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브래이커-61화 (61/251)

<-- 19화. 눈 먼 자가 등진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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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의 궐련

분류: 영구적 소모품

등급: S+

부가설명

어느 연금술사가 만들어낸 궐련으로, 입에 물기만 하는 것으로 영원히 태울 수 있는 담배라고 한다.

연구에 필요한 집중력향상을 위해 사용자에게 각성효과를 유발하지만 건강에는 무척 해롭다.

내구도: 5/5

연관치

육체-2 재주-1 순발-1 정신-4

부가옵션

-불이 붙어도 내구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입에 무는 것만으로 표시된 각인이 발동되어 담배를 태울 수 있다.

-사용 중 적성수치 정신과 순발이 각각 2단계씩 상승하지만 육체가 1단계 하락한다.

-재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망가지지 않으면 영원히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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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가가 건네준 것은 다름 아닌 담배였다.

상자에서 담배가 ‘일시적 각성효과’를 지니고 있는 소모품으로 등장하기는 하나, 수집가가 건네준 담배는 영구적인 소모품이다. 내구도가 떨어지지 않는 한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라는 것이다.

육체가 1단계 하락하는 것이 흠이지만, 순발과 정신의 2단계상승은 그 페널티를 가볍게 씹어먹을 수 있을 정도의 효과이다.

그가 목에 착용하고 있는 액세사리인 ‘꿰뚫는 눈동자(위기감지시 순발 2단계 상승)’의 효과만을 따져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이거, 운이 이렇게 좋아도 되는 건가?”

궐련을 응시하는 강수가 이내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입에 물려져 있던 담배를 바닥에 내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 담배는 추락하자마자 강수의 발에 짓밟혀 불씨를 꺼트렸다.

내구도의 소모도 없는데 아껴둬서 뭘 하겠는가? 강수는 곧장 자신의 손에 쥐어진 담배를 입으로 가져가 물었다.

아이템의 설명에 나와 있던대로 입에 물자 마자 담배의 끝에는 희미한 불씨가 피어올라 연기를 퍼트렸다.

“고마워, 수집가씨. 덕분에 좋은 물건 받아가네.”

입에 궐련을 문 채 친근한 미소를 지어보이자 수집가가 앙상한 손을 조심스레 흔들었다.

-스르륵.

머지않아 먼지가 되듯 사라지는 수집가로부터 바로 시선을 거둔 강수는 자신을 지켜보고 있던 소연을 대면했다.

“교환은 끝난 건가요?”

“마음 같아선 몇 번 더 하고 싶었는데, 저 친구가 아쉽게도 좀 바쁜가봐.”

소연의 말에 어깨를 으쓱한 강수의 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그려졌다.

“아가씨에게도 좋은 물건 하나는 쥐어주고 싶었는데 안타깝네.”

“저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요. 지금 가지고 있는 장비들로도 충분히 전투는 할 수 있으니까.”

피식, 웃음을 터트린 강수가 곧 소연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럼 이제 비밀방에서의 일도 해결했으니 다음 단계로 넘어가볼까?”

강수의 말에 소연 또한 강수가 시선을 향하고 있는 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비밀방에 들어올 때엔 수정구슬을 사용하여 안으로 들어왔지만, 정작 비밀방 내부에서는 다른 방으로 통하는 통로들이 모두 개방되어 있었다. 원래 열고 들어온 곳 뿐만 아니라, 인근에 있는 방들의 통로들도 개방되어버리는 것은 비밀방이 한 번 개방되고 나면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리고 지금 그가 목표로 하고 있는 방향은 이전에 ‘고요한’이라는 이름을 지닌 수녀복의 남자가 지키고 있던 쪽의 방이었다.

“정말로 들어가는 거군요. 그곳으로.”

“몇 번이나 말했잖아. 그 녀석이 필요하다고.”

단편적으로나마 그에 대한 기억은 존재하고 있었지만, 기억에 존재하는 그와 현재의 그에겐 괴리가 존재하고 있었다.

현재 시간대에서 통로만을 싸매고 지키는 것을 볼 때, 그는 절대로 타인에게 도움을 줄 만한 선인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굳이 버리고 가도 될 터인데 어째서 그는 자신이 옆에서 따라다니는 것을 허락했던 것일까?

