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각자의 역할 -->
-파즈즈즉, 퍼엉!
“크학!”
전격이 타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한 남자의 몸이 튕겨져 나갔다.
후드 속의 살이 그을려져 몸이 마비되었지만, 그럼에도 정신이 나간 신도는 몸을 일으켜 세운 채 자신을 공격한 이에게 달려들 준비를 취하고 있었다.
“이, 이 빌어먹을 이교의 자식이........”
“네가 뭔데 우리엄마 이름을 멋대로 이교라 단정짓고 지랄이야!?”
-퍼엉!
손아귀에서 타들어가는 전기가 연달아 폭발을 일으키며 그의 몸을 다시 감전시켰다. 끝내 바닥에 무기력하게 바닥에 쓰러진 이에게서 시선을 거둔 요한이 선글라스를 치켜세운 채 주변으로 시선을 옮겼다.
바닥에는 그의 전격에 의해 무기력하게 변한 이들이 수 없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뒤에 있는 두 사람이 해준 약간의 보조만으로 이루어낸 위업.
창완과 호란은 열이 넘는 이들을 밑에 둔 요한을 하염없이 얼빠진 눈으로 쳐다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능력이 너무 사기잖아 저건.”
창완의 말에 호란은 절반 정도만 동조를 표했다. 능력보다도 그들을 상대로 거침없이 싸울 수 있는 패기에 더 관심이 쏠렸으니까.
보통은 열 명 정도 되는 인원이 우르르 몰려오면 부담을 느끼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덤벼들면 질색하기 마련이다.
그는 그런 이들을 상대로 거침없이 힘을 행사하면서도 뒤에 서있는 자신들을 신경쓰고 몸소 지켜주기까지 했다.
하물며 그 행동 하나하나에 방심도 여유도 없었다.
“전력으로 토끼를 쫓는 사자가 요한이 같은 사람을 말하는 건가봐.”
“네? 무슨 말이에요?”
“으,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하하!”
창완의 말에 호란이 손을 휘휘저으며 애매한 웃음을 터트리고 화제를 종결시켰다. 지금은 잡담을 나눌 때가 아니었으니까.
절망교의 본거지와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는 참이다. 그러던 차에 다수가 우르르 몰려다니는 신도들이 그들을 습격했고, 그 결과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였다.
일단 요한이 있는 쪽의 일행은 모두 쓸어버리는 데에 성공했지만 다른 쪽은 어떨까?
“이봐, 그 쪽은 무사해?”
막 통로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한 쪽으로 향해졌다.
주홍색의 올백머리를 지니고 있는 불량한 차림새의 남자. 지섭이었다.
“어이쿠, 여기 다 쓸었네...위험하면 도와주려고 달려왔더니.”
“그 쪽도 습격당한 모양이네.”
“여기뿐만 아니라 사방에서 다 포위를 해왔어.”
4명 이상 몰려다닐 경우 위험레벨이 높아져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들이 그곳으로 몰려오게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그들은 각각 4명씩 짝을 짓고 1~2개의 방 사이만을 두어 떨어지지 않고 움직이는 중이었지만, 광신도들은 그런 수적인 제한에 영향을 받지 않고 그들을 사방에서 둘러쳐 습격을 해왔다.
당연한 것이지만 이런 식으로 줄지어다닐 때 후열에서 뒤따라오는 ‘보급담당’역을 맡은 이들은 피해를 보기 마련이지만.......
“그 쪽은 무사해?”
“워낙 그 아가씨가 괴물 같아야 말이지. 녀석들이 들어오자마자 철구 한 번 던지니까 다 튕겨져 나가더라. 네가 그걸 봤어야 했는데.”
“이기는 거야 당연한 거고, 내가 물은 건 그 여자가 이 놈들을 죽였냐 안 죽였냐야.”
“어.......”
요한의 말에 지섭이 얼떨떨한 숨을 내뱉었다.
그녀를 신뢰한다기보다는 ‘승리’란 결과를 확인하고 있는 것처럼 여기는 발언. 오히려 그는 그녀가 손에 피를 묻혔는가 마는가를 걱정하고 있었다.
실제 그의 발치에 나뒹굴고 있는 열에 가까운 광신도들은 모두 목숨 줄이 붙어있었으니까.
“워낙 위험했으니까, 숨통 끊어질 것 같은 놈들이 조금은 있지.”
“...그 정도면 됐어.”
“뭔가 비난 같은 거 안해? 굳이 살릴 수 있었는데도 과잉진압을 해버린 건데.”
“자기 배때지에 칼빵 놓이게 생겼는데 가만히 있는 게 더 호구지. 안 죽인 게 다행일 정도야.”
“........”
이어지는 요한의 말에 지섭이 침묵을 했다. 요한은 그에 신경 쓰지 않고 곧장 그의 곁으로 다가서며 질문을 건네었다.
“여기 말고 다른 쪽들은 어떻게 됐데?”
