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브래이커-154화 (154/251)

<-- 36화. 무자비 -->

‘정신계 능력인 줄 알았는데...육체계인가? 아니면 이전의 약물을 투여해서?’

고작 주사기 하나에 사람 세 명을 일격에 피떡으로 만들 수 있는 위력을 자아낼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강화계열 소모품이라 하더라도 정도가 지나치다.

필시 그것은 그가 지니고 있는 능력과 관계된 일일 터. 그것도 사람 한 둘 정도는 가볍게 죽여버릴 수 있는 압도적인 힘을 자아내는 능력이다.

‘괜히 혼자서 시간을 끈다고 남은 것이 아니었던가.’

곧 그의 힘에 쓰러진 세 명의 시체를 바라본 신혁의 입가에 진한 웃음이 그려졌다.

“형제들이 사도님의 곁으로 떠났군요. 그에 대한 애도는 당신의 피로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말만 주절대지 말고 자기가 먼저 나서시지, 애꿎은 부하들만 보내지 말고!”

-끼리릭, 철컹!

인벤토리에서 꺼내든 철퇴가 곧 신혁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빠르다, 그리고 강력하다.

무거운 철구를 인간의 손으로 날려 보내리라곤 생각할 수 없는 기세. 하지만 그것이 신혁의 몸에 충돌하여 몸을 짓뭉개는 일 따윈 일어나지 않았다.

-풍덩!

물이 튀기는 소리와 함께 철구가 나아가는 움직임이 중간에 억제되었다. 어느 샌가 그의 주변을 가득 채운 장막이 철구의 운동능력을 억제시킨 것이다.

“정신계 능력이라면 조금 상대하기 까다롭지만, 저를 대상으로 육탄전을 벌이려 한 건 크나큰 실책입니다.”

물로 루어진 장막의 뒤에 선 신혁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호리병을 들어올렸다.

그가 지니고 있는 능력은 ‘수류 제어’. 말 그대로 물의 흐름을 자신의 의지에 따라 조절하는 능력이다.

물은 고체와는 달리 적의 공격을 완벽하게 방어하는 능력은 없지만, 물질의 운동량을 억제시키는 힘이 존재한다. 그것을 ‘압축’특성을 이용해 농도를 높여 장막의 형태로 만들 경우 운동의 제어능력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

물론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선 물이 필요하고, 능력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물을 충당하기란 어렵지만, 손에 쥐어진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액체에 한하여 제한 없이 보관할 수 있는 호리병’은 그 능력의 제한조건을 완전히 없애버린다.

물만 잔뜩 보관하면 물을 필요로하는 능력을 사용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니까.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군요. 정신계 능력은 까다롭지만 단순한 물리력에만 의존하는 육체계열의 능력으론 저에게 상처 하나 입힐 수 없을 테니 말이죠.”

곧 호리병에서 새어 나온 대량의 물이 그의 능력에 맞춰 빠르게 주변을 둘러치기 시작했다. 끝내 구형의 형태로 물의 장막이 쳐지고, 그 속에 존재하는 신혁의 입가에 진한 웃음이 그려졌다.

단순한 물이 아닌 특성을 통해 고압으로 압축된 장막. 지금 자신의 몸을 둘러친 두께라면 총알이 날아들어도 몸에 맞닿을 때엔 비비탄 정도의 위력만을 자아낼 뿐이다.

설령 연타를 가하여 장막을 흐트러트린다 하더라도 ‘표면장력(물이 흩어지지 않도록 응집시키는 특성’을 통해 장막이 흩어지지 않도록 빠르게 장막을 재생할 수 있고, 수중호흡(물속에서 호흡이 가능해짐)과 심해적응(수압에 영향을 받지 않음) 특성을 통해 빈틈없이 쳐진 물의 장막 속에서도 호흡과 육체능력에도 제한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스스로의 방어에만 치중되어 있는 능력인가 하면 그건 아니다. 물만 충분하다면 칼로 물베기(자신이 참격계 공격을 물에 가할 시 칼날을 날려보냄)특성과 물대포(전방에 있는 물을 수압에 비례하여 쏘아보냄)특성을 이용해 공격도 할 수 있으니까.

기동성은 전무하나 장막 안에서 보호를 받고, 장막 외부에 존재하는 모든 대상에게 제한 없이 위력적인 공격을 날릴 수 있는 것. 그것이 신혁이 가지고 있는 자신감의 원천이었다.

“다른 분들은 나설 것도 없겠군요 오히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여기선 저 혼자 나서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자, 신의 가르침을 거부하는 자여, 이제 와서 투항하기엔 너무 늦은 듯 싶으니 제 손으로 직접 당신을.........”

-지지직.

귀를 찌르는 전기음이 들려왔을 무렵 신혁의 입이 굳게 다물어졌다.

