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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히어로-144화 (144/153)

데일리 히어로 144화

“응.”

“왜?”

“이유가 필요해?”

“그런 건 필요 없어. 내가 궁금해.”

난 잠시 뜸을 들이다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제2구역이 얼마나 더러운 곳인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졌어.”

그에 설열음의 입가에 미소 비슷한 것이 맺혔다.

하지만 그것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는 평소처럼 차가운 음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다들 그런 식으로 접근했다가 2구역을 사랑하게 돼. 그럼 참가 신청 해놓을게. 대기실에서 기다려.”

대화를 나누는 동안 우리는 내 대기실 앞에 도착해 있었다.

설열음이 대기실의 문을 열었고, 난 안으로 들어섰다.

카시아스는 설열음의 어깨 위에 앉아 아무것도 모르는 나태한 고양이마냥 상황을 관조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내게 텔레파시조차 보내지 않았다.

대기실 문이 닫혔다.

설열음의 구두 소리가 빠르게 멀어졌다.

착각하지 마, 설열음.

내가 2구역을 사랑하게 되는 일은 없을 테니까.

* * *

내 앞엔 백 명의 매드 맨이 서 있었다.

덕분에 넓은 경기장의 반이 꽉 찼다.

백 명의 매드 맨은 하나같이 대머리였다.

그리고 같은 디자인의 검정색 양복을 걸치고 있었다.

일전에 데스 파이트에 출전해서 싸웠던 매드 맨도 지금의 매드 맨들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개성이라는 건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매드 맨은 다운 타운에서 전투를 위해 만든 미친 광인이다.

그들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상대에게 더욱 저돌적으로 달려들 수 있다.

―지금부터 데스 파이트 최고의 경기, 귀족 심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귀족 심사에 지원한 이는 데스 파이트에 단 두 번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온 태풍의 핵! 나이트 어벤저입니다. 박수 부탁드립니다!

짝짝짝짝짝짝!

사회자의 멘트에 객석에서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백 인의 매드 맨 대 나이트 어벤저! 과연 나이트 어벤저는 매드 맨을 모두 쓰러뜨리고 귀족의 작위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시합 시작합니다!

시작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매드 맨들이 내게 달려들었다.

개개인의 능력으로 보자면 매드 맨보다는 나이트 뉴클리어가 더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매드 맨은 빠른 스피드와 괴력의 힘을 자랑한다.

하지만 스피드와 힘 모두 뉴클리어에게 밀린다.

그들의 강점은 그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뿐.

매드 맨은 내게 아무것도 아니다.

가장 선두에서 달려드는 매드 맨에게 우선 크게 한 방 먹여주었다.

“낭아권!”

뻐억!

내 주먹이 매드 맨의 얼굴을 강타했다.

녀석의 코가 부러지고 이가 튀어나왔다. 광대뼈가 함몰되면서 쌍코피가 터졌다.

매드 맨은 붉은 피를 흩뿌리며 뒤로 날아가 다른 녀석에게 부딪혀 바닥을 굴렀다.

하지만 이내 벌떡 일어나 다시 무리에 합류해서 달려들었다.

난 뒤로 빠르게 물러나며 물의 정령 운디네를 소환했다.

“운디네!”

그러자 경기장에 파란색의 반투명한 인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광경에 귀족들이 놀라 탄성을 흘렸다.

운디네는 본래 처음 계약하면 손바닥만 한 요정의 형태를 하고 있다.

지금 보이는 운디네는 최종 진화를 마친 상태다.

한마디로 강력한 정령 마법을 구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령과 정령술사 사이에는 굳이 오가는 말이 필요 없다.

둘은 정신으로 이어져 있다.

때문에 정령술사가 원하는 것을 정령은 파악하고 그대로 행한다.

난 운디네가 매드 맨들을 시원하게 쓸어 버리길 원했다.

운디네는 두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녀의 손에서 갑자기 거대한 파도가 일어 내게 달려오던 매드 맨들을 휩쓸었다.

매드 맨들은 갑자기 나타난 파도에 잡아먹혀 우르르 밀려났다.

