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단한 성공기-67화 (67/95)

제7장

비참한 최후

단한은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나자 서곰과 함께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신지후를 만난 것이 묘하게 마음에 걸린 탓이다.

신지후에 대한 얘기를 꺼내기 전에 먼저 신이경이 화장품 모델이 된 것부터 말했다.

서곰은 신이경이 마달평에게 후원을 받았던 인물이었기에 그녀의 행보에 아무래도 흥미가 인 기색이었다.

-신이경이 화장품 모델이 되었다고?

-그래.

-재주도 좋군. 그새 다른 스폰서가 생긴 건가?

-스폰서는 아닌 거 같고, 신이경의 사촌 오빠가 그 화장품 회사의 홍보팀장이더군.

-홍보팀장? 어떤 회사의 화장품이었지?

-Q 화장품이라고, 여자들에게 제법 인기가 있는 명품 화장품인 모양이더라고.

단한은 사실 Q 화장품이 명품 화장품임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서연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런데 Q 화장품이라는 언급에 서곰의 눈빛이 심상치 않게 반짝거렸다.

의문을 느낀 단한이 물었다.

-왜? 아는 화장품 회사야?

-그건 나중에 얘기해 줄게. 한데 사촌 오빠는 어떤 자 같아?

-어떤 자?

-아무리 사촌 오빠가 홍보팀장이라고 해도 쉽게 모델이 되기는 힘들었을 텐데, 좀 이해가 안 가서. 나름대로 화장품 모델이라면 일반 CF와는 비주얼이 다르지 않겠어?

-하긴 그런 점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꽤나 잘난 척을 하는 것으로 봐선 회사에서 입지가 강한 모양이더라고.

-그랬었군. 그렇다면 오빠의 입김으로 모델이 되었을 확률이 크겠군. 한데 그런 오빠가 있었으면 그동안 모델을 하지, 왜 마달평과 그런 관계가 되었을까 싶군.

-그거야 우리가 모르는 사정이 있었겠지.

단한이 생각해도 뭔가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그건 신이경의 사생활일 수도 있었다.

-신이경과 사촌이라면 생김새가 닮았나?

-그래. 신이경을 닮아 인물이 반반하긴 했지.

-보아하니 그자와 통성명을 나눈 분위기인데.

-사실 부딪히고 싶지 않았지만 나와 연이의 앞을 가로막고 자신을 소개하더군. 이름이 신지후라고.

-신지후?

-실은 준이 형님에게 한번 조사를 부탁할까 해.

단한은 신지후를 만난 순간 뜻 모를 경계심을 느꼈다.

흉수가 아닌 존재임에도 왜 그런 기분이 들었던 건지 모를 일이었다.

-조사를 부탁할 정도면 신지후에게 그리 좋은 느낌을 받지 못했단 의미이겠군.

-맞아. 솔직히 꺼림칙한 느낌이었어.

-꺼림칙하다? 네가 그리 느꼈을 정도면 결코 좋은 인성은 아님은 분명하겠고. 설마 흉수는 아니겠지?

-아냐. 수상해서 나도 그의 머리를 슬쩍 살펴봤지만 코어가 보이지 않았어.

-그럼 흉수는 아니겠군. 한데 신지후가 너와 서연을 가로막은 이유가 뭐지? 혹시 모델 제안?

-그래. 우리보고 화장품 모델을 제안하더군. 최상의 조건을 내세우면서 말이지. 물론 일언지하에 거절했지만.

-한번 해 보지 그랬어? 너와 서연이라면 화장품 모델을 해도 잘 어울렸을 텐데.

-사실 신이경을 보니 그럴 기분이 아니었어. 그리고 무엇보다 신지후의 눈빛이 어딘가 거슬렸고.

-그렇담 신지후를 내가 한번 살펴봐야겠군.

-그게 좋을 것 같다. 뭔가 기분 나쁜 자였거든.

