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오리엔테이션 Ⅱ
잠시 후, 제2팀 대원들까지의 소개가 모두 끝났다.
제2팀 대원들 중에서는 가장 높은 면접 점수를 받았던 최강철이 확실히 눈에 도드라졌다.
제1팀 대원들의 소개가 끝나자 제2팀 대원들은 잔뜩 주눅이 든 기색이었지만, 최강철은 오히려 눈빛이 더욱 기대감으로 반짝거렸던 것이다.
최강철의 장래희망은 몬스터를 잡는 헌터였다. 그래서인지 유사한 업종에 소속된 것을 크게 기뻐했다.
비록 최강철이 꿈꾸는 것과는 달리 MDT 대원이 되어도 거부가 될 수는 없었지만, 반은 장래희망에 근접한 상황이어서인지도 몰랐다. 하여간 최강철은 MDT 대원이 된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삼겠다며 모두를 향해 큰절을 올린 것이다.
‘확실히 재미있는 녀석이지?’
그렇게 제2팀 대원들까지의 소개가 끝나자 단한은 모두를 이끌고 수련관 뒤편의 숲으로 향했다.
서곰에 의해 결계가 형성된 숲의 상태였다.
게다가 그 안에 대원들의 담력을 키우기 위하여 환각 진법까지 펼쳐져 있었다.
제1팀 대원들은 이미 비밀 정원에서 수련을 해 보아서인지 크게 당황하지 않았지만, 제2팀 대원들에게 이런 현상은 처음이었기에 당혹스런 기색이 역력했다.
“뭐야? 숲이 아니라 벌판이잖아?”
“으윽! 내 눈이 잘못된 건가?”
“이게 대체 어떻게 된 현상이지?”
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들어섰는데 느닷없이 숲이 사라지고 허허벌판이 나타난 상황이었다.
술렁이는 제2팀 대원들의 분위기에 단한이 나섰다.
“지금 여러분께선 진세 안에 들어선 상황입니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일종의 환각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체감상 느끼는 감각들은 실제와 거의 똑같다고 여기면 될 겁니다.”
그때 제2팀 대원 중 최강철이 번쩍 손을 들었다.
“질문 있습니다!”
“최강철 대원, 말해 보세요.”
“이곳에 괴물이 나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하면 괴물과 싸우다 다치거나 죽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최강철의 질문에 다들 궁금했던 상황인지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단한의 얼굴을 빤히 주시했다.
“고통은 실제처럼 생생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리고 자칫 괴물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된다면 심적으로 커다란 데미지를 받을 것도 당연하고요. 하나 괴물은 환각으로 비롯된 생물체이니만큼 나중에 숲을 벗어나게 될 시 신체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렇군요. 답변 감사합니다.”
한편으론 최강철의 질문으로 대원들은 앞으로 이곳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잘 알게 되었다.
그나마 괴물을 처리하다 다쳐도 정말 다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안심이긴 했지만, 그래도 충격이 장난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다들 표정이 잔뜩 긴장되어 보였다.
“그럼 오늘은 마수 중에서도 가장 하급으로 분류되는 적괴를 상대하게 될 겁니다. 비록 진짜 적괴가 아닌 환각으로 비롯된 적괴라 할지라도, 체감상 느낌은 실제와 흡사할 것이니 최선을 다해 싸워 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오늘 처리할 적괴의 수는 44마리입니다. 이곳에 모인 여러분과 동일한 수입니다. 놈들을 전부 처리하기까지 밤이 되어도 숙소로 돌아가지 않을 작정이니, 이 점 감안하고 움직이시길 바랍니다.”
대원들의 술렁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단한은 차가운 표정으로 무시했다.
마수 중에서도 가장 하급에 속하는 적괴였다.
앞으로 이보다 더한 마수들을 상대해야만 했기에 이 정도는 애교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리고 만일 이 정도도 처리하지 못한다면 MDT를 구성한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터였다.
과거에 단한은 신지후와 동일 인물인 주상에 의해 적괴를 상대해 본 경험이 있었다.
