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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브래이커-240화 (240/251)

<-- 54화. 죄악의 천칭 -->

“긴급속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현 시간 수도의 시내 한가운데에서 생성된 ‘던전’에 발생한 이상현상이......”

카메라를 든 남자의 앞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진행을 해가는 리포터의 고함이 인파의 웅성거림 사이로 퍼져나갔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그녀가 아닌 거대한 검은 돔으로 향해져 있었다.

어느 날 세계 곳곳에 돌연히 나타난 거대한 구조물은 나타난 지역에 존재하는 모든 건물을 집어 삼키고, 그 지역에 있던 일 만이 넘는 사람들 또한 집어삼켰다.

몇몇 이들이 밖으로 빠져나오긴 했지만 겨우 그 정도일 뿐. 외부에서 보기에 던전이란 공간에 변화가 생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그 어떤 던전에도, 건축물들은 처음에 나타났던 형태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한 전례가 처음으로 깨지게 된 것이 바로 이 나라의 수도권에 출몰한 던전.

돔의 윗부분에서부터 새겨져가는 균열은 끝내 땅 밑 깊숙이 숨겨져 있는 뿌리에까지 영향을 주어, 건물 전체의 붕괴를 초래하고 있었다.

그 누구라도 근처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었다.

‘저 던전은 머지않아 붕괴된다.’

고려해야 할 건 그 건물이 붕괴된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에 관한 것이다.

붕괴된 이후에 외부에 가해질 여파는? 시내를 집어삼킨 건물인 만큼 표면만 붕괴되어도 사방으로 파편이 튀어오를 가능성이 있다.

내재된 에너지의 폭발? 만약 그렇게 된다면 던전의 규모로 추정컨대, 일대는 완전히 초토화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하지만 외부보다도 더 신경 쓰이는 건 ‘내부에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가에 관한 것이다.

아직도 던전 내엔 많은 이들이 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던전이 붕괴되면 내부에 있는 사람들의 생존은 어찌된단 말인가?

외부자들은 알 길이 없었다. 던전 내에 있다가 빠져나온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반응으로 추정컨대, 아직도 던전 내부에 있는 이들 중에도 그 이유를 모르는 자들은 상당수 존재할 것이다.

미지에서 비롯된 두려움은 알 수 없는 현상을 마주한 인류를 공포에 휩싸이게 만들었지만, 그 이상으로 강한 호기심을 동반했다.

근처에 군대의 통제를 받으며 모여 있는 사람들은 던전의 붕괴소식을 듣자마자 호기심을 견디지 못해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목숨을 거는 건 아니다. 그저 ‘만에 하나’에 불과한 확률이 자신들에게 위험으로 다가올 리 없다는 태평한 생각을 품고 있을 뿐.

그 안일한 생각으로 모인 이들은 던전이 붕괴되길 손꼬박 기다리며 가슴을 조아리고 있었다.

“이거 바로 촬영해서 올리면 조회수 1등 찍겠네.”

“언제 부서지나.”

마치 불꽃놀이 축제를 기다리는 듯 한 태평한 중얼거림에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머지않아 균열이 거세어져가는 것을 감지하고 거두어들이고 말았다.

-꾸드드득, 콰가각!

균열이 벌어지며 검은 빛이 흘러나온다. 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소음과 더불어 불길한 기운은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이들을 위축시켜갔다.

지켜보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진을 안전선의 밖에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군이 각각 무장을 들어올렸다. 그 태세가 무색하게도 던전의 붕괴는 박차를 가했고, 끝내 산산이 붕괴되었다.

...라고 생각을 할 찰나, 붕괴된 조각들은 사방으로 흩어지지 않고 바로 가루가 되어, 증발하듯 허공으로 흩어져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처음 등장할 때의 위세에 걸맞지 않는 조용한 붕괴였다.

터무니 없는 현상을 기대했던 이들은 실망을 하고, 두려워하던 이들은 안심을 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이 지니고 있는 긴장이 사라지기엔 너무나도 이른 시간이었다.

던전이 붕괴된 이후의 일을 확인해야 할 시간이었으니까.

“...아무것도 없어.”

외벽이 사라지고 난 후에 있는 풍경을 직시하고 있던 이들의 입에서 허망한 숨이 내뱉어졌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었다.

