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제목 미정 -->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세린의 말에 처음으로 내뱉은 것은 부정이었다.
대의를 중시하며 사람을 지키기 위해 싸운 자신과, 스스로의 이기심을 위해 앞길을 가로막는 이들을 모조리 죽이고 세계마저 멸망시키려 한 자가 과거로 돌아와 같은 이유를 품다니.
하지만 정작 세린은 그 말을 정정하려는 태도 따윈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 데엔 분명 확고한 확신이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소연씨에게도 분명 이 시간대에 소중한 사람이 있겠죠. 가족이라거나, 혹은 친구라거나...과거로 돌아오면서 그들에 대한 존재를 떠올리지 않았다고 자신해서 말할 수 있나요?”
“.......”
대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세린은 소연의 그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미 그 발언을 긍정시켜줄 만한 존재를 한 번 맞닥트린 상태였으니까.
“설령 대의를 위한 영웅이라며 자신의 감정을 배제하는 무자비한 존재로 성장했다 하더라도, 지금 이 시간대에서 살아왔던 기억은 분명히 남아있을 거예요. 그 기억을 되새기고, 그 끝에 있을 비극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는데...당신은 정말로 이곳에 오게 된 그 선택에 '과거의 인물'이 전혀 간섭하지 않았다고 확실하게 말하실 수 있나요?”
“........”
기나긴 추궁에 소연은 차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와 맞대고 있는 눈을 내리깔고, 천천히 고개를 숙여 땅만을 하염없이 쳐다볼 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소연이 연화를 가벼이 여기지 못한다는 건 이미 증명되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세린은 그녀의 침묵에서 그녀가 무언가를 말하길 망설이고 있다는 것을 읽어내었다.
그것은 분명 그 남자가 지니고 있는 감정과 비슷한 것이리라. 아무리 대의를 위한 영웅이라 할지라도, 그 계기가 생기기 전엔 하잘 것 없는 평범한 인간이었을 테니까.
“...기억은 달라지지 않아도, 상황이 인간을 달라지게 할 수도 있는 법이에요. 그를 죽이고자 한다면, 적어도 그 남자가 미래에 그 죄를 저지른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과거로 돌아와 미래와 다른 길을 걸어가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고 넘어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곧 세린이 완전히 적의를 거두어버린 소연에게서 등을 돌렸지만, 배후가 드러났음에도 소연은 이전처럼 세린에게 달려들지 않았다.
애초에 더 이상 싸움을 이어갈 이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소연은 그녀가 위험한 인물이라 판단하여 위험에 대응했던 것이고, 세린은 그저 그녀가 어떤 인물인지를 알고 싶었기에 접근한 것뿐이었으니까.
그 과정에서 세린은 그녀가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고지식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래에서 어떤 인물이었건, 멸망하지 않은 이 시간대의 세계에선 결국 모두가 똑같은 인간일 테니까.
그것이 앞으로 그녀가 그 남자가 만족할 수 있는 인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을 텐데.......
“당신이 그에 대한 습격을 미루고 있는 건, 그가 갱생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입니까?”
“그럴 리가요. 애초에 제가 그를 습격하는 건 어디까지나 제 이기심에 의한 건데.”
막 통로로 들어서기 전에 이어지는 소연의 질문에 세린이 잠시 발걸음을 멈춘 채 소연을 돌아보았다.
"다만 당신이 그 남자를 죽이면 제가 곤란해지거든요. 그런 만큼, 가급적 이번 기회를 빌어 그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셨으면 해요."
미약한 웃음을 끝으로 세린이 통로의 어둠 속으로 발을 들이밀어 소연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녀가 떠난 후에도 소연의 시선은 그녀가 떠나간 자리에 고스란히 향해져 있었다.
****
세린이 자리를 벗어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에 다수의 사람들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소연은 그들이 은연 중 자신의 말을 듣고 동참하기 위해 찾아온 이들임을 깨달았다.
그 중 선두에 그 남자가 있다는 것도.
“오자마자 엄청나게 노려보시네.”
자신을 마주치자마자 이어지는 날카로운 시선에 강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눈은 재생력의 효과로 인해 어느 정도 수복되어 있지만, 아직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아 상처부위의 노출을 피하기 위해 검은 안대 같은 것을 두르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썩 멋져 보이진 않았지만, 그 우스운 모습을 보고도 소연은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그를 따라온 이들을 둘러볼 뿐이었다.
