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몽땅 털리다 (1)
혼자 남게 된 단한이 실내를 스윽 둘러보았다.
지금은 고등학생의 나이. 하지만 29살까지 재력가로 살아온 단한이었기에 이런 곳이 처음도 아니었다.
가문의 내력에 일부러 엇나가듯 도박 장소를 들락거리며 돈을 탕진했던 전적이 있었다.
하룻밤 사이에 100억도 잃어 본 일이 있었다.
실내에는 포커판 테이블이 두 곳이나 있었다.
이곳에 참석한 자들은 하나같이 국내에서 돈 좀 있다고 방귀 꽤나 끼는 족속들일 터였다.
단한은 천지광이 참석한 테이블을 주시했다.
‘저곳에 놈이 있군.’
가슴속에서 분노의 불꽃이 타올랐다.
자신을 죽이도록 사주를 해 놓고 태연스레 이곳에서 도박을 하고 있는 천지광이었다.
하지만 감정은 금물.
단한은 천지광이 자리한 테이블로 움직였다. 그러곤 빙그레 웃는 낯빛으로 좌중을 둘러봤다.
“저도 참석해도 되겠습니까?”
안 그래도 사람들은 돈 좀 있어 보이는 단한이 어느 테이블로 참석할지 관심 있던 차였다.
다들 반색하듯 단한을 쳐다봤다.
“물론이네. 이리로 앉으시지.”
“나이가 어려 보이는데? 대학생인가?”
앳된 단한의 외모에 사내 하나가 묻자, 그는 대답 대신 빙그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실 이곳에서 신분에 대한 것은 서로 알아도 암묵적으로 비밀로 했던 것이다.
나이가 제일로 많아 보이는 사내가 단한의 역성을 들듯이 말했다.
“하긴 노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하하!”
“그렇죠. 저도 대학 새내기 때부터 이곳을 들락거렸으니 말입니다.”
“이거 인원이 하나 늘어나니 쪼이는 맛이 더 좋겠는데요?”
“물론이지.”
모두 5명이 포커를 치고 있는 상황에서 단한이 끼어들어 6명이 되어 버렸다.
포커는 조커를
제외한 카드의 수가 모두 52장이었다. 한 명당 받을 수 있는 카드의 수가 7장이니, 다들 단한이 참석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옆 테이블도 6명이 포커를 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곳에선 보통 포커판과는 달리 규칙이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었던 탓이다.
게다가 바로 그때였다.
차르륵-
단한이 포커 테이블에 자리하자 도우미들이 교환한 칩들을 가져와 그의 앞에 쌓아 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칩들의 양이 상당했다.
거의 50억에 가까운 양이었다.
단한이 개인 용도로 쓸려고 남긴 50억을 몽땅 칩으로 교환한 상황이었다.
어쨌든 분위기 장악은 확실하게 된 셈이었다.
5명의 앞에 쌓인 칩들이 많아 봤자 10억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가 통이 좀 큰 편이라서 말입니다. 하하! 이 정도야 잃는다 해도 별로 상관이 없기도 하고요.”
단한의 말에 포커판에 자리한 사내들의 표정이 환해졌다. 완전 호구가 납신 것이다.
단한이 슬쩍 맞은편에 자리한 천지광을 쳐다봤다.
신분을 언급하는 것은 실례였지만 의도한 바가 있었던 탓에.
“혹시 천운그룹의 본부장님 아니십니까?”
“흠흠, 맞습니다.”
어차피 다들 내색을 안 해서 그렇지 서로의 신분을 대충은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인지 천지광은 크게 불쾌한 기색은 아니었다.
천운그룹의 본부장.
어디에 내놔도 그리 빠지지 않는 직함이었다.
어찌 보면 자신의 입지를 세워 준 단한에게 내심 고맙기도 했다.
단한이 악수를 청하듯 천지광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천지광은 마지못해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단한은 서곰이 천지광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을 알고 있었기에 천지광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되었다.