그때 단한이 지닌 능력은 토력 4성밖에 안 되었지만, 그럼에도 적괴를 처리했다. 게다가 혼자서 여러 마리를 상대했던 것이다.
제2팀 대원들에겐 버거운 적괴일 수 있지만, 제1팀 대원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여럿이 힘을 합친다면 얼마든지 적괴 따위는 쉽게 처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게다가 이번 훈련의 목적은 제2팀 대원들의 근성을 키워 주기 위한 일환으로 시도한 것이니만큼 누구도 열외는 있을 수 없었다.
단한이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훈련이 끝날 때까지 각 팀의 임시 팀장을 제 임의대로 정하겠습니다. 비록 임시 팀장이지만 마수를 처리하는 동안에는 저를 대신하여 각 팀의 대원들을 통솔할 권한을 부여할 것이니, 서로 협조하여 좋은 결과를 거둬들이기 바랍니다. 물론 정확한 서열은 나중에 훈련이 모두 끝나면 그때 다시 정해지겠지만요. 그럼 제1팀에서는 이소현 대원이, 제2팀에선 한규석 대원이 임시 팀장을 맡아 주세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열과 성을 다해 훌륭한 팀장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간단한 이소현의 대답에 비해 한규석은 자못 열정이 넘치는 태도를 보였다.
이소현은 조력 가문 사람들 중에서 가장 능력치가 강하기도 했지만 침착한 성격으로 팀장으로 적격이었다.
그리고 한규석은 제2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자였다. 능력이 거의가 비슷한 상태였기에 나이로 팀장을 정한 것이다.
최강철이 고득점의 면접 점수를 따긴 했지만 나이가 가장 어렸다. 대원들을 통솔하는 일에 문제가 있을 수 있었다.
그렇게 단한의 말이 끝나던 그때였다.
크르릉!
드디어 환각 진법이 발동이 걸린 모양이었다.
적괴가 등장했다. 아직은 초반이라 그런지 3마리만 나타났다.
단한이 적괴의 모양새를 살피듯 훑어보았다.
이마의 양옆으로 뿔이 달렸고, 늑대처럼 이빨이 날카로웠으며, 온몸이 시뻘건 털로 이루어진 흉측한 생김새였다.
과거에 그가 상대했던 적괴와 똑같은 분위기였다.
물론 그때 보았던 놈들보다는 생동감은 부쩍 떨어지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담력 테스트용으로 아주 훌륭했다.
“맙소사! 환각으로 비롯된 생물체라더니 진짜 살아 있는 생물체와 진배없잖아?”
“이거 저놈들에게 물리면 완전 아작 나겠는데?”
“으윽! 마수라더니 확실히 분위기가 섬뜩하네.”
제2팀 대원들은 처음 보는 적괴에 놀라운 감도 있었지만, 생생한 실체감이 느껴지는 분위기에 크게 술렁였다.
설마하니 진짜 살아 있는 생물체와 똑같을까 반신반의하던 마음도 없지 않았던 탓이다.
반면 제1팀 대원들은 비밀 정원에서 중급 마수 레드콘을 상대해 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하급 마수 적괴의 등장에도 크게 당황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역시 이래서 마수를 상대해 본 경험이 중요했던 것이다.
그때 단한의 곁으로 다가온 서곰이 넌지시 전음을 흘렸다.
-적괴를 본 감상이 어때?
-실제 놈들 모습과 똑같이 재현했군.
-모습만이 아니라 공격 방식도 똑같을 거다.
-이런 식의 훈련이라면 확실히 효과는 좋겠군. 적괴 말고도 다른 마수들도 등장하는 건가?
-그렇다. 중급과 상급까지도 준비되어 있다. 실제가 아니라 환각을 이용한 마수들이니 얼마든지 가능하다.
-혹시 신지후 그놈의 지하에 있던 그 마수도 등장시킬 수 있는 건가?
-물론이다. 원한다면 마지막 날에 한번 등장시켜 주지.
-그렇다면 그놈은 내가 직접 처리해야겠다.
이어, 서곰과 잠시 전음을 교환했던 단한이 대원들을 향해 지시를 내렸다.
