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두 번째 비기
서연의 집 앞에 당도한 단한.
오늘 저녁 초대를 받은 것이다.
수수한 사복 차림새에 손에는 꽃다발을 든 단한이 대문의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누구냐고 묻는 말도 없이 곧장 대문이 열렸다. 그러곤 후다닥 누군가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달려오는 이가 누군지 눈치챈 단한이 침을 꿀꺽 삼키며 대문을 빤히 주시했다.
전화상으로 듣기에는 변신이 성공을 했다곤 했지만, 아직 그녀의 모습을 보진 못했던 것이다.
그때 서연이 대문 밖으로 나왔다.
긴 머리를 뒤로 단정하게 묶은 상태, 거기에 청반바지에 하얀 티셔츠를 걸친 모습.
단순하기 그지없는 차림새임에도 그녀의 매력이 물씬 풍겨나고 있었다.
단한의 눈빛이 감동으로 크게 흔들렸다.
그런 단한의 감정에 부흥하듯 그의 주머니 속에 들어 있던 서곰이 유쾌한 목소리를 흘렸다.
-와우! 바로 과거의 모습 그대로군.
-그래. 서연이 드디어 제 모습으로 돌아왔어.
-그렇게 기쁘냐?
-당연하지. 이젠 누구도 서연을 함부로 무시하지 못할 거라고.
뚱뚱보였던 서연의 몸이 완전히 환골탈태했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탄성의 눈길로 서연을 바라보던 단한이 싱긋 웃으며 준비해 온 꽃다발을 내밀었다.
“축하해. 아름다운 백조가 된 것을.”
“고마워. 네가 아니었으면 이런 변신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거야.”
서연이 수줍게 미소를 지어 보이곤 꽃다발을 받았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남자에게 받아 보는 꽃다발이기도 했다.
“센스 있는데? 나 이 꽃 완전 좋아하는데.”
“험! 왠지 그럴 것 같아서 준비했지.”
노란 프리지어와 하얀 안개꽃. 과거에 그녀가 좋아했던 꽃의 조합이었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
“그래.”
서연이 단한을 저택의 안으로 안내하며 조금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실은 우리 부모님과 오빠는 너와 나의 관계가 몹시 궁금한가 봐. 그래서 말인데… 혹시라도 우리 가족들이 짓궂은 질문을 하더라도 양해해 줘.”
“짓궂은 질문? 혹시 사귀는 사이냐고 물으시려나? 만일 그런 질문이라면 당당히 남친이라고 소개하지, 뭐.”
“내 남자 친구라고?”
서연의 당황한 표정에 단한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왕 집에 초대를 받았으니 너희 가족들에게 정식으로 교제를 허락받아야겠다.”
“너… 진짜 나랑 사귈 생각이니?”
서연은 단한과의 약속을 기억하고는 있었지만, 한편으론 반신반의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저번에 약속했잖아. 네가 살이 빠져서 예뻐지면 정식으로 교제하기로. 이처럼 예뻐졌으니 다른 놈이 채어 가기 전에 도장을 꽉 찍어 놔야 하지 않겠어?”
“헐~! 어째 너 말투가 좀 아저씨 삘이 난다?”
“실은 그게 내 숨은 매력 포인트 중 하나거든.”
서연이 풋 하고 웃음을 뿜고는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럼 한국대에 들어가겠다는 약속도 지킬 거야?”
“남아일언중천금이라고 했어. 당연히 지켜야지.”
단한의 환하게 미소 띤 모습에 서연이 마주 웃어 보이며 다시 물었다.
“오늘 도사님도 함께 오신 거니?”
“지금 주머니에서 우리의 대화를 모두 듣고 계시지.”
“그럼 오늘도 곰 인형의 모습을 하고 계신 거니?”
“응. 너랑 인사하고 싶으신 모양이니 잠시 기다려 봐.”
단한이 주머니에서 서곰을 꺼내 들고는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손바닥에 팔짱을 끼고 걸터앉은 서곰을 향해 서연이 얼른 고개를 숙여 다소곳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도사님! 정말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서연의 눈부신 변신에 서곰도 자못 흡족한지 씨익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단한이 다시 서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말했다.
“도사님이 함께 온 것은 너희 부모님과 오빠에게는 비밀로 해 주면 좋겠어. 사정이 있어서 당분간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없으시거든.”
“그래, 알았어.”
