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과외 학생한테 따먹힘
"아씨. 언니 왔다."
언니한테 들키기 전에 담배폈던 흔적 치워야했다.
책상 위를 보니 페트병으로 만든 재떨이가 치워져있었다.
큰방에서는 바깥의 찬 바람이 느껴졌다. 샤워하고 온 동안 오빠가 담배를 폈던 흔적을 다 없앤 모양이었다.
'휴, 다행이네.'
"아, 누나 왔나 보네."
오빠는 언니가 오자마자 현관문으로 쪼르르 나가는 꼴을 보여줬다.
'내가 집에 올 때는 마중 안 나오면서.'
신재희는 심통이 났다. 그러다가 마중을 어떻게 해주는지 궁금해져 엉덩이를 들었다.
"언니, 왔어?"
"어. 재희야.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신재희는 어깨를 으쓱했다.
"재준아? 이런 것까지 안 해줘도 되는데..."
"얼른 벗어."
옷걸이가 있는 부엌 옆 방. 오빠는 언니의 자켓을 벗는 걸 도와주고 있었다.
'신혼 부부야? 뭐야?'
생각해 보면 언니도 힘들게 일하느라 남자친구를 만든 적이 없었다. 오빠도 마찬가지였다.
오빠한테 가장 가까운 여자는 언니가 아닐까?
'저 둘이 붙어먹는다...? 그게 차선일 것 같긴 하네.'
신재희가 가장 좋아하는 여자를 꼽자면 바로 언니 신재연이었다. 창피해서 겉으론 티를 내지는 않지만, 언니를 존경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에는 이런 거지 같은 집에서 탈출을 못 시켜주는 언니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삥 좀 뜯고, 일진 선배한테 상납급을 바치다보니 돈을 버는 게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됐다. 동시에 어렸을 때 언니가 얼마나 힘들게 자신과 오빠를 키웠던 건지 알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둘이 먼저 근친해대면, 나도 오빠랑 근친할 거야.'
사랑하는 두 사람끼리 결합한다.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되었다.
그런데 그러면 둘은 무려 금단을 범하고 결합하는 것이다. 한 번 금단을 범한 오빠는, 두 번 금단을 범하는 게 쉬울 거였다.
'오빠는 착하니까, 나도 마지못해 받아주고 사랑해주겠지.'
신재희의 입장에선 그게 가장 현실성 있는 베스트 시나리오였다.
'두 사람이 정말 잘 됐으면 좋겠네.'
오빠가 언니의 블라우스 단추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내가 할 테니까 안 도와줘도 돼."
"응. 아, 맞다. 나 오늘 과외 알바했다?"
"과외 알바? 대단한데, 우리 재준이."
"흐흫."
신재희는 낮에 김하늘과 오빠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오늘 김하늘하고 데이트 갔던 게 아니었구나...'
오빠는 냉장고에서 닭똥집이 든 팩을 꺼냈다.
"첫 과외비도 탔다? 자축하려고 이거 샀어. 재희랑, 누나랑 나랑 셋이서 먹자. 먹을 수 있지?"
"그럼. 잘 했어."
언니가 오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도 오빠한테 잘 했다고 쓰다듬어주고 싶은데. 아, 못할 거 없지 않나?'
언니의 손이 오빠 머리에서 떠나가자, 신재희가 다가가서 오빠의 머리카락에 손을 대었다.
"수고했다."
그러자 언니와 오빠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쳐다봤다.
"뭐. 왜. 왜 그렇게 쳐다 봐."
오빠의 머리카락은 부드러웠다. 자꾸 만지고 싶은 중독성이 있었다.
/ / /
큰방 이불을 개고, 작동시킨 전기장판 위에 테이블을 펼쳤다.
보일러를 돌리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약하게 줄여놓은 탓에 집안에 찬 공기가 맴돌고 있어 추웠다.
신재연은 식사할 때라서 박스티를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더운 전기장판을 피해 맨 방바닥 위에 앉아있었다.
반팔 박스티는 얇아서 방의 불빛이 다 들어갔다. 폭유의 그림자가 져서 음란해보였다.
박스티의 긴 자락이 짧은 원피스처럼 팬티를 가리고 있는데, 튼실한 허벅지살 사이로 팬티가 엿보이는 게 내 하반신에 피가 쏠리게 만들었다.
