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일리 히어로-143화 (143/153)

데일리 히어로 143화

순간 뉴클리어의 어깨가 아래로 축 처졌다.

날 가격하던 염력도 사라졌다.

“잡았다.”

뉴클리어의 발이 중력 제어로 인해 묶여 버렸다.

갑작스런 중력의 힘에 정신이 흔들려 염력도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시간을 오래 주면 분명 놈은 도망칠 것이다.

그 전에 잡아야 한다.

“낭아권!”

한 번 더 낭아권을 놈에게 휘둘렀다.

한데.

텅!

그새 정신을 차린 뉴클리어가 염력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었다.

물리적 타격은 먹히질 않는다.

마법도 놈에게 제대로 된 대미지를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정신을 공격하는 것!

“일루전.”

난 이번에 사들인 키르윤의 능력 일루전을 시전했다.

나를 바라보는 뉴클리어의 눈동자가 흐릿해졌다.

그리고 난 뉴클리어의 정신 속으로 침입할 수 있었다.

“뉴클리어. 지금 넌 지옥이라도 해도 좋을 만큼 기괴한 장소에 서 있다. 사방에선 뜨거운 용암이 파도처럼 네 몸을 후려치고, 용암 속에 사는 괴물들이 네 사지를 뜯어 먹고 있지. 네 염력도 용암은 막지 못했다. 괴물들의 거대한 이빨은 널 보호해주는 염력을 찢고 들어가 네 몸에 박혔다. 살이 뜯기고 뼈가 부러졌다. 뱃가죽이 갈라져 오장육부가 흘러나왔다. 지금 기분이 어떻지?”

순간 뉴클리어의 사지가 바들바들 떨렸다.

놈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뉴클리어의 미간이 구겨졌다.

이내, 얼굴은 고통과 공포로 점철되었다.

“이런…… 미친…….”

파르르 떨리는 음성이 뉴클리어의 입술을 겨우 뚫고 흘러나왔다.

“주, 죽지 않아…… 죽지 않아……!”

뉴클리어는 내가 보여준 환상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아니, 넌 죽어. 지금도 계속 죽어가고 있지. 그것도 아주 고통스럽게.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말이야.”

뉴클리어가 눈을 까뒤집으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간질병 환자처럼 떨어댔다.

“괴, 괴로워…… 괴로워…… 괴롭다고! 아파! 아프다고! 주, 죽여줘! 차라리 날 죽여줘! 죽여줘어어어어어어!”

뉴클리어가 괴성을 질렀다.

그러고서는 바닥에 넙죽 엎드려 제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뉴클리어. 살인 청부를 받고 날 죽이려 했으니 나도 널 죽여야겠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난 이제 살인에 대해 그다지 큰 거부감이 없다.

이미 영혼의 퀘스트를 여러 차례 진행하면서 살인이라는 행위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뉴클리어는 죽여야겠다.

난 손을 뻗어 뉴클리어의 굽어진 등을 겨냥한 채 시전어를 외쳤다.

“썬더!”

뇌 속성 상급 마법 썬더가 시전되자 하늘에서 거대한 번개 다발이 내려와 뉴클리어의 몸을 때렸다.

번쩍!

콰르릉! 콰릉! 콰르르르르릉!

무식한 번개 다발은 쉴 새 없이 뉴클리어의 전신을 두들겨 팼다.

장내의 귀족들은 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

번개가 한 번 내리칠 때마다 경기장이 들썩였다.

뉴클리어는 그 막대한 위력 속에서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십수 번의 번개 다발이 내리친 이후에야 난 손을 거두었다.

뉴클리어는 바닥에 웅크린 자세 그대로 까만 재가 되었다.

그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올랐다.

난 발로 바닥을 세게 굴렀다.

쾅!

그러자 뉴클리어의 형체를 유지하고 있던 잿덩이가 부서져 내렸다.

뉴클리어는 죽었다.

전투는 끝났다.

―제 3회전, 승자는 나이트 어벤저!

내 승리를 알리는 사회자의 멘트에 귀족들이 광기에 미친 환호성을 보냈다.

와아아아아아아!

“역시 잔인해! 어벤져! 우린 너 같은 미친놈을 기다렸다!”

