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괴물 처리
퍼엉!
박 터지는 음향과 함께 순간 후원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놈이 방망이를 이용하여 공간 확장을 해 버린 것이다.
거의 두 배, 그렇게 넓어진 공간으로 인해 단한과 놈의 간격도 자연스럽게 벌어지게 되었다.
-맙소사! 진짜 도깨비 방망이였어.
-그렇다. 2차 변태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지금 저놈의 특성은 꽤나 까다로운 셈이다. 요술 방망이를 손에 들고 있는 이상 천하무적이나 진배없다.
-그렇다면 방망이를 빼앗기면 힘을 못 쓰겠군.
-그렇긴 하지만 쉽게 빼앗을 수 없다는 게 문제지. 내력이 반으로 줄어들지 않는 한 손에서 함부로 떨어지지 않거든.
그때였다. 놈이 다시금 방망이를 바닥에 후려쳤다.
퍼엉!
놈의 방망이질에 늘어났던 공간이 다시금 본래의 크기로 돌아왔다.
-뭐야, 저놈?
-아직 방망이에 대한 적응이 안 된 모양이다.
-그렇다면 지금이 기회로군.
상대가 도깨비 방망이를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사용 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면 무용지물이었다.
놈이 공격 방법을 터득하기 전에 선공이 제격이었다.
단한이 뇌력을 발출시켰다.
번쩍! 콰오오오-
뇌전의 기운으로 놈을 통구이로 만들 작정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퍼엉!
놈이 방망이를 다시금 두드렸다. 그러자 기괴한 현상이 벌어졌다.
파스스!
순간 놈의 면전으로 날아든 뇌전의 기운이 허무하게 사그라졌다. 놀랍게도 공격만이 아니라 방어까지 우수한 방망이였던 것이다.
-대단한 방망이로군. 뇌전의 기운을 소멸시켰어.
-요술 방망이의 위력은 저것만이 아니다. 단단히 각오하는 것이 좋을 거다.
-이번엔 토력술로 놈을 구속해 보겠다.
-토력술이 과연 먹힐까 모르겠는데 한번 해 봐라.
놈이 단한의 공격을 막아 내고선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이 케륵거리며 이빨을 드러내고 웃어 댔다.
어찌 된 것이 이빨까지 시뻘겋다. 정말 징그러운 놈이었다.
단한의 공격이 다시금 시도되었다.
차아앗!
흙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밧줄이 생성되었다. 그것이 놈의 사지를 묶듯이 다가들었지만 바로 그때였다.
퍼엉!
놈의 방망이질에 밧줄이 가닥가닥 끊겨 버린 것이다.
밧줄이 끊겼으니 놈을 구속하기는 글렀다.
주위로 뿌옇게 휘날리는 흙먼지를 바라보며 단한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토력술도 무용지물이다. 이제 어떡하지?
-…흐음.
서곰도 일순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두 번째 공격까지 막아 낸 놈은 기세등등하여 단한을 향해 시뻘건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그러더니 이번엔 놈이 공격을 시도했다.
“대단한! 불 맛을 보여 주마!”
“좋다! 한번 보여 줘 봐라!”
당할 땐 당하더라도 기죽은 기색을 보일 수 없었다. 그러면서 불과 상극인 물의 기운을 이끌어 낼 채비를 갖추었다.
역시 지능이 떨어지는 놈이었다. 무엇을 공격할지 알리고 공격을 하다니 말이다.
어쨌든 지상 최대의 목표가 단한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인 놈이 방망이를 힘차게 땅바닥에 내려쳤다.
퍼엉!
앞서와 마찬가지로 박 터지는 음향이 흘러나왔지만 이번은 방어가 아니라 공격이었다.
화르르륵! 휙휙!
순간 방망이에서 도깨비불 같은 시뻘건 화염 덩어리가 단한의 면전으로 쏜살같이 날아왔다.
놈이 미리 공지를 해 주었기에 망정이었다.
쏴아아아! 처얼썩!
불을 끄는 데 물보다 좋은 것은 없었다.
물론 기름으로 인한 불은 모래가 제격이었지만.
하여간 성공적으로 수력의 방어막을 형성했다.
푸스스스!