“그럼 시작하세요. 실체감이 확실한 놈들이니 물리면 실제로 느끼는 것처럼 고통스러울 겁니다. 그 점 유의하시고요.”
단한과 서곰이 뒤로 물러나자 제2팀 임시 팀장인 한규석이 기다렸다는 듯이 앞으로 나섰다.
한규석은 능력자로 구성된 제1팀에게 자신의 팀도 그리 무능력한 존재들은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저놈들은 우리 2팀이 한번 처리해 보겠습니다.”
“원한다면 그러세요.”
제1팀장 이소현이 흔쾌히 양보했다.
그녀도 내심 제2팀의 실력이 궁금하던 차였다.
만일 이들이 적괴를 처리하면 다행이었고, 못한다고 해도 뒤에는 제1팀이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규석이 제2팀 대원들을 향해 지시를 내렸다.
“자, 우리의 실력을 보여 줍시다! 놈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포위하도록 하세요. 겨우 3마리이니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우르르!
제2팀 대원들이 한규석의 지시에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적괴들을 포위하듯 주위를 빙 둘러싸기 시작한 대원들은 하나같이 주먹을 불끈 거머쥔 채 눈에 힘을 주고 있었다.
아무리 적괴가 마수라지만 겨우 3마리에 불과한 상대의 수에 비해 자신들은 30명이나 되었다.
게다가 자신들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무술 고단자들이었다. 그리고 정부에서 추천하여 이곳에 들어온 이들은 소위 특별 훈련까지 받은 존재들이었다.
크르릉-
케르륵-
적괴들이 자신들을 에워싼 제2팀 대원들을 향해 위협하듯 울음소리를 흘렸다.
한규석이 그런 적괴들의 분위기에 자신만만한 기색으로 대원들을 향해 재차 지시를 내렸다.
“공격하세요!”
“와아아!”
대원들이 커다랗게 함성을 내지르며 돌진했다.
흉측하게 생겼지만 결국은 개와 흡사하다고 여기자 용기가 났다. 마치 숫자로 적괴들을 찍어 누르려는 기세처럼 대원들이 함성을 마구 내지르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크왕! 크아아앙!
휙! 휘릭-
달려드는 대원들을 오히려 덮치듯이 적괴들이 번개처럼 몸을 화악 날렸다.
그렇게 적괴의 공격에 몇몇 대원들이 땅바닥으로 나자빠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게다가 그것을 계기로 적괴들이 나자빠진 대원들의 목덜미를 사정없이 물어뜯기 시작했다.
역시 마수답게 교활한 적괴들이었다.
생물체를 공격함에 있어서 최상의 공격 지점은 바로 목임을 적괴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털썩.
풀썩.
목덜미를 물어뜯긴 대원들 셋이 그대로 즉사했다.
그렇게 즉사한 셋의 목덜미에서 시뻘건 피가 분수처럼 콸콸 쏟아져 나왔다.
“허윽? 마, 맙소사!”
“목덜미를… 물어뜯겼어.”
“으윽! 정말 죽었나 봐.”
나머지 대원들은 섬뜩한 정경에 섣불리 덤벼들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그런 대원들의 분위기에 주둥이가 잔뜩 피에 절은 적괴들이 다음 공격 목표를 향해 달려들었다.
다시금 3명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으아악! 사, 살려 줘!”
“크으윽! 저, 저리 가, 이 괴물들아!”
상황이 이러하자 나머지 대원들의 표정이 허옇게 굳어졌다.
임시 팀장 한규석도 대원들이 죽어 나간 상황에 패닉에 빠져 어떤 공격 지시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보다 못한 최강철이 흥분하여 소리쳤다.
“다들 뭐 하는 겁니까? 당장 놈들을 떼어 내세요!”
“그, 그렇지. 대원들을… 구해야겠지.”
최강철의 외침에 정신이 들었지만 한규석은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대원들을 구하러 달려들었다간 자신마저 목덜미가 물어뜯길 것만 같았던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이곳에서의 죽음은 진짜로 죽는 것이 아니란 생각 따위 전혀 나지 않았다.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여기서 죽으면 정말로 끝장이라는 두려움에 이성이 마비가 된 것이다.