-한데 너를 자극할 정도면 존재감이 꽤나 강했던 모양인데. 물론 신이경도 인간치고는 존재감이 유독 강한 아이지. 그런 기질을 타고난 아이니 아마 연예인이 된다면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거야.

서곰은 단한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모두 알고 있었기에 신이경에 대해서도 익히 알고 있었다.

서곰의 느낌상 신이경은 보통 인간들과는 달리 어딘가 범상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특히 마달평 같은 거물급이 관심을 보일 정도면 인간치고는 특별한 존재임이 분명했다.

그랬기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았지만 신이경에게서 별다른 징후를 발견하진 못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머리에 코어도 지니지 않은 상태였고.

-성공은 한다 해도 인간성은 쓰레기 같은 여자야.

사실 신이경에게 강혁의 일로 불쾌한 구석은 있지만 크게 맺힌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묘하게 그녀를 대하면 기분이 좋지 못했다.

-하긴 흉수인 마달평이 눈독을 들일 정도면 알 만하지. 흉수들 못지않게 탐욕 덩어리였겠지.

-그 얘긴 그만하고 오늘 할 일이나 상의하자.

-그러지.

대꾸를 흘린 서곰의 눈빛이 어딘가 어두워 보였다.

불현듯 신이경과 신지후의 얘기를 듣자 선계에서의 일이 떠오른 탓이다.

선계에서 지하 마물관을 다스리던 가문이 있었다.

유난히 탐욕이 강한 가문이었지만 선왕께선 선기를 타고난 그들을 하계로 방출하지 않고 포용하였다.

하지만 그 가문은 결국 선왕의 총애를 받고 있던 그분을 노리고 음모를 꾸미고 말았다.

특히 그 가문의 여식은 그분의 침소에까지 숨어들어 와 미혼술로 그분의 순정을 훔치고자 했다.

그러다 그분이 미혼술에 당한 와중에도 그녀를 안지 않고 물리치자 분노한 그녀가 암기술로 그분을 공격하기까지 했다.

만일 그때 내전 호위가 그곳을 지나치지 않았더라면 자칫 그분의 목숨이 위기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죄를 저질러 놓고도 사랑하기에 그러했노라고 뻔뻔하게 나온 여식이었고, 그녀의 가문조차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가문으로 인하여 선계가 혼란에 빠진 것을 생각하면 지금까지도 치가 떨렸다.

게다가 그들로 인하여 이곳 인간계까지 그 영향이 미쳤다.

흉수들이 이곳 세상에 버젓이 인간의 탈을 쓰고 살게 된 것도 모두 그들로 인해서였던 것이다.

-무슨 생각을 그리해?

-아냐. 그건 그렇고, 이제까지 우리가 처리한 흉수들의 숫자가 고작 스무 명 남짓이니 아직 갈 길이 멀었군.

-그래. 더군다나 어젠 강혁의 일로 하루 쉬었으니.

단한과 서곰은 마달평을 처리한 계기로 현재 흉수 토벌 중인 상태였다.

그렇게 처리한 흉수들의 숫자는 대략 20명 남짓.

대한민국에 퍼져 있는 흉수들이 대략 천여 명에 이르렀기에 서곰의 말대로 아직도 갈 길이 먼 셈이었다.

-오늘은 두 번째 거물급인 놈을 처리하는 게 좋겠다.

-두 번째 거물급? 그놈은 좀 더 후에 처리하고자 하지 않았어?

두 번째 거물급인 흉수는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진 놈이었다. 이름은 노천마. 마달평에 이어 존재감이 강한 놈이었기에 천천히 시기를 보아서 처리코자 했었다.

갑자기 서곰의 생각이 달라진 이유가 궁금했다.

-노천마를 처리하려는 이유가 있는 모양이지?

-그래.

-뭐지?

-Q 화장품 회사가 바로 노천마의 소유거든.