파도는 매드 맨들을 경기장 끝까지 밀어 버린 뒤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에 사회자가 유례없이 흥분한 음성으로 중계를 했다.

―놀라운 광경입니다! 저 거대한 인어는 어디서 나타난 걸까요? 그리고 갑자기 매드 맨들을 휩쓴 파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겁니까! 지금 이 콜로세움에 위대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귀족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난 녀석들 좋으라고 이런 짓을 하는 게 아니다.

내 목적은 오로지 하나!

매드 맨들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것!

난 한 손을 쓰러진 매드 맨들에게 뻗었다.

매드 맨들은 파도가 사라지자 벌떡벌떡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나 그들이 내게 달려오기 전, 이미 내 마법이 시전되었다.

“썬더!”

뉴클리어에게 시전했던 뇌 속성 상급 마법이었다.

번쩍!

콰르르르르릉!

매드 맨들은 물에 흠뻑 젖은 채, 번개 다발을 얻어맞았다.

콰르릉! 콰르르릉! 쾅쾅쾅쾅쾅!

번개 다발이 정신없이 쏟아지며 콜로세움을 뒤흔들었다.

나는 수십 발의 번개 다발을 내리꽂은 뒤, 마법을 멈췄다.

백명의 매드 맨 중 반 이상이 전투 불능이 되었다.

나머지 녀석들은 찰나의 순간 번개를 피해 달아난 뒤, 다시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스톰!”

이번엔 그들에게 풍 속성 상급 마법을 시전했다.

내 입에서 시전어가 흘러나온 즉시,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 수십 개가 나타났다.

그것들은 내 의지에 따라 날아가 매드 맨들의 몸을 난도질했다.

서걱! 서걱! 서걱!

매드 맨들의 몸은 바람의 칼날에 속수무책으로 잘려 나갔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공격으로 방어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서 스물이나 되는 매드 맨이 죽음을 맞았다.

남은 매드 맨은 서른 남짓!

그들과 나 사이의 거리는 지척에 달해 있었다.

“육탄전 한번 벌여봐?!”

난 달려드는 매드 맨들에게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둘렀다.

커즐의 음속 이동 능력은 내가 매드 맨들의 공격을 모조리 피하는 한편 효과적으로 주먹을 박아 넣게끔 해주었다.

퍼퍼퍼퍼퍼퍽!

내 주먹에 얻어맞은 매드 맨들은 하나같이 뒤로 시원하게 날아가 처박혔다.

개중 서넛은 머리가 터져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사지가 부러지거나 내장을 다치거나 한 매드 맨들은 다시 덤벼들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여전히 얻어터지는 건 매드 맨이었다.

“중력 제어!”

난 매드 맨들의 중력을 제어했다.

중력의 힘이 강해지자 매드 맨들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움직이는 녀석들의 사이를 파고들어 포이즌의 능력을 사용, 말아 쥔 두 주먹에 극독을 담아 휘둘렀다.

퍼퍼퍼퍼퍽!

주먹에 맞은 매드 맨들은 단숨에 중독되어 픽픽 쓰러졌다.

코끼리도 단 한 방울로 사경을 헤매게 만드는 독이다.

매드 맨들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뿐, 독에 면역이 있는 건 아니다.

중독된 놈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검게 변했다.

이제 남은 매드 맨은 셋이 고작이었다.

난 중력 제어를 풀었다.

움직임이 가벼워진 매드 맨들은 다시 내게 달려들었다.

그중 한 놈은 특이하게도 검을 들고 있었다.

쉬익!

검을 든 매드 맨이 빠르게 달려와 검을 횡으로 그었다.

턱.

하지만 난 가볍게 검날을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힘껏 당겼다.

매드 맨이 내 힘을 이기지 못하고 검을 놓쳤다.

휘릭. 탁.

검날을 잡고 가볍게 던져, 반 바퀴 돌려 검 손잡이를 쥐었다.

난 검에 검기를 실었다.

검기는 제서스의 능력이다.

들고 있는 검의 날에 보랏빛의 기운이 어렸다.

이것이 바로 검기였다.

아무리 강한 광석도 두부처럼 잘라 버리는 위대한 기술!

