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무자비 -->
“적어도 당장 달려들 것 같진 않아. 우릴 처음부터 경계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라, 말 그대로 ‘전도활동’을 위해서 이런 일을 저지른 거라 생각해.”
“우리가 뭘 하려고 하는지도, 우리가 누구인지도 전혀 모른다는 건가.”
불행 중 다행이다. 만약 처음부터 입구 부근에 모였던 사람들의 꿍꿍이를 눈치 챈 상태에서 다가온 게 아니라는 거니까.
하지만 상식적으로 20명에 가까운 인원을 둘이서 돌파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요한과 소연이 그들을 맞닥트렸을 때처럼 ‘협공을 할 수 있는 인질들’이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그들은 막 전도활동을 시작한 듯 주변에 그들을 도와줄 인원은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렇게 둘러쳤다는 건 자신들을 얌전히 돌려보낼 생각도 없다는 뜻일 터.
도망치지 못한다면 선택지는 셋뿐이다. 전도를 받아들이거나, 저항을 하다 그들에게 잡히거나, 혹은 그들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잘 된 거 아니야? 어차피 처음부터 잠입 같은 걸 할 생각이었는데.”
“...마냥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만.”
선발대인 두 사람의 역할은 절망교의 본거지에 대해 조사하고 뒤따라오는 이들에게 자신들이 알아낸 정보를 전하는 것이다.
그를 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당연히 그들의 사이에 섞여 안으로 들어가는 것. 신도로 위장한다면 그건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을 터였지만, 문제는 신도들 중 일부가 자신들을 발견한 순간 인벤토리에서 꺼내든 물건이었다.
손에 채울 수 있는 두텁고 묵직한 수갑. 강수는 그 물건이 뭔지를 알고 있었다.
“봉인구야.”
“봉인구...?”
“능력을 봉인하는 능력을 지닌 물건들을 총칭하는 말이야. 채워서 기능을 발동시키는 순간 레벨이 0으로 떨어져.”
“...능력을 잃는다?”
“그 말대로.”
능력을 잃기 전, 평범한 인간이었을 때로 돌아간다는 건 던전 내에선 매우 치명적인 일이다.
던전 내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능력과 그에 따른 장비가 받쳐줬기에 가능한 일이지, 능력 하나도 없는 일반인들이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라고 해봐야 레벨 1~2정도다.
대략 품질에 따라서 봉인구가 기능을 발휘하기 까지에 걸리는 시간은 10분 내지 30분. 마찰이 일어나는 중에 채워져도 저항하면 해제할 수 있지만, 그들의 부탁을 수락하고 봉인구가 채워진 채 본거지까지 향할 경우 피치 못할 위험에 능력을 사용해 벗어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설령 능력을 사용할 일이 없다 하더라도 구속된 상태에선 자유로이 아군에게 지시사항을 건네줄 수도 없다. 어느 쪽이건 이런 식으로 ‘전도활동’에 휘둘리는 건 그들로썬 곤란한 일이었다.
‘애초에 10명밖에 안 되는 인원이 50명을 포획하고 있다는 걸 들었을 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아무리 미쳐있는 놈들이라도 50명이나 되는 능력자들을 무력으로 진압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인데. 경황이 없어 그 때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지 못했던 것이 큰 화근이었다.
“지금 당장 달려들진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하긴,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지. 봉인 억제 특성을 찍었을 때라면 모를까, 지금에 와서 저게 채워지면 저항도 제대로 못할 게 뻔하니까.”
“...찍었을 때? 무슨 말이야?”
“그런 게 있어.”
연화의 어깨에 손을 올린 강수가 다시 신혁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에 저희 절망의 사도님은 나약한 자들이 모든 절망을 이겨낼 수 있도록 지탱을 해주었다는 것입니다.”
신혁은 그들이 대화를 나누건 말건 신경 쓰지 않고 검은 책의 내용을 읊조리고 있었다.
“여기까지가 절망의 사도님께서 저희들에게 행한 첫 번째 가르침. 여기까지 말을 했다면 슬슬 저희의 가르침을 받아들이실 마음이 생길 거라 생각합니다만.”
머지않아 강수의 시선을 눈치 챈 신혁이 슬그머니 두 사람을 향해 눈짓을 했다.
“아무래도 두 분은 제 이야기에 전혀 관심이 없으신 것 같군요. 뭘 그리 바쁘게 대화를 나누시는 거죠?”
“미안하게 됐수다. 그 쪽이 오기 전에 못 다한 얘기가 있어서 말이지.”
