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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히어로-149화 (149/153)

데일리 히어로 149화

손에 들린 쇠파이프가 휘둘러질 때마다 사람이 하나씩 죽어나갔다.

그리고 건물은 계속해서 망가졌다.

벤치도 망가졌고, 가로등도 부러졌으며 나무는 십여 그루가 기둥이 뽑혀 나갔다.

레스토랑 스테이크의 외벽도 심하게 무너져 내렸다.

식당 안에서 식사를 하던 손님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튀어나왔다.

그리고 미쳐 날뛰는 날 보며 그들 역시 싸움에 가담했다.

점점 날 죽이려는 이의 수가 늘어났다.

열을 죽이면 스물이 더 달려들었다.

주택가에 있던 인간들도 소문을 듣고 속속 모여드는 듯했다.

백 명이었던 사람은 이백이 되었고, 곧 삼백을 넘어섰다.

무너진 레스토랑의 외벽 너머로 이 사태를 관조하는 클리아의 모습이 보였다.

날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은…… 읽을 수가 없었다.

저 표정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어찌 되었든 난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이것은 이미 전쟁이었다.

제1구역

전쟁은 계속되었다.

이제는 2구역에 있는 모든 인간이 내 목을 원하고 있었다.

내가 족히 사백 명은 죽인 것 같은데, 나와 전쟁을 벌이는 이들은 그 갑절은 되는 것 같았다.

난 일부러 주택가로 도망치며 전쟁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주택들을 닥치는 대로 시원하게 때려 부쉈다.

이미 미쳐 있었던 이 공간은 더더욱 짙어진 광기로 가득 찼다.

내 손에 죽어나가는 시체는 끝없이 늘어났고 주변의 건물들은 모두 아작이 났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그때 카시아스에게 텔레파시가 왔다.

[지웅.]

[정신없으니까 말 걸지 마.]

[설열음이 경호 부대를 불렀다.]

[경호 부대?]

[너처럼 건물 다 때려 부수고 설치는 놈 제압하는 특수부대다. 다들 인체 강화를 통해 신체 능력이 보통 인간의 수십 배에 달한다고 들었으니까 조심해.]

[매드 맨 백 명을 순식간에 정리했어.]

[경호 부대는 삼백이다. 지금 네가 싸우고 있는 인간들의 수는 팔백가량. 더하면 천이 넘어.]

[재미있겠네. 잘 봐. 내가 어떻게 쓸어 버리는지.]

[설열음을 2구역으로 끌어내기 위해 그러고 있는 건가?]

[그래.]

[왜?]

[영혼의 보옥으로 설열음의 기억을 읽었어. 그런데 1구역으로 가는 포털을 설열음이 가지고 있었지. 그리고 1구역에 가기 위해선 포털을 꼭 2구역에서만 사용해야 돼. 다른 곳에서 사용해 봤자 절대 1구역으로 가는 차원의 문은 열리지 않아.]

[1구역을 가는 포털은 오로지 설열음만 갖고 있는 건가?]

[응. 1구역에 간부는 없어. 그저 슈퍼컴퓨터가 모든 일을 관장할 뿐이지. 그리고 그 슈퍼컴퓨터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설열음뿐이야.]

[어째서?]

[그녀가…… 다운 타운의 지배자니까.]

[……!]

평소 침착함을 유지하던 카시아스도 이번에는 놀랐는지 말문이 턱 막혀 버렸다.

그러는 사이 군청색의 제복을 입고 검은 헬멧을 쓴 경호 부대원 삼백 명이 전장에 투입되었다.

“다 죽여주마. 실프, 운디네, 살라만다, 노움.”

난 네 마리의 정령을 동시에 소환했다.

허공에 내가 불러낸 정령들이 일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인어의 모습을 한 운디네.

불사조의 형태로 최종 진화한 살라만다.

큰 망치를 든 거인 노움.

천사의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나는 실프.

그 네 명의 정령은 내 의지를 읽고 정령 마법으로 적들을 쓸어 버리기 시작했다.

운디네가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다.

적들은 파도에 휩쓸려 내게 다가오지 못하고 멀리 밀려났다.

그사이 실프가 바람의 칼날을 날려 적들을 도륙했다.