수도의 한 곳을 이루고 있던 웅장하고 드높은 마천루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낮게 파헤쳐진 구덩이만이 남아있을 뿐.

마치 운석이라도 추락하고, 그 운석이 사라지기라도 한 것 같은 미스테리한 현상을 그들은 말 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상황을 주도하고 있던 군인들이었다.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그들은 무장을 한 채 던전이 있었던 거대한 구덩이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갔다.

그리고.......

“거기, 사람...맞습니까?”

구덩이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을 때 무장한 군인들이 경각심을 세웠다.

머지않아 그들이 자신과 같은 인간임을 알았을 때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던전 내에는 미쳐버린 채 밖으로 이탈해온 사람들도 다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들은 광기를 표출하지 않았다. 자신들에게로 다가온 군인들의 존재를 감지하고는, 곧 상황을 파악하듯 주변으로 시선을 옮겨볼 뿐.

구덩이에 존재하는...만에는 한 참이나 모자란 천 몇에 불과한 사람들이 모두 예외 없이 그러한 반응을 보였고.

“밖, 이다.”

누군가의 중얼거림과 함께 한 여인의 입가에 선명한 미소가 그려졌다.

“태양이야.”

“빛이...보여.”

“몬스터는?”

“있을 리가 없지...우린 밖으로 나온 거니까.”

"...살은 거야?"

“살았어, 살았다고!!!”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환호성을 내지르는 그들을 보며 군인들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기를 다잡고 그들을 통제하려 들 수 있었지만, 자신들의 존재조차도 망각한 채 기뻐하는 그들을 보며 차마 나설 수 없었다.

그들에게 위험성은 전무했다. 그들 모두가 살아남은 것에 대한 쾌거에 큰 기쁨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해를 입히긴 커녕, 오히려 그들이 보호하고 배려를 해줘야 할 대상이었다.

“드디어 집에 돌아갈 수 있어.......”

“엄마, 엄마...으아아아아앙!”

“...다들 잘했어. 잘해줬다고.”

“살아남았어...고마워 다들.”

“나만 살아남아서 미안해...정말 미안해 모두........”

생존에 대한 기쁨과, 던전 내에 있었던 일의 트라우마를 떨쳐내지 못하며 발하는 슬픔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군인들이 무장을 해제하고 그들을 통제하고자 나서기 시작했다.

그들은 지금까지보다도 더 세세하게 조사하고 관찰하며, 전문적인 치료를 행할 필요가 있었다.

던전에서 빠져나온 것이 아닌 ‘붕괴’이후에 나타난 것이니까. 미확인의 바이러스나 정체불명의 현상, 혹은 또 다른 재앙의 조짐이 그들에게서 보일 수도 있기에, 관리자들은 그들을 한 명도 예외 없이 시설에 데리고 가 통제를 하고자 차차 계획을 세워가고 있었다.

그 잠시의 공백에서 안전망을 벗어나 그들이 있는 곳을 향해 뛰쳐나온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현상에 놀란 군인들이 뛰쳐가는 사람에게 다급히 시선을 향했다.

긴 흑발을 휘날리고 있는 여성이 군인들의 포위를 벗어나 크레이터 구덩이가 있는 곳을 향해 전력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이봐요 거기! 위험........”

-휘익!

바로 앞을 막아세우는 군인의 옆을 빠르게 재치고 지나친 여인이 도약을 가하여 크레이터의 경사로에 착지했다.

가파른 경사에도 불구하고 균형을 고스란히 잡으며 내려가는 그녀가 끝내 생존자들이 밀집되어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서로를 부등켜앉고, 앉아서 홀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사이를 눈으로 헤집은 여인의 눈엔 간절함이 엿보이고 있었다.

“어디야........”

손에 쥐고 있는 종이가 구겨질 정도로 틀어쥔 여인이 사람들의 사이를 뛰어갔다. 자신들의 사이에 외부에서 온 자가 섞였든 것에 놀란 이들이 쳐다보았지만, 여인은 그들과 눈을 마주보지 않고 그들의 사이를 이리저리 헤집어다니길 반복했다.

“한강수...한강수라는 사람 아시는 분 계세요!?”