“내 눈이 정확했군! 내가 뭐랬어? 저놈은 초능력자라니까! 멋지다, 어벤져!”

“잘 죽였다! 내 속이 다 후련해! 뭐? 나이트 뉴클리어에게 원한이라도 있냐고? 전혀! 와하하하하하!”

“어벤저! 어벤저! 어벤저! 어벤저!”

누군가가 내 이름을 열창했고, 이어 객석의 모든 귀족들이 내 이름을 소리쳐 불렀다.

띠링!

―시합에서 또 이겼네요! 지웅 님을 믿어준 귀족들의 마음에 보답해 주었으니 링크를 드려야겠죠? 선행을 쌓아 963링크가 주어집니다.

―나이트 어벤저에게는 세 번의 파이트 머니로 배당액의 0.1퍼센트인 삼만칠천팔백 달러가 지급됩니다.

37,800달러면 원으로 환전했을 때 대략 4,500만 원 정도가 된다.

―아울러 하루 동안 3회전의 시합을 모두 우승했으니 그에 대한 특전으로 현금 오만 달러, 혹은 세이브 카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선택하겠습니까?

당연히 처음 마음먹었던 대로 가야지.

“현금 오만 달러.”

내 말에 귀족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그래! 세이브 카드가 웬 말이야! 나이트라면 당연히 돈을 택해야지!”

“현명하군, 나이트 어벤저!”

멋대로들 떠들어라.

내가 보상을 선택하자 진행 요원이 다가와 두툼한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열어서 안을 보니 오만 달러가 들어 있었다.

―현금 오만 달러를 바로 지급해 드렸습니다.

그때 관중석에 있던 누군가가 내게 욕설을 지껄였다.

“이 개자식이 또 나를 엿 먹여!”

그는 다름 아닌 무함마드였다.

난 씩씩대는 무함마드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무함마드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넌 내가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

“그럼 지금 내려와서 한판 붙든가!”

저번에는 그냥 경기장을 나갔지만, 이번에는 지지 않고 맞섰다.

그러자 귀족들의 얼굴이 흥미진진해졌다.

난 제발 무함마드가 경기장에 내려와 주길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나이트 어벤저는 이만 퇴장해 주십시오.

사회자가 나를 퇴장시켜 상황을 종결하려 했다.

―귀족 무함마드께서는 자중하십시오. 콜로세움은 신성한 곳입니다.

당장에라도 내게 달려들 듯 벌떡 일어나 씩씩대던 무함마드는 사회자의 한마디에 다시 착석했다.

난 그런 무함마드를 매섭게 쏘아본 뒤,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백 인의 매드 맨 VS 어벤저

대기실로 돌아가는 중에 설열음과 만났다.

나는 설열음에게 아까부터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그런데 말야, 전에 왔을 때는 너 대신 안내 요원이 와서 2회전, 3회전 출전 여부를 물었었던 것 같은데?”

“그랬지.”

“게다가 3회전에 출전하겠다고 하니 큰 대기실로 이동해서 3회전 출전자들끼리 함께 있도록 해주었고. 물론 3회전 내 예상 상대였던 나이트 방콕은 2회전에서 매드 맨과 싸우다 죽어 버리는 바람에 그 큰 대기실을 나 혼자 사용하긴 했었지만.”

“그것도 그랬지.”

“그런데 이번에는 왜 전과 달라?”

“특별 대우야.”

“무슨 특별 대우?”

“달봉이를 내게 빌려준 것에 대한 특별 대우. 내가 직접 나이트들을 상대하는 일은 별로 없어.”

그러니까 뭐야.

카시아스를 빌려준 것에 대한 특별 대우라는 게, 설열음이 직접 날 상대해 주니 고마워하라는 거야?

그런 특별 대우는 그다지 필요 없는데.

내가 속으로 투덜대고 있자니 설열음이 다시 말을 이었다.

“넌 단순히 내가 데스 파이트의 커플러라고만 생각하겠지. 하지만 내 직책은 그것보다 훨씬 높아.”

“그런 거엔 별로 관심 없고.”