노움의 망치가 바닥을 때릴 때마다 지진이 일고 지면이 갈라졌다.

살라만다는 불기둥을 일으켜 주변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정령들의 정령 마법은 적들의 수를 무서운 속도로 줄여 나갔다.

“으아악!”

“끄악!”

“꺄아아아악!”

전장의 곳곳에서 고통에 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령 마법은 어마어마한 살상력을 자랑했다.

삽시간에 내 주변은 지옥도처럼 변해 버렸다.

시산혈해.

시체가 산처럼 쌓이고 피가 바다를 이루었다.

천이 넘던 적들의 수는 반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정령 네 마리를 동시에 소환하는 바람에 내 영력이 빠르게 소모되었다.

정령 한 마리를 소환해서 유지하는 데 드는 시간은 1초당 영력 1이다.

네 마리를 소환했으니 1초당 4의 영력이 소모된다.

현재 내 영력은 40.

정령들은 소환한 지 딱 10초가 지난 뒤 영력이 고갈되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 말은 곧 10초 만에 정령 넷이 오백이 넘는 적을 도륙했다는 것이다.

영력은 1분에 1씩 차오른다.

40의 영력을 가득 채우려면 다시 40분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그때까지 버틸 만한 지구력이 내게는 없다.

이미 싸움은 오랫동안 이어졌고, 적들을 상대하며 힘도 많이 고갈되었다.

정령들이 사라지자 주춤하던 적들이 다시 내게 달려들었다.

영력이 고갈됐으니 패시브 소울만을 이용해야 했다.

그중 지금 가장 도움이 되는 패시브 소울은 바로 염력이었다.

난 염력을 일으켜 뉴클리어가 그러했던 것처럼 다가오는 적들을 조각냈다.

적들은 내 근처에도 오지 못하고 다진 고기가 되어 죽어나갔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버텼다.

“마인드 탭!”

이름 : 유지웅

소속 : 지구, 대한민국

성별 : 남

나이 : 20

영력 : 10/40

영매 : 44

아티팩트 소켓 5/5

보유 링크 : 53,973

영력이 다시 10까지 차올랐다.

난 뇌 속성 상급 마법 썬더를 시전했다.

“썬더!”

번쩍!

콰르르르르르릉!

하늘에서 번개 다발이 떨어져 내렸다.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데는 썬더만 한 마법이 없었다.

영력이 완전히 고갈될 때까지 썬더를 멈추지 않았다.

콰르르릉! 콰릉! 콰르르르르릉!

무섭게 떨어지는 번개에 얻어맞은 적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서 까만 재가 되었다.

10초는 빠르게 지나갔다.

영력이 바닥을 드러내 마법의 시전도 끝났다.

하지만 그 10초 동안 이백이 넘는 적이 죽어나갔다.

염력에 당해 죽임을 당한 이도 오십은 족히 넘었다.

적들의 수가 다시 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제 남은 이들은 삼백 명 남짓.

그중 경호 부대는 서른 명가량 되는 듯했다.

난 달려드는 이들을 피해 높은 건물 위로 몸을 날렸다.

순간!

쐐애애애액!

화살 한 대가 내 미간을 노리며 날아들었다.

난 그것을 손으로 탁 쳐 내고 활을 가진 이를 살폈다.

활을 쏜 건 긴 장발의 동양인이었다.

그가 다시 화살 한 발을 장전하려 할 때, 염력으로 활과 화살 통을 빼앗았다.

“어어!”

장발의 동양인이 어어 하는 사이 활과 화살 통은 내 손에 쥐어졌다.

나는 활을 한 손으로 들고 현에 살을 먹여 죽 당겼다.

그런데 내가 먹인 살은 한 개가 아닌 세 개였다.

내 패시브 소울 중엔 쟈비아의 굉장한 궁술이 있었다.

나는 당겼던 현을 놓았다.

팅!

쐐애애애애액!

세 개의 화살이 날아가 장발의 동양인에 그 양옆에 서 있던 이들의 이마에 박혔다.

셋은 숨넘어가는 신음을 흘리며 쓰러졌다.

이윽고 내 손이 신랄하게 움직였다.

쐐애애액! 쐐액!

퍼퍼퍼퍼퍼퍼퍼퍽!