귓속말을 위해 숙였던 고개를 들어올린 강수가 어깨를 으쓱 움직였다. 워낙 키차이가 나다보니 귓속말을 위해선 몸을 낮출 필요가 있었다. 귓속말로 의견을 주고 받고 있다는 걸 눈치 채지 못하는 쪽이 더 이상할 것이다.
그런 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무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신혁은 개의치 않고 가슴팍에 손을 얹은 채 미소를 지었다.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머지않아 당신도, 그리고 거기 계신 꼬마 숙녀분도 저희 교단의 가르침을 통해 구원을 받으실 테니까요.”
“저 육시랄 놈의 새끼가 지금 누구보고 꼬마라고....”
“워워, 진정해.”
"이거 놔! 저 새끼 아가리를 찢어버릴 거야!!"
막 달려들려던 연화를 강수가 양 손으로 잡아 제지를 가했다.
연화는 그의 품에 안긴 상태에서 양 손을 허우적대며 당장이라도 그에게 달려들 준비를 취하고 있었다. 강수는 그런 연화의 뒤통수에 머리를 가져다대고 그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전도 행위 한다고 얌전히 목숨만 붙여서 가르치기만 할 건 아니겠지. 분명 데리고 가서 세뇌 비슷한 것도 시전할 거야. 괜히 잡히기라도 하면 곤란해져.”
“나도 알아 그 정도는.”
흥분을 가장하고 그걸 말리는 것을 빌미로 거리를 좁힌 두 사람이 다시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하지만 이만한 인원을 따돌리고 도망치는 건 무리야. 자그마치 20명인데다, 본거지에 가까워질수록 다른 놈들이랑도 마주칠 가능성이 있으니까.”
“운 좋게 뒤따라오는 애들이 있는 쪽으로 튀어봐야 계획만 들통 나겠지.”
상대는 종교에 미쳐있는 광신자들, 그 수는 20명이다. 평범한 능력자 한 둘과 싸우는 것도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위험을 감수하는 것뿐일까? 패배는 죽음, 혹은 죽음보다 더한 일로 이어지게 되고, 그것은 자신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을 믿고 의지하는 나머지 인원들에게도 큰 타격을 심어줄 것이다.
“결국 싸우는 수밖에 없다는 거잖아.”
“싸우는 거 말고 하나 더 있어. 한 명이 미끼가 되고, 남은 한 명을 빠져나가게 하는 거.”
강수의 말에 연화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지만, 머지않아 눈앞에 있는 신혁의 존재를 인지하고 다시 표정을 굳혔다.
그는 왈가닥 소녀의 반항과, 그 소녀를 말리는 두 사람의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오해를 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설령 자신들의 의도를 알아차린다 해도 그 미소는 풀리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모여 있는 사람은 그를 포함해 20명. 제 아무리 강하다 해도 두 명이서 20명을 돌파하고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할 테니까.
한 사람이 미끼가 되어 남은 한 사람이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면.......
“안개화랑 은신을 쓰면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거야.”
“뭐.......”
“아직 흡혈충동 남아있지? 피를 마신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제대로 힘도 못 쓸테고, 재생력으로 어떻게 하려 해도 시간이 걸리니까. 차라리 몸 성한 쪽이 미끼가 되는 게 낫잖아?"
“애초에 그 쪽은 회복능력 말고는........”
“걱정 마. 안 죽어. 잡히지도 않을 거고.”
“........”
그의 이어지는 말에 연화가 입을 다물었다.
표정은 마주보지 않아도 목소리에 서려있는 감정을 읽고 알 수 있었다. 그가 자신의 말에 얼마나 큰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
허세가 아니라면 오만일지도 모르지만 그 역시도 이뤄야 할 일이 있는데,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스스로 어쩔 수 없는 위험을 자처할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그냥 최대한 여기서 멀리 떨어지기만 해. 아까 스마트폰 뺏었을 때 그룹지정은 해뒀으니까 일만 잘 끝내면 바로 찾아갈 수 있어.”
“...그건 또 어느 틈에 한 거야?”
“워낙 별 여별 일이 다 일어나는 곳이니까 대비 정도는 해둬야지. 그럼 바로 시작한다.”
“뭘 시작한다는...어, 어!?”
끝내 대화를 끝마친 강수가 연화의 몸을 양 손으로 들어올렸다. 부유감이 적용되지 않은 상태라도, 원래부터 작았던 몸은 그의 힘으로도 쉽게 들어올릴 수 있었다.
“자, 잠깐 너 지금 뭘 하려는 거야!?”