거대한 물의 장벽에 도깨비불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무리 요상한 도깨비불이라 할지라도 단한이 지닌 기운은 신수의 피에서 비롯된 때문이었다.
“으허헉! 저, 저놈이 내 불을 껐다!”
놈이 크게 당황한 기색이었다. 도깨비불은 사실 물로 쉽게 끌 수 있는 불이 아닌 탓이다.
놈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방어한 단한이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러면서 놈의 실패를 축하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불 맛을 보여 준다더니 고작 그거냐! 밤에 오줌이나 싸지 마라!”
평소 같으면 이런 식의 저급한 싸움은 단한도 생각지 못했다. 괴물로 변한 흉수들을 그저 아무 말 없이 고급스럽게 두들겨 패는 것이 답이었기에.
역시 놈이 분노의 감정을 드러내며 펄펄 뛰었다.
“크아아악! 나도 물로 공격하겠다!”
“원한다면 그러든가!”
확실히 생각이 없는 놈이었다. 역시 이번에도 공격을 미리 스포하다니.
놈이 분노한 기색으로 다시금 방망이를 휘둘러 댔다.
퍼엉!
놈의 공수 전환이 너무도 빠르고 자유로웠다. 방망이의 사용 방법을 확실하게 숙지한 것이 분명했다.
콰콰콰콰!
이번엔 방망이에서 거센 물줄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걸 지켜보던 단한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불로 패배하자 수력은 누가 강한지 대결을 펼치려는 모양이었지만 미련한 짓거리나 다름없었다.
현재 수력 6성에 이른 단한의 능력이었다.
그간 취한 비기 중에 가장 강력한 수력이기도 했다.
그런 데다 가세하듯 상대가 알아서 기운을 보충해 주고 있었으니 단한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놈이 제 무덤을 팠군.’
찾아온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여유롭게 두 팔을 위로 뻗은 단한.
마치 만세라도 부르는 듯한 모션이기도 했다.
콰오오오오-
순간 거센 물줄기가 마치 자석에 이끌린 쇠붙이처럼 단한의 두 팔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한편으론 마치 마술 쇼처럼도 보일 정도였다.
그런 단한의 행위에 놈이 더욱 호승심이 일었던지 자신의 내력의 반을 넘게 방망이에 주입했다.
콸콸콸콸! 쏴아아아-
요술 방망이에서 쏟아져 나온 물줄기가 단한에게로 연신 이어지고 있었다.
만일 단한이 수력을 거둬들일 능력이 없었더라면 그만 물에 빠져 익사할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단한은 그렇지가 않았다. 오히려 물의 기운을 받아들인 단한의 내력을 보강시켰다.
내력을 반이나 퍼부었는데도 단한이 끄떡도 없어 보이자 놈의 표정이 험악하게 굳어졌다.
“뭐, 뭐냐? 왜 저놈이 쓰러지지 않는 거냐?”
슬며시 가슴 한구석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흥분하여 그만 내력을 너무 쏟아 버린 것이다.
게다가 두 팔을 만세 부르듯 펼친 자세로 묵묵히 서 있는 단한의 분위기는 마치 태산과도 같았다.
태산에 오줌을 아무리 갈겨 본들 무너질 리가 없었다.
“으아아악! 짜증 나! 안 되겠다! 중지!”
도깨비 괴물이 다급히 방망이에서 쏟아져 내리던 물을 끊어 버렸지만,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국면에 처했다.
기회란 듯 서곰이 냉큼 나섰다.
-놈의 내력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내력을 복구하기 전에 광역 은신술을 펼쳐 놈의 방망이를 빼앗아 버리는 게 좋겠다.
-좋은 생각이군.
하긴 도깨비 괴물에게 요술 방망이만 없다면 놈은 허깨비나 진배없을 터였다.
게다가 단한은 놈 덕분에 내력이 보강된 탓에 최상의 상태에서 광역 은신술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서곰이 다시 신이 나서 말했다.
-나는 놈의 약을 올리는 일을 맡겠다.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광역 은신술의 발동이 걸리기엔 다소 시간이 필요했다.
서곰의 도움이 자못 소중할 터.
스르륵-
단한이 은신술을 펼치자 서곰이 놈의 앞으로 나섰다.
