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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브래이커-14화 (14/251)

<-- 5화. 성장 -->

저주템이란 강력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등급이 높게 책정되지만, 그에 따른 페널티가 부가되는 아이템을 말한다.

이를테면 착용하는 것을 통해 ‘힘을 증폭시키지만 순발을 급락시킨다’거나, 재주능력을 최대치로 올리는 대신 사용하고 나면 일정시간 동안 능력치가 반토막을 내는 등. 성능 하나는 뛰어나지만 하나 같이 나사가 빠진 구석이 존재한다.

이번에 획득한 가면이나 갈고리도 그런 저주템에 속하는 물건들이다. 갈고리의 경우에는 스테이터스가 어중간한 상태(보통 이하)일 경우 정신적인 데미지를 지속적으로 입을 뿐만 아니라 자해까지 유발한다.

적성수치가 기준치 이상이라 하더라도 페널티가 아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무의식적으로 저질러진다’에서 ‘제어 가능한 선’으로 하락한다 정도가 될 뿐. 잘 싸우다 한눈을 팔다 자신의 팔을 그어버리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가면의 경우에는 정신수치가 낮을 경우 지속적으로 정신이상을 유도하는데다, 조건 없이 스트레스 수치를 지속적으로 높인다.

던전에서 물리적인 데미지 이상으로 주의를 해야 하는 것이 정신공격임을 감안하면, 강력한 힘을 대가로 스스로의 숨통을 조여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운이 없어도 그렇지 참...”

죽은 사람의 물건을 가져왔다는 시시한 업보로 인해 이런 식의 일이 벌어진다는 멍청한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다. 전리품 상자에서 나오는 물건에 적용되는 것은 오직 ‘운’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저주아이템이 나온 것도 운수치가 최악에 이르렀기에 나온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저주아이템은 행운이 높을 때보다 낮을 때 더 드랍률이 높으니까.

“지금 상황에서 써먹긴 좀 그런데.”

미래에서는 온갖 저주템으로 스스로를 무장시켰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원과 능력이 받쳐주었기에 가능한 일.

지금처럼 레벨 1에 머물러 있는 상태에선 사용하는 것이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제 아무리 재생력이 정신적인 데미지까지 회복시켜준다 하더라도, B급 이상의 저주템이라면 그 회복력을 넘어서는 정신붕괴를 유발시킬 테니까.

“무리를 해서라도 레벨을 올려야 하나.”

스마트폰의 화면을 주시하며 골똘이 생각을 하는 것도 잠시.

-구와아아아........

통로를 걸으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확인하고 있던 강수는 문득 통로 반대편에서 괴이한 울음소리가 들려온 것을 확인했다.

생존자가 아닌 몬스터. 곧장 그렇게 판단을 내리며 눈앞에서 꿈틀대는 그림자를 주시했다.

양 손이 피로 버무려져 있으며 두 눈은 퀭하게 벌어져 있다. 온 몸에 나있는 두드러기와 흉한 피부는 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입에서 선명히 흐르는 핏자국은 그가 이전에 포식을 마쳤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구와아아.....아아아..!!!

통로를 가로막고 있는 괴이한 괴물이 곧 강수가 있는 쪽을 발견하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젠장. 또냐.”

곧장 뒤로 물러나며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대상을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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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뛰는 구울〉

분류: 언데드

추천 사냥레벨: 7

설명

묘지에 묻혀있는 수많은 시체에 죽은 자들의 원념이 뭉쳐져 만들어진 거대한 식종. 식인을 갈망하며 먹잇감을 발견할 시 이성을 잃고 날뛴다.

위험요소

-매우 민첩하고 날카로운 손톱공격을 주로 사용한다. 손톱 끝에서 나오는 미세한 분비물은 혈액의 응고를 막아 깊은 출혈을 유발시킨다.

-오염된 입에서 독을 품고 있다. 물릴 경우 저항력이 약할 시 감염상태에 빠진다.

-고통에 둔감하며, 원념에 따라 육체가 조종되는 것이기 때문에 신경을 절단시켜도 몸이 원활히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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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있는 괴물의 정체를 파악하고 혀를 끌끌 차고 말았다.