“뭐긴, 흡혈귀표 특제 연막탄 투척이지!”
“야이 개........”
-후웅!
말이 미처 끝나기 전, 연화의 몸이 강수의 손에 의해 신혁이 있는 곳으로 던져졌다.
“무, 무슨...이런 가녀린 꼬마 아가씨를 던지다........”
"닥쳐 니가 더 나빠!"
-퍼억!
당혹을 표하는 신혁의 턱에 박치기를 가한 연화가 곧장 능력을 사용했다.
-퍼엉!
몸에서 급속도로 뿜어져 나오는 연막이 주변의 공기에 섞여들어 퍼져나간다, 순식간에 시야를 가득 메우는 연막에 광신도들은 당황하며 주변을 수색해갔다.
“망할 자식. 누굴 연막탄 취급하고 있어.”
그들의 시야가 미치지 않는 어둠 속에 숨어든 연화는 곧장 그들의 포위망을 빠져나가 통로쪽으로 뛰어갔다. 모습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도 움직임을 감지한 놈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단순히 수로 밀어붙이는 잔챙이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쩌면 하나하나가 실력자. 그런 이들을 20명이나 상대하고 따돌리는 게 쉬운 일일까?
“죽으면 가만 안 둘 거야.”
그에 대한 걱정을 접어둔 연화는 끝내 방을 벗어났다. 그제야 턱을 걷어차인 신혁이 턱뼈를 바로잡으며 이를 질끈 깨물었다.
“전도를 거부하는 것이야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가르침을 받지 못한 자는 가르침의 위대함을 알지 못하는 법이니.”
이전까지 실실 그려져 있던 웃음이 지워진 그의 얼굴엔 짜증과 분노라는 감정이 드리워졌다.
“하지만 기본적인 예의조차도 갖추지 못했다면, 조금은 과한 수를 쓰는 수밖에 없겠죠.”
“그래, 그 말 동감이다.”
사방을 자욱이 메워가는 안개 속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 직후 신혁의 귀에 들려온 것은 타성과 희미한 비명소리. 머지않아 그의 발치 부근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쓰러져 있음을 자각했다.
검은 후드를 뒤집어 쓴 남자, 그를 따르는 신도 중 한 명이었다.
“그 꼬마 숙녀 분을 보내신 겁니까? 누가 보면 저희들이 나쁜 짓이라도 하는 줄 알겠습니다.”
“일단 저 놈들이 들고 있는 수갑부터 거두라고 하지?”
안개를 헤치고 나와 신혁의 눈앞에 선 강수가 조용히 입에 담배를 물었다. 무기라고 해봐야 손에 쥐고 있는 삽 한 자루, 그 외에 다른 능력을 쓴 흔적 따윈 없다.
한 녀석이 바닥에 쓰러져 있긴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안개가 퍼짐으로써 일어난 연막에 기습을 당했기 때문. 아직 자신을 포함해 열 아홉이나 되는 인원이 있는데 그걸 혼자서 모두 처리하는 건 불가능........
-콰각!
“...어?”
굉음이 터져 나왔을 무렵 신혁의 입에서 얼빠진 숨이 내뱉어졌다.
안개 속에서 낭자하는 검은 액체. 머지않아 자신의 발치에 흩어진 것이 머리가 뭉개지며 터져나온 피임을 알아차렸다.
“미안하게 됐다. 20명씩이나 상대하다보면 일일이 자비를 보여줄 수가 없거든.”
주사기 하나를 목 부근에 겨누고 있는 그의 입에서 무거운 목소리가 내뱉어졌다. 힘이 상당히 빠져 있긴 했지만, 그 속에는 분명히 살의가 섞여들어 있었다.
그 목소리에 잠시 몸이 움츠러들었지만, 신혁은 개의치 않고 웃음을 터트리며 손에 쥐고 있는 검은 성경책을 자신의 인벤토리에 집어 넣었다.
“하기야, 여기서 얌전히 당하면 저희들이 그 소녀를 따라갈 게 뻔하니 진심으로 나오겠지요. 하지만 잘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저희들이 당신들에게 다가선 이유는 어디까지나 이 공간을 방황하는 당신들을 구원하기 위함........”
“뭐가 그리 혓바닥이 길어? 다구리 치면서도 쫄리냐?”
이어지는 빈정거림에 신혁의 입이 다물어졌다. 목을 향해 겨누고 있는 주사의 피스톤에 힘을 실어넣는 그의 입가에 조소가 그려졌다.
