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화 〉겨울방학 (5/201)



〈 5화 〉겨울방학

(나) [너 비상금 훔쳐갓ㅅ지] 1
(나) [내놔라] 1
(나) [야 전화 받아] 1

신재희는 톡도 읽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신재희가 톡을 읽었는지 내가 보낸 메시지 옆의 '1'들이 사라졌다.

신재희 [(브랜드 매장에서 패딩을 입고 전신거울 대고 찍은 사진)]
(나) [야. 그거 사지 마라]
(나) [사면 죽인다]
신재희 [(패딩값 499,000원이 찍힌 현금영수증 사진)]
(나) [ㅡㅡ 환불해]
(나) [야  병신년아] 1
(나) [니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1
(나) [재희야. 보고 싶어. 빨리 집에 와 봐] 1
(나) [아놔 ㅅㅂ 어이없는 년] 1
(나) [그냥 집 나가 시발. 오지마] 1





"허허..."

난 꽉 쥐고 있던 회초리를 더 힘껏 쥐었다.


신재준의 기억을 더듬어보아도, 이번 사고는 역대급이었다.

이것보다 심한 사고라고 하면, 일진들끼리 패싸움하다가 애  명이 응급실에 실렸갔던 때였다.

그때는 해당 학생이 죽지 않았고, 신재희가 폭행의 주역이 아니었기 망정이지... 까딱했으면 신재희가 소년원이라도 갈 수도 있던 상황이 있었다. 아, 이 세계에서는 '소녀원'이구나.


"어?"


갑자기 집안이 조용해졌다.

여태까지 쿠우웅, 시끄럽게 돌아가던 보일러가 방금 멈췄다.

"아, 맞다. 잠깐 틀어야 했는데."


깜빡하고 집안 일을 하는 내내 키고 말았다. 적정 온도까지 올라가버려서 보일러가 알아서 멈춘 걸까?


아니었다. 석유가 다 떨어졌다고 '경보' 램프에 불이 들어와있었다.


"이런. 앵꼬났네."


이러면 석유를 사야 했다. 평소에는 보일러를 틀지 않지만, 중요한 손님이 올 지도 모르는 거고 혹은 가족 중 누군가 아플 때 돌려야할지 몰랐다.

 보다 신재준네 세 남매가  집 주인 아저씨한테 배려 받은 게 많았다. 그분 부탁대로 보일러가 얼지 않게 간간히 돌려주고 싶었다.

보일러실은 현관문 밖으로 나와야 들어올 수 있었다. 난 깔깔이 하나에 의존해 추위를 버티며, 보일러에 붙은 스티커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석유 얼만가요? 네? 아, 등유 보일러 맞아요. 1드럼에 20만 원이요? 아... 카드되나요? 네? 10퍼 더 내야 된다고요? 으음, 나중에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등유 1드럼에 현금가 20이고, 카드가가 22란다. 현금이 있으면 2만 원을 아낄 수 있었다... 카드로 지르긴 아까웠다.

"신재희, 진짜..."

난 한숨을 길게 내쉬다가, 하도 어이가 없어 한 차례 웃음을 터뜨렸다. 뭐 이런 애가 다 있지. 신재희가 돌아오면 그년의 귓바퀴를 붙잡고 환불하러 간 다음에, 그 현금으로 보일러 기름 채워야겠다.

신재연에게 일러버릴까 하다가 말았다. 한창 일하느라 스트레스 받고 있을 텐데, 거기에 신재희의 일로  썩이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멀리서 하얀 눈을 짓밟으며 걸어오는 작은 인영이 보였다.  패딩을 입고 있는 소녀.

자동차 바퀴들에게 짓밟히는 것을 피한  위를 내려다보며 다가오고 있었다. 신재희는 아직 나를 못 봤다. 나는 담벼락에 몸을 숨겼다.


신재희가 현관문으로 들어오기 위해 담벼락 안쪽으로 들어왔을 때,  신재희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아, 시발. 놔!"
"택 뗐냐?"
"아니."
"휴... 환불하러가자."
"사실 뗐어."
"흐흐흫... 진짜 넌 시발년이다..."
"때려보든가."