단순한 정전기라기엔 소리가 너무 크고 뚜렷한데다 지속적으로 들려오고 있다. 마치 발전기를 가동시키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 소리의 근원지가 머지않아 눈앞에 있는 남자의 것임을 깨달은 신혁의 자신만만한 얼굴이 급격히 굳어지기 시작했다.

“문제 하나 낸다. 제한시간은 네 놈의 몸이 숯덩이가 될 때까지.”

-파즈즈즈즉.

양복을 걸치고 있는 그의 몸 주변에서 튀어오르는 미미한 전기. 그 전기는 머지않아 허공으로 뻗어나가 증발했지만, 손에서 튀어 오르는 전기는 쥐어진 쇠사슬을 길잡이 삼아 연결부위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장막에서 아직 빼내지 않은 철구를 향해.

“욕조에 코드가 연결된 드라이기를 빠트리면 어떻게 될까요?”

-지지지직!

철구에 전이된 전기가 물의 장막에 확산되고, 그 여파가 장막에 가두어진 신혁에게 뻗어졌다.

“가그가아아아아아아악!!!!”

전기가 몸에 스며들은 순간 물 속에서 비명을 터트렸다.

머리 배 사지 할 것 없이 사방에서 흘러들어오는 전기가 내부를 태우고 신경을 마비시켜 몸에 전율을 일으켰다.

끝내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렸을 무렵 능력을 사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풀려버렸다.

-푸확!

주변을 둘러치고 있던 고압의 물이 빠져나갔을 때, 젖어있는 바닥을 짓밟으며 도약을 가한 강수가 그의 멱살을 잡아챈 채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는 신도들에로 고개를 돌렸다.

신혁의 자신감을 믿고 방관하고 있던 그들은 뒤늦게 사태를 직감하고 다시 무기를 꺼내들며 그에게 적의를 표하고 있었다.

섣불리 달려들지 않는 건 자신들을 지도하는 우두머리가 인질로 잡혀있기 때문일까?

그들을 둘러보고 있던 강수가 코웃음을 터트리며 자신이 멱살을 쥐고 있는 남자와 눈을 마주쳤다. 물 속에서 전기충격을 받은 그는 숨은 붙어있지만 이미 넋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네. 내가 다루는 게 단순히 육체능력만 있는 게 아니라서.”

씨익 웃음을 그린 그가 이번에 레벨업을 하며 새로이 찍은 특성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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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레벨)DNA 재구성-그룹으로 지정한 인원의 특성이 적용되지 않은 능력을 다룰 수 있음. 그룹이 해제되면 해당자의 능력은 사라짐.(최대 3명)

현재 적용 능력

전류방출-체내에서 전기를 일으켜 주변으로 방출할 수 있습니다.

소모력-자신에게 사용하는 소모품의 효과를 5배로 받습니다. 많이 사용하면 부작용이 일어납니다.

흡혈귀-흡혈귀의 특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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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습득한 특성은 보조와는 전혀 관계가 먼 특성. 다른 특성들과는 다르게 자신을 강화시키는 것이 아닌, 자신의 동료가 된 자들에게 영향을 받아 이용방식이 달라지는 특성이다.

현재 그가 그룹으로 지정해둔 자는 요한과 세린, 한 명은 만약을 대비해 공석으로 남겨둔 상태였지만, 이전에 연화에게 그룹을 지정해둔 것으로 나머지 공백도 채워진 상태였다.

비록 특성은 적용되지 않았지만 하나 같이 강력한 능력들.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전력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쯤에서 시시한 인질극 좀 벌여볼까? 니들 우두머리가 뒤지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물러나. 그 아가씨도 쫓아가지 말고.”

멱살을 잡은 채 이어가는 그 말에 신도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고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머지않아 의견의 교환이 끝마쳐졌을 무렵 다른 누군가가 그들의 사이로 나서며 머리에 쓰고 있는 후드를 벗어재쳤다.

“신도들을 지도할 자가 없다면 다른 이가 지도를 하면 그만일 뿐. 형제의 실수에 의해 나머지 신도들까지 의미 없는 죽음으로 몰아넣을 순 없습니다.”

창백한 인상을 지니고 있는 여성이 날카롭게 변한 시선을 강수에게로 향했다.

“모든 것은 사도님을 위하여. 모두 교단의 가르침에 반하는 자를 처형하는 데에 집중하십시오.”

여성의 말과 함께 다시 무기를 세우며 달려드는 이들을 마주한 강수가 멱살을 쥐고 있는 손을 놓아버린 채 신혁의 안면을 틀어쥐었다.

"이래서 내가 광신도 놈들이랑 상종하는 걸 싫어한다니까."

-파즈즈즈즈즈즉!

전류방출로 방출된 전기가 머리에 직접 스며들은 순간 온 몸의 신경이 자극되어 그의 몸에 전율을 일으켰다.