눈길을 끌 목적으로 서곰이 몸체를 놈의 크기만 하게 화악 부풀렸다. 직접 공격을 도와주기는 어려워도 이런 식의 지원사격은 얼마든지 가능했던 것이다.
“곰 인형! 뭐냐!”
-나보다도 작은 게 까불지 마라!
직접 대화를 나눌 수는 없지만 교신은 가능했다.
역시 놈이 서곰의 말에 즉각 반응을 보였다.
“내가 너보다 작다고?”
-그럼 나보다 크냐? 어디 한번 누가 더 큰지 대결해 볼까?
서곰이 보란 듯이 더욱 몸집을 부풀렸다.
푸아아악!
거의 놈보다 두 배나 커진 몸집.
어마어마하게 커진 곰 인형의 모습에 지켜보고 있던 남은 흉수들이 입을 떠억 벌렸다. 설마하니 자그마한 곰 인형이 저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던 것이다.
“으윽! 감히 인형 따위가 나를 놀리다니 용서할 수 없다!”
퍼엉!
도깨비 괴물이 자신의 손바닥에 직접 방망이를 휘둘러 몸집을 부풀리기 시작했다.
그거야말로 서곰이 원하는 바였다. 놈이 내력을 자꾸 쓸수록 단한이 유리했던 것이다.
푸아아아악!
서곰의 머리보다 한참이나 올라온 놈의 몸집.
놈이 기세등등하여 서곰을 향해 외쳤다.
“어떠냐? 내가 더 크지?”
-그래. 내가 졌다. 하지만 이거나 먹어라!
서곰이 놈을 향해 엉덩이를 불쑥 내밀며 히죽 웃었다.
적당히 시간을 끌었기에 더는 놈을 상대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푸시시시시!
한편으론 오해하기 딱 좋은 타이밍.
마치 방귀를 뀌듯이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급속도로 서곰의 몸이 본래의 크기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이 쥐새끼 같은 곰 새끼가!”
역시 괴물로 변해도 방귀를 먹으란 소리는 싫었던 모양인지 놈이 펄펄 뛰며 분통을 터트렸다.
하지만 서곰을 쫓아 방망이를 휘두르려던 찰나, 놈의 표정이 묘하게 찌푸려졌다.
느닷없이 눈앞이 하얗게 변한 것이다.
“에?”
광역 은신술이 형성된 때문이었다.
그제야 놈도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곤 움직임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어디가 어디인지 도통 분간이 가지 않았다. 온통 사방이 뿌연 안개로 뒤덮여 버린 탓이다.
“크르르! 대단한! 어디에 숨은 거냐!”
놈이 답답한지 포효하듯 으르렁거렸다. 그러다가 방망이를 마구 휘둘러 댔다.
퍼엉! 퍼엉!
화르륵- 번쩍! 콰콰쾅!
온갖 공격이 쏟아졌지만 안개는 걷힐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더욱 안개가 짙어지는 감도 없지 않았다. 촘촘하고도 세밀하게. 몇 겹으로 수력을 이용한 탓이다.
바로 그때였다.
놈과 달리 안개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단한.
방망이를 들고 씩씩거리는 놈과 바짝 가까워진 단한이 금력을 이용한 쇠침을 뽑아 들고는 경신술로 몸을 도약했다.
휘리릭!
그렇게 놈의 손 높이로 떠오른 단한.
쇠침을 놈의 손등에 꽉! 찍어 버렸다.
“크아아악!”
놈이 비명을 지르며 들고 있던 방망이를 놓아 버렸다.
내력이 반으로 줄어들지 않았더라면 쇠침이 아니라 검을 천 개나 꽂아 대도 결코 방망이가 떨어지지 않았을 터였지만.
‘방망이는 이제 내 거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냉큼 방망이를 주워 든 단한이 번개처럼 멀찌감치 물러났다.
그것도 모르고 놈은 눈먼 장님처럼 바닥을 더듬거리며 떨어트린 방망이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방망이를 손에 넣었다.
-잘했다. 도깨비 괴물이 방망이를 잃은 이상 더는 힘을 쓸 수 없을 거다. 그걸로 확실하게 정리를 하는 것이 좋겠다.
-알았다.
2차 변태를 거친 탓에 얻게 된 놈의 무기가 오히려 놈의 명줄을 재촉하고 말았다.