-그랬었군.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더니 역시 재력가는 재력가인 모양이군.

-그래. 그놈을 만나 보면 신지후에 대해서도 뭔가 내막이 밝혀지지 않을까 싶다.

-그렇겠군.

신지후에 대해 꺼림칙한 기분을 갖고 있던 터였기에 단한도 더는 노천마를 처리하는 일을 반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차피 언젠가는 처리해야 할 노천마였다. 강한 놈이기에 자칫 2차 변태가 일어나도 곤란했다.

-한데 나가기 전에 한 가지 할 일이 있어서 그런데, 잠시만 방에서 기다리고 있어라.

-무슨 할 일이지?

-중요한 것은 아니고 개인적인 용무다.

-알았다.

서곰이 저리 나온다면 뭔가 할 일이 있다는 의미였다.

어차피 단한에게 해가 되는 일은 아닐 터였기에 더는 캐묻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흘러갔다.

밖으로 사라졌던 서곰이 다시 안으로 돌아왔다.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지 다소 흥분한 듯 볼이 발갛게 물든 서곰의 기색이었다.

-되었다. 그만 가자.

-그러지.

속으론 궁금했지만 서곰이 먼저 입을 열지 않으니 묻기가 그러했다. 나중에 말해 주리라 여긴 단한은 입을 꾹 다물었다.

부르릉-

단한은 서곰과 함께 자가용을 이용하여 노천마가 살고 있는 성북동으로 향했다.

노천마의 저택이 성북동에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놈의 저택 부근에 이르자 차를 골목에 주차했다.

차 주변에 결계를 형성함은 기본이었다. 괜히 차량이 이곳에 세워진 것이 밝혀져서 좋을 건 없었다.

-가자.

-알았다.

단한은 은신술로 몸을 가리고 경신술을 펼쳐 흉수의 저택에 무사히 잠입하는 데 성공했다.

밤 시간이라 그런지 집 안이 고요했다.

상당한 재력가답게 으리으리한 집 안의 분위기였다.

부부가 따로 침실을 사용하는지 서로 갈라져서 방을 사용하고 있었다.

-저기가 놈의 방인 모양인데?

-마달평 못지않게 기운이 강한 놈이니 조심해라.

그렇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단한과 서곰의 표정이 짐짓 당황한 듯 보였다.

잠에 빠져든 노천마의 상태 때문이었다.

게다가 잠든 노천마는 둘이 안으로 들어선 것도 모른 채 코까지 드르렁거리며 골아 댔다.

-그대로 제압하면 되겠군.

-그러게.

너무 쉽게 놈을 제압하니 오히려 기분이 이상했다.

한바탕 일전을 불사했건만 말이다.

-그걸 보면 흉수 토벌은 앞으로 낮보다는 밤 시간을 이용하는 게 좋겠다.

-하긴 쉽게 가는 게 좋긴 하지.

단한은 노천마가 잠에 빠져든 무방비의 상태였기에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나름 두 번째 거물급이라 잔뜩 긴장을 했건만.

스르륵- 척!

노천마의 머리에 손을 얹어 코어의 마나를 소량만 남기고 나머지는 죄다 취했다.

한편으론 선계에서 흉수들이 취했던 영과의 마나를 다시금 주인인 그에게 토해 내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렇게 코어의 마나를 취한 후, 물어볼 것이 있었기에 자고 있는 놈을 깨웠다.

“일어나라.”

“으응?”

노천마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단한을 쳐다봤다.

그러다 깜짝 놀란 표정으로 놈이 벌떡 누웠던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네놈이 Q 화장품 회사의 회장이라지?”

“그, 그렇다. 네놈은 누구인데 남의 방에 함부로 들어온 것이냐?”

노천마는 코어의 마나를 빼앗겼지만 심령 제압을 당하지 않은 상태라 아직은 기세등등했다.

서곰이 그걸 잠자코 볼 리가 없었다.

-감히 흉수 주제에?