“미안한데 난 요한이 그 녀석과는 달리 종교에 대해 무지한 놈이라서, 혓바닥 길게 늘어트리며 주절대는 말 따위엔 전혀 관심이 없걸랑."
무슨 그런 불경한.......”
“그래, 불경한 놈이지. 그러니까 자비 같은 건 기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종교에 대해선 몰라도 니들 같은 놈들 살려두면 안된다는 걸 이 세계에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거든."
끝내 약물이 모두 비워진 주사를 바닥에 내팽개친 그가 삽을 틀어쥐었다. 약물의 영향으로 인해 그의 눈이 황혼빛으로 물들어지기 시작했다.
안개 속에서 선히 빛나는 눈빛을 맞닥트린 신혁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눈을 마주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벌벌 떨려올 지경이다. 이것이 살기라는 것일까?
아니, 원초적인 공포와는 다르다. 마치 자신이 겁을 먹었다기 보다는, 눈을 마주보는 순간 ‘공포에 질리도록’유도를 하는 느낌.
그것이 그의 능력이라고 한다면 별로 꺼려할 것은 없다. 정신계 능력이란 결국 육체에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하는 능력. 실력이 어느 정도 있다 하더라도 20명이나 되는 능력자들을 모두 전멸시킬 수단이 되어줄 수는 없다.
“자비란 인간이 아닌 신에게 빌어야 할 것이죠.”
그의 능력을 짐작한 신혁이 서서히 거두어져가는 안개 속에서 주춤거리는 신도들을 향해 소리쳤다.
“싸움이 끝이 난 후 목숨이 붙어있다면 그 또한 신의 은총일 터. 모두 저 자를 죽일 각오로 상대하십시오!”
-후웅!
외침에 반응하듯 공기가 울리는 소리와 함께 신도들 중 셋의 몸이 그를 향해 쏘아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손에 쥐어진 창과 도끼들은 인간의 살을 도려내기엔 부족함이 없는 무게와 날카로움을 지닌 무기.
그것이 자신을 향해 휘둘러진 순간, 강수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손에 쥐고 있는 삽을 그들을 향해 휘둘렀다.
-콰창!
삽과 도끼가 맞닿은 순간 폭음을 연상케 하는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고작 삽의 날에 맞닿은 것만으로 도끼가 깨지고, 그 파편이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휘두른 자의 몸 곳곳에 처박혀 피를 터트렸다.
그에 위화감을 느끼고 물러서려 했지만, 삽은 무기를 부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의 안면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각!
머리가 반으로 쪼개지며 피가 터졌다. 원래라면 거기서 휘두름이 멈춰야 할 터.
하지만 그의 공격은 그들의 예상을 넘어, 머리가 처박힌 삽은 힘을 일으켜 주변에 있는 나머지 두 명까지 휩쓸었다.
-콰앙, 콰각!
폭음을 연상케하는 타성과 살이 짖뭉게지는 소리가 울려퍼진 직후, 힘에 밀려난 안개가 거두어지며 시야가 확보되었다.
모든 신도들이 그를 지켜보는 가운데, 그들을 이끄는 우두머리인 신혁의 얼굴에 경악이 피어 올랐다.
한 번의 휘두름. 고작 그것만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세 사람의 공격을 차단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방어마저 깨부수며 몸에 상해를 입혔다.
가장 처음 공격에 적중당한 자의 머리는 흉하게 망가져있다. 그 옆에서 다가오는 이들 중 한 명은 어깨가 파열되었지만, 부상은 어깨 인근의 살을 모조리 찢어발겼고, 그에게 치여 벽에 처박힌 자의 머리는 으깨져 뇌수를 바닥에 퍼트리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 세 구의 시체를 만들어낸 남자는 그들을 뭉개버린 삽을 바닥에 늘어트린 채 주삿바늘을 박아넣었던 목쪽에 손을 올렸다.
“진짜. 내가 온갖 별 여별 놈들을 다 만나왔다만, 그 여자만큼 정신이 나간 녀석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네. 어떻게 이런 걸 몇 방이고 박은 건지."
마치 머리가 어지러운 듯 눈살을 찌푸리고 몸을 비틀거리는 모습은 영락 없이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얄팍한 대가로 세 사람을 재기불능의 상태로 만들었다면 충분히 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말이다.
========== 작품 후기 ==========
키 149cm의 붉은 트윈테일 꼬마아가씨가 육시랄 놈의 새끼라는 말을 입에 담아도 되는가...대사 쓰면서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일단 요한이보다 한 살 많으니까 해도 되겠죠 뭐.
가시는 길에 던부추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