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화 〉겨울방학 (4/201)



〈 4화 〉겨울방학

열 대를 모두 때렸다.

손을 놓아주자 신재희는 얼른 자신의  손바닥을 맞붙여 비볐다.

"너 나한테 빌려간 돈이 전부 얼마인지는 아냐?"
"모르겠는데..."
"짐작해봐."
"한... 20?"
"207만 4300원이야."
"그렇게 많다고? 구라치지마! 내가 기억 못한다고 부풀린 거지, 너!"
"야..."
"아니, 그리고 친남매 사이에  빌려주고 그런  어딨냐?  번 줬으면 땡이지."
"허... 너 진짜... 더 맞을래?"
"그럼 1대에 1만원씩 깎아."

신재희는 벌떡 일어서더니 내게 종아리를 내보였다. 검정 스타킹에 휩싸인 종아리는 마치 젓가락처럼 매말랐다. 허벅지 역시 삐적 마른 허벅살이었다.


이런 마른 다리도 꼴리긴 한데, 로우킥을 갈겨버리면 부러질 것 같이 생겨서 한 번 차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자. 때려. 시발, 더러워서 몸으로 떼우련다."
"하아..."


신재준도 이런 여동생 때문에 매일매일 한숨을 내쉬었다. 이젠 내가 '신재준'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한숨을 내뱉는 역할을 받게 된 듯했다.


'신재준'의 기억을 뒤져보니 신재희는 유독 이런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면서, 신재준한테 맞고 싶어한 전적이 많았다. 그때마다 어이가 상실해 회초리도 내려놓았다.

나는 신재희의 스타킹에 감싸인 종아리를 보며 입술을 핥았다가 때리는 것을 포기했다. 미소녀의 다리를 때리는 경험이라니... 혹하긴 했다.


그러나 이번 뿐만 아니라 나중에 때릴 기회가 많을 거였다. 신재희가 하루 멀다하고 사고를 쳐댔기 때문이었다.


굳이 신재희한테 받아내야할 돈을 깍아내면서 때릴 필요는 없었다.


"어제는 뭐하다가 늦게 온 거야?"
"엄지혜 집에서 자고 왔어."

엄지혜... 신재희의 절친이었다. 신재희는  가난한 집을 창피해했고, 그래서 친구도 잘 데려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엄지혜는 신재희가 곧잘 데려오는 친구였다.


'신재연, 신재희 자매 만큼 폭유는 아니었지만. 상당히 거유네.'

[오빠, 안녕하세요.]

소심하게 눈을 굴리며 인사하는 엄지혜의 모습이 '신재준'의 기억에 남아있었다.

'그리고 도벽을 가진 녀석인 것 같고.'

안 그래도 집이 가난한데 신재준의 것이었던 볼펜이나 공책, 지우개 같은 게 사라지곤 했다. 엄지혜가 찾아올 때마다 벌어진 일이어서 '신재준'은  엄지혜가 훔쳐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범죄 현장은 보지 못해서 심증만 갖고 있었다.


"나 나간다."
"어디 가."
"애새끼들 삥 뜯으러. 그렇게라도 돈 갚아야지. 네가   주는데."
"하아... 그런  하지 말랬지."


신재희는 일진이었다.


신재연과 신재준의 꾸중에도 자신보다 약한 학생들의 돈을 뜯어내는 걸 멈추지 않았다. 지금 신재희가 쓰는 핸드폰도 최신형 핸드폰이었는데, 애들한테 삥 뜯어서 산 것이었다.


"돈 안 줄 거면 닥쳐, 시발놈아."
"오빠한테 욕하지 마라."
"또 혼내든가."


신재희가 양쪽 손으로 중지를 세웠다.

"그래? 그럼 맞자. 종아리 대."
"아씨. 몇 대 때릴 건데."
"10대만 맞자."


순순히 종아리를 대는 신재희였다.


찰싹찰싹! 스타킹에 올이 나갔다. 찢어진 틈으로 빨간 실선이 그어진 하얀 종아리살이 드러났다.

"아악! 흐읏...!"
"잘못했냐?"
"자, 잘못했어. 이젠 오빠한테  안 할 께엑...! 아윽...!"


종아리가 아팠는지 손으로 문지르려고 했다. 난 그런 신재희의 손을 밀어냈다.

"아직 2대 더 남았어."
"읏! 하악...!"

다 맞은 신재희가 올 나간 스타킹을 매만지며,  맞은 상흔도 훑었다.

