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화 〉겨울방학 (7/201)



〈 7화 〉겨울방학

* * *





"재준아, 노올자~"


'어떻게 이런 집에서 살지.'

쓰레트 지붕.

집을 둘러싼 담벼락은 무너져 가고 있었다.

'대단하다. 진짜.'

반투명한 유리로 된 문너머로 사람의 형체가 다가오는  보였다.


신재준이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신재연의 것인 깔깔이를 입고 있었고, 그 안에는 얇은 티셔츠를 입었다. 티셔츠는  주위가 늘어지고 노랗게 변해있었다.

목이 늘어졌기에 새하얀 가슴께 피부와 쇄골이 엿보였다. 보기 좋았다.


그 귀여운 노출과 신재준의 얼굴을 보자, 겨울 추위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몸이 뜨거워졌지만...

'날 여자로 안 보는 거지?'

머리는 식었다.

신재준의 옷차림은 편해도 너무 편했다. 이성적으로 신경쓰이는 여자가 왔다면 적어도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었을 텐데, 소년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다. 마치 자신의 혈육을 대하는  같았다.

'흐음. 겨울 방학 동안이라도, 멀리 떨어져 지내볼까?'

힘들 때마다 도와주는 게 누구고, 고민거리를 들어주는 게 누구인가.


신재준한테는 그걸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왔어? 들어와."
"오, 너희 집, 엄청 춥다. 보일러 기름 주문했어?"
"아직."


양말을 신어도 냉기가 올라오는 방바닥이었다. 부엌과  옆방을 지나쳐서  방에 들어섰다.


벽지 윗부분에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곰팡이를 냄새가 코를 찔렀다.


혹시 들숨을 통해 들어온 곰팡이 균이 폐에 심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위기감까지 들었다.


김하늘은 질색할 뻔했지만 좋아하는 남자애 앞이라서 티를 내지 않도록 표정관리를 했다.

그리고 더 강하게 얼굴에 힘을 주었다.

"자, 이거."


'자, 보여줘. 미안해하는 표정을.'


김하늘은 표정이 음흉하게 변하지 않게 하려고 조심했다.

"땡큐."

'응?'

신재준은 무덤덤하게 돈을 받아갔다.

'되갚을 거라고 확신해서... 별로 미안함이 없는 모양이네.'


기대했던 반응과 크게 달라서 실망했다. 그런 내색을 숨기며 쾌활하게 말했다.

"너  아니면 동태됐겠네? 생명의 은인이라고 부르거라."
"뭐라는 겨."

'뭔 집에서 숨 쉴 때마다 김이 보이냐...'


"후우, 춥다."
"이불 속에 들어가. 전기장판 틀어놨어."

'재준이가 들어가있었을 이불... 음? 추위 많이 타나.'

"오. 전기장판, 아주 후끈후끈하구만."


이불 밑에 깔린 전기장판의 온도가 높았다.

"네, 1드럼이요. 현금으로 결제할 거예요."

신재준은 기름을 주문하더니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김하늘은 괜히 심장이 떨렸다.  이불 속에 같이 있게 됐다. 괜히 이상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만...


"1드럼? 그걸로 얼마나 가?"
"두 달? 겨울은 다 보낼 수 있을 거야."
"그래? 난방비, 생각보다 싸네?"
"그러게... 아, 맞다. 하늘아, 정말로 차용증 써?"
"당연히 농담이지."
"아, 뭐야.  써놨는데."


신재준이 벽에서 들을 떼더니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냈다.


"헐. 킥킥. 정말 썼어? 어디 봐봐."

김하늘은 마침 잘 됐다고 생각하며 신재준에게 엉덩이를 붙여 앉았다. 그리고 그가 펼친 차용증을 내려다봤다가...


'시발...'

신재준의 귀여운 귓바퀴와 가냘프면서도 꼴리는 목젖이 나와있는 목, 빨고 싶어지는 쇄골...

'허.'