난 애써 발기하려는 걸 참아냈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서 구운 닭똥집을 대령했다.
신재희가 콜라 뚜껑을 따더니 병나발 불며 마셨다.
"야. 컵도 있는데 입대고 마시냐?"
나는 콜라를 컵에 따라서 신재연한테 내밀었다.
"고맙다."
"나야말로 누나한테 고맙지."
"미안해... 알바 같은 거 하게 해서."
신재연이 죄지은 표정을 지었다.
신재연한테 무슨 잘못이 있나. 세 남매를 버린 부모의 잘못이었다.
오히려 신재연은 잘 하고 있었다.
"누나는 잘 하고 있어. 처음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그럴 테고."
나는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어다가 그녀한테 내밀었다.
"아, 해."
"아..."
'치아도 새하얗고, 치열도 예쁜 거 봐.'
새빨간 혀를 구경하며 그 바닥 위로 고기를 올려뒀다. 신재연은 맛있게 우물거렸다.
"간 잘 됐네. 맛있다."
"저기요? 나 왕따야?"
징징거리는 신재희의 입에도 고기를 넣어줬다.
"누나. 재희가 그러는데. 이젠 일진 짓 안 할 거래."
"야. 내가 언..."
신재희의 나쁜 입에다가 다시 고기를 넣어 다물게 했다.
"나한테 혼나면서 애들한테 삥 뜯던 거 잘못했다며. 잘못인 거 알았다는 건... 그 잘못된 짓을 그만할 거란 얘기 아니었어?"
신재희는 우물우물 씹더니 꿀꺽 삼키더니, 신재연의 눈치를 살짝 살피곤 말했다.
"아니, 분명 잘못했다고 했긴 했지... 그런데 일진회에서 그냥 나올 수 있거나 한 게 아니라서..."
오, 체벌 효과가 있었던 걸까. 한 번 찔러본 것이었는데 신재희는 정말 일진회에서 나올 것을 생각해본 모양이었다.
나는 신재희의 손을 잡았다.
신재희는 흠칫했다가도 손을 빼진 않았다.
"오빠가 공부 알려줄까?"
"고, 공부는 좀..."
"공부도 재밌다? 시험에서 높은 점수 얻으면 확실히 재밌어질 거야. 롤에서 킬뎃어시 잘 뜨면 기분 좋잖아? 공부는 시험 점수가 킬뎃어시인 거야. 롤에서 펜타킬하면 사람들이 막 떠받들어주지? 그러면 기분 좋지? 그것처럼 전교 10위 막 이러면 떠받들어줘."
"그래?"
신재희는 컴퓨터 게임을 좋아했다. 공부하라고 맨날 잔소리를 해도 게임을 해댈 뿐이었다. 게임은 즐거웠다. 그런 게임에 빗대어 공부를 설명하니 혹한 표정이 되었다.
"재희야. 일진 애들이 위협하려고 하면 언니한테 말해. 요새 심부름센터에서 일진으로부터 지켜주는 서비스도 한다더라. 얼마가 들어도 그거 해줄게."
"응..."
신재희의 긍정에 난 놀랐다.
'날 때리게 시키는 게 직빵이었네.'
/ / /
"야. 컵도 있는데 입대고 마시냐?"
오빠는 그렇게 잔소리를 하더니 언니한테 콜라를 따르주며 내밀었다.
'내 컵에는 안 따라주면서.'
자신도 오빠한테 내조를 받고 싶었다.
언니가 집에 도착하면 오빠가 마중나가듯, 자신이 집에 오면 오빠가 반겨줬으면 좋겠다.
"아, 해."
"아..."
오빠가 음식을 떠먹여줬으면 하고 바랐다.
"저기요? 나 왕따야?"
그렇게 칭얼거리자 오빠가 고기를 입에 넣어주었다.
아니다. 이런 식으로 마지못해 주는 게 아니라, 오빠가 봉사하는 마음으로 먹여줬으면 하는 거였다.
"누나. 재희가 그러는데. 이젠 일진 짓 안 할 거래."
"야. 내가 언..."
오빠가 또 어거지로 먹여주는 닭똥집.
