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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히어로-126화 (126/153)

데일리 히어로 126화

그야말로 놀랄 노 자였다.

상덕이 덕분에 아이들을 봐주는 일이 상당히 수월해졌다.

상덕이는 지우를 등에 업고 준우는 품에 안은 채 한시도 떨어뜨리지 않고 계속 돌봐주었다.

두 남매는 이제 울적해하다가도 상덕이의 목소리만 들리면 까르르 웃어 버렸다.

‘상덕이의 정신연령이 워낙 낮아서 잘 맞는 건가?’

그런 의심까지 들 정도로 상덕이의 애 보는 솜씨는 나이스했다.

한데, 이대로라면 별문제 없이 의뢰를 마무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난 아이들이 먹을 저녁을 만들기 위해 주방에 있었다.

그런데.

빡!

“헉!”

바닥에 무언가 심하게 부딪히는 소리와 상덕이의 헛숨 들이켜는 소리가 거의 동시에 들려왔다.

그 순간 난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샹체의 능력인 타임 리와인드를 시전했다.

물건을 깨버린 것이라면 차라리 다행이지만 아이가 다친 거라면 문제가 커지기 때문이다.

“타임 리와인드!”

타임 리와인드가 시전되며 상황은 3초 전으로 돌아갔다.

난 가스레인지 앞에서 계란 프라이를 완성한 뒤, 불을 끄고 있었다.

정확히 3초 전이다.

내가 타임 리와인드를 시전한 건, 계란 프라이를 담을 접시를 찾던 시점이었으니까.

여튼 지금 접시 따위 알 바 아니다.

일단 상덕이가 애들을 봐주는 거실로 튀어 나갔다.

그때 내 눈에 보인 건 지우를 등에 업고 준우를 안은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상덕이의 모습이었다.

한사코 애들을 품에서 놓지 않더니 온몸에 힘이 빠진 모양이다.

그러게 힘들면 좀 소파에 앉아서 보든가 하지!

난 상덕이에게 달려갔다.

상덕이는 파르르르 거리다가 다급히 주저앉으려 했으나 그보다 먼저 준우를 든 팔이 축 내려오고 말았다.

그 바람에 준우의 몸이 뒤로 넘어가며 머리부터 땅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준우가 바닥에 머리를 박는 소리였었어!’

타임 리와인드부터 쓰고 보길 잘했다.

난 그대로 몸을 뒤로 눕혀 슬라이딩을 했다.

덥석.

다행스럽게도 준우는 내 품에 안겨 불상사를 피할 수 있었다.

놀란 준우가 눈을 꿈뻑꿈뻑거리다가 울음을 터뜨렸다.

“흐아아아아앙!”

준우가 울자 상덕이의 등에 업힌 지우도 따라 울었다.

“흐에에에에엥!”

상덕이도 이제 지쳤는지 우는 아이들을 어떻게 해볼 생각도 없이 마냥 헥헥거렸다.

그러다 털썩 주저앉았다.

나는 우는 아이들을 어찌 달래줘야 하나 고민했다.

‘저녁도 일단 달래놓아야 먹일 텐데.’

그러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상덕아.”

“헤엑. 헤엑. 왜에에에…….”

“너 나 마술 배운 거 아냐?”

“마술은 뭔 놈의 마술.”

“내가 예전부터 마술에 관심이 많았거든.”

“첨 듣는 소리다. 애들 우는데 헛소리 좀 그만해.”

“마술 보여주면 얘들 좋아하지 않을까?”

그러자 상덕이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래! 애들은 신기한 거 좋아하잖아!”

“……!”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든 비밀이 풀렸다.

지우와 준우가 왜 상덕이를 보고 좋아했는지.

맞다.

아이들은 신기한 거 좋아한다.

상덕이는 신기하다.

아이들은 상덕이를 좋아한다.

완벽한 삼단논법이다.

내가 상덕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녀석이 기분 나쁜 얼굴로 물었다.

“너 방금 무슨 생각 했어?”

“아무 생각도 안 했다. 아무튼 애들 좀 소파에 앉혀놓자. 네가 애들 가운데 앉아서 잘 챙겨.”

“알았어.”

상덕이는 내가 시키는 대로 준우와 지우를 양쪽에 끼고 소파에 앉았다.

아이들은 그때까지도 엉엉 울고 있었다.

난 아이들 앞에 서서 씩 웃으며 손가락을 탁 튕기며 나만 들리도록 작게 시전어를 읊조렸다.