그때 쓰러진 대원들의 주위로 다가들던 최강철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젠장!’
늦었다. 이번의 셋도 목덜미를 물어뜯긴 채 즉사했다.
쓰러진 대원들의 주위는 온통 시뻘건 피바다였다. 피 냄새가 진동하듯 흘러나왔다. 구역질이 목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눈앞에 적괴가 있었기에 참아야만 했다.
주위로 다가든 최강철을 발견한 적괴들이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으르렁거렸다.
크르릉-
케르륵-
적괴들은 한 번 피 맛을 보자 광분한 기색이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 최강철이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저만치에 서 있는 대원들을 쳐다보다가 주먹을 꽉 거머쥐었다.
다들 겁에 질려 다가오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강철이 할 수 없이 적괴들로 고개를 돌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즐길 마음까지는 절대 아니었지만 놈들을 처리하지 못하면 자신도 앞서 죽은 대원들과 마찬가지로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장래희망이 헌터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 포부를 갖고 있던 자신이 겨우 하급 마수 따위에게 오금이 저려서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즉사한다면 너무 억울할 것만 같았다.
최강철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적괴들을 주시했다.
오늘 처리할 적괴의 수가 모두 44마리라고 했다.
그랬기에 죽을 때 죽더라도 적어도 한 놈은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생사를 함께하고자 했다.
최강철의 행위를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단한과 서곰이 슬며시 전음을 교환했다.
-역시 재미있는 녀석이지? 눈빛을 보아하니 겁을 집어먹은 기세는 아니고. 과연 어떻게 적괴를 처리할지 궁금하군.
-적괴의 약점을 노리면 쉽게 공략할 수 있을 거다. 물론 저 아이가 그걸 알 리는 없을 테지만.
-적괴의 약점을 알고 있나?
-그렇다.
과거에 적괴를 상대해 본 단한이었다.
그때 적괴의 약점을 알 리가 없었기에 이판사판이란 생각에 진기를 몽땅 쏟아 내고서야 겨우 적괴들을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약점이 있었다니?
-저놈들의 약점이 뭐지?
-약점은 바로 뿔이다.
-뿔이 약점이라고?
-뿔을 뽑아 버리면 즉사한다. 뿔이 일종의 코어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랬군. 하지만 뿔을 쉽게 뽑아 버리기도 힘들걸?
-마음만 먹으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보기엔 위협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저곳이 약점인 이유는 생각보다 그리 강한 힘이 아니더라도 쉽게 뽑힌다는 점이지.
의외의 얘기였다. 저렇게 단단해 보이는 적괴의 뿔이 쉽게 뽑힐 수 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어쨌든 마수들에겐 현대식 무기가 통하지 않을뿐더러, 표피는 웬만큼 강한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고선 쉽게 타격을 입지 않는다고 보면 되었다.
그렇다면 적괴의 약점인 뿔을 노리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특히 제1팀과 달리 제2팀인 최강철이 지닌 능력은 무술 실력이 고작일 터였기에.
그때였다.
크아아앙!
적괴 한 마리가 최강철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 마리로도 충분히 최강철을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인지, 남은 두 마리는 다른 대원들을 견제하듯 으르렁거리며 위협을 가했다.
적괴의 흉흉한 기색에 기가 질린 남은 대원들은 최강철을 도와주지 못하고 엉거주춤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적괴와 최강철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으윽!”
쿠당탕!
한눈에 보기에도 최강철이 약세였다.
덮치듯 달려든 적괴로 인해 바닥에 거칠게 널브러진 최강철의 상태였다. 더군다나 그런 최강철의 목덜미를 적괴가 막 물어뜯으려는 아찔한 상황.
‘위험하다!’
찰나의 위기에 최강철이 다급히 적괴의 뿔을 양손으로 꽉 거머잡고는 놈의 면상을 밀어내듯 힘을 주었다.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느라 이마의 핏줄이 잔뜩 도드라진 최강철이었고, 적괴 또한 뿔이 잡히자 침을 질질 흘리며 벗어나려 안간힘을 써 댔다.
