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히어로 152화
“원했지.”
“이제 원했던 걸 이루었고.”
“이뤘어.”
“그럼 좋아하란 말이야!”
콰앙!
나도 모르게 울컥해서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쳤다.
퍽!
목재 테이블이 산산조각 나며 그 위에 있던 소주병들도 모조리 추락해 깨져 나갔다.
콰장창!
카시아스의 눈이 표독스러워졌다.
나도 지지 않고 그녀를 노려봤다.
화가 났다.
왜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럼 지금까지 내가 한 것들은 다 뭐가 되는 건데?
가뜩이나 마음 복잡해 죽겠는데, 카시아스 너까지 왜 날 괴롭히는 건데?
그런 원망이 내 안에 가득 차올랐다.
그때, 카시아스의 눈에서 형형한 빛이 일었다.
이윽고 알 수 없는 기운이 내 전신을 포박했다.
“큭!”
그 기운이 어찌나 강한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카시아스…… 대체 왜 이래!”
“너…… 내가 왜 너를 선택한 건지 알고 싶다 그랬었지. 얘기해 줄게.”
카시아스의 말투가 달라졌다.
마냥 무뚝뚝하기만 하고 다소 사내 같기도 했던 그녀의 말투는 모조리 사라졌다.
지금껏 일부러 그렇게 꾸미고 다녔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말인 즉 나한테 애써 차갑게 대했다는 건데…… 왜 그래야 했던 걸까.
“아…… 아니, 내가 레이브란데의 인과율을 네게 시전하며 빌었던 소원이 뭐였는지부터 말해줘야겠지. 내 소원은…… 사크란을 살려달라는 것이었어.”
“사…… 크란?”
어디서 많이 들어봤던 이름인데 확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러자 카시아스의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가 맺혔다.
“넌 꿈도 꿨었잖아. 데브게니안 지상 최악의 저주 사크란.”
아…… 생각났다.
그래, 분명 그런 꿈을 꿨던 적이 있었다.
꿈속에서 난 지상 최악의 저주이자 역사상 가장 강했던 사나이 사크란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크란을 사랑하는 마법사 여인이 있었다.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누군지 알아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보통의 마법사는 아니었다.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카시아스는 지금 그 사크란을 다시 살려주길 원한다고 했다.
“그 위험한 사내를 왜 다시 살리려는 거지?”
혹시 이 여자가 여느 소설 속에 꾸준히 등장하는 반전의 소재처럼 착한 놈인 줄 알았는데 나쁜 놈이었던…… 그런 공식 따라가려는 건 아니겠지?
“사크란을 부활시켜서 데브게니안을 지배하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다행스럽게도 카시아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뭔데?”
카시아스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녀의 눈동자는 너무나 그리운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거 혹시…….
“사크란을 사랑했던 마법사가…… 너?”
카시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눈가에 맺힌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꿈속에서 봤던 그 마법사가 너였구나.”
그런데 난 어떻게 그런 꿈을 꿀 수 있었던 걸까.
난 사크란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카시아스도 사크란의 일을 언급하지 않았었다.
그렇다고 내가 사크란의 영혼을 사서 영혼의 퀘스트를 한 것도 아니다.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졌다.
난 카시아스의 시선을 다시 살폈다.
그녀의 영롱한 두 눈에 내가 가득 담겨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엔 헤어진 연인에 대한 연정이 어른거렸다.
“설마…… 내가…….”
카시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네가…… 사크란의 환생이야.”
맙소사.
선뜻 받아들일 수가 없는 말이었다.
내가 사크란의 환생이라니.
현실에서의 나는 카시아스를 만나기 전까지 지상 최악의 저주가 아니라 그냥 저주스러운 삶을 사는 찌질이였다.
모든 변화는 카시아스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런 내가 전생에 지상 최악의 저주이자 데브게니안 역사상 최강이라 일컬어지는 사내…… 사크란이었다니.