“파이어.”

파이어는 화 속성 중급 마법이다.

시전어와 함께 내 손 위에 작은 불길이 화르륵 하고 일었다.

그걸 본 지우와 준우가 울음을 뚝 그쳤다.

아이들은 신기하다는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보다 더 신기하게 날 바라보는 건 상덕이었다.

“우, 우와아아아아아! 야! 지웅아! 그거 어떻게 한 거야? 어? 나도 가르쳐 줘!”

“마술은 해법을 알려고 드는 게 아니야! 그냥 보는 거지.”

“아, 치사한 새끼.”

그러자 준우가 바로 상덕이의 말을 따라 했다.

“치사한 새끼! 헤헤헤.”

지우도 따라 했다.

“치아안 애끼! 이힛!”

상덕이가 입을 탁 틀어막고 놀라서 아이들을 번갈아 봤다.

“하여튼 애들 앞에서 못 하는 말이 없어!”

내가 상덕이를 구박했다.

상덕이는 얼른 자신의 잘못을 수습했다.

“지우야, 준우야. 방금 내가 한 말은 아주 나쁜 말이야. 그런 말 하면 앞으로 엄마랑 아빠가 두 번 다시 간식 안 주실지도 몰라. 그러니까 절대로 그런 말 하면 안 돼? 알았지?”

간식을 안 준다는 말에 아이들의 얼굴이 결연해졌다.

아이들은 동시에 자기 입을 막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다시 마술쇼를 이어나가 볼까?

* * *

무사히 마술쇼를 끝내고 아이들의 기분을 전환시켜 준 뒤, 저녁밥을 먹였다.

밥을 먹고 나서 상덕이와 내가 붙어 한 시간 정도 놀아주니까 둘 다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리고 밤 아홉 시쯤 돼서 의뢰인 부부가 돌아왔다.

막상 나갔더니 애들이 눈에 밟혀서 한 시간 일찍 돌아온 것이다.

우리는 의뢰인 부부에게 하루 일과 보고를 하고서 집을 나왔다.

이걸로 의뢰 한 건을 또 해결했다.

* * *

순식간에 이틀이 또 지나갔다.

화요일과 수요일에도 난 의뢰를 하나씩 해결했다.

화요일엔 학교에서 괴롭힘 당하는 아이를 도와줬다.

같은 반에서 좀 논다는 학생 세 명이 집중적으로 의뢰인의 아이를 괴롭히고 있었다.

내가 학교에 잠입하고 밖에서 미행하며 지켜본 결과 의뢰인의 아이가 괴롭힘을 당할 만한 이유는 딱히 없었다.

그저 조금 소심해 보이는 인상이 날라리들의 표적이 된 모양이다.

그런 놈들에겐 본 때를 보여주어야 했다.

놈들은 하교 후, 의뢰인의 아이를 으슥한 골목으로 데려가 이유 없이 구타하려 했다.

그때 내가 나타났다.

상덕이는 없었다.

조금 험악한 광경이 카메라에 담길지도 모르기에 동행하지 않은 것이다.

난 날라리들을 때리는 대신 주먹으로 벽을 허물어뜨리고 돌멩이를 손으로 쥐어 으스러뜨렸다.

한 번만 더 내 동생을 건드리면 다음엔 너희들이 이 꼴 될 줄 알라고 톡톡히 경고했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놈들을 뒤에서 봐주는 이른바 일진들, 그리고 그들의 선배들 연락처까지 모두 알아내 한곳에 모이도록 했다.

왜?

이런 녀석들 특징이 시간 지나면 오늘 일 까먹고 또다시 나쁜 짓을 일삼을 수 있으며, 나한테 말하지 말라고 협박을 하고서 더 심하게 괴롭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할 때 확실히 해야 한다.

물론 내가 모이라 한다고 순순히 모일 놈들은 아니었다.

그래서 전체 문자를 이렇게 돌리라고 했다.

‘웬 미친놈이 나타나서 학교 일진 다 깨버리겠다고 합니다!’

문자를 받은 녀석들은 당장 연락이 왔고 내가 미리 자리 잡아놓은 적당한 폐건물에 일제히 모여들었다.

난 모인 놈들 중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놈의 눈을 바라보며 살기를 쏘아 보냈다.

우두머리는 그것만으로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아 오줌을 지렸다.

