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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히어로-141화 (141/153)

데일리 히어로 141화

“결국 자기들의 악행 때문에 가족들이 죽었다는 죄책감이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들었단 말이군.”

“맞아요. 역시 지웅 님은 영특하시네요.”

라헬이 밝게 미소 지으며 박수를 쳤다.

짝짝짝.

내가 머리에 털 나고서 저토록 영혼 없는 박수는 또 처음 본다.

“마저 설명해 봐.”

라헬은 마지막으로 무리 지어 있는 네 개의 영혼을 가리켰다.

“이 네 영혼은 18,000링크와 40의 영력이 필요하답니다. 이번에도 왼쪽부터 차례대로 설명드릴게요. 이 영혼의 이름은 한트. 능력은 바람의 정령 실프를 소환할 수 있었답니다.”

“정령술사였어?”

라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그리고 나머지 세 영혼도 정령술사랍니다.”

아까는 셋 다 마법사더니 이번엔 넷 다 정령술사야?

“이번에도 인생을 함께했던 이들인가 보지?”

“그렇답니다. 한트 옆의 영혼은 패터. 능력은 물의 정령 운디네를 소환할 수 있지요. 그 옆의 영혼은 매클린. 불의 정령 살라만다를 소환한답니다. 마지막 영혼의 이름은 프란츠. 땅의 정령 노움을 소환할 수 있지요.”

정령술사들에 대한 지식은 내 머리에도 잘 정돈되어 있다.

특별히 그들의 존재에 대해 따로 공부한 건 아니다.

데브게니안 대륙을 살아가던 여러 존재들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다 보니 그들의 지식이 전해진 것뿐이다.

정령술사들은 재능을 타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후천적 노력으로 인해 정령술사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정령의 존재를 어렴풋이 느끼고 교감하게 된다.

그중 자신과 가장 성향이 맞는 정령들과 계약을 맺게 된다.

보통 한 종류의 정령과 계약을 맺게 되지만 재능이 뛰어난 경우 둘, 혹은 그 이상의 정령들과 동시에 계약을 맺기도 한다.

정령의 종류는 총 넷이다.

바람의 정령 실프, 불의 정령 이프리트, 물의 정령 운디네, 땅의 정령 노움.

그들 중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정령과 계약을 맺으면 비로소 정령을 현실계로 소환할 수 있는 정령술사가 된다.

그리고 계약을 맺은 정령들은 정령술사와 함께 성장한다.

정령들은 정령 마법이라는 것을 사용한다.

정령 마법이란 정령들이 자신의 속성에 맞는 원소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을 말한다.

물의 정령은 물이 없는 장소에서도 물을 만들어내 여러 가지 일을 가능케 한다.

이를테면 운디네와 계약을 맺은 정령술사가 뜨거운 사막을 걷다가 수통의 물이 고갈되었을 경우, 운디네를 소환하면 다시 수통에 시원한 물을 가득 채울 수 있다.

세면이 하고 싶으면 그것도 가능하다.

아울러 적을 공격할 수도 있다.

운디데는 물을 뾰족한 창 모양으로 만들어 적들의 몸을 꿰뚫을 수도 있고, 수십 개의 작은 물방울을 빠른 속도로 쏘아 보내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정령이 많이 성장한 상태라면 커다란 파도를 만들어 적들을 쓸어 버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령이 성장할수록 그들의 정령 마법도 같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은 어땠지?”

내 물음에 라헬이 바로 대답했다.

“한마디로 고단했답니다. 한트, 패터, 매클린, 프란츠. 이 네 명의 아이는 정령의 재능을 타고난 건 아니었으니까요. 이 아이들은 모두 고아랍니다. 부모에게서 버려진 비참한 인생들인 거죠. 당시 그들이 태어난 국가 ‘라브론’에서는 ‘바라칸트’라는 유명한 정령술사가 비밀리에 자신만을 위한 군단을 만들고 있었답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정령술사로만 이루어진 군단이었죠. 그래서 바라칸트는 전국의 고아들을 모두 데려와 어렸을 때부터 정령술을 가르치며 감금시켜 놓고 키웠답니다. 말이 좋아 키운 거지, 그건 사육이나 다름없었죠.”

그렇지.

원치 않는 것, 혹은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지로 삶이 정해지고 키워진다면 그건 사육과 다를 바가 없다.

“어렸을 적엔 아무것도 모른 채 바라칸트가 만들어놓은 규칙에 따라 무작정 따르며 정령술사로 키워졌죠. 정령술사는 본래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만 하는 될 수 있는 것이지만 바라칸트는 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려 했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미스터리지요. 아무튼 네 아이는 다른 수백의 아이들과 함께 정령술사로서 성장하게 되었고 바라칸트의 충실한 심복이자 그를 지키는 군단이 되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라칸트는 역심을 품어 반란을 일으켰고, 큰 전쟁이 발발하게 되죠. 결과는? 바라칸트가 패배하고 말았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반란에 가담한 네 사람도 죽음을 면하지 못했죠. 그들은 단 한 번도 자신의 인생을 살아본 적이 없다는 것에 회의를 느꼈고 레이브란데와 영혼의 계약을 맺게 되었답니다.”

“그렇군.”

“이제 영혼에 대한 설명은 다 끝났네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지웅 님?”

지금 내게 남아 있는 링크가 18만이다.

영혼들을 모두 사는 데 필요한 링크는 16만 5천 링크.

‘그래, 다 지르자.’

어차피 사게 될 영혼들이다.

괜히 뒤로 미룰 필요가 없다.

“전부 사겠어.”

내 대답에 라헬이 두 손을 모아 싹싹 비볐다.

“아주 훌륭한 선택이십니다, 지웅 님.”