이어, 현관으로 들어서자 서연의 가족이 모두 나와 단한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과거에 보았던 모습과 똑같은 서연의 가족들 분위기였다. 인상이 다소 우락부락하지만 딸바보인 아빠 서찬성, 미색이 곱고 단아한 엄마 이경숙, 그리고 은근히 시스터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오빠 서준이었다.
“안녕하세요. 대단한입니다.”
“반가워요. 연이에게 얘기 들었어요. 단한 군 덕분에 우리 연이가 이렇게 예뻐질 수 있게 되어 진심으로 고맙게 여기고 있어요.”
이경숙의 인사치레에 이어 서찬성이 환히 웃으며 쳐다봤다.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어서 안으로 들어가지.”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연의 부모님은 준수한 생김새에 예의마저 바른 단한이 아주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오빠 서준이 눈빛을 짓궂게 반짝이며 나섰다.
“오호, 얼굴이 꽤 잘생겼군. 그 정도면 좋다고 따라다니는 여학생들이 제법 되겠는데?”
“물론입니다. 하지만 제 눈에는 이 세상에서 연이가 제일로 예뻐 보입니다.”
단한의 발언은 이들의 표정을 환하게 만들어 주었다.
주방으로 안내된 단한은 이들과 저녁 식사를 했다.
맛깔스럽고도 정성이 느껴지는 식탁의 분위기였다.
잠시 후, 즐겁게 식사를 마친 이들은 거실로 나와 후식으로 과일을 먹었다.
그러다 부친 서찬성이 두 사람의 관계가 궁금한 듯 먼저 운을 떼었다.
“혹시 우리 연이와 사귀는 사이인가?”
“지금까지는 아니었습니다만, 앞으로는 정식으로 교제를 할 생각입니다.”
단한의 말에 오빠가 짓궂은 눈빛으로 나섰다.
“뚱뚱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예뻐지니까 마음이 동한 모양이군.”
“예뻐진 모습이 보기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예뻐지기 이전에 연이가 살을 뺀다면 정식으로 교제를 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살을 빼서 예뻐지면 여자 친구로 삼으려고 일부러 영약을 주었단 말이군.”
“결론적으론 그렇습니다만, 저는 연이의 겉모습보다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는 당당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제안을 했던 거고요.”
“오호, 이 녀석 사람 보는 눈은 있네?”
“그리고 사귀는 것 말고 또 다른 약속도 했습니다.”
“그래? 어떤 약속이지?”
“둘이서 나란히 한국대에 들어가기로 말이죠.”
“한국대라면 공부를 꽤 잘해야 할 텐데.”
“그렇습니다.”
“하면 이번 중간고사 성적이 어떤지 궁금하군.”
“성적표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미리 말씀드리기엔 성급하지 않나 싶군요.”
“보아하니 좋은 성적을 받을 자신이 없나 보군.”
“자신이 없다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두 사람의 대화에 서연이 풀 죽은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나 이번에 전교 1등을 못할지도 몰라.”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전교 1등을 못한다면 누가 한다는 거야?”
“단한이가 나보다 시험을 더 잘 봤단 말이야.”
“뭐, 뭐라고? 저 녀석에게 전교 1등을 빼앗긴다고?”
서준의 크게 놀란 표정에 이어, 그녀의 부모님 표정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제까지 늘 전교 1등만 해 온 서연이었기에 이번 중간고사도 분명히 1등을 차지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서준이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듯 단한에게 물었다.
“연이 말이 사실이냐?”
“정확한 것은 성적표가 나오면 알게 될 겁니다.”
“말도 안 돼! 저 외모에 공부까지 1등이면? 이건 숫제 괴물이 따로 없군.”
서준이 당황한 마음을 대변하듯 고개를 마구 저어 댔다. 그런 서준의 반응에 단한은 피식 웃고, 서연은 오히려 오빠를 약 올리듯 부친과 모친의 얼굴을 생긋 웃으며 쳐다봤다.
“그럼 엄마, 아빠는 사귀는 것을 허락하는 거죠?”
“아빠는 너희가 몰래 사귈 수도 있는 것을 이렇게 말해 줘서 오히려 고맙다.”
모친도 환하게 웃으며 나섰다.
“단한 군처럼 멋진 남학생이 우리 연이의 남자 친구라니, 엄마는 너무 좋은데? 호호!”
분위기에 밀린 서준이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대학교에 들어갈 때까지는 스킨십은 절대 금지다. 입맞춤 따위는 대학 들어가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깐.”