“아무튼 이 몸이 나이트인 널 특별 대상으로 생각해서 몸소 찾아왔다는 건 대단한 일이야. 게다가 큰 대기실에서 다른 나이트들과 부대끼는 걸 그다지 좋아할 것 같지 않아서 줄곧 개인 대기실을 사용할 권리까지 주었으니 고맙게 생각해 줬으면 해.”

“쓸데없는 배려야.”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고. 아무튼 두 번째 3연승 축하해.”

“빈말이겠지만 고맙다.”

“너 역시 고맙다는 거 빈말이지?”

“눈치 빠르네.”

“영양가 없는 대화 그만하자. 너한테 얘기해 줄 게 있어.”

드디어 본론을 꺼내는군.

무슨 얘기가 나올지 뻔히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체 물었다.

“뭔데?”

“3연승을 두 번 한 나이트에게는 귀족 심사에 지원할 자격이 생겨.”

“귀족 심사라니?”

“말 그대로 귀족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심사지. 지원하고 말고는 네 자유야. 알고 있겠지만 다운 타운은 누군가에게 무엇을 강요하지 않아. 그저 참가할 자격을 줄 뿐이지.”

확실히 그건 그렇다.

다운 타운은 내게 뭘 강요한 적이 없다.

무천도사가 날 데스 파이트에 추천했을 때도 설열음은 나를 찾아와 데스 파이트에 출전할지 말지는 본인의 의사로 결정하라 했었다.

그리고 데스 파이트에 출전한 다음에도 1회전에서 승리할 시 2회전에 나갈지 그만둘지 여부를 늘 본인이 정할 수 있게 해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귀족 심사에 응하든, 응하지 않든 그것은 오로지 내 자유라고 설열음은 말한다.

평소 같았다면 단칼에 거절했겠지만, 이번에는 참여해야 한다.

다운 타운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구 멸망의 미친 계획을 막아야 하기에.

“어떻게 심사하는데?”

“별거 아니야. 매드 맨 백 명과 싸워서 이기면 돼.”

“백 명과 동시에 싸우나? 아니면 한 명씩?”

“동시에.”

“그런데 그게 별거 아니라고?”

“네 수준에서 보자면 별거 아니잖아? 솔직히 말해봐. 너도 그렇게 생각했지?”

“뭘 속이겠냐. 사실 그래.”

“그럼 이번 기회에 귀족이 되도록 해.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그게 왜 날 위해서 하는 말이지?”

“곧 엄청난 일이 벌어질 테니까. 세상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그런 엄청난 일이. 난 네게 큰 찬스를 주는 거야.”

그래, 엄청난 일이 일어나겠지.

그리고 난 그 엄청난 일이 벌어지기 전에 막을 거다.

“네가 주는 찬스 같은 건 모르겠고, 귀족이 되면 뭐가 좋은지 말해봐.”

“다운 타운 제2구역에 발을 들일 수 있게 되지.”

“아직 발 들여보지 않아서 거기 갈 수 있다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다. 또 다른 건?”

“제2구역에서 네 집을 구매할 수 있게 되고.”

“집은 나도 있어.”

“다운 타운의 집은 보통의 집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고 있어. 넌 모르겠지만.”

아니, 이미 다 알고 있다.

다운 타운에 개인의 집을 소유한다는 건, 너희들이 계획하는 인류 멸망 프로젝트에서 구원받을 수 있는 선택된 사람이라는 뜻이니까.

“내가 모르는 걸 가지고 백번 말해봤자, 그게 좋은 이유가 될 순 없어. 또 다른 건.”

“2구역에서는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살 수 있지.”

“그게 무슨 소리야?”

“법이 없어, 그곳은. 무법 지대야. 살인, 마약, 폭력, 간통, 강간, 강도, 그 모든 게 가능하지. 다만 제2구역의 저택이나 건물을 파괴하거나 망가뜨리는 행위는 하면 안 돼. 그럴 경우 즉시 귀족의 자격을 박탈당하게 될 거야.”

역시 설열음은 제정신 박힌 여자가 아니다.

나한테 지금 제2구역이 좋은 점에 대해서 얘기하는 거 맞아?

내 질문 잘못 이해 한 거 아니야?

“난 네가 말한 게 좋은지 전혀 모르겠다.”

“그럼 답 나왔네. 귀족 심사, 지원 안 하는 거지?”

“아니.”

“……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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