겨 괴롭히고 싶어졌다.


하지만 드디어  삶을 살겠다고 하는데, 과거 일 가지고 혼내기도 뭐하다.

어떻게 한다.


"미안해. 내가 재희 혼내고, 농구화도 돌려줄게."

일단 농구화를 돌려주긴 해야겠다.


"으음, 아뇨. 어차피 일진이라 험하게 신고 돌아다녔을 거잖아요. 돌려받아서 뭐해요."
"돈으로 줄까? 새 거 사줄게."
"흐음... 엄청 비싼 건데... 괜찮아요, 오빠."


정수린이  두 볼을 잡더니 고개를 들어올리게 했다.


좀 변태 같이 두 눈과 입을 히죽 하고 있는 정수린과 마주하게 됐다.

"오빠 얼굴 봐서 없었던 일로 할 거예요."
"그래도..."
"그냥 고맙다고 하고 넘어가요, 네?"
"고마워, 수린아..."

그녀는 내 양쪽 뺨을 살짝 꼬집더니 손을 떼었다.

정수린은 신재희와 겪은 일이 떠올라 기분을 더러웠을 텐데도, 잔뜩 신난 표정으로 디저트를 먹어치웠다.

정수린은 신재희의 대한 것으로 내게 죄책감의 목줄을 채웠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런 식으로 수위를 점점 높여가서, 결국 섹스를 강요해줬으면 좋겠다...'


정수린한테 따먹힐 상상을 하니 무발기 상태의 자지가 쿠퍼액을 토해냈다.


/ /





'와, 출혈이 심한데.'


정수린은 450만 원을 주고 롱패딩을 구입했다. 아빠가 신재준에게 선물을  것과 동일했다.


'커플룩'을 맞추기 위한 출혈.

정수린의 어머니는 '친구랑 같이 놀아라'하면서 용돈을 많이 줬다. 정수린은 평소에 함께 놀 친구가 없어서 그 많은 용돈을 저축해뒀기에 450만 원은 갖고 있었다. 쓰는 건 문제가 없었다. 그래도 통장 잔고가 텅 비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사고 나서 걱정이 들었다.


'씁. 설마 오빠가 딴 외투 입고 오면 어쩌지?'


2일차 과외를  장소인, 오빠가 알려준 카페로 갔다.


'다행이다.'


오빠는 아빠가 선물로 줬던 롱패딩을 잘 개어 옆의자에 두고 있었다.

'히힣... 커플룩이다...'

인사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오빠가  머리카락  까보라고 시켰다. 얼른 따랐다.

"예쁘네. 너 앞 머리 좀 잘라야겠다."
"귀찮아서요... 그리고 길러야 앞머리 없어질 건데요..."
"아, 그래? 머리띠는 선물이야. 귀찮으면 그걸로라도 까고 다녀, 얼굴 예쁜데 아깝잖아."
"히힣... 저 별로 안 예쁜데..."

오빠가 외모를 칭찬해줬다.


'남자애들한테 음침하다는 얘기만 들었는데... 예쁘다고 말해준 건 오빠가 처음이야...'

정확히 말하면 아빠를 제외하고 처음이었다.


오늘도 오빠는 믿음직한 과외 선생님이었다. 자연스럽게 이해를 해가며 풀 수 있게 수학을 가르쳐주었다.


'그런데 오빠는 고백 언제 하려는 거야.'

자신의 옆자리에 앉게 해주었다.


외모를 예쁘다고 칭찬해주었다.


머리띠를 선물해주기까지했다.

과외하는 동안 오빠 팔에 바짝 붙었다. 그런 스킨십을 거부하지 않는 걸 보면...


역시 오빠는 좋아하는 마음을 품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역시 내가 먼저 고백하는  기다리고 있는 건가. 자기도 남자라고... 어쩌지. 오늘 고백할까? 빨리 키스도 하고, 섹스도 하고... 그러고 싶은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