“네가 내게 사크란이 된 꿈을 말했던 날.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어. 그건 꿈이 아니라 네 영혼 속에 각인된 너의 전생이었으니까. 아마…… 영혼의 퀘스트를 하며 데브게니안 대륙을 여러 번 체험하면서 전생의 기억을 건드린 것이겠지. 그것이 꿈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고.”
“…….”
그렇게 된 것이었구나.
한데…… 뭔가 이상하다.
카시아스의 소원은 사크란의 부활이다.
그런데 내가 사크란의 환생이라면 지금 사크란의 영혼은 내 육신 안에 있는 영혼인 것이다.
하나의 영혼이 두 개의 세계에 동시에 육신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
내가 지구에서 유지웅으로 살 수 있는 건 사크란이 죽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크란이 부활하려면…….
“내가…… 죽어야 돼?”
“…….”
카시아스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내가…… 죽어야 사크란이 부활할 수 있으니까…… 처음부터 나를 죽일 작정이었던 거야, 카시아스?”
“…….”
“대답해!”
카시아스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전보다 더한 눈물을 쏟으며 대답했다.
“그래…… 네가 죽으면…… 레이브란데의 인과율이 내 소원을 들어줄 거야. 데브게니안 대륙의 사크란을 부활시켜 주겠지.”
“하…… 설열음도 너도…… 하나같이 날 이용만 하는구나.”
“미리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미안해? 그래? 그 말이면 다 끝나는 거야? 너는 사크란을 부활시키고 싶어서 날 죽일 거잖아? 저 지금 죄짓기 전에 고해성사하는 거 같은 기분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좋아. 날 욕하고 비난해도 상관없어.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날 이해해.”
카시아스가 한 손을 앞으로 내밀어 날 겨냥했다.
그녀와 나 사이의 공간에서 초고열의 하얀 불덩이가 나타났다.
빌어먹을…….
진심이구나, 카시아스.
그래…… 알았다.
날 정말 죽이려 한다는 걸 알았어.
근데 말이야.
그냥 고분고분 죽어준다는 이야기는 안 했거든!
“최대한 고통 없이 보내줄게.”
카시아스의 말이 끝나는 순간 불덩이가 쏘아졌다.
그걸 제대로 맞으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전신이 녹아 버릴 것이다.
하지만 내겐 지금까지 모아온 영혼의 능력들이 있다.
“섀도우 워커!”
내 육신이 부엌 바닥의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었다.
콰아앙! 퍼어어어어어엉!
날 태우려던 하얀 불덩이는 벽에 작렬했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저택 전체를 뒤흔들었다.
겨우 어린이 주먹만 한 크기의 불덩이였건만 그 커다란 카시아스의 집이 반이나 날아갔다.
난 그림자 속에 숨어 마인트 탭을 열었다.
이름 : 유지웅
소속 : 지구, 대한민국
성별 : 남
나이 : 20
영력 : 49/50
영매 : 50
아티팩트 소켓 5/5
더 이상 링크가 필요하지 않았기에, 링크 항목이 사라졌다.
섀도우 워커는 3초당 1의 영력을 소모하므로 영력 항목의 수치가 50에서 49로 떨어져 있었다.
난 그림자 밖으로 나가지 않고 영매를 터치했다.
팅―!