신재준이 무심코 고개를 숙이니, 이젠 아예  속에 유두까지 엿볼 수 있게 됐다. 복부 가운데 안쪽으로 파여 들어가는 구멍은 배꼽일 터였다.

"오...  썼는데?"


김하늘은 신재준의 차용증도 읽지 않은채 중얼거렸다.

마른침이 고인 것 같자 침을 삼켰다.


꿀꺽.

이런. 침 넘키는 소리가 너무 큰 것 같았다. 슬쩍 신재준의 눈치를 보니, 아무것도 모른채 자신이 쓴 차용증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못 들은 모양이었다.


김하늘은 다시 신재준의 셔츠 안을 훔쳐보았다.

'시발... 남자 유두, 생라이브로 처음 보네... 재준이 유두,  빨고 싶다...'

아랫배가 두근거렸다.


종이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얼른 시선을 떼었다.


신재준이 펼쳤던 차용증을 다시 접었다.

그리고 김하늘을 올려다봤다.


"..."
"..."

서로의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웠다.

김하늘은 신재준의 눈을 바라봤는데, 그 눈에서 당황한 자신의 얼굴이 비춰졌다.


"기름 왔나보다."
"응?"


집  멀리서 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 그래?"


그 차는 집 앞에서 멈추더니 시동을 껐다. 신재준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타이밍 맞춘 듯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름이요!"


신재준은  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게 된 소녀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 외투를 벗어버렸다. 전기장판과 방금 전 상황 때문에 몸이 달아올라 더웠다.

신재준과 아줌마가 두런두런 얘기하는 게 들려왔다. 김하늘은 슬쩍 자신의 바지 지퍼를 열고,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찔꺽찔꺽.


'후우... 다 젖었네.'

보지가 흥건했다.


'재준아...'

슬쩍 누우면서 신재준이 엉덩이를 대고 있던 이불에 볼을 비볐다.


/ / /





"학생. 보일러 잘 돌아가는지 확인 좀 해줘."
"아, 예."

'언제 봤다고 반말이지.'


나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방으로 들어가 보일러 컨트롤러를 확인했다.

'경보' 램프가 꺼졌으며, 대신 '운전' 램프에 불이 들어와있었다.

큰 방에서 나가기 전, 김하늘을 흘낏 봤다.


'내 의도대로. 벗었네.'


전기장판이 뜨거워서 더웠는지 김하늘은 후드 점퍼를 벗었다. 점퍼 안에는 줄무늬 쫄티를 입고 있었다. 외투가 가리고 있었던, 봉긋 융기한 가슴을 보니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려고 했다.


신재연과 신재희처럼 폭유는 아니더래도, 제법 부푼 가슴을 갖고 있었다.

김하늘은 허리를 구부린 채 핸드폰을 갖고 놀고 있었다.


석유 아줌마를 보내버리고 다시 큰 방으로 돌아왔다.


보일러 컨트롤러를 바라봤다가, 일단은 켜놓고 있기로 했다.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김하늘이 외투를 벗은 것처럼, 나도 깔깔이를 벗고 싶을 만큼 전기장판이 뜨거웠다.


깔깔이를 벗어버렸다. 나도 김하늘처럼 핸드폰을 갖고 놀기 시작했다.


김하늘이 자꾸만 내 가슴께를 힐끔힐끔 거리는  느껴졌다. 얇은 면티라서 비치는 유두를 훔쳐보는 것일 게 분명했다.


자신이 엿보는  들키지 않는다고 여기는  같지만, 다 느껴졌다.

"재준아, 과외 알바하고 싶어했잖아."
"응? 그랬지."


김하늘이 날 바라보며 말했지만, 난 핸드폰에 집중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러자 내 얼굴에 닿아있던 김하늘의 시선이 내 가슴께로 내려간  같았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혹시 기억하려나? 정수린."
"정수린...?"