내 손이 현을 당겼다 놓을 때마다 세 사람이 죽음을 맞았다.

난 화살 통의 화살이 전부 사라질 때까지 열심히 활을 쏴댔다.

그렇게 꼭 마흔 명의 사람을 죽이고 나서야 난 손을 멈추고 활을 버렸다.

남은 인원은 대략 260명!

화살을 쏘는 사이 영력이 다시 5까지 회복되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액티브 소울을 사용하기엔 부족했다.

다시 염력을 이용, 적들을 도륙해 나갔다.

적들은 염력의 무서움을 알기에 쉽게 다가오지 못한 채 머뭇거렸다.

그렇게 다시 7분이 흘렀다.

영력이 12까지 차올랐다.

“실프, 운디네, 살라만다, 노움!”

난 네 마리의 정령을 재소환했다.

정령들이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단 3초.

하지만 그거면 충분했다.

정령들이 일시에 정령 마법을 시전했다.

땅에 지진이 일며 균열이 생기며 지면이 뒤집어졌다.

파도가 일어 적들을 집어삼켜 지면의 균열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보이지 않는 바람의 칼날이 적들의 목을 잘랐다.

집채만 한 불덩이가 날아가 적 무리에 작렬했다.

그 모든 마법을 단 3초 동안 퍼부은 뒤, 정령들은 소멸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적이 죽음을 맞았다.

남아 있는 적의 수는 고작 열도 되지 않았다.

그들의 얼굴엔 비로소 공포라는 감정이 드리워졌다.

“으, 으아아아!”

제 죽을 때가 되어서야 광기를 벗고 이성을 찾은 인간 하나가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난 염력으로 그놈의 목부터 잘라놓았다.

서걱!

“……!”

놈의 머리가 허공으로 붕 떴다가 바닥에 떨어졌다.

어깨 위가 허전해진 몸뚱이는 피를 분수처럼 뿜으며 쓰러졌다.

그 광경을 지켜본 다른 놈들은 감히 도망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서 목석처럼 굳어 버렸다.

하지만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죽이지 않는 건 아니다.

난 그들의 목도 모조리 잘라 버렸다.

이로써 전쟁은 끝났다.

2구역에 살아남은 이는 내게 덤벼들지 않은 몇몇 귀족뿐이었다.

그리고 클리아도 그중 한 명이었다.

2구역은 그야말로 초토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령 마법으로 지진이 일고 파도가 휩쓸고 간 덕분에 주택은 모조리 무너지고 파괴되었다.

광장도 엉망이었다.

산 사람보다 죽은 자가 더 많았다.

사방이 피비린내로 가득했다.

난 광장의 중앙으로 향했다.

클리아는 여전히 레스토랑의 무너진 외벽 너머에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어떠한 표정도 짓지 않았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관조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내 앞에서 차원의 문이 열렸다.

그 안에서 내가 원하던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설열음이었다.

웃기는 건, 이런 상황에서도 카시아스를 데리고 나타났다는 것이다.

카시아스는 늘 그랬듯 설열음의 어깨에 올라타 있었다.

“뭐하는 거지?”

설열음이 내게 물었다.

“뭐하는 것 같아?”

“내가 먼저 물었어.”

“보는 대로야. 시원하게 깽판 한번 쳤지.”

“그러니까 왜.”

“널 여기로 부르기 위해.”

“뭐?”

설열음은 내가 하는 말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단 얼굴이었다.

그럴 것이다.

그녀는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생각할 테니.

하지만 나는 안다.

설열음이 다운 타운의 지배자이며, 1구역으로 넘어가는 포털이 그녀에게 있다는 것.

그리고 2구역에서만 1구역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날 여기로 부르기 위해 이 난리를 피웠다고?”

“응.”

“대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데?”

“큰 의미가 있지. 난 1구역에 가야 하거든.”

“……그게 무슨.”

끝까지 모르는 척이군.

난 음속 이동으로 설열음에게 다가가 그녀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빼앗았다.

“아!”

설열음은 별다른 저항도 못했다.

그녀의 목걸이엔 1구역으로 향하는 포털이 달려 있었다.

항상 이런 식으로 포털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는 것도 그녀의 기억을 읽어서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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