여인의 외침에 대부분의 이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특이한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고작 그 정도에 불과했다. 애초에 모여있으면 몬스터가 수 없이 들이닥치는 공간에서 타인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관계를 쌓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편지에 적혀있는 내용에 따르면, 그는 던전 내에서 어떠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한 집단을 지도했다고 들었으니까.

그 집단의 구성원은 분명 이곳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강수씨를, 찾고 계신 건가요?”

누군가의 떨리는 목소리에 초희가 다급히 그곳으로 고개를 꺾었다. 예리한 눈매를 지니고 있는 30대 초반의 여성.

안희선이라는 이름을 지닌 여자는 초희에게서 시선을 회피하지 않은 채 어느 한 곳으로 고개를 움직이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 강수씨는 세 사람을 이끌고 보스몬스터를 잡으러 갔었어요, 던전이 붕괴되었다는 건, 강수씨가 던전을 붕괴시키는 걸 성공했다는 뜻일 테고........”

“...오빠가, 요?”

알 수 없는 그녀의 말에 얼빠진 숨을 내뱉는 초희가 머지않아 희선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온 한 남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넝마나 다름없는 거적대기를 둘러쓰고 있는 남자가 어느 한 방향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고 있었다.

“당신은........”

“저 쪽. 보스몬스터 룸이 있던 곳이야.”

희선이 그를 알아보고 놀라움을 토로했지만, 정작 남자는 개의치 않고 어느 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킬 뿐이었다.

힘 없는 남자의 목소리에 수상함이 느껴졌지만, 그것이 거짓이라고 생각되진 않앗다.

곧 초희가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그가 가리킨 방향을 향해 뛰어갔다.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에서 벗어나고,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는 곳을 뛰어가고,

끝내 주욱 뻗어진 평원에 서있는 한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람을 마주한 순간, 오른 손에 쥐고 있는 구겨진 종이를 쥔 손에 격하게 힘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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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편지를 보내는 건...적어도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게 처음일 거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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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장으로 시작되는 편지의 내용을 초희는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몇 번이고...그가 돌아올 때까지 몇 번이고 읽어왔던 것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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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났을 때 이후로 너는 언제나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와줬었고, 언제부터인가 내가 돌아갈 곳에 네가 기다려 주었지.

나 같은 녀석에겐 너무나도 과분한 사랑을 준...너에게는 진심으로 감사를 느끼고 있어.

만난 시간은 길지 않지만, 분명 너는 나와 영원을 함께 하기로 속으로 맹세까지 했겠지.

나도 마찬가지야. 과거엔 어떨지 몰라도, 지금 나는 너를 그 누구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것도, 내 손을 더럽히는 것도, 설령 세계의 대부분이 사라지는 것이라 하더라도 상관없어.

나에게 가장 소중한 건 너고, 지금의 내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중심을 이루는 건 다름 아닌 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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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편지의 뒷내용을 떠올리는 그녀의 두 눈에, 자신을 마주하고 있는 이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타인의 피로 더럽혀져 있는, 추하기 그지없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며.......

“오빠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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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드득, 콰각!

살을 파고드는 굉음이 연달아 두 번 울려 퍼졌다.

양 손이 각각 한 사람씩. 그들의 가슴을 파고들어 내부의 심장을 틀어쥐고 있다.

몸을 파고들은 격통과 함께 목구멍을 비집고 올라온 피가 그들의 숨구멍을 틀어막았다.

“뭐야, 너...대체...무슨 짓을.......”

자신의 가슴에 손을 찔러넣은 강수를 보며 요한이 눈을 부릅 떴다.

예상치 못한 행동을 벌였기에 당연한 것이다.

자신, 혹은 자신의 옆에 있는 여인 중 한 명을 희생시키리라고 생각을 했지만.

정작 그가 손을 대고 능력을 시전하고자 한 것은 두 사람 모두였다.

“여기에 오기 전에 한 말 기억하지? 20레벨은 찍고, 올 필요가 있다고........”

강수의 중얼거림에 심장이 쥐어진 고통에 휩싸이는 소연의 두 눈이 크게 벌어졌다.

‘10의 배수’에 해당하는 레벨에 오를 경우 기존의 특성을 강화하는 특성을 찍을 수 있다.

그건 다시 말해, 타인의 생명력과 능력을 흡수하는 특성 또한 강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설마...허용량이 늘어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원망은 안 한다며?”

두 사람의 피로 얼룩진 그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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