“이거 정말 반갑습니다. 천 회장님께선 잘 계신가요?”
“그렇습니다만, 누구신지?”
천지광은 설마하니 단한이 이 자리에 참석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만큼 단한의 차려입은 모습은 최상급의 자제처럼 여겨진 탓도 컸기에.
“저는 대단한이라고 합니다.”
‘뭐어… 대단한?’
순간 천지광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대단한이라는 이름이 그리 흔한 이름은 아닐 터.
그러고 보니 어딘가 상대의 얼굴이 낯이 익은 듯이 여겨졌다.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천지광이 알고 있기에 단한은 고등학생이었다. 게다가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 감히 이런 재력가들의 모임 장소에 참석할 여건이 안 되었던 것이다.
‘뭐지? 혹시 동명이인인가?’
죽은 놈이 이곳에 참석할 수는 없을 터였다.
해결사의 메시지를 받은 상태였기에 천지광은 단한이 죽었다고 믿고 있었다.
지금까지 해결사를 겪어 본바, 결코 헛말을 할 인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자 천지광의 당황한 표정에 단한이 일부러 고갤 갸웃거리며 말했다.
“저를 보고 많이 놀라시는 표정이신데. 제 얼굴이 누군가와 닮은 모양이죠?”
“아, 아닙니다. 내가 착각을 좀 했나 보군요. 흠흠!”
“저보다 나이도 많으신데 편하게 말씀하세요.”
천지광을 향해 단한이 빙그레 태연스레 웃어 보였다.
아마도 지금 천지광은 포커는 뒷전이고 단한의 정체가 궁금해서 못 견딜 터였다.
하지만 천지광의 그런 심정을 알 리가 없던 좌중의 사람들은 딜러에게 얼른 카드를 돌리도록 재촉했다.
단한의 등장으로 포커판의 열기가 뜨거워진 것이다.
“그럼 판을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딜러가 모두에게 카드를 돌리기 시작했다.
천지광의 표정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다 패가 안 좋다며 금방 접어 버린 천지광이 화장실을 다녀온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보나마나 해결사에게 연락을 취하기 위해서일 터.
현재 해결사의 휴대폰은 서곰의 손안에 있었다.
그렇게 화장실로 들어온 천지광은 문을 걸어 잠그고 해결사에게 다급히 전화를 걸었다.
잠시 신호가 가더니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일을 제대로 처리한 게 맞나?”
(그렇습니다만, 무슨 일이죠?)
“그 아이와 이름이 똑같은 놈이 이곳에 나타났다.”
(동명이인인가 보군요. 죽은 놈이 그곳에 어떻게 나타난다는 겁니까?)
“나도 그렇게는 생각하지만, 혹시나 해서 연락을 해 본 거다.”
전화를 끊은 천지광이 비소를 흘렸다.
이름이 같은 탓에 과민했던 모양이었다.
천지광은 설마하니 자신과 통화를 나눈 존재가 서곰일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진 천지광이 화장실을 나와 다시 포커판으로 향했다.
천지광은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맞은편에 앉은 단한을 살피듯 훑어보았다.
‘이놈이 그놈일 리는 없지.’
영락없는 재력가의 자제 분위기였다.
쌓인 칩의 양만 봐도 그렇고, 도박에서 몇억을 잃는 것 정도는 껌 값으로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전화를 걸고 온 모양이지?’
단한은 천지광의 시선을 느끼곤 씨익 웃어 주었다.
천지광이 화장실에서 무엇을 하고 왔는지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다시 카드를 돌리겠습니다.”
판이 다시 시작되었다.
단한은 몇 번이나 계속해서 돈을 잃었다. 나름대로 속으로 계획한 바가 있었던 탓이다.
단한은 일부러 돈을 잃어 주고 있었던 것이다.
투시력을 이용하여 상대의 패를 확인하고는 이길 판에는 패가 좋지 않다며 카드를 덮어 버렸고, 질 판에만 열심히 따라붙곤 했다.
10억까지는 기꺼이 잃어 줄 작정이었다.
