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과외 학생한테 따먹힘
"집안일해야 돼."
"네?"
"집청소도 하고, 빨래도 돌리고, 설거지도 하고, 장도 봐오고..."
"바, 바쁘시겠네요."
"밀리면 나중에 하기 힘드니까."
'오빠가 어디 딴데 놀러가는 것도 아니고, 집안일 때문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
그러면 앞으로도 방학 내내, 과외 말고는 오빠와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없는 걸까?
'오빠와 만날 시간을 없다면... 과외할 시간을 이용하면 되지 않나?'
정수린은 천재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아! 가끔은 카페나 도서관 같은데서 과외하는 건 어떨까요?"
'난 역시 대단하다니까.'
"음..."
오빠는 뜻밖에도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뭐야. 왜지?'
오빠도 날 좋아할 텐데? 그럼 데이트를 하듯 과외하자는 내 의견에도 좋아해야할 텐데?
'설마 진짜로 숨겨둔 애인 같은 게 있나...? 오빠가 데이트를 해주는 대가로 용돈을 주는...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그 애인과 마주치기 싫은 건가? 그런 거야?'
신재준은 기생수... 즉, 기초수급생활자인 것으로 유명했다. 그의 여동생인 신재희도 마찬가지였다.
신재준은 미남인데 기생수라서, 신재희는 일진인데 기생수라서 초등학교 때부터 유명했다.
그러다 보니 은근히 퍼진 소문이 있었다. 신재희한테 담배 한 갑을 갖다주면, 그 오빠인 신재준이 대준다는 소문이었다.
물론, 미남인 신재준을 시기하는 남학생과 일진인 신재희한테 원망을 품은 여학생의 환장 콜라보로 생성된 말도 안 되는 소문이었다.
그 악의적인 루머 말고도 간간히 '디테일'을 갖추고 떠도는 소문도 있었다.
신재준이 나이 많은 여자를 스폰서로 만난다더니, 그 여자의 스포츠카에 올라타서 떠난 걸 목격했다느니, 어떤 여자와 팔짱을 끼고 모텔에 들어가는 걸 봤다느니...
가장 그럴듯한 소문은 '가난한 신재준이 부자집 딸인 김하늘한테 맨날 대주고 있다'는 거였다.
정수린은 그 모든 것을 믿지 않았다.
'아니야. 오빠는 돈 때문에 여자를 만나는 남자가 아니야. 그래도 오빠가 바깥에서 과외하는 걸 싫어하는 것 같으니...'
"노, 농담이었어요, 오빠. 히히..."
"아니... 해줄까?"
"네!?"
'거봐! 거리낄 게 없으니까 허락하잖아. 방금 고민한 건... 혹시 나랑 데이트하다가 다른 사람한테 알려지는 게 부끄러워서? 히히, 그러네. 그게 가장 말이 되네.'
오빠가 표정을 굳혔다.
'어... 왜지? 또 뭐가 맘에 안 든 건데?'
남자의 마음은 잘 모르겠다.
"백색소음이라고 해서, 파도소리나 빗소리, 아니면 카페에서 나는 불규칙적인 소리가 있는데. 그걸 들으면서 공부하는 사람도 많아. 그것 말고도 집에서는 공부 잘 못해서 카페나 독서실을 찾아가 공부하는 경우도 많고. 너한테 그게 맞으면 좋겠네."
'아하. 과외 선생님으로서 말하려고 그냥 분위기 잡은 거였구나. 귀여운 얼굴로 진지한 척하는 오빠... 볼라 귀여워.'
"다음번 과외는 그럼 카페에서..."
"수린아. 당장은 어렵지 않을까? 일단은 과외 계속 쭉 할 수 있는지도 아직 결정난 게 아니잖아. 계속 쭉 하게 너희 아버님이 일단 오케이 하셔야, 카페에서의 과외를 하든 말든 할 것 같은데... 그 카페에서의 과외도 아버님 허락 받아야할 거고."
"오빠, 걱정마세요. 제가 아빠 잘 설득할게요."
"그럼 제자님, 잘 부탁드려요."
오싹오싹... 오빠한테 장난스러운 존댓말을 들으니까 아랫배가 떨려왔다.
"네, 네! 선생님! 저만 믿어요!"
'오빠는... 섹스할 때 존댓말해주려나?'
