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단한 성공기-59화 (59/95)

제12장

정치가 마달평 (1)

5월, 갈수록 봄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대학생이 된 지도 어느덧 두 달하고도 보름.

제법 학교생활이 익숙해졌다.

신입생 환영회 이후 3월 말에 엠티가 한 번 있었고, 며칠 전에는 중간고사를 보았다.

단한은 두뇌의 활성화가 이루어진 이후로는 보통 학생들처럼 공부할 필요가 없었다.

책을 한 번만 보면 거의 모든 내용이 암기되어 자연스럽게 뇌에 저장된다.

단한은 1학년이었지만, 앞으로 배울 전공과목을 이미 한 번씩은 탐독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혼자만의 비밀이었다.

그리고 서연도 단한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녀도 능력의 활성화가 이루어지면서 두뇌가 더욱 좋아졌다.

단한을 따라 서연도 틈틈이 전공 서적을 읽었다.

그녀는 단한과 나란히 졸업 전에 사법 고시를 패스하는 것이 목표였다.

외모도 출중한 둘이 머리까지 우수했다.

거기에 입학식 때 천운그룹의 회장과 정치가 권순후의 보좌관이 방문하여 둘의 입학을 축하해 준 사실이 알게 모르게 법학과 학생들 사이에 퍼져 나갔다.

하여간 대학 생활을 시작한 지 몇 달도 되지 않았건만, 벌써 두 사람은 법학과의 인기인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저기 좀 봐, 단한과 서연이다.”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애들 같지?”

“그러게 말이야.”

대부분 고등학교 시절 전교 1등을 차지했던 이들이 법학과를 들어왔다.

그것도 제법 잘나가는 고등학교에 한해서였다.

그럼에도 단한과 서연에겐 상대가 되지 않았다.

억울하지만, 잘난 이들의 세계에서도 소위 뛰는 놈과 나는 놈이 있었던 것이다.

다른 학생들이 보기엔 둘은 나는 놈으로 분류되었다.

그런 둘을 유난히 질시 어린 눈길로 보는 강혁.

신입생 환영회 때 단한에게 술 내기를 제안했었지만 보기 좋게 참패했다.

게다가 자신이 술에 취해 뻗어 버린 바람에 술값까지 단한이 모두 계산해 버렸다.

더군다나 이번 중간고사에서도 단한을 누르지 못했다.

단한은 수강한 과목 대부분이 A 학점이었지만, 강혁은 그렇지 못했다.

영어와 국어는 논점에서 벗어난다 하여 B 마이너스를 받은 것이다.

기말고사에서 제대로 복구하지 못하면 재수강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하여간 이쯤 되면 웬만한 학생이라면 단한을 인정하고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였을 터였다.

하지만 강혁은 쉽게 포기가 되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늘 최고라고 생각해 온 아집 때문이었다.

집안에서도 그걸 원하고 있고.

‘졸업 전에 사법 고시를 패스해라. 수석으로 들어온 대단한인가 하는 놈의 기를 팍 죽이려면 그것뿐이다.’

오늘 아침에 부친이 했던 발언이 더욱 강혁의 호승심을 자극했다.

오죽했으면 정보원까지 고용해 단한에 대한 신상까지 파악했다.

하지만 신상을 파악해 봐도 그를 누를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마음 같아선 해결사를 사주해 신체적으로 해코지하고 싶을 정도로 그가 싫었지만, 그건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아직은 정정당당히 단한을 상대하고 싶었다.

자신의 능력으로 단한을 보기 좋게 눌러 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강혁이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단한과 서연을 차가운 눈빛으로 주시하다가 법학 도서관에 이르렀다.

놈이 저렇게 한가롭게 놀 때 한 자라도 더 파는 것이 그나마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강혁은 교우 관계도 좋지 못했다.

항상 뿔난 사람처럼 굳어 있는 강혁의 표정에 동기들이 다가오길 꺼렸다.

게다가 신입생 환영회 때 전통을 깨고 단한에게 술 내기를 제안했다가 참패한 사실에 강혁을 향한 선배들의 시선이 곱지가 않았다.

강혁이 도서관으로 막 들어가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한 사내가 강혁의 앞을 가로막고 나섰다.

“강혁 학생입니까?”

“그런데요?”

30대 가량의 처음 보는 사내였다.

교활한 눈꼬리가 탐탁지 않았지만,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사내였기에 그나마 참을 수 있었다.

“잠깐 시간을 좀 내주셨으면 합니다.”

“무슨 의도로 찾아오셨는지 모르겠지만, 저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닙니다. 비켜 주시죠.”

강혁이 거만스레 사내를 지나치려는 순간이었다.

“대단한 학생이라고 잘 아실 겁니다.”

“……?”