"아씨, 개 아파. 야. 내 스타킹 어쩔 거야."
"보기 좋네. 혼나서 종아리 맞았다고, 그러고 동네 돌아다녀."
"제정신이냐?"

굉장히... 꼴린 상태의 다리 모습이었다. 나한테 미녀를 가학하며 흥분하게 되는 성벽이 있었을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난 이불로 발기한 자지를 잘 숨겼다.


"너한테 갚아야할 돈에서 스타킹 값 깍아라. 한 장에 1900원이다."
"하아... 그래."


어떻게 이토록 철이 없을 수가 있는 거지? '신재준'의 기억을 뒤져보니 신재연은 신재희한테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신재준도 신재연을 위해 내조를 하느라 신재희한테 신경 쏟을 여유가 없었다.

'신재희... 부유했던 옛 시절을 그리워했지. 게다가 오빠와 언니가 신경을  써주니까... 성격이 모나게 자라버린 건가.'

이제라도 내가 신재희의 정신을 개조해야겠다. 이것도 인연이니. 그런데 어디서 부터 신재희의 정신을 건드려야할지 감이 안 잡혔다.


신재희는 스타킹을 갈아입을 생각인지 서랍장에서 스타킹을 꺼내들었다. 비닐 포장에 쌓여있는 새 것. 그런데 색이 커피색이었다.

신재연, 신재희 자매는 세탁 후, 서로의 스타킹을 섞어쓰지 않으려고 각자 커피색과 검정색을 정해서 썼다.

커피색은 신재연의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 신재희가 연 서랍도 신재연의 옷 서랍이었다.

"야. 그거 누나 꺼잖아."
"한 번 신고 버릴 거야.  꺼는  썼어. 밖에 추운데 사러 나갈 때, 이거라도 신어야지."
"너... 에휴..."

신재희는 부엌 옆 방으로 건너갔다. 바지를 벗는 소리와 나일론이 살결에 스치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를 엿들으며 나는 자지를 매만졌다.


신재희가 큰 방으로 돌아왔다. 핫팬츠 밑 스타킹이 검정에서 갈색으로 변경되어 있었다.

"야. 안 혼내냐?"
"뭐?"
"...아니다. 나 나간다."

그러더니 집 밖으로 나가버렸다.

역시 기억으로만 갖고 있던 신재연과 신재희와 실제로 겪는 신재연과 신재희는 크게 달랐다.


신재연은 너무 아름다워서 충격이었고, 신재희는 너무 철이 없어서 충격이었다.

"자위나  번 할까..."


신재희라는 미소녀를 때렸던 손맛과 신재희의 신음소리, 올 나간 스타킹과 상흔을 떠올리면서.




/ / /



신재희는 부엌 옆 방으로 건너갔다.

'아, 시발. 볼라 후끈거리네.'

오늘의 오빠는 팔힘을 최대로 사용해 때리는 듯했다. 그래봤자 과거 엄마에게 회초리를 맞는 것보다 훨씬 약했긴 했지만.


핫팬츠 지퍼를 풀어 벗었다.


닫혀있는 큰  문을 흘낏 하다가 스타킹과 팬티를 동시에 끌어내렸다.

비너스 언덕 위에 제법 자라난 음모가 보였고, 애액이 보지에서부터 팬티까지  늘어나는 것도 보였다.


신재희는 오빠한테 맞을 때마다 발정하는, 패륜 비슷한 것을 남몰래 저지르고 있는 소녀였다. 그래서 일부러 오빠를 분노하게 하는 짓을 저질러댔다. 일탈행위를 일부러 들키려고 대놓고 했다.

"윽..."

스타킹이 종아리를 지날 때 따끈거렸다. 어차피 올이 나가서 버려야하니 거칠게 벗겨냈다.

애액으로 젖은 팬티를 도로 입으려다가 찝찝해서 갈아입을까 싶었다. 하지만 귀찮았다.


큰 방에는 오빠가 있었다. 바지를 도로 입고 큰 방 간 다음 새 팬티를 꺼내와,  방에서 다시 바지를 벗고 팬티 입고  바지 입고 하는 과정이 귀찮았다.


그냥 팬티를 입었다. 서늘하게 축축하니 역시 찝찝했다.

스타킹의 포장을 뜯었다. 스타킹을 신기 위하여 엉덩이를 방바닥에 붙였다.


"윽..."