콰앙!

일단 머리통을 한 대 쥐어박는 것으로 시작하여 가벼운 심령 제압을 시도했다.

-지금부터 묻는 말에 공손히 대답해라.

“아, 알겠습니다.”

단번에 꼬리를 내린 노천마였다.

비록 간단한 심령 제압이지만 묻는 말에 거짓을 말하지 못할 터였다.

“홍보팀장인 신지후를 알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갑자기 홍보팀장으로 발령이 난 이유가 뭐지?”

순간 심령 제압이 당한 상태임에도 놈의 눈동자가 묘하게 불안스레 흔들림을 느꼈다.

하지만 놈은 대답을 하는 데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듯 얼른 입을 열어 말했다.

“그, 그건… 신지후 씨가 유망하기에 저희 회사에서 스카우트했습니다.”

“흐음, 그래?”

단한은 사실 이곳에 오면서 신지후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었기에 뇌력 가문인 서준을 통해 몇 가지 정보를 알아냈다.

신지후는 외국에서 20년을 넘게 지내 온 상태였고, 근래에 귀국한 상황이었다.

신지후가 외국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대학원까지 나온 인재라고 했다.

“신지후의 사촌 여동생 신이경에 대해 알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신이경을 화장품 모델로 고용했더군.”

“네, 그렇습니다.”

“혹시 신지후의 압력이 있었나?”

“그, 그건… 아닙니다. 제가 자발적으로 신이경을 모델로 고용했습니다. 한국대에 재학 중인 학력에다 외모도 상당히 매력적인 학생이었습니다. 해서 신인치곤 계약 조건이 다소 과하긴 했지만 신이경을 저희 회사의 3년 전속 모델로 계약했습니다.”

놈이 거짓으로 고할 리는 없었다. 그랬다간 자칫 뇌가 폭주되어 터져 버릴 터였다.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은 있었지만 놈에게 더는 캐낼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서곰이 다시 심령 제압에 나섰다. 앞서와 달리 보다 강한 심령 제압이었다.

-오늘 우리가 왔던 일은 모두 잊어라. 앞으로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보다는 불우한 이웃을 신경 쓰도록 해라. 사원들의 복지도 최대한 혜택을 베풀도록 해라. 탐욕을 버리고 앞으로는 숨이 끊어지는 날까지 베푸는 인생을 살도록 할 것이다.

노천마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 조치시킬까 싶었지만 참았다.

마달평처럼 정치가는 그놈만 정계에서 물러나면 그만이었지만 이놈에겐 딸린 식구가 많았다.

이놈이 무너지면 여러 곳의 기업이 도산한다.

그렇게 되면 그곳에 생활 기반을 두고 있던 죄 없는 서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노천마의 심령 제압이 끝나자 서곰이 단한에게 말했다.

-이만하면 되었다. 남은 가족들을 손봐 주고 떠나자.

-알았다.

놈의 가족들도 죄다 잠든 상태였기에 처리가 손쉬웠다.

코어의 마나를 제압당한 흉수들은 더는 예전과 같은 삶을 살기 어려울 터였다.

게다가 심령 제압을 통해 지시한 내용을 따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부릉-

단한과 서곰은 차를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까지도 서곰은 노천마의 집을 방문하기 전에 행했던 개인 용무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다.

궁금했지만 단한은 묻지 않았다.

한편, 단한과 서곰이 사라진 노천마의 집 안에 그림자처럼 잠입한 존재가 있었다.

스르륵-

바로 신지후였다.

단한이 오늘 이곳을 찾아올 것이라 짐작한 것이다.

요사이 단한이 흉수들을 손봐 주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학교에서 신이경이 촬영한 것을 보았으니 당연히 Q 화장품 회사를 조사했을 것이 분명했기에.

게다가 Q 화장품 회사는 바로 흉수가 소유한 회사였다.