구울(식종)은 던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중형 언데드 몬스터로, 보통의 언데드가 고통에 둔감하고 급소를 부수지 않는 한 죽지 않아 ‘질기다’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구울의 경우에는 그 질긴 이미지에 더해 광기와 빠른 움직임까지 더해져 숙련자들조차도 상대하기 꺼리는 존재다.

나름 ‘강한 녀석’에 속하는 녀석인지라 뭉쳐 다니지는 않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미숙한 녀석으로 구성된 파티 정도는 쉽게 전멸시킬 수 있다.

레벨 1짜리에 전투능력도 전무한 녀석이 이길 수 있을 만한 녀석이 아니다. 아무리 적성수치가 받쳐준다 하더라도 이런 좁은 통로에서, 하물며 저런 민첩한 녀석을 상대로는 메리트를 전혀 발휘할 수 없다.

“쓸 수밖에 없나.”

자신의 인벤토리에 들어있는 두 개의 저주템을 주시하는 강수. 레벨이 낮은 만큼 페널티가 부가되는 저주템들은 가급적 사용하고 싶지 않았지만, 눈앞에 있는 구울은 자신을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구와아아아아아아악!!

끝내 강수와 거리를 완전히 좁힌 구울이 강수가 있는 곳을 향해 손톱을 내질렀다. 그 궤적을 읽고 고개를 숙여 피한 순간 이어지는 반대쪽 손톱공격이 강수의 안면을 향해 날아들었다.

-휘리릭!

찰나의 순간 몸을 꺾은 강수가 구울과 벽면 틈에 나있는 미세한 틈으로 몸을 날렸다. 절묘하게 들어간 강수의 몸이 겨우 구울의 반대편에 안착했다.

이대로 도망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구울이란 신체능력이 매우 뛰어난 괴물이다. 빈틈을 놀려 공격을 피하는 것은 가능해도, 직선에 해당하는 통로에서 도주 따위는 애초에 허락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지.”

벤토리를 조작하여 두 개의 장비를 꺼내들었다.

손에 쥐어진 것은 쇠사슬이 매어져 있는 갈고리칼. 바깥과 안쪽에 날이 서있으며, 끝자락은 무엇이라도 파고들 수 있을 만큼의 날카로웠다.

-끄드드득, 드드득.

그 흉악한 무기를 손에 쥔 직후부터 팔의 근육이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무기에 서려있는 원념이 그의 육체를 억제하려 드는 것이다.

-키야아아아아아아아아!!!

무기를 쥔 순간 머릿속에서 희미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이 무기가 지니고 있는 정신적인 페널티임을 알아차린 강수가 이를 깨문 채 갈고리의 끝을 전방으로 겨누었다.

정신의 적성수치가 ‘매우높음’에 도달한 그에게 있어서 원념이 서린 무기의 비탄이란 가벼운 잔소리 정도에 불과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저주아이템을 하나만 착용했을 때의 문제. 가면까지 착용하기엔 껄끄러움이 적잖아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저주아이템은 중첩되면 중첩될수록 페널티도 배로 증가하니까.

-구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반대쪽으로 돌아선 강수의 존재를 눈치 챈 구울이 빠르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매서운 손톱은 당장이라도 그의 살을 찢어발길 듯이 날을 세우고 있었다.

그 끝에 스치기라도 하면 재생력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큰 피해를 면치 못할 것이다.

“진짜 운이 없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이내 강수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마저 바닥에 내팽개치고 가면을 뒤집어썼다.

서서히 안면에 포개어지는 웃는 얼굴의 가면. 방금 전까지 훤히 보이던 시야가 협소해지고 눈앞에 어둠이 자리잡은 때.

-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전에 들려오던 비명소리마저 집어삼킨 광소가 그의 머릿속을 엄습하기 시작했다.

광대 가면을 쓴 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극심한 페널티.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당장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그래, 저주탬인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이를 질끈 깨문 그의 입가에 일그러진 미소가 그려졌다.

가면을 씀으로써 협소해진 시야에 보이는 것은 입에서 오염된 침을 뿜어내며 자신에게로 달려드는 구울의 모습.

강수는 몸에서 느껴지는 억제력을 견뎌내며 그 구울을 향해 갈고리의 끝을 겨누었다.