그렇게 단한의 돈을 딴 사람들은 표정이 흐뭇했다.
단한의 테이블에 자리한 모두가 그가 잃은 돈을 돌아가며 딴 셈이었다. 모두 그가 의도한 일이었지만, 그것을 다들 알 리가 없었다.
“이런? 이번 판은 분명히 딸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맙소사! 벌써 5억이나 나갔잖아?”
또 돈을 잃은 단한이 오버하듯 제스처를 취했다.
사람들은 확실히 돈을 따서인지 단한을 대하는 기색이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단한이 테이블에 내려놓은 패를 보며 안 되었다며 다들 한마디씩 해 주었다.
“아깝구먼. 이번엔 A 트리플이나 떴는데.”
“쯧쯧! 그거면 A 포 카드나 다름없는 패인데 운이 없군.”
“포커판은 돌고 도는 거라네. 승기가 조만간 돌아올 테니 그때는 딸 수 있을 거네.”
“맞아. 자, 다음 판엔 자네가 한번 먹어 보게.”
사람들은 좌중에서 나이가 가장 어린 탓인지 다들 단한을 편안하게 대했다.
하긴 이곳에 참석한 사람들의 연령대는 20대 중반에서 많게는 40대 초반도 있었다.
다들 단한이 고등학생일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저 대학교를 다니는 돈 많은 집안의 자제라고만 여길 뿐이었다.
새로운 판이 시작되었다.
“그럼 카드를 돌리겠습니다.”
단한이 딜러에게 받은 카드는 K가 석 장이었다.
초반부터 운 좋게 K 트리플이 된 것이다.
카드 한 장을 테이블에 오픈하고, 나머지 두 장은 엎어 놓았다. 그러곤 슬쩍 다른 사람들의 패를 살피듯 좌중을 둘러보았다.
특히 천지광의 패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재미있게도 천지광의 패도 트리플이었다.
단한보다 한 끗발 아래인 Q 트리플.
‘좋아. 이번 판엔 한번 먹어 볼까?’
10억까지는 기꺼이 잃어 주리라 생각했는데 이번 판은 왠지 흥미가 생겼다.
천지광을 골려 주기에 적당한 패가 든 것이다.
딜러가 다시 카드를 돌렸다.
액면에 놀랍게도 K가 떨어졌다.
‘이러면 포 카드가 되었잖아?’
K가 4장. K 포 카드가 뜬 것이다.
포커판에서 포 카드가 나올 확률은 그리 많지 않을 정도로 행운의 패로 불리기도 했다.
물론 포 카드보다 높은 패도 있었다.
같은 문양의 숫자가 연달아 5개인 스트레이트 플러시와 그것보다 상급 버전인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가 있었다.
지금까지 판이 돌면서 제일 높은 패가 풀 하우스였다.
풀 하우스는 포 카드보다 한 아래 낮은 패였다. 그러니만큼 이번 단한의 패는 아주 훌륭한 패였다.
게다가 단한의 현재 액면은 K 원 페어였다.
옆의 우측 사내의 액면은 A 원 페어였다. 그리고 천지광의 패가 Q 원 페어였다.
본의 아니게 상황이 너무도 재미나게 슬슬 풀려 나가고 있었다.
“오호! 이거 액면에 셋이나 원 페어가 떴네? 이번 판은 놀아 볼 만하겠는데?”
“그렇지. 이런 판이 자주 나와야 재미가 있는 법인데.”
“자자, 일단 그쪽이 액면 보스이니 학교부터 가지.”
A 원 페어가 뜬 사내가 히죽 웃으며 배팅을 했다.
다들 천만 원은 돈도 아니라고 취급하는 분위기였다.
“일단 학교를 가는 거니 천으로 하죠.”
돈이 아니라 칩을 사용하다 보니 돈에 대한 감각이 무뎌질 수밖에 없었다.
단한이 씨익 웃으며 판을 키웠다.
“5천으로 가죠.”
“그거 좋지. 콜.”