신지후는 저택을 귀신처럼 누비며 흉수들의 상태를 하나하나 점검해 보았다.

역시 짐작대로 단한에게 죄다 당한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흥! 네놈이 원하는 대답은 결코 듣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 흉수의 뇌리에 자신이 시키는 대로 따를 것을 각인시켜 놓았기에 단한이 어떤 질문을 해도 소용이 없었을 터.

흉수는 신지후가 하라는 대로 꼭두각시처럼 따를 뿐이었다.

그랬기에 단한의 질문에 흉수가 대답한 내용들은 신지후가 사전에 정해 놓은 말들이었던 것이다. 대충 어떤 질문을 할지 짐작하고 있었기에 말이다.

‘또한 필요한 재물도 죄다 취한 상태니, 네놈이 아무리 흉수들을 허깨비로 만들어 버려도 상관없다.’

흉수가 소유한 비자금을 죄다 신지후가 갈취한 상태였다.

스위스 은행의 비자금을 비롯하여 국내의 여러 곳에 나눠서 숨겨 놓은 비자금까지 죄다 싹쓸이했다.

신지후는 만일 단한이 흉수가 소유한 재물의 상태를 확인할 경우를 생각해서 일부러 다른 재산은 손을 대지 않고 숨겨 놓은 것들만 몽땅 갈취했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그렇게 취한 것들을 신지후가 외국에서 주식투자로 벌어들인 것으로 조작이 될 터였다.

‘이런 식으로 몇 놈만 털어도 거부가 될 수 있다.’

탐욕이 강한 흉수들이었기에 인간 세상에서 대다수가 재력가로 군림하고 있었다.

그중에 재물을 많이 소유한 놈들의 비자금만 털어도 이곳 세상에서 원하는 짓거리를 얼마든지 하면서 떵떵거리며 지낼 수 있었다.

게다가 단한은 신지후가 보기엔 우습게도 놈들의 재물은 관심이 없고, 오로지 흉수들의 코어를 제압하는 데 목적이 있는 듯 보였다.

하긴 단한의 그런 행위가 이해는 갔다.

언제 마수들이 쏟아져 나올지 모를 나중을 위해서 흉수들을 일찌감치 처리해 두려는 것임을 말이다.

‘어차피 놈들은 별반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내겐 흉수들보다 몇 배로 강한 마수들이 있으니 상관없다.’

단한에게 코어를 제압당한 흉수들은 허깨비로 변해 버려 더는 쓸모가 없었지만, 그것에 연연하지 않는 신지후였다.

어차피 흉수들은 인간들을 공격하는 데 사용할 목적이었다. 정작 단한을 처리하는 것은 마수들의 몫이었던 것이다.

‘이곳은 이제 더는 올 필요가 없게 되었군. 오늘은 그만 마달평이나 손봐 주러 가야겠다.’

그렇게 그곳을 떠난 신지후가 다음에 당도한 곳은 바로 마달평이 거주하고 있는 강원도에 위치한 한 마을이었다.

스르륵- 척!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무려 몇 시간이나 걸릴 거리였지만 단번에 공간 이동으로 날아온 것이다.

정계를 떠난 마달평.

서울의 집을 처분하고 마달평은 요사이 강원도에 내려와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런데 마달평이 내려온 마을에 박치수, 유지남, 요화도 함께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을의 여기저기를 잠시 귀신처럼 들락거리며 목적하던 존재를 찾아다녔던 신지후.

그러다 낚시터에서 흉수들의 기운을 포착하게 되었다.

바람처럼 낚시터로 발길을 돌린 신지후의 눈에 낚시를 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낚시터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저수지로 분위기가 한산하니 정경도 좋았다.

‘흐음, 이놈들이 낚시를 하고 있군.’

신지후는 놈들이 곧 있으면 죽을 목숨이라는 것도 모르고 태평스럽게 낚시를 하고 있는 상황에 차가운 조소를 흘렸다.