방바닥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보일러 돌리는데 석유값이 무서워서 이 지랄이다.

이놈의 집안... 부모님만 사이가 좋았다면, 겨울에도 후끈후끈한 집에서 반팔과 반바지를 생활했을 텐데.

스타킹을 발부터 신고, 천천히 다리 위로 끌어올렸다.


그 위로 핫팬츠를 다시 입고 방문을 열었다. 오빠는 아침이라 피곤했는지 여전히 졸린 눈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신재희를 꼴리게 만들었다.

'왜 이렇게 귀여운 거야... 친오빠 주제에.'


"야. 안 혼내냐?"
"뭐?"


'혼내야지. 때려야지. 언니 물건에 함부로 손 댔잖아.'


오빠는 눈치가 없었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자기가 때리는 것으로 여동생이 발정하고 있다는 걸, 여태껏 눈치채지 못하고 있으니 다행이었다.

"...아니다. 나 나간다."


농구화를 신었다. 신재희가  것은 아니었다. 누구더라. 그리고 언제였더라.


어떤 찐따년이 학교 운동장에서 폴짝폴짝 농구하던데, 그년한테서 '빌린' 거였다.

오빠와 언니는 신재희가 용돈으로 산 줄만 알고 있었다... 남한테 빼앗은 거라고 언제 밝힐까? 분노한 오빠가 회초리를 드는 게 벌써부터 상상돼 온몸이 오싹오싹해지고, 아랫배가 부르르 떨렸다. 팬티를 갈아입질 않길 잘했다. 갈아입어도 어차피 또 젖어버렸을 테니까.


"히힣..."


신재희는 외투 주머니에서 지폐 다발을 꺼냈다. 모두 10장이었는데 색깔이 노란색이었다. 5만 원 권 10장.


'이번에는... 이걸로 혼나야지.'

오빠 서랍장에 숨겨져있던 비상금이었다. 며칠 전, 오빠가 샤워하고 있을 때, 오빠 팬티 하나 훔쳐서 자위할까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었다.


'내가 비상금 훔쳐간 걸 알게 되면... 장난 아니겠지? 어쩌면 직접 손찌검을 할 지도.'


신재희는 친남매 사이기에 신재준과 이어질 것이란 기대는 전혀하지 않았다.


아주 생각 없이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 것과 다르게, 신재희는 세상 일들이 자신의 입맛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부모님한테 버려지고, 거지 같은 집에서 살게 된 순간.  세계가 자신의 아군이 아님을, 깨닫고 싶지 않아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시발. 신재준한테 손찌검 받는 다니. 상상만으로도 씹 꼴리네.'


소녀는 평생 이렇게 신재준한테 맞는 섹스 판타지를 충족해나갈 작정이었다.





/ / /




나는 신재희를 딸감으로 삼아 자기 위로했다. 그러던 중에 부엌에 가보았다.

부엌 쓰레기통에 버려진 검정색 스타킹을 찾았다. 꺼내들었다. 방금 전까지 신재희가 신고 있었던 터라, 묘하게 온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종아리 부분이 찢겨진 팬티스타킹.

보지와 맞대는 부분은 나일론이 덧대어져서 더욱 짙은 검정색이었다.


나는  부위를 귀두에 접촉시켰다. 나일론의 감촉은 부드러워서 귀두에 직접 문지르기 알맞았다. 자위를 했다.

"윽...!"

그렇게 한  뽑고 나니, 머릿속을 갑갑하게 하던 성욕이 쭉 배출돼 개운해졌다.

현탐 온 정신으로 하얀 정액이 묻어난 스타킹을 바라보다가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러고 보니 보일러를 너무 안 틀면 얼어버린다고, 조금씩 틀어 달라고 했나.'

친절한 집주인 아저씨의 부탁이 떠올랐다. '신재준'도 그의 부탁에 따라 보일러를 잠깐잠깐 돌리곤 했다.

"후, 시발. 진짜 춥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바닥. 맨발로 생활할 수 없어 양말을 신고 생활하고 있을 정도였다. 나는 보일러 컨트롤러를 조작했다. '운전'이라 쓰인 램프가 빨간 불을 빛냈다. 쿠우웅, 하며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신재준으로서 해야할 게 많네.'


집안 청소도 해야했고, 쓰레기 분리수거도 해야 했으며, 시장에서 장도 봐야했다. 음식 재료뿐만 아니라 부족해진 생필품 같은 것도 채워야 했다. 두 누이의 생리대까지 신재준이 채워주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리고 가계부도 정리해야 했다. 신재연은 자신이 벌어온 돈을 모두 신재준에게 맡기고 있었다. 공과금과 학비, 용돈관리 등을 신재준이 했다.