과거에 자신이 알고 있는 모습과 지금의 그의 모습. 그 괴리감은 분명 그가 지키고 있는 통로 저편에 존재하는 것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분명 출구를 발견했음에도 등을 돌리고 다시 던전 내부로 들어서게 된 이유로 직결될 터.

물론 그런 미래를 알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나 던전에 다시 들어갈 마음이 들었을 때 설득하는 편한 방법도 존재하겠지만, 정말로 통로 저편에 존재하는 것이 던전 내부로 다시 들어서게 된 이유라면 시간의 흐름에 관계없이 어떻게든 그 이유를 알 필요가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과 함께 하는 자들에겐 ‘각오’와 ‘집념’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고, 그들을 지도하게 될 자신은 그 모든 것을 알 필요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을 알고자 하는 것은 자신뿐이다.

“아가씬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기다리라니, 혼자 가실 생각이신가요?”

“이번에는 비밀방과는 달리 뭐가 나타날지를 모르니까.”

미래를 알고 있지만, 과거의 세세한 부분을 모두 알지 못하는 자신이다. 그런 만큼 미지에 접근을 할 때엔 최대한 신중을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

제지를 가하려는 소연을 향해 강수가 태연히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비밀방을 통해 들어가는 방은 아무리 입구가 닫히는 곳이라 해도 비밀방의 통로는 닫히지 않으니까 그 쪽을 통해서 빠져나올 수 있어. 위험해지면 바로 나올 테니까, 아가씨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자신의 짧은 머리카락에 맞닿은 거친 손. 머리를 쓰다듬는 강수의 손길을 느낀 소연의 제지가 한 순간 멈춰지고 말았다.

“...아, 미안. 이런 식으로 머리를 쓰다듬는 건 좀 실례가 되는 일이었나?”

그제야 강수가 자신이 한 행동을 알아차리고 다급히 소연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을 거두려 했지만,

“저는...의지가 안 되는 건가요?”

소연의 말에 일 순간 빼내려던 손이 멈춰졌다.

“조금이라도...힘든 일이 있을 때 저에게 기대주길 바라고 있어요, 같은 동행자니까.”

“........”

쓸쓸한 목소리를 내뱉는 소연, 강수는 그런 그녀를 말 없이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다. 인간적인 그녀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한다 하더라도 이해할 것이고,

하지만 그것은 결국 미숙한 마음에서 비롯된 ‘휘둘림’에 불과하지 않을까?

그러한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을 일삼는 자는 그에겐 불필요한 존재였다.

“지금까지 의지야 충분히 됐어. 앞으로도 기대하고 있고.”

강수가 기대하고 있는 것은 그녀의 미래이지 현재가 아니다. 먼 훗날이라도 자신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좋을 테지만, 적어도 지금의 인간적인 그녀가 자신에게 휘둘리며 각오를 강제로 다지길 바라지는 않는다.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마음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알고 있는 만큼 더더욱.

“다만 이 앞에 뭐가 있을지 모르는 만큼, 각오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을 데리고 가는 데엔 신중을 기하고 싶어.”

“.........”

“...이해해줬으면 해.”

끝내 소연의 어깨를 손으로 툭툭 건드린 강수가 입에 담배를 문 채 통로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위험해지면 바로 돌아오는 거예요. 꼭........”

“당연하지.”

소연의 마지막 말을 가볍게 넘기듯 손을 흔들은 강수가 끝내 통로 안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위험은 언제나 동반되어 있다. 해야 하는 것은 그것을 숙지하고, 공포를 버텨내고, 그 위험을 이겨내며 스스로가 받은 학대를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는 것 뿐.

던전이란 공간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 시간대의 인간에게 그것을 강요한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에 대해서도........

“어수룩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사지로 함께 데리고 갈 만큼 난 어리석지 않아.”

궐련으로부터 빨아들인 연기를 깊게 내뱉은 강수는 끝내 통로의 끝자락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 수녀는 자신에게 있어서 꼭 필요한 인재, 그리고 이 통로의 저편에는 그 인재가 다시 던전으로 들어간 이유가 존재하고 있다.