“총 30명...입니까?”
“정확히 아가씨랑 나 포함해서 서른둘이야.”
천 명이 넘는 사람 중 고작 32명이라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제대로 된 각오도 갖출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 중 30명이나 목숨을 걸고 괴물을 쓰러트리기 위해 온 것이다.
예상을 넘어서면 넘어섰지 적다고 볼 수 있는 숫자는 아니었다.
“수가 좀 적나?”
“수보다도 문제가 되는 건, 이들의 능력이 이 안에서 싸우는 데에 적합한가 아닌가를 따져보는 것이겠죠.”
“그건 걱정할 필요 없을 거야. 급하게 데려오긴 했어도 조건에 맞춰서 선별해온 거니까.”
이곳에 오기 전 강수는 그들이 어떤 이유로 목숨을 걸고 싸우려는 가에 대한 이유를 묻고, 그들의 강함을 가늠해보았다.
이유는 모두 제각각이다. 사람을 구하고 싶어서, 누군가를 희생시키고 싶지 않아서, 제물을 바치는 쪽으로 얘기를 몰고가는 쪽이 혐오스러워서. 광신도들 중 자신의 가족이 끼어있어서...
그 중 묘하게 익숙한 얼굴들도 보이긴 했지만, 소연의 입장에선 다 처음 보는 자들이니 일일이 부각시켜 설명하거나 하진 않았다.
“공격에 특화된 사람이 아가씨를 포함해서 13명, 방어가 10명. 회복계 지원자는 나를 포함해서 셋 밖에 안 되지만 나머지들은 그 외에 분야를 서포트할 수 있으니 급조된 조합으로썬 괜찮다고 볼 수 있겠지. 뭐, 아가씨 눈엔 어떻게 보일 지 모르지만."
탐탁찮은 듯 물어오는 소연을 보며 되묻자 소연이 고개를 좌우로 한 번 움직이며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다시 돌아가서 짤 생각은 없습니다. 이대로 진행하도록 하죠."
“뭐?”
소연의 말에 강수가 의아함에 찬 숨을 내뱉었다.
당연한 반응이다. 그녀가 과거로 돌아오고 난 이후로 자신에 대해선 심히 적대적이었으니까.
신뢰를 못사는 인간인 만큼 자신을 믿지 못하고 갈아엎는다는 것도 충분히 상정에 두었던 얘기였다.
그런 강수의 생각을 읽은 듯 소연이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당신 또한 목적이 있는 사람이고, 그 목적을 위해선 이 뒤에 존재하는 괴물을 처치할 필요가 있겠죠. 그들을 선별하는 작업을 건성으로 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아까 전까지만 해도 무슨 짓 저지르면 바로 죽일 기세였으면서.”
“당연한 겁니다. 당신이 미래에서 저지른 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니까.”
“그러니까 난 미래에 대한.......”
뭐라 말을 하려던 그의 입이 도중에 다물어졌다. 자신을 노려보는 그녀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고압적인 기백은 그녀가 이미 자신에 대해 확신을 품고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 담판을 짓는 건 이 싸움이 끝난 후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그 확신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녀는 다시 만나기 이전과는 달리 적의를 접어두고 있었다.
“제 개인적인 이유로 상황을 휘두르기엔 너무나도 급박하고, 또 다른 이들에게도 누를 끼치는 일이 될 테니...적어도 이 싸움을 끝내기 전까진 당신을 '협력자'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당신이 이 집단에 해가 되는 일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은.”
이전에도 목숨을 가지고 위협을 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협력자’라고 딱 못을 박으며 얘기를 하고 있다.
그녀에게 목숨을 위협받았던 입장에선 안도마저 느껴지는 일이었지만, 한편으론 그런 급작스런 변화에 쉽사리 적응할 수 없었다.
미래에만 해도 자신을 몇 백 번 씩 죽였던 여자가 이제 와서 이런 식으로 말을 하다니....
‘그 여자랑 무슨 애기를 나눈 건지.’
잠시 이곳에 오기 전에 마주쳤던 세린에 대해서 떠올려 보았다.