“위험하긴 했지만 겨우 진영은 갖출 수 있었지. 함께 하기로 하신 분들이 괜히 남는다고 말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참이야.”
“그쪽 만 하겠어?”
“...날 너무 과대평가하시네. 그 쪽도 그 아가씨 급으로 괴물인 주제에.”
“그 여자랑 같은 괴물 취급 하지마. 난 그냥 능력이 쌘 거지, 그 여자랑은 태생부터 달라.”
겸손이라기엔 너무나도 당당하다. 이 남자는 자기 분수를 알고 그걸 입밖으로 직접 내뱉을 수 있을 정도로 솔직할 뿐.
그런 녀석의 태도에 지섭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지만, 그 웃음도 그리 길게 이어지진 못했다.
“크, 으으윽....이 빌어먹을.......”
바닥에 쓰러져 있던 신도 중 한 명이 힘겨이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전격에 몸이 구워졌음에도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참으로 놀라울 뿐이었지만, 정작 빈사상태에서 표하는 살의는 자신을 공격한 이가 아닌 줄곧 방관하고 있던 이에게 향해져 있었다.
“어째서, 그대가 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인가. 형제여. 설마, 우리들의 신을.......”
-퍼억!
억울함을 토로하던 입이 발길질에 치였다. 머리가 비틀어져 끝내 의식을 잃은 신도의 고개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한때 자신의 동료였던 자의 머리를 걷어차 기절시킨 남자, 배들호는 흉하게 벗겨진 안면을 지섭과 요한에게로 향하며 눈웃음을 보였다.
“위험해지면 저도 가세할 생각이었지만, 요한 씨께서 너무나도 능력이 출중하신 나머지 나설 기회가 오질 않더군요.”
“그냥 못 이길 거 같으면 통수 칠 생각이었다고 솔직하게 말해 이 능구렁이 자식아."
"저는 능구렁이가 아니라 인간입니다만."
"아 그래 내가 말 실수했네. 너 같은 걸 낳고 길러주신 거룩한 분을 뱀 따위에 비유해서 미안하게 됐다."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요한이 대놓고 비아냥을 내뱉고는, 끝내 지섭이 지나온 쪽의 통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른 쪽 둘러보고 올 테니까, 여기 놈들 다 구속만 해두고 있어.”
“구속이야 어렵지 않다만 정말 나만 두고...에구.”
뭐라 말을 하려 했지만 이미 그는 통로의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춘 후였다.
“다리도 불편하신 양반이 뭐 저리 서둘러서 가시는 걸까. 뭐, 쩌리 입장에선 그냥 얌전히 보고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의 잔상을 쓴웃음을 지으며 지켜본 지섭이 슬그머니 주변으로 시선을 옮겼다. 쓰러진 신도들이 열에 가깝고, 상황을 지켜보기에만 급급한 사람이 둘. 나머지 한 명은 그들을 측은한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신의 은총이 그대들에게 함께하길.”
“아직 숨통 붙어있는 분들에게 그런 발언 하면 오해하기 쉬운데. 그 친구 없다고 죽일 거 아니면 그런 행동하는 거 삼가는 게 좋지 않아?”
“........”
“...진짜 죽일 생각이야?”
“그럴 리가요.”
잠시의 침묵에 불안감을 느낀 지섭의 물음에 기도를 멈춘 들호가 자상한 웃음을 그렸다.
“저는 요한 씨에게 깊은 감명을 받아 이들에게 등을 진 것. 그가 저를 실망시키지 않는 한 그의 의지는 존중해줄 생각입니다.”
“이야, 이제 와서 배신 플래그 깔아두시는 거 봐라. 겁나서 등을 맡길 수가 없겠네.”
식겁함을 느낀 그의 이마에서 약간의 식은땀이 흘러 내렸지만 당혹은 잠시로 그쳤다.
이곳에 모여있는 열이 넘는 광신도들을 마냥 방치해두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심문을 하건 인질로 써먹건 무엇을 하건 일단 처리를 할 필요가 있었다.
곧장 옆으로 뻗은 손에 힘을 실어 넣자 손아귀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그의 능력은 ‘도구 구현’. 한 번이라도 자신의 인벤토리에 넣어본 적이 있는 물품이라면 ‘D급의 아이템’으로 구현해내는 것이 가능한 능력이다.
D급의 경우에는 정말로 평균적인 능력치를 지니고 있는 장비로, 특별한 옵션이나 페널티가 붙는 경우가 매우 적다. 말 그대로 소유하고 있는 장비를 ‘표본형’으로 소환해내는 능력.
이 능력의 상위 특성으로는 자신이 손에 쥐고 있는 장비의 등급을 높이거나, 특정한 옵션을 부여하거나 내구도를 강화시키는 둥. 장비에 관련된 효과를 인위적으로 바꿔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원한다면 자신이 소유한 장비를 ‘저주템’으로 바꿔버리는 것도........
“...이제 와서 그런 무시무시한 짓을 할 리 없지만.”