단한이 손에 들어온 방망이를 힘껏 휘둘렀다.
-천지광, 네 이놈! 영원히 소멸할지어다!
손에 쥔 자의 원대로 요술 방망이가 효력을 발휘한 것인가.
푸스스스!
마달평의 코어에 기세등등하게 자리를 잡았던 천지광의 혼이 단박에 소멸되어 자취를 감춘 것이다.
그로 인하여 2차 변태를 거쳤던 마달평의 몸이 서서히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붉은 기가 사라지고, 뿔이 사라지고, 형체가 서서히 인간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르륵-
단한이 손에 쥐고 있던 요술 방망이도 사라졌다.
2차 변태가 깨지자 마법처럼 놈에게 주어진 모든 여건이 말끔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렇게 놈을 처리한 단한이 안개를 거둬들였다.
거의 알몸에 가까운 너덜너덜해진 의복을 걸친 마달평이 멍한 표정으로 단한을 쳐다봤다.
그런 마달평의 머리에 단한이 손을 가져다 댔다.
척!
흉수들 중의 거물급 마달평이었다. 그리고 세간에는 명망 있는 정치가로 알려진 상황이었다.
마달평의 변화는 당분간 세상사를 시끄럽게 만들 소지가 있었지만, 흉수인 놈이었기에 용서란 있을 수 없었다.
츠르륵-
마달평의 코어를 확실하게 손봐 주었다.
생명 유지에 필요한 소량의 마나만 남긴 채 죄다 단한에게로 전이된 것이다.
이제 살아 있어도 더는 예전처럼 살기는 힘들 터였다.
차기 대권을 노릴 정도로 명성이 드높았던 정치가로서의 삶은 모두 정리될 터였고, 소유한 재력도 최소한의 상태만 남긴 채 모두 사회에 환원 조치시킬 작정이었다.
-마달평을 계기로 이제 확실하게 흉수 토벌에 나서겠다!
-브라보! 마달평을 성공적으로 처리한 것을 축하한다!
2차 변태까지 거친 마달평이 당하자 남은 흉수들이 오금이 저린 표정으로 단한을 쳐다봤다.
“누구부터 손봐 줄까?”
“으으!”
“크윽!”
이제까지 상대해 온 다른 흉수들과는 달리 마달평이 당한 것이 놈들에게 커다란 데미지를 안겨 준 탓인지, 박치수와 유지남은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여자 흉수인 요화의 눈빛이 야릇하게 번쩍였다. 그동안 마음만 먹으면 어떤 남자도 자신의 치마폭에서 벗어나질 못하게 만들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능력이 강해도 저놈도 수컷이다. 고자가 아닌 한은 분명 나의 유혹에 넘어오리라.’
요화는 한복의 저고리를 살짝 풀어 헤친 채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어 대며 단한의 앞으로 다가왔다.
교태 어린 몸짓으로 몸을 비비 꼬는 요화의 분위기에 서곰이 경고하듯 목소리를 흘렸다.
-조심해라. 저것이 너에게 수작을 걸려는 모양이다.
-걱정 마라. 저런 요물 따위에 홀릴 내가 아니니.
신수의 고결한 피를 타고난 탓인지 정신적 유대감이 느껴지지 않는 여자들에겐 별반 유혹을 느끼지 못했다.
그랬기에 흉수 요화가 아무리 옷을 벗고 난리를 친다 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단한의 반응을 살펴보던 요화의 눈빛이 흔들렸다.
‘왜 저놈이 반응이 없지? 지금쯤이면 슬슬 하체가 뻐근하니 반응이 오는 게 정상일 텐데.’
만일 강혁에게 이 정도의 교태를 떨었다면 당장 자신을 취하려고 달려들었을 것이 분명했다.
‘저놈 혹시 고자인가?’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단한이 어인 일로 요화의 앞으로 한 발 다가섰다.
고자가 아닐까 의심했던 단한이 행동을 보이자 요화의 눈빛이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역시 그럼 그렇지. 나의 매력에 빠져 버렸군. 어서 옷을 벗고 달려들라고. 나도 네놈을 한번 맛보고 싶거든. 호호호!’
그렇게 요화의 앞에 멈춰선 단한.