영매
패시브 소울 : 25
―강인한 육신[소라스]
―뛰어난 청력[파펠]
―뛰어난 자가 치유력[라모나]
―남성을 유혹[아르마](침묵)
―완벽한 절대 미각[리조네]
―뛰어난 요리실력[마르펭]
―뛰어난 민첩성, 근력[바레지나트]
―아이언 스킨[지그문트]
―굉장한 창술[블랑]
―굉장한 궁술[쟈비아]
―굉장한 리더십[길버트]
―포이즌[루카스]
―애니멀 링크[카인]
―완벽한 민첩성[벨로아]
―염력[시다스]
―육체 재생[아치]
―음속 이동[커즐]
―체인지 애니멀[알렉사]
―일루전[키르윤]
―광속 이동[레심]
―공간 이동[드웨인]
―폴리모프[우리타]
―예지의 눈[바바르마]
―기후 변화[차로나타스]
―부활[글라이스너](죽음에서 1회 부활 후 능력 침묵)
액티브 소울 : 25
―낭아권[무타진/소모 영력 1/재충전 5초]
―화 속성 초급 마법 번(Burn)[마르카스/소모 영력 5초당 1]
―수 속성 초급 마법 아쿠아(Aqua)[레퓌른/소모 영력 5초당 1]
―천상의 목소리[로레인/소모 영력 5초당 1]
―뇌 속성 중급 마법 라이트(Light)[포포리/소모 영력 3초당 1]
―화 속성 중급 마법 파이어(Fire)[파멜라지나/소모 영력 3초당 1]
―지 속성 중급 마법 더트(Dirt)[제피엘/소모 영력 3초당 1]
―투시[잘루스/소모 영력 1초당 1]
―타임 리와인드[샹체/소모 영력 10/1일 3회 제한]
―섀도우 워커[크라임/소모 영력 3초당 1]
―투명화[루/소모 영력 3초당 1]
―검기[제서스/소모 영력 1초당 1]
―최면[캐러반/소모 영력 없음/30일 1회 제한]
―수 속성 중급 마법 웨이브(Wave)[아틸리/소모 영력 3초당 1]
―중력 제어[요마르/소모 영력 1초당 1]
―사이코메트리[씰/소모 영력 없음/1일 1회 제한]
―화 속성 상급 마법 인페르노(Inferno)[바넷사/소모 영력 1초당 1]
―수 속성 상급 마법 샤워(Shower)[로캄/소모 영력 1초당 1]
―지 속성 상급 마법 어스(Earth)[샤를라임/소모 영력 1초당 1]
―풍 속성 상급 마법 스톰(Storm)[메이/소모 영력 1초당 1]
―뢰 속성 상급 마법 썬더(Thunder)[라이/소모 영력 1초당 1]
―바람의 정령 실프[한트/소모 영력 1초당 1]
―물의 정령 운디네[패터/소모 영력 1초당 1]
―불의 정령 살라만다[매클린/소모 영력 1초당 1]
―땅의 정령 노움[프란츠/소모 영력 1초당 1]
퍼펙트 소울 특전
―디스트로이[사크란/소모 영력 50/재충전 1일]
패시브 소울과 액티브 소울은 똑같이 25개씩 나뉘어 있었다.
내가 레이브란데에게 나머지 영혼 여섯 개를 샀는데 그게 전부 패시브 소울이었다.
광속 이동과 공간 이동은 전투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기술이다.
폴리모프는 카시아스가 주로 사용하는 마법으로 자신의 외형을 바꾸는 기술이다.
애니멀 체인지는 동물로만 변할 수 있지만 폴리모프는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
물론 동물이나 데브게니안 대륙에 존재하는 몬스터로 변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지의 눈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다.
하지만 백 퍼센트 정확한 미래를 보지는 못한다.
현재의 상황을 분석해서 가장 일어날 법한 일을 파악해 내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도움이 되는 능력은 아니다.
기후 변화는 말 그대로 기후를 변화시키는 능력이다.
어찌 보면 대단한 능력이지만 역시 지금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활은 죽음에서 한 번 부활하게 해주는 능력이며, 사용하고 난 뒤에는 능력이 침묵당한다.
즉 죽음에서 되살아나는 건 딱 한 번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 내가 죽으면 레이브란데의 인과율이 카시아스의 소원을 들어주게 된다.
내게 부활의 능력이 있지만, 아마 사용도 못 하고서 내 영혼은 그대로 데브게니안으로 날아가 사크란으로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 저 능력은 일단 배제해야겠다.
액티브 소울은 그대로였다.
그런데 그 밑으로 퍼펙트 소울 특전이라는 게 있었다.
그것은 내가 산 영혼의 능력이 아니었다.
난 사크란의 영혼을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사크란인데 그것을 어떻게 산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