[수린 님. 자지 세웠어요. 제 자지 어때요? 맛있어보이나요?]
[수린 님... 조개가 엄청 맛있어보여요... 빨아봐도 돼요?]
[수린 님. 여기가 성감대 맞으세요? 아, 정말 어디예요? 정답을 알려주세요. 네?]
[수린 님... 아랫입으로 부디 제 자지를 맛봐주세요...]
[수, 수린 니임! 자, 자지가 부러질 것... 같아요옷...! 질에 힘빼주세요, 제발...!]
[수, 수린 님. 수린 님! 가, 가요! 아, 아기씨가... 수린 님 아기방으로 뿜어져요오옷!]
'흐흐흫...'
* * *
신재준이 집에서 떠났다.
'휴우... 과외 허락은 받았네. 이젠 과외 장소를 변경해도 되는 걸 허락 맡아야 되는데...'
오빠는 과외 장소 변경에 대해선 다음번에 허락을 맡자고 했다. 과외 첫 날부터 과외 장소 변경에 대해 말하면, 부정적인 반응이 나올 확률이 높을 것 같다고 말이다.
"재준이, 쟤는 왜 저렇게 말을 잘 하냐."
"뭐?"
"하늘이가 보는 눈이 있네."
"하늘이 언니가 왜?"
"저런 애랑 사귀잖아."
정수린은 표정을 찌푸렸다.
뜻밖에도 아빠는 오빠를 높게 치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깜빡 속은 상태였다. 김하늘과 신재준과 사귀는 사이라고.
'오빠는 사실 하늘이 언니하고 안 사귀고, 날 좋아하는데.'
"하늘이 아빠한테 재준이 이야기 몇 번 들었었는데... 애가 참 신랑감이긴 하네. 듣던대로 귀엽게 생겼고. 너도 나중에 저런 애랑 사귀어."
"어? 그, 그러려고."
"말은 잘 해요."
마침 잘 된 것 같다.
나중에 오빠랑 사귄다면 급에 안 맞는다느니, 그런 소리를 하면서 막 반대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쌍수 들고 환영할 분위기였다.
그리고 오빠를 저토록 좋게 보고 있다면, 과외 장소 변경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여기지 않을까.
"아빠. 나 가끔씩 카페나 도서관에서 과외 받아볼까 하는데."
"뭐? 왜?"
"그게... 오늘 과외 받아봤는데 집은 너무 조용해서 약간은 집중이 안 됐었다고 할까? 재준이 오빠가 그러는데 사람 중에는 백색 소음이 들려야 공부 더 잘되는 사람도 있대서."
"그래? 잘 됐네. 집에서 좀 나가라. 너 맨날 컴퓨터 앞에만 앉아서 컴퓨터만 하는 꼴 보기 싫었어."
엄청 간단하게 허락의 말이 떨어졌다.
'아, 맞다. 아빠는 내가 집 밖에 나가길 원했지.'
정수린의 피부가 창백했던 것은 유전자 탓도 있었지만, 집에서만 지내다 보니 햇볕을 보지 쬐지 못한 탓도 있었다.
아빠는 매번 집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하든, 운동을 하든 등산을 하든 하라고 잔소리를 했었다.
'아싸. 다음 과외는 카페해서 해야지.'
첫사랑과 카페에 가서 90분 동안 함께 있을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심장이 떨려왔다.
'90분이 뭐야. 오빠도 집까지 데려다주고, 그러다가 오빠가 '라면 먹고 갈래?' 이러면... 흐흐흫...'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신재준이 앉아있었던 의자를 바라보곤 침을 삼켰다.
정수린은 무릎을 꿇고, 그가 앉았던 의자에 볼을 부볐다.
"하아... 오빠..."
아직도 그의 온기와 체취가 남아있는 듯했다.
곧 몸을 일으킨 정수린은 자신의 방문을 잠그고, 다시 신재준이 앉았던 의자 옆에 섰다. 의자 팔걸이를 매만졌다.
'오빠가 팔을 올려뒀던 팔걸이...'
정수린은 원피스의 치마자락을 말아올렸다. 그러자 파란 정맥이 드러난 창백한 색상의 허벅살과 노란색 팬티가 드러났다.
보지 부분이 젖어 노란색이 짙어져 있었다. 젖은 천이 바짝 붙어서 음순 모양이 드러나있었다.