-찰그랑.

사슬이 맞물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 직후 그의 두 다리가 빠르게 구울이 있는 쪽으로 뛰어들었다.

거리가 급격히 좁혀진 순간 구울이 놀란 듯 눈을 벌려 뜨며 재빨리 손을 휘둘렀다.

횡설수설한 상태에서 이어지는 할퀴기 공격. 그것을 재빠르게 피해낸 강수의 갈고리의 끝이 구울의 팔가죽을 꿰뚫었다.

-스가가가가각!

움직임에 맞춰 갈고리의 끝자락이 구울의 팔을 갈라낸다. 그의 몸을 할퀴기 위해 뻗어졌던 팔이 삽시간에 거덜나 피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그에 대응을 하고자 반대쪽 손을 휘두르려 했지만, 이어지는 강수의 공격은 구울의 움직임을 억제시켜버렸다.

-찰그랑!

쇠가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쇠사슬이 어깨를 포함해 팔 부분을 감싸쥐었다. 아주 일순간에 불과했지만, 순발과 재주가 극대화되어있는 자가 대상의 급소를 노리기엔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었다.

-푸칵!

이어지는 갈고리공격이 구울의 왼쪽눈을 꿰뚫으며 피를 터트렸다.

-까앙!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을 치려던 직후 반대쪽 손에 돌연히 나타난 프라이팬이 구울의 턱을 가격했다.

머리가 측면으로 틀어지며 비틀거리는 구울의 몸에서 어깨에 휘감은 쇠사슬을 당기는 강수가 눈에 박힌 갈고리를 뽑아들었다.

흉기가 박힌 부분에 피가 분수처럼 솟아오른다.

괴성을 내지르는 구울이 다급히 강수가 있는 쪽을 주시하며 팔을 내지르려 했지만, 먹잇감은 이미 그의 앞에서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푸칵!

허리춤에 가해진 불시의 일격이 구울의 경각심을 일으켜 세웠다.

찰나의 순간 시야의 손상을 이용한 강수가 구울의 허리쪽으로 다가가 갈고리를 휘두른 것이다.

-구와........

“구왁질 작작해 짜샤.”

-퍼억!

손에 생겨난 정석책이 구울의 머리를 치고 지나갔다. 모서리에 가격당한 구울이 비틀거리며 강수에게 공격을 가하려는 손을 잠깐 거두었다.

그 잠깐의 시간은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에게 있어선 최고의 공격찬스.

-스가가가가가각!

살을 갈라내는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지며 구울의 전신에서 피가 쏟아져 내렸다.

빠르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움직임엔 군더더기가 없으며, 뒤틀려가는 정신 속에서도 발휘되는 냉정함은 쉴틈 없는 공격을 만들어내어 구울의 행동을 완전히 옥죄고 있었다.

-기, 에에에아아악!!!

곧 구울이 비명을 내지르며 자신의 양 팔을 크게 벌리려 들었다.

직접 공격이 통하지 않아 몸이라도 놀려 발버둥이라도 쳐볼 심산이었겠지만, 발버둥을 치기엔 상대의 공세가 너무나도 일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찰그랑, 찰캉!

갈고리에 매달려있는 길다란 쇠사슬이 어느 샌가 구울의 전신을 포박하고 있었다.

빠르게 주변을 움직이며 공격을 가할 때, 갈고리에 매달린 쇠사슬로 구울의 몸을 휘감은 것이다.

“지금까지 사람 잡아먹으면서 재미 좀 봤냐?”

쇠사슬을 끊어내고자 전신에 힘을 주는 구울의 귀에 소리가 들려왔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지만 무게감은 선명히 느껴진다. 자신의 어깨 위에 올라타 있는 그의 존재를 감지한 구울이 쇠사슬에 감겨있는 빳빳한 고개를 움직여 뒤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흉하게 충혈된 한쪽 눈에 들어온 것은 자신의 목에 구부러진 갈고리를 겨누고 있는 광대 가면의 남자였다.

“그럼 이제 네 것도 줘야지.”

-푸칵!

갈고리가 당겨진 순간 그대로 구울의 목이 떨어져 내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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