볼의 생채기에서 흘러내린 핏자국을 포함해 얼굴에 멍자국이나 손 부분의 관통상 등을 보고, 소연과 세린이 어느 정도 마찰을 일으켰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게 위험한 방향으로 일을 꼬이게 만들지 모른다고 생각을 했지만, 지금 반응을 보면 아무래도 아무래도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녀와의 충돌이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킨 듯 싶었다.
무슨 수를 쓴 건지는 몰라도 다음에 만나면 감사인사를 전해야겠다. 그렇게 이곳에 오지 않은 세린과의 만남을 기약하며 강수가 다시 소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소연은 잠시 강수에게서 시선을 거둔 채 모여있는 30명의 인원들을 차례차례 둘러보고 있었다.
“그녀는 어디에 있죠?”
“...그녀?”
“제가 과거로 돌아온 직후에 당신 다음으로 보았던 그 사람 말입니다.”
머지않아 이어지는 긴 수식어에 강수가 저도 모르게 강수가 소연에게서 시선을 회피하고 말았다.
“그 아가씨에겐 홍연화라는 이름이 있는데 말이야.”
“대답해주십시오.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죠?”
상당히 날이 선 목소리에 강수가 어깨를 으쓱 움직였다.
처음 그녀를 마주했을 때에만 해도 적의라 해도 무방할 정도의 행동을 벌였었다. 그녀의 속에서 홍연화라는 인물이 상당히 큰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지만, 그것이 마냥 긍정적인 방향이라고만은 볼 수 없었다.
한때 친구였다 하더라도 미래에 연이은 비극을 겪으며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는 법이니까.
아니, 애초에 그녀가 그런 반응을 보인 이유를 되새겨 보자면 먼 훗날 보다는 가까운 시일 내에 벌어졌던 일이 더 가능성이 높겠지.
“왜, 신경 쓰여? 자길 그렇게 감싸고 돌았던 아가씨가 정작 이 자리에 안 왔다는 게.”
“아무것도 모르면서 멋대로 떠들지 마십시오.”
날이 선 목소리였지만 그녀답지 않게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절대로 이 자리에 있어선 안 되는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신경을 쓰는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어요.”
"그녀가 불필요한 인간이라서가 아니라?”
“........”
이전에 했던 말을 떠올리며 내뱉은 발언에 소연의 눈살이 찌푸러졌다. 그 감정의 변화에 강수가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남기로 했어.”
“남는다니, 어째서...?"
“나도 의외야. 그 작은 아가씨라면 아가씨를 감싸고 돌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애초에 연화가 이곳에 남았던 이유는 어디까지나 소연을 위해서였다. 그런 소연이 자진해서 사지로 가겠다고 말을 했음에도 연화는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지도, 이곳에 나타나 소연과 함께 가겠다고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저 자신과 헤어지기 전 안쓰러운 목소리로 짧게 말했을 뿐.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네 의사를 존중할 거야. 네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원망하지 않을 거고...그냥 이렇게만 전해달라더라. 그 아가씨가.”
“........”
이어지는 강수의 발언에 소연의 얼굴이 왈칵 우그러졌다. 뭐라 말을 하려 했지만 끝내 그것은 속에 사무쳐져 마음의 무게를 더해가기만 할 뿐.
하지만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녀가 연화라는 존재를 중요시 여긴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예전에 만났을 때랑 참 달라졌어, 아가씨.”
예전이라는 말이 미래를 지칭한 것인지, 과거로 돌아온 당시의 자신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이전을 말하는 것인지...어느 쪽이건 지금에 와선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중요한 건 모여있는 자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집중되었다는 것이니까.
이미 이곳에 온 후로 상당한 시간이 지났고, 그들은 모두 공통된 목적으로 이곳에 모여있는 것이다. 잡담을 하며 시간을 허비하기엔 그들도 자신들도 다급함을 심하게 느끼고 있는 상태였다.
“슬슬 부탁할게. 나보단 그 쪽이 저 괴물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테니까.”
강수는 이번 싸움에서 소연에게 지휘권을 넘기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미래를 경험해도 그 괴물을 직접 상대해본 적 없고, 그저 곁에서 지켜보거나 다른 이들의 소식만을 들었던 자신과는 달리, 소연은 그 사건의 중심지에서 그 괴물을 상대했던 장본인이었으니까.