이제까지 단한이 이런 식으로 판을 한두 번 키운 것이 아니었기에, 다들 배팅 액수가 5배로 늘어났음에도 놀라지 않고 따라붙었다.
판은 단한이 키웠지만 결국에는 자신들이 판을 취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기색이었다.
그러자 단한이 판을 키운 상황에 누구보다 천지광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천지광도 단한처럼 포 카드가 뜬 것이다.
Q 포 카드.
더없이 훌륭한 패였지만, 단한이 한 수 위였다.
하지만 그걸 알 리 없는 천지광은 이번 판은 자신의 판이라고 굳게 믿었다.
“따당.”
천지광이 따당을 선언했다.
5천에서 따당이니 1억이 된다.
“이번 판은 초반부터 강세인데?”
“좋아. 나는 콜이다.”
“하긴 이런 판에 따라가야 먹는 게 크지. 하하!”
사람들이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다들 따라붙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판이 돌아 다시 단한의 차례가 왔다.
“어, 다들 따라붙었네요? 그렇다면 다시 따당.”
돈 많은 재력가들의 노름판이라 그런지 보통 포커판과는 달리 배팅 횟수나 금액에 대해선 무제한이었다.
1억에서 2억으로 금액이 껑충 뛰었다.
그럼에도 다들 죽지 않고 콜을 외쳤다.
하지만 천지광은 다시금 자신의 차례가 오자 기회란 듯 금액을 배로 키웠다.
포 카드를 손에 들었으니 무서울 것이 없었다.
“따당.”
단한이 2억으로 키운 금액이 천지광으로 하여금 4억이 된 것이다.
분위기가 이쯤 되자 그다음 순서인 2명의 사내가 슬며시 좌중의 패를 확인하듯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닥에 깔린 패가 겨우 2장이었다.
아직 받지 않은 카드가 3장이나 되었던 것이다.
죽기엔 너무 일렀다.
사내들이 콜을 하며 모두 따라붙었다.
그러자 다시 단한의 차례가 왔다.
단한이 히죽 웃으며 다시 따당을 선언했다.
“뭐여? 또 따당이여?”
“그럼 합이 얼마지?”
“8억. 우리는 따라가려면 6억을 더 넣어야 하는데?”
“모르겠다. 콜.”
“나도 콜.”
이번 판은 4구에서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몇 번의 레이스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천지광이 단한의 얼굴을 힐끔 쳐다봤다.
자신만만한 단한의 기색에 천지광이 속으로 피식하고 실소를 흘렸다.
‘보아하니 K 투 페어가 떴나 보군.’
K 투 페어에서 최대의 패가 될 수 있는 상황은 K가 하나 더 들어와 풀 하우스가 되는 거였다.
그래 봤자 포 카드보다는 아래였던 것이다.
‘이번 판을 잘만 끌고 가면 수익이 괜찮겠군.’
액면에 깔린 액수가 자그마치 48억이나 되었다. 거기에 히든까지 모두가 따라붙는다면 상당한 금액이 될 터였다.
그때 A 원 페어인 사내가 천지광에게 물었다.
“자, 천 본부장의 차례일세. 어떻게 할 건가?”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천지광이 도우미를 불렀다.
현재 테이블에 있는 자신의 칩은 2억 정도였다.
판을 키우려고 욕심을 내자 자금이 부족했다.
이번 판은 완전히 자신의 것이라 여긴 천지광은 도우미에게 은행 카드를 건넸다.
천지광이 칩을 교환하려 하자 나머지 사내들도 호승심이 일었는지, 다들 도우미에게 은행 카드를 건넸다.
재력가의 자제들답게 다들 유흥에 이용할 은행 카드를 소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곧이어 도우미들이 교환한 칩을 가지고 이들의 테이블로 다가왔다.
차륵! 차르륵!
다들 100억에 가까운 칩들이 각자의 테이블에 쌓였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단한의 테이블에 쌓인 칩이 가장 약소하게 여겨졌다.