자신이 찍은 특성을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은 지섭이 곧 손에 쥐어진 수갑으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이들을 한 둘 씩 포박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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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으로 향한 요한은 한 방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일행과, 수갑과 사슬에 포박되어 있는 신도들을 볼 수 있었다.
“불경한 자들이로다! 어찌 신의 사자인 우리들을!”
“당장 이것을 풀지 않으면, 너희들은 모두 절망 속에 사무쳐 죽으리라!”
“이 놈들, 그렇게 두드려 패도 주절대고 있네.”
“그냥 죽이는 게 어때요? 어차피 나쁜 놈들인데."
"끄응......."
포박된 신도들을 앞둔 채 말을 나누는 일행들이 곤란한 표정을 짓던 중, 문득 자신들의 곁으로 다가온 요한의 존재를 인지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총각. 괜찮았나? 선두에 서서 가느라 가장 위험했을 테........”
-파즈즉!
자신에게 다가오는 중년의 남자를 마주하기 전 요한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신도들에게 전류를 터트렸다. 끝내 전격에 당한 이들은 주절대던 입을 다문 채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자, 자네 잠깐만!”
“안 죽였습니다. 그냥 입만 닥치게 만든 거예요. 계속 떠들어대면 귀만 시끄러워지니까.”
중년 남자의 말에 대답한 요한이 옆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던 젊은 여성에게 손을 휘둘렀다.
“악! 아, 아파! 왜 때리시는 거예요!”
“그건 내가 할 말이야 이 년아. 너 일뽕맞은 만화에 흔히 등장하는 칼든 여고생 코스프레 하고 다니는 그런 애야?”
“아,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죽인다는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이 철부지야.”
“으앙!”
또 다시 이어지는 딱밤에 울상을 지은 어린 여자가 요한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머지않아 주변에 모여있는 동료들의 시선을 감지하고 입을 다물었다.
호란과 창완, 들호도 뒷수습을 하는 지섭을 뒤로한 채 방 안으로 들어온 상태. 그를 포함하여 원래 일행의 반수가 넘는 인원이 방 안을 메우게 되는 순간이었다.
굳이 정원초과를 신경 쓰지 않는 이유는 몬스터들이 몰려올 걱정 없이 다니는 신도들이 이 방 안에 잔뜩 모여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들의 손에 의해 포박된 자들이었다.
“아, 요한이 왔구나?”
합류한 일행 중 원형의 안경을 쓴 성숙한 여인. 장미래가 요한을 마주하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미래 누나, 뭐 알아낸 거 있어요?”
"알아낸거라면 좀 있지. 이 자들이 몰려다녀도 무사할 수 있는 게 이 도구 덕인 것 같아.“
곧 미래가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목걸이를 꺼내들었다.
“효과를 확인해보니까 이 목걸이, 특정 아이템의 효과를 일시적으로 빌려오는 옵션을 가지고 있어. 현재 빌려오는 능력은 소유자의 위험레벨을 낮추는 거고.”
위험레벨이라는 말에 요한은 강수가 늘상 얘기했던 것을 떠올렸다. 던전 내에는 특수한 규칙 때문에 4명을 초과한 상태로 몰려다닐 경우 위험레벨이 올라간다는 것을.
그 레벨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아이템을 복수의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을 경우 당연히 몰려다녀도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다.
"적어도 이렇게 녀석들이 잔뜩 모여있으면, 우리가 이렇게 모여있어도 위험할 일은 없다는 뜻이겠네요."
“그건 다행이라 할 수 있지만, 알아낸 사실이 또 하나 있지. 이건 효과를 일시적으로 빌려온다는 거니까, 원래 베이스가 되는 아이템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거. 아마 그 녀석들 본거지에 그 아이템이 존재하고 있겠지.”
수 십 개의 방이 이어져 있으며, 그 구획으로 통하는 입구는 단 하나 뿐. 광신도들은 그곳에 수 백이 모여있고, 지금도 늘어나고 있으며, 그곳으로 생존자들을 납치해 수감하고 제물로 삼거나 자신들과 같은 신자들로 만들어버린다.
아무리 입구 하나만 지켜도 된다 하더라도 어림 잡아 1천은 넘게 모여있을 텐데, 그것을 수 십 개의 방만으로 나뉘어 배치하며 위험레벨을 낮추는 건 불가능하다.
필시 그 구획에 위험레벨을 낮추는 아이템 같은 것이 존재한다. 그것을 그들을 포획하여 목걸이를 갈취함으로써 알아낼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해끠해끠~~ 해끠해끠~~
오늘도 신나는 해끠해끠~
여러분도 모두 다 해끠해끠~
세상 모두 만사 해끠해끠~
근데 내 몸은 언 해끠.
힝.......
요새 뒤통수 땡기고 몸이 수시로 허해지네요. 피곤해서 그런듯.
예약연재 하고 자러 갈게염, 나중에 뵈여 여러분.
가시는 길에 제 기분 좋아지라고 해피추 해주세요.
해끠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