"나한테 혼나면서 애들한테 삥 뜯던 거 잘못했다며. 잘못인 거 알았다는 건... 그 잘못된 짓을 그만할 거란 얘기 아니었어?"
신재희는 고기를 삼키고 말했다.
"아니, 분명 잘못했다고 했긴 했지... 그런데 일진회에서 그냥 나올 수 있거나 한 게 아니라서..."
일진회. 그만두고 싶긴 했다. 일진 선배들한테 얼차려 받는 것도 질리고, 상납금 압박을 받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교사들한테 모멸과 적개심을 받는 것도 싫었다.
특히 기미정과 이제 또 같은 학교를 다녀야해서 싫었다. 일진을 그만두면 기미정이 부를 때, 재깍재깍 달려가야 하는 의무도 사라질 것이었다.
다만, 일진회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의 반작용이 무서웠다. 일진회에서는 린치를 해올 것이고, 여태껏 자신이 괴롭혔던 학생들이 자신을 왕따시키지 않을까 두려움이 들었다.
그리고 오빠 문제도 있었다. 일진을 관두면 별 시답잖은 년들까지 자신한테 오빠를 입에 담으며 시비를 걸 확률이 높을 거 같았다.
"재희야. 일진 애들이 위협하려고 하면 언니한테 말해. 요새 심부름센터에서 일진으로부터 지켜주는 서비스도 한다더라. 얼마가 들어도 그거 해줄게."
신재희도 들은 적 있었다. 위협적으로 생긴 여자들이 이모 행세를 하며, 따돌림 받는 학생과 함께 등학교를 해주는 서비스가 있다고.
'그걸 받으면 학교 생활... 괜찮으려나?'
일진 생활을 청산하면,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오빠가 웃으면서 반겨주려나?
오빠를 도발해서, 오빠한테 구타를 유발하는 것도 막혀버린 상황이었다. 오빠가 자신을 대신 때리라고 하는 바람에.
이런 상황에 일진을 할 필요가 있나?
"응..."
그러자 오빠가 손을 잡아주었다. 오빠가 대견한 눈으로 바라봐주었다.
이런 손길과 이런 눈을 보는 게 몇 년 만이지?
"오빠가 공부 알려줄까?"
"고, 공부는 좀..."
아무리 오빠가 가르쳐주는 공부라도 싫었다.
재미도 없고, 머리가 아프고, 나중에 사회 생활에서 쓰이지도 않을 거 같은데,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공부도 재밌다? 시험에서 높은 점수 얻으면 확실히 재밌어질 거야. 롤에서 킬뎃어시 잘 뜨면 기분 좋잖아? 공부는 시험 점수가 킬뎃어시인 거야. 롤에서 펜타킬하면 사람들이 막 떠받들어주지? 그러면 기분 좋지? 그것처럼 전교 10위 막 이러면 떠받들어줘."
"그래?"
오빠가 게임에 빗댄 말로 설득하니 흥미가 생겼다.
게임처럼 공부하면,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생겼다.
그동안 학교에서 학생들이나 교사들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다.
학생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서 여겨지는 건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일이었지만, 반대로 일진 선배들이 공포의 대상이었기에 자신도 바짝 엎드려야할 일이 많았다.
일진 짓을 하는 건 결국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반면에 일진을 관두고, 공부를 잘하게 된다면?
학생들 반응은 둘째 치고, 교사들의 반응이 확 달라질 것이 분명했다.
교사들은 공부 잘 하는 학생들한테 무조건적으로 호감을 보여주니까.
공부, 한 번 해보고 싶어졌다.
아니, 그래도 역시 공부는 거부감이 든다. 왠지 공부하면 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 한 번, 긍정적으로 생각해볼게..."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해봐."
오빠는 진심으로 기쁘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 같아...'
그때는 오빠가 잔뜩 귀여워해주면서 머리를 쓰다듬고, 껴안아주기도 했었는데. 부모한테 버려졌을 때는 꼭 끌어안고 자주기도 했었는데.
일진이 된 뒤로는 그런 일이 없어졌다.
역시 일진을 관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오빠, 그런데 과외하는 애는 누구야?"
"정수린이라고 하는데. 혹시 알아? 너랑 같은 학년인데."