신재준의 기억을 마구 뒤져보았다. 신재준의 기억 어딘가에 있기는 한지, 아주 낯설지 만은 않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신재준이 아주 오래 전 만났던 사람이거나 인상깊지 않았던 사람인 듯했다.


"기억 못할 수도 있겠네. 네가 아직 둘체도 아파트에 살았을 때, 너랑 나랑 신재희랑 정수린이랑 넷이서 1번인가 같이   있었을 거야."

둘체도 아파트는 신재준 세 남매가 부모님과 함께 살던 고급 아파트였다.


김하늘한테 설명을 들으니, 어린 시절에 낯선 여자애 하나와 함께 놀던 신재준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 그 소심했던 애?"


하얀 원피스를 입고, 고급 아파트에 조성된 숲 형태의 공원을 뒹굴어 흙투성이가 되었던 꼬마애가 떠올랐다.

신재희랑 동갑이었는데, 신재희의 괴롭힘에 자꾸만 울었다. 그러면서도 쫓아다니며 함께 놀려고 했다. 입에 본드를 붙인 듯 말이 적었다.

'정수린이란 애, 역변만 안 했으면 지금 엄청 미인이 되었겠는데.'


신재준의 기억 속 어린 정수린은 예쁘장했다.

"그건 어렸을 때만 그랬고, 지금은 별로 안 소심해. 내가 문자 돌려보니까 걔가 관심있어하더라고."
"뭐? 진짜?"
"성연고 최고 미소년이 과외 선생이라고 하니까, 관심있어하던데?"
"야.  소개를 그렇게... 너도 신재희처럼 유방빵 맞아볼텨?"
"아씨, 듣는 것만으로도 아프네. 그건  봐주라. 근데 무슨 과목을 과외할 거야?"
"정수린이란 애가 약해하는 거?
"올. 모든 과목이든 자신 있는 거냐? 전교 2등이다 이거지?"



* * *





'따먹히는  쉽지가 않네.'

해가 떨어질 때까지 김하늘은 말동무를 해주다가 떠났다. 신재준의 기억대로, 김하늘은 계속 내 몸을 몰래 훔쳐보았다.

입술이며, 목이며, 쇄골이며.

내가 파격서비스로 유두가 비치는 면티까지 입어주니, 유두를 끊임없이 훔쳐보긴 했다.


하지만 끝내 덮칠 기미가 없었다.

'잘 참네. 하긴 10년 넘게 그런 식으로 몰래 훔쳐본 애니까. 인내심이 있겠지.'

그래도  번은 키스 당할 뻔했다.


차용증을 집어넣고, 고개를 돌렸다가 김하늘과 마주했을 때, 김하늘은 크게 당황해서 눈을 크게 뜨고 어쩔  몰라 했다.

'아씨, 그때 나도 당황해서  상황에서 빠져나가려고 굴었네.'

<기름 왔나보다.> 이렇게 말해버렸다. 그리고 실제로 석유가 도착한 게 맞기는 했다.

'만약, 그때 그러지 않았으면 진도 팍팍 나갈 수도 있었을까?'

후회를 한 순간은 이미 늦은 것이었다.


이미 지나간 일이니 신경 끄기로 했다.

'하여튼 오늘처럼 보여주는 것만으론 안 될 것 같고... 아, 김하늘이 집에 또 올 때, 걔 앞에서 자버릴까? 수면간 하라고? 아니면 반대로 내가 김하늘네 놀러가서,  방에서 자버려?'

기억을 더듬어보니, 김하늘네 아버지가 신재준을 무척이나 귀여워했다.


둘체도 아파트에 살던 무렵에는, 오가다가 김하늘네 아버지와 만날 때면, 그가 날 안아올려 볼을 비벼댔다.

몇 달 전에 우연히 시내에서 만날 때도, 신재준이 귀엽다며 신재준의 볼을 꼬집거나 매만지다가 간식거리 하나 사주기도 했다.