그런 둘의 싸움을 누구보다 단한과 서곰이 관심을 가지고 주시했다.
최강철이 적괴의 약점인 뿔을 잡은 것이다.
적괴의 약점을 알 리가 없던 최강철이기에 참으로 운이 좋은 셈이었다. 또한 우연치고는 타이밍이 절묘했다.
-운이 좋은 건가? 요행히 적괴의 약점을 잡았군.
-뿔을 놓지 말고 잡아 뜯어야 할 텐데. 아무래도 그것까지는 힘들겠지?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연신 끙끙거리며 적괴의 면상을 밀어내기에 급급하던 최강철의 눈빛에 힘이 번쩍 들어갔다.
‘이게 대체 무슨 현상이지?’
적괴의 뿔을 잡은 순간 정체 모를 청량함이 몸속으로 스며드는 듯싶더니, 기이하게도 힘을 쓰면 쓸수록 그런 현상이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혹시 이곳이 놈의 약점?’
그렇게 생각한 최강철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갈수록 힘이 강해지는 최강철에 비해 적괴는 힘을 잃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 놈의 뿔을 잡아 뽑는다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최강철이 거머쥔 적괴의 뿔을 혼신의 힘을 다하여 힘껏 잡아 뽑았다.
우두둑! 뿌지직!
순간 기묘한 음향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적괴의 뿔이 뽑혀져 나왔다.
스르륵-
그러자 뿔이 뽑힌 적괴가 최강철의 눈앞에서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해낸 것이다.
능력자가 아닌 최강철임에도 순수한 힘만으로 마수인 적괴를 처리한 것이다.
적괴와의 싸움을 지켜보던 대원들의 입이 떠억 벌어졌다.
“맙소사! 적괴의 뿔을 뽑아낼 생각을 하다니?”
“적괴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와아아! 최강철이 해냈다!”
제2팀의 흥분한 함성에 이어 제1팀도 내심 최강철의 행위에 감동을 받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 그것이 바로 MDT 대원들에게 필요한 덕목이었던 것이다.
이들의 소란에 남은 두 마리의 적괴가 꼬리를 내리며 뒤로 주춤 물러나기 시작했다.
한규석이 어깨에 힘을 주고 외쳤다.
“저놈들을 잡아 죽은 대원들의 복수를 해 줍시다!”
“와아아! 놈들을 잡아라!”
“죽여라!”
타앗! 휘릭-
남은 대원들이 도망치는 적괴를 빠르게 뒤쫓아 움직였다.
적괴의 약점을 안 이상 겁낼 것이 없었다. 게다가 이곳에서 죽더라도 실제로 죽는 것이 아니었다.
제2팀 대원들이 번개처럼 몸을 날려 적괴의 도주로를 차단하고는, 이번엔 반대로 놈들을 덮치듯 달려들었다.
크아앙! 크릉!
“와아아! 쳐라! 죽여라!”
대원들과 적괴의 몸싸움이 살벌하게 벌어졌다.
몇몇 대원들은 적괴의 발톱에 살점이 뚝뚝 떨어져 나갔지만 다들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렇게 대원들이 적괴 두 마리의 뿔을 잡자 놈들이 으르렁거리며 마구 몸부림을 쳐 댔다.
뿔을 잡힌 이상, 이빨 빠진 호랑이나 진배없었다.
최강철의 행위를 목격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적괴 두 마리도 뿔이 뽑히자 앞서 적괴와 마찬가지로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와아아! 우리의 승리다!”
“적괴를 잡았다!”
겨우 3마리에 불과한 적괴를 처리한 제2팀 대원들이었지만, 마음만큼은 수백의 적괴를 상대한 듯이 감격스러웠다.
게다가 이젠 적괴가 나타나도 두렵지 않았다.
제1팀 대원들도 제2팀의 승리에 기분이 흡족했다. 함께 나아갈 이들이 발전하는 모습이 싫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