"정수린? 몰라. 여자야?"
"응. 어렸을 때, 둘체도 아파트에서 같이 논 적도 있었는데."
"몰라."
정수린이 누군지 몰라도 괘씸했다.
이렇게 귀여운 남자랑 단둘이 밀폐된 방에서 공부를 할 게 아닌가.
'분명 오빠한테 발정났을 거야. 기분 더럽네.'
"오빠, 설마 그 차림으로 가서 했어?"
"어? 응. 왜?"
'옷이 얇아서 유두 튀어나온 거 다 보이잖아, 아씨.'
정수린인지 정수리인지 그년이 오빠 유두를 막 훔쳐봤을 게 틀림없었다.
오빠의 음란한 부위를 다른 여자가 훔쳐봤다 생각하니 화가 났다.
"추운데 안에 나시티 하나 속에 입고 다녀."
"오, 네가 웬일로 내 걱정을 다하냐."
"아무튼 알았어?"
"그래, 알았다. 맞다, 재희야."
오빠는 말할까 말까 망설이는 듯하더니 결국 말했다.
"나 정수린네 아저씨한테 롱패딩 하나 선물로 받았게 있거든? 나 과외할 때 그거 입고 가야 돼. 그거 엄청 비싼 거니까 절대 함부로 입고 나거가나 하지 마, 알았지?"
"어? 어."
'뭐야. 내가 훔쳐갈까 걱정한 거였어?'
신재희는 뭐라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훔쳐간 오빠 물건이 많았다. 오빠한테 혼난 다음에 모두 돌려주긴 했지만 말이다.
야식을 모두 먹었다. 오빠가 먼저 샤워하고 젖은 머리를 헤어드라이기로 말렸다. 언니가 그 다음에 샤워하러 들어갔다.
신재희는 큰방의 이불 속에서 핸드폰을 갖고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오빠가 이불 속으로 들어오며 하는 말에 놀랐다.
"재희야. 우리 옛날처럼 같이 잘까?"
"뭐?"
"싫어?"
"아니... 그러고 싶으면 그러든가."
신재희는 가슴이 떨렸다. 남자의 몸이 된 오빠와 처음으로 동침하는 것이었다.
'오빠가 잠들었을 때, 잠결인 척 거시기 한 번 만져봐야지.'
그 상상만으로도 아찔함이 들었다.
언니가 샤워를 하고 돌아왔다.
"누나, 나도 같이 잘래."
"셋이서 자자고?"
"응."
팬티 한 장만 걸치고 있었는데, 그녀의 폭유를 보자 신재희는 승리감을 느꼈다.
언니보다 가슴이 큰 건 신재희가 우월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싫어, 누나?"
"아니야. 좋아."
'언니도 오빠가 남자 몸이 돼서 걱정되나보네. 그런데 눕는 순서는 어떻게 되는 거지?'
옛날 같으면 인간 난로인 신재연을 가운데 두고 잤다.
'아, 개 싫은데. 그럼 오빠 옆에 못 눕잖아.'
신재희는 일부러 화장실에 가서 핸드폰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큰방으로 돌아와보니 신재연은 전기장판 밖에 이불을 하나 더 깔고 그곳에 자고 있었다.
오빠는 전기장판 위 이불에 누워있었는데, 그 옆자리가 한 사람이 누워 잘만큼 비워있었다.
'아싸. 오빠 옆에서 잔다.'
"변비임?"
"아니거든."
신재희는 이불 속에 들어갔다. 추운 화장실에 있느라 차가워진 몸을 전기장판의 온기가 녹여주었다.
두근두근.
바로 옆에 오빠가 누워있었다. 잠이 잘 오질 않았다.
엄지혜의 집에서 놀다가 새벽 2시나 3시에 자는 게 보통이어서, 밤 12시에 불과한 지금은 피곤하지도 않았다.
반면에 오빠는 금방 잠들었다. 규칙적인 호흡을 시작했다.
"으음..."
'헉?!'
오빠가 몸을 옆으로 돌리더니 팔을 폭유 위로 올렸다. 본능적으로 부드러운 것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시발... 어떻게 자라는 거야.'
열이 피어오르듯, 오빠가 만지는 부위가 불처럼 뜨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