끝내 중추신경이 모두 망가져 버린 남자가 시체나 다름 없는 꼴로 변했을 때, 강수는 그 시체를 내버리고 스마트폰을 들어올려 새로운 무기를 꺼내들었다.

-파즈즉, 콰앙! 콰가각!

양 손에 쥐며 휘둘러지는 해머가 주변으로 몰려드는 모든 이들의 몸을 후려쳐 날려버렸다. 정통으로 적중당한 이들은 쓰러지고, 무기로 막아세운 이들마저 무기가 망가져 몸이 엉망진창이 되어 나뒹굴고 있다.

설령 공격을 피해 품으로 파고들었다 할지라도, 주변에서 새어 나오는 전기는 거침 없이 그들의 몸으로 뻗어나가 피부를 태우고 내부를 헤집어 몸을 망가트렸다.

찰나의 순간 열이 넘는 인원이 당한 순간 그들을 지도하려고 나선 창백한 인상의 여인의 눈살이 찌부러졌다.

강수는 그녀의 시선을 무시한 채 휘둘렀던 해머를 바닥에 격하게 내팽개쳤다. 담배를 물고 있는 그의 눈은 약물의 부작용으로 인해 도드라진 혈관과, 흡혈귀 특유의 노란 눈동자로 인해 황혼빛으로 물들어져 있었다.

“니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게 하나 있는 것 같은데, 그 아가씨를 먼저 보낸 건 이 한 몸 희생시켜서 도망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야.”

-콰각!

바닥에 무참히 쓰러져 있는 신도 중 한 명을 잡아챈 강수가 진한 미소를 그리며 그의 목에 손톱을 박아 넣었다.

머지않아 목에 박힌 손톱이 내부에 존재하는 피를 빨아들여, 잡혀있는 대상의 몸을 말라비틀어지게 만들었다. 연화가 지니고 있는 흡혈귀로써의 능력을 사용한 것이다.

“여기 들어오기 전엔 평범한 사람이었던 애가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참상을 보고 멘탈이 거덜나면 이후에 곤란해지니까 그런 거지. 겸사겸사 그 녀석들 능력이 얼마나 쓸모 있는지도 확인하고.”

순식간에 한 구의 미라를 만들어낸 강수가 시체를 바닥에 내팽개친 채 여인과 눈을 마주쳤다.

아직 수는 과반수 가까이 남아있지만 순식간에 열에 가까운 인원을 쓰러트린 자. 이제껏 말이 없던 신도들조차도 공포에 질린 기색이 역력해 있었다.

강수는 그런 이들을 둘러보며 코웃음을 친 채 바닥에 떨어진 삽을 발로 차 들어올렸다.

“그래도 내가 어지간하면 손에 피 묻히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만, 경험상 광신도 놈들은 도저히 내버려둬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

미래에 그는 수 많은 광신도 집단들을 보았고, 그들이 자신의 교단을 위한답시고 저지른 수 많은 악행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 중에는 자신을 구원해준 ‘성녀’라 불렸던 인물을 마녀라 취급하며 불태워 죽인 정신나간 집단들도 있었다.

광신도에게 잡혀있는 자들은 구할지언정 광신도들은 다르다.

다른 녀석들은 몰라도, 강수에게 있어서 그들은 몬스터들보다 빠르게 토벌하고 이 세상에서 지워버려야 할 족속들이었다. 광적인 믿음이 뿌리까지 뻗어진 상태라면 더더욱.

“도망쳐도 소용 없을 거야. 여기에 있는 놈들 중 하나가 본거지에 꼰지르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삽을 쥐고 있는 손에 전기가 실리며 연이어 전기음을 터트렸다.

고목과 금속이 어우러진 손잡이를 타고 끝자락에 전기가 실려 간다. 무기를 쥔 채 발동하는 전류방출을 통해, 실질적으로 전기속성의 무기를 쥐고 있는 것과 같은 상태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을 5배로 효과가 증폭된 강화제를 맞은 육체능력으로 휘두를 경우 방어자세건 장비건 뭐든 깨부수며 그들의 몸에 전격을 심어줄 것이다.

설령 재생력으로 커버되지 않을 정도로 부상을 심하게 입는다 하더라도 흡혈귀의 흡혈능력을 이용하여 그들의 생명력을 갈취하면 그만이다.

많은 수를 상대하여 체력고갈이 심해진다 하더라도 손에 쥐고 있는 삽(무덤파괴자)의 반시체화 효과는 그 효과를 무마시킬 뿐만 아니라 소모력과 흡혈충동으로 인해 늘어난 신체능력을 아낌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그들을 상대할 힘이 갖춰진 상태에서 필요한 것은 싸우겠다는 의지 뿐. 광신자들을 혐오하는 그는 이미 그것을 갖추고 있는 상태였다.

========== 작품 후기 ==========

이야, 이 새끼 물리 치료 하는 걸로도 모자라 사적질까지 하네.

가시는 길에 던부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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