다리 하나를 의자에 올렸다.
그 상태로 허리를 내려서 보지를 의자 팔걸이에 비볐다.
"흐으.... 오빠의 팔..."
신재준의 팔에 보지를 비비는 거라고 상상하니 황홀함이 올라왔다.
"오빠... 오빠..."
의자가 고정되어있으면 좋겠는데, 보지를 문지를 때마다 의자가 자꾸 옆으로 돌아가서 짜증났다.
의자 팔걸이가 애액으로 물드는 것은 금방이었다.
/ / /
집에 가는 길에 장을 봤다. 떨어져가던 휴지와 섬유유연제도 사고, 신재연이 퇴근하면 함께 야식을 먹으려고 닭똥집도 샀다.
가능하면 소주도 사고 싶었지만 미성년자라서 구매하지 못했다. 그냥 콜라를 샀다.
콜라 1.25L짜리 때문에 비닐봉투가 무거웠다.
겨울의 해는 빨리 저물어 벌써 캄캄했다.
'하늘이한테 상황 보고 겸 감사 인사나 할까.'
두루마리 휴지 30롤이 든 팩은 부피가 많이 나가서 따로 한 손에 들고 있었다.
전화를 하기 위해 그 팩을 비닐봉투와 함께 쥐었다.
[모시모시.]
"과외 한 달 확정."
[이욜. 제법인데? 믿고 있었다구?!]
"네 도움이 컸다."
[인정?]
"어, 인정. 고맙다."
[나 밖에 없지?]
"어, 그래. 너밖에 없어."
[...킥킥, 수린이네 아저씨랑 잘 안 맞는 것 같더니.]
"처음부터 중간까지 인상이 다 별로였는데. 마지막에 나 떠나갈 때, 선물 주셔서 좋은 분 같아짐."
[엥? 선물?]
"롱패딩."
[킥킥, 뭐 그런 걸 다 주셨데. 그래도 그 선물 때문에 서운했던 마음이 다 풀렸구만?]
"아, 근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왜? 수린이가 수업 잘 못 따라와? 아니면 과외가 적성에 안 맞아?]
"수린이는 열심히 하려고 해서 문제 없고. 나도 과외 별로 힘들지 않아."
[그럼 왜?]
"신재희가 내 롱패딩 훔쳐갈까 봐."
[앜. 그러네. 너의 집에는 도둑년이 살고 있었지.]
"이거 진짜 신재희가 쌔벼가며 안 돼. 수린이네 아저씨가 과외하러 올 때마다 입으라고 했다고."
[외투를 뭔 맨날 똑같이 입어. 그냥 하신 소리겠지. 그리고 툴툴 대시면서도 네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롱패딩 비쌀 건데 그걸 주시고.]
"그런가...? 하여튼 신재희, 얘를 어떻게 제정신을 차리게 만들지?"
[글쎄다... 이건 나라도 뾰족한 수가 안 떠오르네. 아. 낮에는 너 예민한 것 같아서 못 물어봤는데, 신재희가 또 뭔 사고를 친 거냐? 재희가 뭘 잘못했다고 그렇게 덮쳐타서 그렇게 유방을 때리고, 쥐어뜯은 거야?]
"너랑 관련있어, 새끼야."
[넹? 전 가만히 있었는데요?]
"몰라. 하여튼 그래."
[아니... 말하기 싫으면 나랑 관련되었다고는 말하지 말던가요. 궁금하게스리. 도와줘?]
"됐어. 내가 어떻게 해봐야지. 이젠 내가 맞아보려고."
[뭔 소리야?]
"내가 재희를 맨날 때려봐도 안 바뀌잖아. 이젠 재희한테 날 때리라고 할 거야."
[...이상성욕에 눈을 뜨셨군요, 선생님.]
"뭐래. 어쨌든 갖가지 방법 다 동원해볼 거야. 내 동생인데 어떻게든 사람 만들어야지."
[멋진 오빠네.]
"아닌데..."
[맞는데.]
멋진 오빠는 절대 아닐 거였다.
나는 '신재준'을 이용해 내 섹스 판타지를 누릴 생각이었다.
'신재준'의 가족들에게 죄책감이 들었다. 나는 그 죄책감을 해소시킬 요량으로 이러는 것뿐이었다.
"끊어. 나 집에 다 옴."