신재준은 누나로부터 용돈을 타갈 때, 누나의 허락 없이 용돈을 빼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신재준은 누나한테 용돈을 타는 것도 미안해 해서, 알바를 뛰며 스스로 용돈을 버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겨울 방학에도 어딘가에서 알바를  계획이 있었던 '신재준'이었다.


'신재준의 철든 걸 1/2로 나누고, 그중 하나를 신재희한테 줬어야 했어.'


한 살 터울 남매인데 천지차이였다.

김하늘 [안녕하신가! 힘세고 강한 아침!]

신재준의 소꿉친구 님으로부터 톡이 날아왔다.

(나) [안녕 못 함]
김하늘 [왜 ㅋㅋㅋㅋ]
(나) [집안  땜시. 왜 이렇게 끝이 없냐]
김하늘 [신랑수업 받는다고 생각해 ㅋㅋㅋㅋ]
(나) [장가  갈 거]
김하늘 [힘들면 '도움!'을 외쳐 봐]
(나) [도움!]
김하늘 [ㅋㅋㅋ 짐꾼이라도 해줘?]


함께 사는 가족인 신재연도 만나고, 신재희도 만났겠다.

이제 슬슬 내 섹스 판타지를 해소시켜줄 만한 여자, 소꿉친구 '김하늘'을 만나볼까?

오늘 장을 봐야할 게... 다 떨어져가는 휴지와 섬유유연제, 그리고 알바 자리를 구하기 위한 이력서 정도? 별로 없었다. 그래도 김하늘과 만날 생각으로 긍정을 표했다.

(나) [ㅇㅇ]
김하늘 [쏴리~ 이 누나가 오늘은 좀 바쁘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혼자 고생하세용]

"시발?"


'신재준'을 좋아하는 거 아니었나? 그럼 신재준이 보지를 부르르 떨면서 당장 부르면 달려와야지. 간을 보고 앉았네.


신재준의 기억을 더듬어보니, 김하늘은 5할 정도 신재준의 부탁을 들어주고, 5할은 온갖 핑계를 대며 도와주지 않으려고 했다.


'이 녀석, '신재준'한테 헌신하다가 헌신짝 될까봐. 일부러 조절하는 느낌인데.'

하필 오늘이 '신재준을 도와주지 않기'로 한 날인 모양이었다.

(나) [ㅡㅡ 뭐하는데 바빠]
김하늘 [소희정하고 피시방 가기로 함]


소희정은 김하늘의 절친이었다.

신재준, 김하늘, 소희정 셋이서 함께 놀러다니기도 했다. 언제 한 번은 소희정의 집에 놀러간 일도 있었다. 소희정은 달동네에서 살았다.


가난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사는 것 같았다.

소희정은 달동네 정상 부근, 넓은 마당을 가진 신축 주택에서 살았다.

'박수무당집의 딸...'

소희정의 아버지는 무당이었다. '이순례 장군'을 모시는 무당이라는데... '신재준'은 그 무당집에 노는 것을 거북해했다. 그게 티가 났는지 그날 놀러갔던 이후로, 소희정의 집에 가서 노는 일이 없게 되었다.


(나) [알았다]
김하늘 [삐졌냐 ㅋㅋㅋㅋ]
(나) [뭐래]


김하늘과의 만남은 다음날로 미뤄진 건가.

'장은 내일 보지. 지금 사야하는 게 급한 것들도 아니니까.'

일단 집안일부터 했다. 그러다가 가계부도 확인해봤다.


'꼼꼼하네.'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얼마나 돈을 썼는지 적은 가계부.


나는 가계부에 적혀있는 '현물 잔금'과 실제 갖고 있는 '현물 잔금'이 같은지 확인해보려고 했다.  서랍장을 열었다. 신재준은 여기에 현물 잔금의 대부분인 비상금을 숨겨뒀던 것이다.

"어? 시발?"


돈이 무려 50만 원이나 비었다.

"설마 신재희, 이 년이?"


신재준이 비상금을 자신의 서랍장에 숨긴 것은, 신재희가 설마 친오빠의 옷 서랍을 뒤지겠냐는 생각 때문이었다.

"와... 뒤통수가 띵하다."

난 회초리부터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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