‘흉수 주제에 신선놀음이 따로 없군.’

흉수들이 지금처럼 혜택을 누리며 살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모두 자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선계의 지하 마물관에 소속해 있을 때는 다들 서로를 못 잡아먹어 으르렁거렸으며, 심지어는 싸움에서 진 놈은 먹잇감으로 둔갑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것이다.

‘마침 저곳에 개 한 마리가 있군.’

버려진 개인지 목줄이 묶이지 않은 커다란 개 한 마리가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신지후와 시선이 마주친 개는 꼬리를 냅다 말고는 나무 아래로 고개를 처박았다.

그런 개를 향해 신지후가 교신을 시도했다.

-잠시 그곳에서 대기해라. 네놈에게 좋은 먹잇감을 안겨 줄 테니까.

끄응…….

신이경에게 말했던 대로 행할 생각이었다.

마달평의 사지를 갈가리 찢어발겨 개 먹이로 던져 주겠노라고 호언장담했던 신지후였다.

그렇게 개를 바라보던 신지후는 천천히 낚시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응? 누가 이쪽으로 오는데요?”

“낚시를 하러 온 사람인 모양이지?”

“손에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데요?”

“혹시 동네 사람인가? 우리가 이곳에서 낚시를 하고 있으니 궁금해서 구경 온 모양인데.”

마달평과 일행은 낚시를 하다 말고 갑작스레 주위에 사람이 나타나자 호기심을 가지고 신지후를 쳐다봤다.

감색 슈트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신지후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시골 사람의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

게다가 모델처럼 늘씬한 몸매며, 수려한 이목구비에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로 그때였다.

“네가 마달평이냐?”

“그, 그렇소만, 당신은 누구시오?”

신지후의 자연스러운 하대에 마달평은 자신도 모르게 말을 높였다.

그런 마달평의 머리 쪽을 신지후가 훑듯이 살펴보았다.

이미 단한에게 코어의 마나를 제압당한 탓인지 쥐꼬리만 한 마나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더는 흉수로서의 가치가 사라졌다.

“네놈이 감히…….”

마달평을 향한 신지후의 눈빛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그곳 세상에서는 자신의 가문의 부림을 받았던 생물체인 흉수들이었다. 말 한마디에 벌벌 떨며, 그야말로 맹목적으로 복종하던 생물체였다.

그런 미천한 잡것이 감히 여동생을 능욕하다니 용서할 수 없었다.

신지후가 품 안에서 가죽 장갑을 꺼내어 끼었다.

손에 놈들의 더러운 피를 묻히기 싫은 탓도 있었지만 지문을 남길지도 몰랐기에 말이다.

“신이경이라고 잘 알고 있겠지.”

“그, 그게…….”

이곳에 내려온 이후로는 탐욕을 버리고 순수한 일반인처럼 살고 있는 마달평과 일행이었다.

그랬기에 갑작스런 신이경이라는 이름을 듣게 되자 마달평의 기색이 매우 당황한 듯 보였다.

“여동생을 능욕한 대가를 죽음으로 갚아라!”

휘리릭-

순간 신지후의 몸이 번개처럼 마달평에게로 바짝 접근함과 동시에 그의 손이 마달평의 목을 꽉 움켜잡았다.

그런 상태로 마달평을 허공으로 번쩍 들어 올렸다.

대롱대롱-

신지후보다 덩치가 배로 거대한 마달평이었다. 하지만 너무도 손쉽게 허공으로 들어 올려졌다.

신지후의 손에 들어간 힘이 옥죄일수록 마달평의 기색이 밀랍처럼 창백해졌다.

“끄으윽-!”

결국 마달평의 입에서 숨넘어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갑작스런 상황에 일행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쳐다봤다.

“어, 어르신…….”

“저, 저걸 어째?”

“으으-!”