“그러면서 오빠는 왜 아직 모태 솔로인데? 대학 졸업한 지가 얼만데.”
서준이 붉어진 얼굴로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나 좋다는 여자는 많았지만, 난 일부러 모태 솔로로 남기를 원했지. 그건 모두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손도, 입맞춤도 절대 안 돼! 그냥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어.”
“오빠, 시스터 콤플렉스도 이젠 졸업할 때가 되지 않았어? 그렇게 나오면 나도 부담스럽다고.”
“너, 너어… 외모가 변하더니 사람이 확 달라졌구나? 우리 연이는 영원히 순진하게 이 오빠만 해바라기 할 줄 알았는데. 크으윽!”
단한은 서준의 행동이 밉지가 않았다. 그만큼 여동생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의미였기에.
그때 서찬성이 아들의 다소 과장된 행동에 분위기를 환기시키듯 말했다.
“그만 오버하고, 단한 군과 잠시 나눌 얘기가 있으니 준이와 연이는 이 층으로 올라가 있어라. 그리고 당신도 얘기가 끝날 때까지 안방에 가서 있는 게 좋겠군.”
서찬성의 말에 오누이와 이경숙의 표정이 어딘지 긴장된 듯 보였기에 단한은 내심 궁금했다.
‘대체 할 말이 뭐기에?’
그렇게 거실에 단한과 서찬성만이 남게 되자, 서곰이 기다렸다는 듯이 목소리를 흘렸다.
-사실 이곳은 너의 조력 가문이기도 하지만, 여섯 가지 비기 중 하나를 보관하고 있는 곳이다.
-서연의 가문이 비기를 보관하고 있었다고?
뜻밖의 새로운 사실에 단한의 눈빛이 짐짓 흔들렸다.
자신과 뜻 깊은 연관이 있는 가문임에도 이전의 삶에선 전혀 모르고 지나쳤던 것이다.
황진구에게서 토력을 취한 상태였기에 단한은 호기심이 생겼다.
-하면 이번엔 어떤 비기지?
-서씨 가문에 내려진 비기는 뇌전의 기운인 뇌기다. 비기를 취한다면 뇌기를 다스릴 뇌력(雷力)을 갖게 될 것이다. 그걸 이용한다면 앞으로 이곳 세상의 정보력을 장악하는 데 여러모로 도움이 될 거다.
서연의 집안에서 하는 사업이 정보통신 사업이었다.
컴퓨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그와 관련한 기술을 산업현장에 접목시키는 것이 주 업무였던 것이다.
-현재 너에게 필요한 비기이기에 서찬성의 꿈을 좀 이용했다. 뭔가 할 말이 있을 테니 잘 들어 봐.
서곰의 말이 끝나자 서찬성이 단한의 얼굴을 진중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어젯밤 꿈속에 돌아가신 부친이 나타났다.
부친은 서찬성에게 가문 대대로 전해 내려오던 물건의 임자가 오늘 방문할 것이라고 했다.
서찬성은 단한을 본 순간 직감적으로 느꼈다.
부친이 말한 물건의 주인이 바로 이 아이임을.
“꿈속에 돌아가신 선친이 나타나서, 오늘 우리 집에 귀인이 찾아올 거라고 하시더구나.”
“설마 저를 두고 하시는 말씀인가요?”
“그렇다네. 그리고 선친께선 단한 군이 우리 가문에서 보관 중인 물건의 주인이라고 하시더구나. 단한 군은 그 얘기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나?”
단한은 서찬성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해됩니다. 제가 이곳에서 받아 갈 물건은 뇌력의 비기일 것입니다.”
“…역시 그랬었군. 하면 연이에게 영약을 준 것도 모두 이유가 있었군.”
“그렇습니다. 연이를 본 순간 저의 조력 가문임을 눈치챘습니다. 그래서 연이를 도와주고자 했습니다. 물론 연이에 대한 제 마음은 진심이고요.”
단한의 눈빛에서 서찬성은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도사님이란 분과는 어떤 관계인가? 연이 말로는 그분이 영약을 제공하셨다고 하던데.”
“자세한 말씀을 드릴 수는 없지만, 저를 지키는 수호자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알겠네. 하면 단한 군이 물건을 받아 가려면 증표가 있어야 할 걸세. 그것도 알고 있나?”
“물론입니다.”
단한은 서곰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녀석이 증표임을 이미 황진구를 통해 경험했다.
그러자 서곰의 배 부분에 ‘증(證)’이란 글자가 번쩍이며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증표가 확실했다.