[이 쉑. 하나 뿐인 친구를 시간죽이기용으로 쓰네?]
"너말고도 친구 많거든?"
[야. 나 말고 네가 부르면, 한달음에 달려와줄 진정한 친구가 또 있겠냐?]
신재준의 친구들을 떠올려보았다. 그중에 내 전화 한 통에 바로 달려올 만한 여자 사람 친구는...
엄청 많았다. 신재준과 어떻게 보지 비벼보려는 여자는 많았다.
그럼 고추 친구 중에는 있으려나?
있었다. 한 명.
"딴놈들은 몰라도, 예성이는 내 부름에 달려올 것 같은데?"
[아, 예성이... 그러네. 내 라이벌이 있었군.]
나예성은 중학교 때부터 신재준의 베프라고 할 수 있는 남자애였다.
특이한 성벽을 가지고 있어서, 중학생 때부터 뚱뚱한 아줌마랑 사귀던 놈.
신재준과 나예성이 친구가 된 계기도 그 아줌마 때문이었다.
나예성이 그 아줌마 차에서 내리고, 운전석에 앉아있던 아줌마랑 키스했다. 신재준은 그 광경을 목격했다.
나예성은 소문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고, 신재준은 정말 소문내지 않았다.
나예성 입장에선 그게 인상 깊었는지, 신재준을 절친으로 여기고 지냈다.
신재준도 자기 좋아해주는 사람을 밀어내지 않아서, 나예성을 절친으로 삼고 있었다.
나예성은 지금 겨울방학이라고 그 아줌마랑 17박 18일 유럽 여행 가있는 상태였다.
"끊는다. 나 문 앞인데. 손 없어서 문 못 열고 있어."
[잘 자. 내 꿈 꾸고.]
"너도. 내 꿈 꿔."
[헉. 씨. 소름 돋아. 왜 받아주는데?]
"나만 소름 돋기 싫어서."
통화를 종료시키고 주머니에 넣었다.
'김하늘, 얘는 진짜 '신재준'을 좋아하면서 왜 고백도 안 하고, 덮치지도 않냐.'
비게 된 손으로 보일러실 문을 열었다.
"어?"
보일러실 문을 연 까닭은 여기 열쇠가 놓여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열쇠는 안 보였고, 보일러가 쿠우웅 하며 운전 중이었다.
'신재희가 아직도 있나?'
현관문이 그냥 열렸다. 현관 안에 값비싸보이는 농구화가 놓여있었다. 신재희의 것이었다.
이 농구화, 신재희는 용돈을 모아서 산거라고 뻥 쳤지만... 글쎄, 삥 뜯어서 샀거나 누군가의 것을 뺏은 게 분명했다.
'재희가 집에 있나 보네.'
오늘 낮에 신재희한테 이렇게 말하고 집을 나섰다.
신재희가 내 말을 씹고 집 나갔을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아니. 도대체 보일러를 몇 도로 맞춰둔 거야?'
바닥은 뜨거웠고, 집안 온기는 후끈후끈했다.
방한이 잘 안 되는 집인데도 덥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것도 모종의 반항인가? 여태껏 자기가 보일러 틀자고 했을 때, 안 틀어줬으니 펑펑 틀겠다는? 별 이상한 반항을 하고 있네. 에휴...'
기름값 아까워라.
부엌에 휴지와 섬유유연제를 내려두고, 부엌 옆 방 냉장고에는 닭똥집 팩과 콜라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롱패딩을 벗어서 잘 갠 뒤, 서랍장 속에 넣었다. 옷걸이에 걸어두면 신재희가 가져갈까 봐.
큰방 문을 열었다.
"야."
큰 방에 있는 한 인영을 보고 난 의심찬 목소리로 묻고 말았다.
"어? 누나...?"
컴퓨터 의자에 양반다리로 앉아있는 것은 팬티바람의 미녀였다.
컴퓨터 모니터의 불빛이 귀여운 얼굴과 어거지로 붙여놓은 듯한 폭유, 가느다란 허리를 비추고 있었다.
그 미녀는 입에 일반 담배를 물고 있었다.
담배 필터 앞부분을 두 손가락으로 잡더니 빼냈다.
"후우..."
나른한 눈으로 날 쳐다보며, 길게 담배 연기를 뿜었다.
그러고는 말했다.
"시발. 내가 언니로 보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