그 이유를 아는 데에 위험이 동반된다면 그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 미래에서 온 그는 소연과 마찬가지로 그 수녀에게서도 ‘가능성’을 엿보고 있었으니까.

“자, 간다.......”

긴장의 끈을 다잡으며 내딛은 발걸음. 그와 함께 통로 바깥으로 빠져나온 그의 시야가 훤해지기 시작했다.

끝내 방 안으로 들어선 직후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그림자.

-콰앙!!

그것이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강수가 있던 곳으로 들이닥쳐 입구 부근의 벽을 산산이 붕괴시켰다.

어두운 방의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거대한 무언가. 통로 부근에서 다급히 자리를 피한 강수가 그것의 모습을 주시하며 이를 깨물었다.

“뭐야...이 덩어리는.”

방으로 들어선 직후 담배냄새마저 꿰뚫고 들어오는 역한 냄새에 눈살을 찌푸렸다.

인간? 거인? 괴물?

아니, 생물인지조차도 의심스럽다.

방의 중심에서부터 인기척을 감지하며 움직인 거대한 그것은 수많은 무언가가 뭉쳐 만들어진 거대한 살덩어리였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은 인간의 사지에 해당하는 팔과 다리...아니, 그 뿐만이 아니다. 사람의 얼굴에 붙어있어야 할 이목구비 역시 그것에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었다.

묘지기의 체력이 깎였을 때에 보았던 그 기괴한 살덩어리와 유사해 보였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 존재하는 그것은 크기 자체가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이전에 마주했던 묘지기 따윈 갓난아기 정도로 보일 정도의 거대한 몸체, 자신이 지나온 입구를 틀어막고 있는 그것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탐식을 갈구하고 있었다.

-엄마, 어딨어?

-죽고 싶지 않아.

-괴로워....괴로워.......

-살려줘, 나 아파, 주사 싫어.......

-자르지 마, 자르지 마...거긴 자르지 마.......

-으헤헤헤헤하하하하하하하!!

비명과 고독, 슬픔, 괴로움, 실성...그 모든 것이 어우러진 목소리가 살덩이의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입에서부터 새어나오고 있다.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싶더니....”

그 기괴한 괴물로부터, 미래에서 온 강수는 익숙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세계를 멸망시키고자 하는 결심을 했을 때, 그 공작을 펼치던 중 조우했던 네임드 몬스터 중 하나.

그 때 마주했던 녀석은 덩치가 지금보다 훨씬 더 거대했었다.

눈앞에 있는 녀석은 자신이 마주했던 녀석의 성장하기 전의 존재인 과거의 망령이었다.

“아, 그래...그 미친 놈의 하수인들이 넘쳐나는 던전이니 이 녀석도 당연히 있겠지.”

촬영하고 정보를 확인할 필요도 없다. 마주해보고 쓰러트려본 적이 있는 몬스터인 만큼 그에 대한 정보는 모두 기억하고 있으니까.

‘폭식의 마귀’

그것은 자신에게 맞닿은 모든 것을 녹이고 먹어치워 자신의 살로 환원시켜버리는 피와 살로 이루어진 흉악한 괴물이었다.

“설마 그 변태자식이 이 미친 괴물을 지키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는데.”

인벤토리를 활성화시켜 삽을 빼들은 강수가 그 끝을 살덩어리를 향해 겨누었다.

먹잇감을 찾아 끝없이 배회하는 그것은 자신에게 맞닿은 모든 것을 집어 삼키며 성장하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진다.

아직 던전이 나타난 지 초기인 만큼 약한 것은 당연하겠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 역시도 살덩어리를 가벼이 쓰러트릴 수 있을 만한 무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음식...음식?

-음식이 있어.

-배고파, 배고파........

살에 붙어있는 모든 눈동자가 일제히 강수가 있는 쪽으로 향해졌을 때,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살덩어리가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강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배고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식탐에 젖은 함성소리가 방 안을 뒤덮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두 번째 네임드 몬스터 '폭식의 마귀'등장~!

가시는 길에 던부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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