'윽, 아저씨한테 그런 귀여움 받기 싫은데. 그냥 김하늘을 집에 불러 놓고 자버리자.'

일단 그렇게 계획을 정했다.


오늘도 밤이 늦도록 신재희는 오지 않았다.


신재연이 퇴근했다. 난 부엌까지 가서 그녀를 마중했다.

"누나, 고생했어."
"어. 응? 오늘은 보일러 틀었네?"
"아! 깜빡했다. 껐어야 했는데."


석유값 무서워서 보일러를 꺼야하는 습관. 그것을 안 들여놓았기에 이번에도 또 까먹고 계속 틀어놓고 있었다.


신재연은 내 말에 눈을 찌푸리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재준아, 보일러 펑펑 돌려."
"그래도..."
"괜찮아. 네 누나, 지금 월급 많이 받고 있어. CY전자 들어갔잖아. 내 통장도 네가 관리하니까 잘 알고 있을 거 아니야. 예전처럼 수도가 끊기거나, 전기가 끊기거나, 가스가 끊기거나, 인터넷이 끊기거나... 그런 일 절대 없을 거야. 난방비도 마찬가지일 거고."

순간 울컥하는 게 올라왔다. 우리 신재연... 진짜 힘들게 살아왔고, 드디어 빛을 보고 있구나.

"응, 펑펑 쓸게."
"그래."


신재연이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지나쳤다. 나는 어제처럼 그녀한테 투덜거리지 않았다.


신재연은 부엌 옆방에서 정장을 허물처럼 벗기 시작했다.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온 얼굴을 보고, 나는 방금 전에 섣부른 생각을 했던 것임을 깨달았다.

신재연은 지금 빛을 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대기업'이라는 구러텅이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여전히 홀로  남매의 가정을 지탱하기 위해서.

나는 그녀를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현재까지 신재준이 해온 것처럼 누나의 내조를 계속하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었다.

그런 누나의 내조 말고, 추가적으로 뭐 도움되는 게 없을까?

'아, 어깨 안마라도 해줄까? 그리고  가슴... 엄청 무거워서 가슴 근육이 엄청 뭉칠 것 같은데?'


가슴 마사지까지 해줄까?

신재준의 기억을 뒤적거려보니 가슴 마사지는 친남매끼리 하기엔 민망하고, 연인이나 부부끼리 애무 겸 진짜 마사지를 목적으로 할만 것인 듯싶었다.


'그래도 가슴 마사지까지 하자.'


전혀 흑심 없었다. 순수하게 동생의 심정으로 누이의 기운을 복돋고 싶을 따름이었다.


"누나."
"응?"
"안마 해줄까?"
"뭔 안마야. 됐어. 누나, 잘 거다."
"조금 있다가 자. 자, 빨리 앉아."

팬티바람이 된 신재연을  방 이불 위에 앉혔다.


아, 전혀 흑심 없었는데...


흰색 팬티로 새로 갈아입은 채, 양반다리로 앉은 신재연의 뒷태를 보니까 풀발기를 해버렸다. 바지춤을 뚫고 나온 자지가 이제는 티셔츠 속을 파고 들었다.


장발이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덮치고도, 날개뼈와 도드라진 척추뼈 위를 간질였다. 뒤에서 봐도 폭유가 옆으로 튀어나와 그 위용을 자랑했다.

안쪽으로 들어가는 유려한 곡선의 허리를 따라 내려가보면, 이젠 바깥쪽으로 나갔다가 다시 좁혀지는 곡선의 풍만한 엉덩이가 존재했다.

지금 신재연이 입은 팬티는 엉덩이를 반쯤만 가려주는 면적이라 엉덩이에 난 솜털을 구경할 수 있었다.

"재준아? ...윽?"

신재연이 돌아보려고 하길래, 얼른 그녀의 머리를 잡고 앞으로 돌리게 했다.

"뒤돌아보지 마, 누나."


돌아보면 발기한 걸 들킬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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