한 손에 슬쩍 뇌력의 회초리를 형성하곤 그녀를 싸늘하게 비웃듯 쳐다봤다.
‘뭐, 뭐지? 이 시크한 분위기는?’
순간 단한의 손에 들린 뇌력의 회초리가 요화의 몸을 여러 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철썩! 철썩철썩-
전신을 압박하는 강렬한 전기 충격에 요화가 몸을 부르르 떨며 의혹 어린 눈빛으로 단한을 쳐다봤다.
‘설마 변태 성욕자?’
간혹 상대를 학대함으로 성적 쾌락을 느끼는 종자들이 있기에 그녀는 단한도 그런 인간이라고 오해했다.
그래서인지 요화는 얻어터지는 와중에도 고통을 감내하며 최대한 섹시한 자태를 유지하려 애를 썼다.
그런 요화의 행위에 서곰이 혀를 차며 나섰다.
-미친 흉수에게는 그저 매가 약이다. 흠씬 두들겨 패 줘라.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다. 감히 더러운 몸뚱이로 나를 유혹하려 들다니 용서할 수 없다.
싹싹 빌어도 모자랄 판국에 수작을 부리려는 요화에게 단한이 신 나게 매타작을 벌였다.
찰싹! 찰싹찰싹!
매타작이 도가 지나쳐 거의 실신 직전에 이르렀다. 그제야 요화도 상황 판단이 된 듯 안색이 허옇게 변했다.
상대를 잘못 본 것이다. 결코 자신의 섭혼술 따위에 걸려들 그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요화를 난타하듯 두드려 패 준 단한이 남은 흉수들도 그대로 둘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둘에게도 그동안 저질러 온 잘못을 반성하라는 의미로 뇌력의 회초리로 신 나게 패 주었다.
그렇게 매타작이 끝나자 흉수들은 그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죄다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단한은 마달평에게 행했던 것과 같이 이들의 코어에 담긴 마나도 소량만 남기고 모두 취했다.
단한이 흉수들의 처리를 마치자 서곰이 심령 제압에 나섰다.
-오늘 이곳에서 벌어진 일들은 모두 잊어라. 특히 마달평 네놈은 앞으로 대선에 참가하는 것을 포기하고 조용히 살아라. 또한 너희도 마찬가지다. 강혁을 끌어들였던 일은 잊고 정치계를 떠나라. 요화 너는 이곳을 정리하고, 그동안 벌어들인 재력을 사회에 환원토록 한다. 나머지 놈들도 마찬가지다. 최소한의 재력만 남긴 채 나머지는 모두 사회에 환원 조치시킨다. 더는 과거의 악행을 일삼지 말라. 만일 그랬다간 그때는 지금처럼 매타작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니 단단히 명심해라. 5분간 정신을 차릴 시간을 줄 테니 마음을 추스르고 다들 이곳에서 사라져라.
놈들이 그간 쌓아 놓은 재력이 상당할 터였지만 미련을 갖지 않았다.
과한 욕심은 좋지 못했다. 그리고 현재 지닌 재력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사실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단한의 자산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흉수들이지만 목숨까지 앗을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코어를 제어당한 상태에서는 껍데기만 흉수지, 더는 위협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놈들이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재력까지 빼앗겨 버렸으니 더는 과거처럼은 살지 못할 터였다.
서곰의 심령 제압술이 모두 끝났다.
하나같이 넋이 빠진 표정이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린 놈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이곳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제 강혁의 처리만 남은 건가?
-슬슬 깨어날 때가 되었으니 손을 보고 떠나자.
둘이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 강혁이 쓰러졌던 자리에서 힘없이 일어나 앉았다.
그러다 아까의 상황이 떠올랐는지 주위를 이리저리 불안한 기색으로 둘러보았다.
시뻘건 괴물로 둔갑했던 마달평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후원에는 단한과 곰 인형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강혁이 단한의 얼굴을 물끄러미 올려다봤다.
“어떻게… 된 거지? 아까 괴물을 보았는데…….”
“맞아. 마달평이 변신하는 모습을 보았지.”
“그럼 마달평 의원님이 정말로 괴물이었다는 말이야?”
“마달평만이 아니라 다른 놈들도 똑같은 괴물이었다.”