‘나도 칩을 더 교환해야겠군.’
포 카드가 뜬 천지광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단한을 따라붙을 것이 분명했다.
단한으로선 아주 잘된 일이었다.
길게 갈 필요 없이 이번 판에서 천지광을 잡는 것도 좋을 듯싶었다.
“저도 칩을 좀 더 보충해야겠네요. 총알이 든든해야 배팅하는 맛이 나죠.”
“맞는 말일세. 하하!”
“역시 놀 줄을 아는군.”
단한마저 칩을 보충한다고 하자 모두가 기뻐했다.
사내들은 단한을 완전히 호구로 보고 있었던 탓이다.
지금까지 몇 판이나 계속 판돈만 키웠을 뿐, 돈은 한 푼도 따지 못했기에 말이다.
다들 이번에도 단한이 키운 판을 자신이 먹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즐겁기 그지없었다.
아무리 돈이 많은 자라고 해도 놀음에서 돈을 잃는 것보다는 따는 것이 즐거웠던 것이다.
차르르륵!
도우미가 단한이 교환한 칩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생각보다 칩의 양이 많은 탓에 모두가 놀란 눈으로 단한의 얼굴을 쳐다봤다.
단한이 태연스레 말했다.
“겨우 400억인데 뭘 그리 놀라세요?”
“400억?”
사실 400억은 뇌가에 투자할 돈이었다.
물론 돈을 잃을 염려가 없기에 행해진 일이었지만.
그리고 계속 배팅을 시도하려면 어쩌면 이것만으로도 부족할지도 몰랐다.
적어도 천지광의 전 자산을 목표로 하려면 놈이 지닌 자산에 맞먹는 액수가 필요할 터였다.
“포커란 역시 배팅이 묘미가 아니겠어요? 못 먹더라도 배팅하는 재미가 좋더라고요.”
“하하, 배포 하나는 정말이지 대단하군.”
“아주 분위기 살고 좋군. 자네 같은 사람이 끼어야 판이 더욱 재미난 법이지.”
“이거 간만에 손 큰 사람을 만났군. 하하!”
테이블에 자리한 사람들이 단한을 치켜세우듯 한마디씩 나서고 있음에도, 천지광은 그저 조용히 그의 얼굴을 주시할 뿐이었다.
‘역시 그놈일 리가 없다.’
천지광은 해결사에게 죽임을 당한 단한과 이곳의 단한이 그저 이름만 같은 놈이라고 확신했다.
단한 쪽 테이블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옆쪽의 포커판 사람들이 괜히 힐끔거리며 쳐다봤다.
그들로서는 10억도 많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단한의 테이블에선 10억은 껌 값으로 취급하고 있는 분위기였던 것이다.
“저쪽, 판이 제법 커지고 있는데?”
“누가 나서서 판을 키우는 모양이지, 뭐.”
“이거 우리도 판을 좀 키워야 하나?”
몇몇은 입맛을 다시며 단한의 테이블을 부럽다는 기색으로 쳐다봤다. 판이 커져야 수익이 컸던 것이다.
물론 잃는 금액도 크겠지만, 다들 유흥을 즐기러 이곳에 온 것이니 말이다.
이어 상황이 정리되자 천지광이 배팅을 했다.
단한이 잘난 척 400억을 칩으로 교환한 것이 내심 불쾌했지만 자신도 총알은 충분했던 것이다.
“따당.”
천지광의 배팅으로 8억에서 16억이 되어 버렸다.
다들 총알이 쌓여서인지 다음 순서인 사내들이 망설임 없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따라붙긴 해도 다들 콜만 하는 분위기였다.
다시 단한의 차례가 오자 모두가 눈빛을 반짝이며 그의 얼굴을 주시했다.
만일 여기서 단한이 콜을 한다면 다음 카드를 받을 수 있었고, 아니면 또 레이스를 하게 될지도 몰랐다.
하나 이번 판에서 천지광을 확실하게 잡을 계획인 단한이 결코 콜을 할 리가 없었다.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