사내의 말에 강혁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이어 강혁은 자신도 모르게 얼른 주위를 확인하듯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자신을 아는 학생이 없었다.

“들어 보면 흥미가 생길 겁니다.”

“…….”

강혁은 사내의 저의를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내는 자신을 익히 알고 있는 듯 보였다.

도서관으로 들어가려던 몇몇 학생들이 강혁과 사내를 이상한 시선으로 힐끔거렸다.

“내키신다면 따라오시죠.”

“좋습니다.”

안 그래도 단한에 대한 신상까지 파악할 정도로 단한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강혁이었다.

사내를 따라 강혁은 교정의 한곳으로 이동했다.

그곳에 사내가 타고 온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제법 고가의 차량이었다.

강혁도 집안 형편이 괜찮았기에 자가용으로 등하교했다.

하지만 오늘은 차를 가져오지 않았다.

아침에 부친의 말을 듣고 나서 수업이 끝나고 술이라도 한 잔 마실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마음을 달리 먹고 도서관으로 향하려는 찰나, 사내를 만나게 되었다.

어쨌든 오늘은 강의가 더는 없었다.

그렇게 사내의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의외로 한국대 입구역에 위치한 오피스텔이었다.

세련되게 건축된 최신식 고층 건물로, 한국대 학생들 사이에서 부르주아나 거주할 수 있는 오피스텔이라 알려진 곳이었다.

물론 강혁은 서울에 집이 있었기에 오피스텔을 이용할 필요가 없었다.

건물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둘은 차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강혁의 굳은 표정에 사내가 여유롭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불안해할 필요 없습니다. 강혁 학생에게 이득이 되면 되었지, 해로울 것은 없을 테니까요.”

“그렇다니 다행이군요.”

오피스텔까지 자신을 데려온 사내의 처사에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이왕 따라온 이상 끝까지 가 보기로 했다.

둘은 10층에서 내렸다.

이어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선 사내와 강혁.

예상은 했지만, 안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모두 두 사람.

중년 사내와 젊은 사내였는데, 분위기를 보아하니 소파에 거만스레 앉아 있는 중년 사내가 강혁을 보자고 한 인물 같았다.

그런데 중년 사내의 얼굴이 어딘지 낯이 익었다.

‘설마?’

정치가 마달평이었다.

강력한 다음 대선 후보자로 알려진 존재이기도 했다.

그런 마달평이 왜 자신을 보자고 한 것인지 의아했다.

강혁을 이곳까지 인도했던 사내가 마달평을 향해 보고를 하듯이 공손히 입을 열었다.

“강혁 학생을 데려왔습니다.”

“이리로 와서 앉지.”

마달평의 맞은편 소파에 강혁이 자리했다.

남은 두 사내는 옆으로 물러나 대기했다.

내심 강혁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단한이 정치가 권순후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이미 법학과 내에 파다하게 퍼진 소문이었다.

권순후 역시 마달평 못지않은 다음 대선 후보자였다.

그랬기에 내심 크게 질투를 하고 있었다.

고위층과 연관이 있고 없고는 앞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었다.

“법학과에 차석으로 입학했다지?”

“그렇습니다.”

마달평은 흉수였다.

인간의 탈을 뒤집어쓴 괴물.

하지만 평범한 인간인 강혁이 마달평의 정체를 알아챌 리 없었다.

게다가 마달평의 코어 안에는 천지광의 혼이 자리했다.

현재 마달평이 이곳에 온 것은 바로 천지광의 혼에 의해서였다.

천지광의 혼은 마달평을 몹시 탐냈었다.

마달평을 장악하기 위해 애쓰던 천지광의 혼은 어쩌다 마달평의 코어에 들어 있는 마나를 살짝 흡인해 보았는데, 그게 행운이었다.

몰라보게 기운이 달라진 것을 느낀 천지광의 혼은 여러 날을 거쳐 코어의 마나를 전부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천지광의 혼과 마달평의 마나가 융합을 이룬 것이 아니라 천지광의 혼에게 모든 것을 빨려 버린 것이다.

그런 과정 중 더욱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뜻하지 않게 2차 변태를 거치게 되었다.

2차 변태를 거치자 능력이 급속도로 강해졌다.

쇠로 만들어진 문도 한 방에 박살 내 버릴 수 있었으며, 여자도 하룻밤에 스무 명은 거뜬했다.

물론 그런 사실은 비밀로 하는 것이 좋으리라 여겼기에 그 사실은 누구도 몰랐다.

심지어 부인 흉수에게조차 비밀로 했다.

아직 철천지원수 단한이 버티고 있는 탓에 괜한 자극을 했다간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마달평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장악한 천지광의 혼이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평소의 마달평과 같아 보일 터였다.

“듣자 하니 수석으로 들어온 대단한 학생과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하더군.”

“그렇습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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