강혁의 눈빛이 충격을 받은 듯 크게 흔들렸다.
“헉? 모두가 괴물이었다고? 이곳 주인장인 요화 누님까지?”
“그래. 놈들은 나를 노리고 너에게 접근한 거다. 널 그대로 두었으면 괴물들의 꼭두각시가 되어 세상천지 모르고 잘난 척 깝죽대고 살았을 거다.”
“괴물들의… 꼭두각시?”
강혁의 얼굴이 허옇게 굳어졌다.
괴물로 변한 마달평의 모습을 떠올린 강혁은 소름이 오싹 끼쳤다. 괴물인 것도 모르고 그에게 충성을 다짐까지 했었던 것이다.
“괴물들은 어떻게 되었지?”
“괴물들은 모두 내가 처리했다.”
“네… 가?”
강혁이 단한의 얼굴을 두려워하는 기색으로 쳐다봤다.
그런 엄청난 괴물을 대체 어떻게 처리했을지 의문이었지만 거짓말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단한을 몹시 시기했던 강혁이었다.
마달평이 내민 손을 덥석 잡은 것도 단한보다 잘나가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자신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 존재였던 것이다.
“혼란스럽겠지. 친절하게 대하던 이들이 괴물이었다니. 하지만 그놈들은 인간의 탈을 쓴 흉수들이다. 세상을 악의 구렁텅이로 물들이는 놈들이지. 그러니 앞으로 더는 놈들과 만날 일이 없을 거다.”
단한의 언급에 강혁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그동안 후원을 받았던 일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설마 아직까지도 그런 놈들에게 미련이 남은 거니?”
“그건 아니지만…….”
강혁의 얼굴에 미련이 남아 있음이 여실히 느껴졌다.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린 강혁의 모습에 단한은 기분이 씁쓸했다.
“네가 사법고시 수석 합격에 집착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다. 나를 누르고 싶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고작 이유가 그게 전부라면 넌 사법고시를 보지 않는 편이 좋겠다. 그렇게 성공을 했다손 쳐도 결코 너는 행복하지 못할 테니깐. 또 다른 경쟁자를 만나면 또다시 시기를 하고, 경쟁자를 누르기 위해 발악을 해야 할 테니깐 말이지.”
“…….”
단한의 말에 강혁이 고개를 숙이고 침묵을 유지했다.
생각이 많은 강혁의 표정이었다. 그런 강혁의 태도에 서곰이 끼어들듯 나섰다.
-그만하고 심령 제압을 하는 것이 좋겠다. 머리가 나쁜 아이는 아니니 말귀를 알아들었을 거다.
-알았다. 심령 제압은 네가 하는 게 좋겠다.
-그러지.
흉수들의 정보는 세상에 비밀로 해야만 했다. 그랬기에 이곳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기억하는 강혁의 심령 제압은 필수였다.
서곰이 앞서 흉수들에게 행했던 대로 강혁에게도 심령 제압을 시도했다.
-오늘 이곳에서 벌어졌던 일들은 모두 잊어라. 마달평의 후원은 놈이 갑자기 신변에 이상이 생겨 지원을 해 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니 더는 도움을 바라지 말라. 집으로 돌아가면 아무 생각 없이 잠을 충분히 자도록 해라. 넌 오늘 이곳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 이기적인 성격을 고치고, 타인을 배려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라.
심령 제압이 끝나자 흉수들과는 달리 강혁은 정신적 충격이 커서인지 다시금 혼절을 했다.
-혼절을 해 버렸군. 깨어나면 아마 한바탕 꿈을 꾼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을 거다.
-그래도 흉수들의 꼭두각시로 사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어?
-우리야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지만, 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문제지. 아까 보니까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눈치던데.
-어쨌든 심령 제압을 해 놓았으니 문제는 없을 거야. 적어도 천지광처럼 악혈을 타고난 인간은 아니니.
-그건 그래. 그건 그렇고, 이놈을 어떡한다?
-깨우는 것보다 이대로 옮기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알았다. 내가 데리고 가지, 뭐. 끄응! 오지게 무겁네.
단한이 은신술을 펼친 채 강혁을 어깨에 둘러메곤 서곰과 함께 후원을 벗어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