자신보다 그녀에게 모든 걸 맡기는 쪽이 레이드의 성공률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어차피 처음부터 이미 각오했던 일. 더 이상 캥길 것은 없다.
“돌입하기 전 여러분들에게 할 얘기가 있습니다.”
소연은 자신과 함께 사지로 떠날 이들을 향해 결의를 증명해가기 시작했다.
“저는 미래에서 온 사람입니다.”
“...미래에서?”
이어지는 소연의 발언에 그들의 사이에서 혼란이 일었다. 몇몇 이들은 당혹을, 몇몇 이들은 의문을, 그리고 몇몇 이들은 무언가의 괴리감을 눈치 채고 강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대체로 자신에게 시선을 옮긴 자들은 입구에서부터 함께 한 자들이었지만 강수는 신경 쓰지 않고 소연의 얘기를 경청하기로 했다.
자신과는 달리 미래에서 왔다는 걸 직접 밝혔다는 건 그녀 나름대로 무언가 생각이 있다는 뜻일 테니까.
“저는, 이전에 마주쳤던 라셰타라는 몬스터의 힘으로 인해 정신이 미래에서 과거로 이전된 상태입니다. 그녀가 저를 과거로 불러온 목적은 하나, 이 뒤편에 존재하는 괴물을 쓰러트리고, 이곳에서 자신이 해방되고자 하는 것이죠.”
몬스터가 몬스터를 처치하기 위해 협조를 한다는 건 그들에게 있어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지만, 던전 내에서 십 년 이상의 시간을 보내온 소연은 던전 내에서 행사되는 억제력이라는 개념을 알고 있는 상태였다.
던전에 구속된 몬스터들은 강제적으로 미쳐버린 괴물이 되었을 뿐. 그들 중 의지를 지니고 있는 존재는 이 영원한 고통 속에서 해방되길 바라고 있다.
라셰타는, 누군가가 모종의 수를 씀으로써 풀려난 억제력을 비집고 이 던전의 외부에 간섭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그 간섭할 수 있는 기회를 자신을 과거로 불러오는 것으로 써버린 것이다.
“그녀의 목적은 저희들과 일치합니다. 그녀는 이 공간에 가두어진 괴물을 죽이기 위해, 그리고 우리들은 이 공간에서 해방되기 위해서.......”
거기까지 설명을 이어간 직후 소연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이 직후에 설명해야 할 것은 당장 그들에게 득을 주진 않더라도, 앞으로의 그들에게 있어선 중요한 문제니까.
“하지만 이 싸움이 끝이 난 후에도, 이런 위험은 여러분이나, 다른 누군가에게 수 없이 덮쳐올 겁니다. 재앙은 그저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만으로, 이 공간이 사라지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으니까.”
그 말에 모든 이들의 얼굴에 동요가 일었지만 소연은 개의치 않고 그들에게 경고를 토해냈다.
“...던전이 출몰하고 난 후 고작 3년이란 시간이 지난 뒤, 이 세계는 멸망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멸망의 시초가 되는 곳은 다름 아닌 이곳을 포함해 세계 각지에 나타나게 된 던전들.”
혼란으로 가득 찬 공간 속에서 유일하게 강수만이 냉정한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자신과는 달리 자격을 갖춘 자들을 선별하는 것이 아닌, 한 사람이라도 많은 자들이 경각심을 가지길 바라며 미래에 있을 일을 설명한다.
“가혹한 일일 지도 모르지만, 이곳으로 들어간 이후에도 재앙은 끝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후의 싸움에서 살아남는 사람이 있다면...이들 중 누구라도 좋습니다.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이 던전을 반드시 파괴하여 이 세계가 멸망으로 치닫는 것을 막아주시길 바랍니다.”
설명 끝에 이어지는 간곡한 부탁은 과연 이곳에 있는 전부를 향한 것인가, 아니면 속에서 배제된 몇몇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를 향한 것일까.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 저 안으로 들어선 순간부터 옆에 있는 누가 죽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처절한 싸움이 시작될 테니까.
미래에서 온 두 사람도 마찬가지로.
========== 작품 후기 ==========
가시는 길에 던부추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