신지후를 뜯어 말리기엔 그가 뿜어내는 기운이 너무 두려웠다. 광기에 가까운 살기. 자칫 말리려다간 마달평 대신 자기들이 당할 듯싶었다.

그때였다.

뿌지직!

마달평의 머리통이 몸에서 분리되었다.

일행들은 입을 떠억 벌리고 넋이 빠진 듯 보였다.

콰당!

목이 떨어져 나간 몸통이 바닥으로 거칠게 널브러졌다. 그곳에서 뿜어져 나온 핏물이 주변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마달평은 비명도 채 지르지 못하고 즉사했다.

신지후는 그걸로도 부족했는지 머리통을 바닥에 내려놓고 발로 밟아서 으깨기 시작했다.

콰직! 뿌드득-

살벌한 음향이 밤의 낚시터에 울려 퍼졌다. 이어서 몸통에서 사지를 분리하기까지 했다.

뿌지직! 콰직! 뻐드득-

그야말로 악마가 따로 없었다.

겁에 질린 일행들은 벌벌 떨며 오줌을 질질 지렸다.

그렇게 잠시간 잔혹한 행위를 일삼던 신지후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휙!

뜯겨진 팔 하나가 어둠 속 저편으로 날아갔다.

개 먹이로 던져 준 것이다.

-먹어 치워라!

크르릉! 쩝쩝!

신지후의 명령에 개가 광기에 물든 기색으로 바닥에 떨어진 팔의 살점을 뜯어 먹기 시작했다.

신지후가 남은 흉수들로 시선을 돌렸다.

다들 신지후의 시선을 감당하지 못하고 고개를 아래로 푹 조아렸다.

“그걸 먹어 치워라!”

“하으윽!”

피로 흥건한 다리 하나가 요화의 앞에 떨어졌다. 그녀가 기겁한 표정으로 다리를 쳐다보다 주춤 물러났다.

“네놈들도 마찬가지다!”

박치수와 유지남에게도 팔과 다리를 하나씩 안겼다. 요화에 못지않은 혼비백산한 표정들이었다.

본원적인 기질은 흉수지만 코어의 마나를 제압당하면서 그 기질이 사라진 탓이다.

“그것을 먹지 않는 놈에겐 마달평과 똑같이 해 주마.”

어차피 남은 흉수들도 살려 둘 생각이 없었다.

코어의 마나를 잃은 상태니 나중에 이곳 세상이 전쟁터로 변한다 해도 쓸모도 없었다.

“으흐흑!”

“크으윽!”

공포에 사로잡힌 이들이 살덩이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런데 그렇게 살점을 뜯어 먹던 그들의 눈빛이 갈수록 이상하게도 광기에 절은 듯 보였다.

흉수의 육신을 맛본 이상 더는 인간처럼 살 수가 없게 된 탓이다.

광기에 사로잡힌 그들이 서로를 반목하며 으르렁거렸다.

서로 물고, 뜯고, 할퀴고, 발로 차고, 주먹질하며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개나 진배없이 변한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싸움이 가라앉기까지 차가운 눈으로 주시하던 신지후의 손이 움직였다.

퍽! 퍼억! 콰직!

셋 모두의 숨통을 단번에 끊어 버린 것이다.

신지후는 시신을 몽땅 저수지 안으로 던져 버렸다.

첨벙! 첨벙첨벙-

모든 일이 끝나자 사방이 고요했다.

낚시를 하던 이들은 온데간데없고 낚싯대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습한 바람이 불어왔다.

비가 올 기세였다.

‘이걸로 이경의 복수는 끝났다.’

신지후가 어둠 속의 개를 쳐다봤다.

흉수를 뜯어 먹던 개는 이미 즉사한 상태였다.

흉수의 몸속에 내재된 독성을 이곳 세상의 개가 소화할 리 없었던 탓이다.

그야말로 쥐약을 탄 고기를 뜯어 먹은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스르륵-

그렇게 목적했던 바를 달성한 신지후는 그곳에서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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