신재희는 얄밉게도 혀로 볼을 밀며, 내게 들이댔다. 구타를 유발하는 그 모습에, 일단 머리채를 끌어당겨 집안으로 들여보냈다.

아직 주위에 아무도 없었지만 나중에 누군가가 지나칠지도 몰랐다. 앞으로 할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일이 아니었다.


회초리가 필요하기도 했고 말이다.

"시발.  대체 왜 그래. 집안 형편이 이 지경인데 꼭 이래야 됐어?"
"아, 시발. 가오가  살잖아. 아니면 찐따년들 꺼 뺏어입을까?"
"후우... 너 진짜..."

큰 방으로 들어와 회초리를 잡았다. 신재희는 이를 앙 다물며 가만히 서있었다. 그러다가 한 마디 던졌다.


"야. 회초리로 내가 정신 차리겠냐?"
"뭐?"
"주먹을 때려봐. 아니면 싸대기도 괜찮고."
"하아... 내가 못할  알아?"

신재준이 과거에 몇 번이고 당해온 도발이었다. 신재준은 차마 직접 손찌검은 하지 못했고, 늘 회초리로만 체벌을 마무리지었다.

난 손을 들고 신재희의 뺨을 때렸다.


짝!


신재희는 돌아간 만큼 고개를 돌려 나를 똑바로 노려봤다.

"안 아파, 시발놈아."
"하... 씨발."

이 세계는 남자가 약했다. 나름 힘껏 때렸는데도 신재희는 정말 안 아픈 것처럼 보였다.


난 소녀의 패딩을 내려다봤다. 패딩을 훼손시키지 않고, 환불 받아볼까도 했지만, 지금 주먹을 참으면  속이 답답해 뒤질 것 같았다.


"컥!"


여자의 약점은 유방이었다. 남자가 고환을 맞을 때만큼 격통을 느낀다고 들었다.


신재희는 고통의 비명을 내지르며 가슴가렸다.

"똑바로 서."

신재희는 두려움에 떠는 눈으로 내 주먹을 보다가 똑바로 섰다.

"큭!"


두번째로 유방을 때렸을 때는 처음보다 비명이 적었다.  내 힘이 빠진 게 아니라 신재희가 마음의 준비를 해놓고 있어서 그런  같았다.

신재희의 배를 바라봤다가 그곳은 노리지 않기로 했다. 혹시 자궁이 다칠  있을까 봐.

내가 세번째로 때리려고 손을 들자, 신재희가 재빨리 자신의 가슴께를 가렸다.


"아, 아파. 미안해. 잘못했어. 때리지 마."
"미안하면 환불 받고 와라..."
"태그 뗐는데 어떻게 환불해."
"옷만 가져가도 환불될 거야. 태그 없다고 환불 안 해주면 개지랄해. 알았어? 환불  받으면 집에 들어오지도 마. 아니다. 너 나랑 같이 가자. 맞다. 너 현금영수증, 그거  버렸지?"
"버렸는데..."
"아, 시발년. 진짜."


면상에다가 니킥 갈기고 싶었다. 생긴 게 예쁘고, 가슴이 졸라 크면 뭐하냐. 구타 유발자가 따로 없었다.

나는 정말 이런 신재희를 갱생시킬 수 있을까?


* *



"예, 환불되세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 아뇨... 저는 그냥 본사 지침대로 하는 거라, 저한테 감사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래도요."

남자 알바생의 미소에 기분이 황홀해졌다. 살면서 남자 미소에 이런 벅찬 감동을 느끼게 될 줄이야. 난 상상도 못했다.

이게 다 신재희 덕분이었다. 정말 대단한 년이었다.

5만 원 권 10장을 받았다.


패딩값이 499,000원이었는데, 내가 천 원을 냈다.

그리고 깔끔하게 5만원 권으로만 받았다.

매장에서 나왔다.


"야.   내놔."
"시발. 꼭 받아가야겠어?"
"어, 받아야겠어."

신재희는 투덜거리면서 주머니에서 지폐 뭉텅이를 꺼내들었다.


파란색도 있고, 갈색도 있고, 초록색도 있고, 노란색도 있고...


그중에 파란색 한 장을 내게 내밀었다.  낚아채갔다.

"너 돈 많다?"
"이거  찐따년들 삥 뜯은 거."
"아씹... 아, 골이야..."
"나 간다."