검기가 실린 검도 들었겠다, 뭔가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유감스럽게도 내가 얻은 능력 중 검술에 관한 건 없었다.

검기를 다룰 줄 아는데 검술을 모른다니, 이건 완전히 코미디였다.

하지만 검술을 모르면 어떤가.

그저 빠르고 정확하게 휘둘러 매드 맨들을 썰어 버리면 끝이다.

난 내게 덤비는 세 명의 매드 맨에게 검을 휘둘렀다.

서걱!

선두에 있던 녀석은 몸이 세로로 두 동강이 나 쓰러졌다.

서걱!

그 뒤를 따르던 녀석은 목이 잘렸다.

서걱!

내게 검을 빼앗긴 녀석은 허리가 잘려 뒤로 넘어갔다.

그렇게 모든 매드 맨을 순식간에 정리했다.

장내에 한참 동안 적막이 감돌았다.

그 적말을 깬 건 사회자의 멘트였다.

―스, 승리! 나이트 어벤저의 승리입니다! 귀족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나이트 어벤저는 귀족의 작위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는 더 이상 나이트가 아닙니다! ‘귀족’ 어벤저입니다! 새로운 귀족의 탄생을 축하해 주십시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귀족들은 다시 원래의 분위기로 돌아와 늘 그렇듯 내게 열광했다.

* * *

경기장을 나오니 설열음이 복도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내 앞을 막고 서서 한참 동안 말없이 기이한 표정만 지어 보였다.

“왜 이래?”

참다못한 내가 묻자 그제야 그녀의 입이 열렸다.

“너 사람이긴 한 거지?”

“그럼 귀신일까?”

“시합에서 보여주었던 그것들…… 다 뭐야?”

“그냥 내가 초능력이 좀 많아.”

“그런 초능력은 듣도 보도 못했는데.”

“나도 얼마 전까지는 다운 타운이라는 거 듣도 보도 못했거든.”

네가 알고 있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좀 돌려서 했다. 무슨 의미인지 충분히 알아들었겠지.

설열음이 길을 터주었다.

난 대기실을 향해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런 내 뒤를 설열음이 따라왔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해, 너.”

“이번에도 내 실력을 다 보여준 건 아니야.”

“정체가 뭐야?”

“성인이 된 지 얼마 안 된 평범한 인간.”

“평범이라는 단어는 너와 가장 거리가 먼 단어야.”

“무슨 말이 듣고 싶은데?”

“그런 건 없어. 다만 믿기지 않을 뿐.”

“됐고. 아무튼 이제부터 난 귀족인 거지?”

“응.”

설열음이 내 손을 잡아 휙 당겼다.

난 앞으로 걷다 말고 빙글 돌아 그녀를 바라보게 되었다.

“뭐하자고?”

퉁명스레 물으니 그녀는 노란색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그 안에 한국 돈으로 환전한 파이트 머니와 제2구역으로 연결되는 포털이 들어 있어.”

“아, 고마워. 잘 쓰지.”

“귀족이 된 걸 축하해.”

아무래도 이번엔 정말 축하하는 것 같네.

“알았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도 되는 거지? 받을 거 다 받았는데 굳이 대기실로 다시 갈 필요 없는 거잖아?”

“바로 돌아가려고?”

“아니, 2구역에 들렀다가 갈 거야.”

“그래, 잘 생각했어.”

난 설열음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녀가 내 손을 마주 잡았다.

“아니, 악수 말고.”

“그럼?”

“달봉이 줘야지.”

“……2구역 구경하고 올 때까지만 데리고 있고 싶은데.”

난 카시아스를 바라봤다.

녀석이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같이 가는 게 낫지 않겠어?]

[괜찮다. 혼자 가.]

[안 궁금해?]

[네가 지금 날 데려가 버리면 설열음이 표독스러운 시선으로 너만 감시할지도 몰라. 그녀가 머무는 곳엔 2구역 전역을 감시하는 모니터가 가득하다. 그리고 설열음의 진짜 정체가 뭔지 궁금해졌어.]

[그냥 다운 타운에서 일하는 정신 나간 여자지, 뭐.]

[아니야. 다른 뭔가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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