라헬이 양팔을 쫙 펼치자 11개의 영혼이 일제히 내게 날아와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이로써 남은 링크는 1만 5천에서 2만 링크 정도.

물론 내가 여기서 라헬과 거래를 하는 와중에도 유튜브로 인해 계속 링크가 쌓이는 중이니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소울 스토어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안녕히 가시길.”

라헬이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보였다.

“어이.”

“왜 그러시죠?”

라헬은 내게 인사를 건네던 그 자세 그대로 고개만 들어 물었다.

“조금 이상하다?”

“뭐가 말입니까?”

“원래 거지 되면 네 태도가 언제 그랬냐는 듯 싹 바뀌었었잖아? 근데 오늘은 어째 한결같음을 보여주네? 뭐 잘못 먹었어?”

“그럴 리가요. 참고로 전 이 공간에서 먹지도, 자지도, 싸지도 않는답니다.”

“그런데 왜 그래? 적응 안 되게.”

라헬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알고 있으니까요.”

“알고 있다니…… 뭐를?”

“지웅 님과 저의 만남이 이제 곧 끝날 것이라는 걸.”

만남이 곧 끝난다?

……그러고 보니 내가 지금까지 모은 영혼의 수가 총 마흔넷이나 되는구나.

앞으로 남은 영혼의 수는 여섯.

‘레이브란데의 계약도 끝이 보인다.’

모든 영혼을 다 모으게 되면 드디어 카시아스의 속내를 알 수 있게 되겠지.

아무튼 라헬도 은근히 감성적인 면이 있었다는 것에 놀랐다.

그런 건 개미 코딱지만큼도 없는 인간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난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말했다.

“그래 뭐…… 이제 얼마 안 남긴 했네.”

“지웅 님.”

“응?”

“지웅 님은 카시아스가 바라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갑자기 이런 질문은 왜 하는 거야?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뭔지 모르겠어. 그녀가 진짜 바라는 게 무언지. 왜 내게 레이브란데의 인과율을 시전한 건지.”

레이브란데는 말갛게 웃었다.

그 미소가 너무 천진난만해서 아이처럼 보일 정도였다.

“모든 답은 지웅 님에게 있답니다.”

“……뭐?”

“곧 알게 되겠죠. 그리고 놀라운 진실을 마주하게 되겠죠.”

“네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

“안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레이브란데의 시선이 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를 천천히 훑다가 다시 내 눈에 고정되었다.

“제게는 보이니까요. 사람의 영혼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데브게니안 대륙에도 지웅 님과 똑같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 있었죠.”

라헬이 말을 할수록 의문이 해결되기는커녕 점점 더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기분이었다.

가만…… 한데 지금 저 녀석이 저런 이야기를 한다는 건, 카시아스의 목적을 알고 있다는 거잖아?

“라헬. 네가 알고 있는 걸 말해줘.”

“무엇을요?”

“카시아스의 목적.”

“…….”

라헬이 입을 꾹 닫았다.

“너는 알고 있잖아. 그러니 내게 말해줘. 그녀가 뭘 원하는 건지. 왜 날 선택한 건지.”

“그것은 제 입을 통해 들을 만한 이야기가 아니랍니다. 그리고 제가 얘기 안 해도 곧 지웅 님께서는 모든 걸 알게 되실 겁니다.”

“넌 어떻게 알았지? 카시아스가 네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은 건가?”

“아니요. 하지만 레이브란데의 인과율이 어떠한 이유에서 만들어진 마법인지를 알게 된다면…… 이 마법을 필사적으로 찾아내 지웅 님께 시전한 카시아스의 목적이야 뻔하죠.”

“그러니까 시원하게 말을 좀 해달라고!”

라헬은 시선을 위로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피곤하다는 듯 목을 좌우로 천천히 꺾었다.

“너무 많이 떠들었군요. 이제 그만…… 나가주세요.”

“라헬, 그러지 말고 얘기를…….”

“나가라고 했습니다.”

순간 라헬은 눈동자를 아래로 깔아 날 쏘아보았다.

동시에 숨 막히는 압박감이 내 전신을 짓눌렀다.

‘뭐, 뭐야 이거?’

난 나가라는 그의 말을 도저히 거역할 수 없었다.

내가 소울 스토어와의 접속을 끊는 순간 라헬에게서 풍겨지던 사나운 기운은 사라졌고, 그도 다시 미소 지었다.

뉴클리어 VS 어벤저

나는 다시 대기실에 홀로 앉아 있었다.

‘대체 뭐야, 방금 그건.’

라헬의 마지막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그 위압감은 평소의 라헬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그게 라헬의 본모습인 건가?’

하지만 내가 알기로 라헬은 실제로 존재치 않는 인간이다.

레이브란데가 만든 마법, 레이브란데의 인과율 안에 자리한 시스템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 존재가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다는 게 가능한 것일까?

‘아니, 어쩌면 마법이기에 가능한 것일지도.’

마법은 일반 상식의 범주를 벗어나는 일들이 가능케끔 만든다.

난 지금 상식적인 한도 내에서 생각을 하려 하고 있었다.

어찌 되었든 라헬의 인격을 만든 게 레이브란데가 맞다면, 정말 그 마법사는 괴짜 중의 괴짜임이 틀림없으리라.

일단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지금은 내가 따로 해야 할 일이 있다.

“마인드 탭.”

이름 : 유지웅

소속 : 지구, 대한민국

성별 : 남

나이 : 20

영력 : 40/40

영매 : 44

아티팩트 소켓 5/4

보유 링크 : 23,521

영매의 숫자가 참 아름답다.

처음에는 언제 쉰 개의 영혼을 다 모으나 했는데, 벌써 끝이 보인다.

데일리 히어로 사이트를 만든 게 신의 한 수였다.

난 영매를 터치했다.

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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