나는 신재희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악! 또 왜?!"
"환불했으니 다행이긴 한데. 비상금 훔쳐간 건, 따로  벌 받아야지."
"아, 시발. 유방은 볼라 아팠다고!"
"회초리로 때려줄게."
"아니... 아씨! 알았어!"


신재희는 정말 이상한 애였다. 체벌 만큼은 왜 이리 고분고분하게 받는 걸까.

'혹시 자기자신도 체벌을 통해 철이 들고 싶은 건가?'


그럼 아직 갱생의 여지는 있는 것일까.




/ / /



신재희는 처음 유방을 맞았을 때, 세상이 노래진 기분이 들었다. 너무나도 아팠던 것이었다. 바닥에 쓰러져 가슴을 얼싸안고 싶었다. 하지만 오빠한테 더 맞고 싶어서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지탱했다.

두번째로 유방을 맞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너무나 아팠다. 그리고 그때는 깨달았다.

'이건 즐길 수 있는 고통이 아니야.'

신재희는 오빠가 격노하면 뺨을 때리거나, 주먹으로 얼굴을 치거나 혹은 배빵을 날리거나 할 줄 알았다.


처음에는 뺨을 때렸다. 그때는 기분 좋았다.


'오빠의 손맛...'


"안 아파, 시발놈아."

그런데 허세부린  패착이었다.

오빠는 피도 눈물도 없게, 여자의 약점인 유방을 노렸다...

오빠를 너무 물로 봤다.

'후... 당분간은...'


"악...!"

'회초리로...'


"흐읏!"

'참아야지...'


"아으윽!"


매장에서 돌아왔다. 신재희는 큰 방에서 엎드려뻗쳐 자세로 허벅지를 맞고 있었다. 오빠는 팬티스타킹을 버리기 아깝다면서 벗고 오라고 시켰다.

어차피 그냥 버려도 되는데 말이다. 그래도 '체벌 도중의 오빠 명령'이니까 감사한 마음으로 따랐다.

핫팬츠는 짧았기에 허벅지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바로 그 맨살에 회초리가 때려지고 있었다.

"후우...!"


오빠도 신음을 흘렸다. 벌써 20대는 넘게 회초리를 휘둘렀다. 체벌하느라 오빠도 힘들어보였다.


짝!


"악!"
"후우...!"
"윽!"
"하지 말라고, 그런 나쁜 짓!"
"하윽! 아, 안 해!"
"웃기지 마. 또 할 거잖아. 하아... 하아... 내가 지금  대 때렸어?"
"모, 몰라..."


'아, 행복해...'


"그래? 그럼 그냥 지금부터 10대만 더 맞자. 네가 세라."
"악! 하, 한 대..."


'이 순간이 계속 됐으면 좋겠어...'

"큿! 두 대..."
"안 들려. 더 크게 말해."
"두 대!"


'하아... 하아... 오빠... 명령하는 오빠, 너무 좋아...'


이대로 허벅지가 너덜너덜해져서 다 떨어져나가도 좋았다.


이 정도의 아픔은, 소녀에겐 황홀한 쾌락으로 전환되었다.


아무한테도 맞는다고 해서 발정하지 않았다. 오로지 오빠가 때려줄 때만 이런 쾌락을 느꼈다.

짝!


"흐읏...!"
"야.  세냐?"

'아, 가, 가버릴 것 같아...!'

"세, 세 대...에!"

짝!


"네, 네 대헤에에... 끄으으흣...!"


음핵 자위나 삽입 자위 말고. 오빠한테 맞아서 절정에 도달해버렸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맞는 것으로 절정에 도달할 것은 SM야동 연출해낸 일인 줄만 알았는데...


"끄흑!"


신재희는 절정으로 팔다리에 힘이 빠지려고 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참지 못하고 조수가 뿜어지려고 했다. 칠칠맞게 오줌 같은 조수를 오빠 앞에서 싸지를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그렇게 되면 오빠의 체벌로 발정하고 있다는 걸 들키고 말 것이었다.


신재희는 벌떡 일어나 방을 박차고 나갔다.

"야!"

오빠의 부름을 무시했다.

'훕...!'