그 광경에 다른 녀석들이 모두 놀라 겁을 집어먹었다.

‘죽이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난 우두머리에게 심어주었다.

물론 살기는 우두머리만 느낀 건 아니었다.

우두머리에게 집중해서 살기를 뿌리긴 했지만 그 안에 있던 모든 녀석들이 다 살기를 느꼈을 것이다.

의뢰인의 아이는 그 자리에 없었다.

폐건물에 오기 전 이미 집으로 내가 돌려보냈다.

나는 두 번 다시 내 동생을 건들지 말라 다시 한번 통보한 뒤, 폐건물에 있던 쇠파이프를 집어 들었다.

그러자 일진들은 모두 도망가려고 폼을 잡았다.

내가 그것으로 지들을 때리기라도 할 줄 안 모양이다.

착각이다.

난 쇠파이프의 양 끝을 잡고 힘껏 당겼다.

그러자 쇠파이프가 종잇장처럼 찢어져 두 동강이 났다.

그중 한 토막을 들어 손으로 밀가루 반죽처럼 구긴 뒤 바닥에 힘껏 던졌다.

콰아앙! 하는 소리와 함께 운석이 떨어진 것 마냥 바닥이 파여 나갔다.

일진들은 모두 얼어붙어 바들바들 떨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난 여전히 자빠져서 일어나지 못하는 우두머리의 어깨를 툭툭 치고 폐건물을 나왔다.

이제 두 번 다시 의뢰인의 아이를 건들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화요일이 마무리되었다.

* * *

수요일엔 바람피우고 헤어진 전 남자 친구 앞에서 새로운 애인인 척해달라는 여자 의뢰인에게 찾아갔다.

의뢰인의 이름은 이연희였다.

얼굴도 썩 괜찮고 몸매도 나쁘지 않았다.

이런 여자를 두고 바람을 피우다니.

하여튼 고추 달린 것들은 어쩔 수가 없다.

그때도 난 상덕이를 달지 않고 혼자 왔다.

이미 카시아스를 만나 마법으로 얼굴을 요즘 핫한 남자 아이돌 가수와 비슷하게 바꾼 상황인지라 상덕이를 데리고 올 수 없었다.

이연희는 이미 전 남자 친구가 바람난 여자와 자주 가는 술집이 어디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전 남자 친구의 SNS에서 바람난 여자와 오늘 그 술집에 또 가기로 한 것도 파악해 놓은 이후였다.

이연희와 난 그 술집으로 향했다.

이연희는 술집에 들어가기 전 내게 팔짱을 끼고 몸을 딱 붙였다.

문을 열고 술집에 들어선 이연희가 테이블을 슥 둘러봤다.

그러다 전 남자 친구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이연희는 비어 있는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그런데 나와 마주 보고 앉지 않고 바로 옆에 딱 붙어 앉았다.

우리 옆 자리에는 마주 보고 앉아 미소를 가득 짓고 있는 남녀가 있었다.

그들 중 남자가 무심코 옆을 바라봤다가 이연희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몹시 당황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하지만 이연희는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건넸다.

“야, 이성재. 오래간만이다?”

이성재.

저 녀석이 바람난 전 남친인 모양이다.

이성재는 어색하게 눈인사를 하고서는 이연희에게 물었다.

“어, 그래…… 근데 옆엔 누구야?”

이연희가 내게 푹 안기며 말했다.

“내 남친. 인사해. 정지훈이라고 해.”

내 이름이 정지훈이란다.

이미 내 가명까지 다 생각해 놓은 모양이었다.

나는 이연희의 장단에 맞춰주었다.

“정지훈입니다.”

“아…… 이성재예요.”

인사를 하는 이성재의 표정이 상당히 복잡해 보였다.

이성재의 여자 친구는 분위기 파악 못 하고서 끼어들었다.

“성재 씨 아는 사람이야? 안녕하세요~ 저 성재 씨 여자 친구 유미란이에요.”

유미란이라는 여자는 자신이 이성재가 바람피우며 만난 대상인 걸 모르는 모양이었다.

“네, 안녕하세요. 두 분 잘 어울리시네요.”

이연희가 가식적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유미란은 손사래 치며 화답했다.

“어머, 뭘요. 두 분이 더 잘 어울리시는데요. 그런데 남자 친구분 너무 잘생기셨다. 완전 아이돌 같아요.”

“그쵸? 제가 남자 보는 눈이 좀 높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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