인간 세상에서 보기 드문 신비로운 빛에 잠시간 노출되었던 서찬성의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렸다.
“이렇게 나의 대에 이르러 물건의 주인이 나타나다니 영광일세. 그렇다면 이제 그 물건을 자네에게 양도하는 일만 남았군. 잠시만 기다려 주게.”
서재를 들어갔던 서찬성이 다시 거실로 나왔다. 그런 서찬성의 손에는 작은 목함이 들려 있었다.
서찬성이 목함을 테이블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일전에 황진구에게 받았던 목함과 유사한 형태였다.
“이 목함에는 금제가 걸려 있다네. 주인 되는 자만이 금제를 풀 수 있다네.”
“알고 있습니다.”
단한이 목함에 손을 가져다 대자 스르륵 하고 뚜껑이 너무도 손쉽게 열렸다.
단한이 목함에서 괴황지를 꺼냈다.
괴황지는 저번에 보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붉은 글자가 어지럽게 적혀 있었다.
서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의 괴황지 역시 금제를 해제하는 방법은 같다. 손에 쥐고 있으면 괴황지가 알아서 네 피를 흡수할 거다.
단한이 괴황지를 거머쥐자 시뻘겋게 변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불이 붙은 듯 타오르며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렇게 괴황지가 소멸됨과 동시였다.
파지지직! 번쩍!
순간 단한의 눈동자에 섬광이 번쩍이더니 전신이 푸른빛으로 넘실거렸다. 마치 전기에 감전된 모습과도 같았다.
그런 단한의 변화에 실내의 전자 제품들에서 정체 모를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게다가 바로 그때였다.
츠르륵!
푸른 섬광으로 이루어진 신비로운 뇌룡(雷龍)이 넘실거리며 거실의 허공에 나타났다.
크기는 일전의 토룡을 불러냈을 때와 유사했다.
확실히 씨앗을 각성한 순간부터 그의 능력이 하루하루가 달라지고 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서곰의 다소 놀란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예상은 했지만… 뇌력도 4성이라니?
뇌룡이 주인 되는 단한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조아렸다.
그런 뇌룡을 바라보며 단한은 처음 토룡을 불러냈을 때와는 달리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었다.
-반갑다. 나는 대단한이다.
-주군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나중에 필요하면 부를 테니 돌아가라.
-알겠습니다.
뇌룡이 사라지자 지금까지 모든 상황을 지켜보았던 서찬성이 단한의 앞으로 고개를 조아렸다.
“뇌력을 소유하게 되신 것을 진심으로 경하드립니다. 뇌가(雷家)의 가문을 대신하여 주군께 인사드립니다.”
“그동안 뇌전의 비기를 잘 보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런 인사는 이번 한 번으로 족하니, 평소에는 편하게 대해 주십시오.”
“그걸 원하신다면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서찬성의 낯빛이 감동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자신의 대에 이르러 가문의 업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그를 통하여 보다 넓은 세상을 구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모든 의식이 끝나자 오누이와 모친이 거실로 나왔다.
그런 그들의 손에는 단한에게 줄 선물이 들려 있었다.
서찬성이 가족들을 둘러보며 진중한 기색으로 말했다.
“모두 우리 가문의 업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단한 군은 그런 우리 가문의 주군이시다. 하나 주군께선 편안하게 대하길 원하시니 사석에서는 아까처럼 대하면 될 것이다.”
서찬성의 말에도 경외심이 깃든 눈으로 단한을 바라보는 오누이와 이경숙의 모습에 그가 환히 웃으며 말했다.
“가져온 물건들, 저에게 주려는 선물인가요?”
“그, 그래. 나는 노트북, 어머니는 휴대폰, 연이는 휴대폰 열쇠고리다.”
“험! 나는 왜 뺀 것이냐?”
“아, 맞다. 아버지는 단한 군에게 3년간 장학금을 주기로 약속하셨지. 흠흠!”
처음 대면했을 때와는 달리 바짝 굳어진 서준의 기색에 단한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준이 형님은 아직도 제가 연이와 사귀는 것이 마음에 안 드나 보군요. 표정이 잔뜩 굳어 있는 것을 보니?”
“아, 아니다. 너무 마음에 들어 황송해서 굳어진 거니 오해하지 마.”
“그렇다니 다행이군요.”
단한은 서연의 가족들을 둘러보며, 이전의 삶과 판이하게 달라진 인연의 고리가 뜻 깊게 다가왔다.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