달리며 팬티에 조수를 쏟았다.


부엌 옆방에서는 허벅지까지 조수가 새어나와 흘렀고, 부엌에선 종아리를 지나 발에까지 도달했다.

팬티스타킹을 신었다면 나일론이 조수를 다소 흡수했을지 모르나, 지금은 오빠의 체벌을 받느라 맨다리였다.


신재희의 발바닥까지 내려간 조수는, 농구화의 신발창에 스며들었다.

현관문 밖으로 나왔다.


"하, 하아앗...! 끄읍!"


겨울 추위의 신음을 토하자, 하얗게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남들이 들으면 쪽팔릴라, 얼른 손가락을 깨물었다.


직접 보이지 않는데도 보지가 끊임없이 벌렁거리고 있는게 보이는 것 같았다.





/ / /





"에휴."

신재희가 아픈 게 싫다고 도망쳤다.

그 새빨갛게 부어오르게 된 허벅지가 떠올랐다. 내가 많이 때리긴 했다. 이만 용서해주도록 할까.

난 회초리를 내려놓고 마른 세수를 했다.

누군가를 때리는 작업도 고된 일이었다. 얼굴이 온통 땀으로 범벅이었다.

'신재희, 쟤는 매로 다스려지지 않아.'


신재준은 몇 년 전부터 매를 들었다. 그런데도 신재희의 일탈은 고쳐지긴커녕 더욱 심해질 따름이었다.


'다른 방법으로 갱생시켜야... 후우, 어떻게? 아, 일단 나중에 생각하자.'

처음에는 어린 미녀를 때린다는 것에 꼴렸다.

그런데 때리면서 점차 질리기 시작했다. 역시  섹스 판타지는 당하는 것...


'오히려 신재희한테 내가 맞고 싶은데... 오?'

"오!"

나는 별안간 매혹적인 방법이 떠올랐다.

'괜찮은데? 아직 신재준이 시도해본 적 없던 것이기도 하고.'

바로 신재희가 잘못할 때마다, 신재희 보러 나를 때리라고 하는 것이다.

엄마가 잘못한 자식한테 자신을 때리라고 시키는 것, 학교 선생이 잘못한 학생한테 자신을 때리라고 시키는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신재희가 내 체벌에 순순히 따르는 걸 보면, 아직까지 '신재준'을 '친오빠'로 생각하는 거겠지. '친오빠'를 자신의 손으로 때려야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고, 갱생되지 않을까?'


한  해볼만 할  같았다.

당장 신재희를 불러서 실행하지는 않을 거였다.

신재희가 또 사고를 쳐야 그걸 실행해보든 말든 할 것이었다.

'슬슬 알바를 해야 하는데. 뭔 알바를 하지.'

광고물 부착하기, 광고지 나눠주기,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음식점... 고1 때,  걸 다해본 신재준이었다.

'하나 같이  귀찮은데. 뭐 쉽고, 돈 잘 되고, 여자도 만날 수 있고 그런 거 없나?'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건, '신재준'이었다면 그렇게 했을 테니 따라하는 것도 있었고, 그 알바장에서 날 따먹을 만한 여자를 만날 수 있지 않을끼 기대해서였다.


젊은 학생들이 방학 때 찾아가는 알바장 만큼 커플이 잘 생기는 곳도 없었다.

'흐음... 신재준의 장점이 뭐지?'

 들었고. 알바 경험도 있고. 집안일  하고. 신재희  패고. 공부를 잘 하고.


'공부? 어? 신재준은 과외를 안 했었네.'

신재준의 기억을 더듬어보니, 신재준도 과외 알바를 해볼까 고민해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고2 주제에 무슨 과외냐고 지레 포기해버렸다.

'고1 때 전교 2등, 이라는 타이틀. 다음해에 여고생이 되는 자식을 가진 학부모한테는 먹힐 만한 타이틀인데?'


물론, 명문대학생이 받을 과외비보단 턱 없이 적게 받을 터였다. 하지만 나한테 중요한 건 돈이 아니었다.

'예비 여고생하고 밀폐된 방에서 며칠씩 하루에 90분 동안 함께 하게 되는 거... 그러다가 그 애가 발정해서 나를 따먹는 것...'

상상만으로도 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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