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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히어로-113화 (113/153)

데일리 히어로 113화

‘……내가 대체 어떻게 진 것이오? 허명이 아니었구려. 미안하오.’

‘벌써 전 대륙 각지에서 찾아온 내로라하는 강자들을 백 인이나 제압하셨습니다, 제서스 공작 각하! 진정 공작 각하께서는 신검이라는 칭호가 어울리시옵니다!’

‘처음 뵙겠어요. 브리안 백작 가문의 여식인 멜레사 브리안이라고 해요. 듣던 만큼 출중하신 외모에 눈이 부시네요.’

‘멜레사.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오?’

‘우리가 알게 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요. 그런데도 그걸 모르겠어요?’

‘미안하오. 나는…… 당신을…….’

‘거기까지만. 더 이상 어떤 말도 하지 말아요. 여태껏 그 어떤 여인도 당신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지 못했겠죠. 어떤 여자가 당신의 눈에 차겠어요. 하지만 2세를 생각하세요. 저는 아름답고 건강해요. 가문도 나쁘지 않구요. 게다가 똑똑하잖아요. 저를 부인으로 맞이해 주신다면 훌륭한 2세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평생 혼자 살다가 가문의 맥을 끊어 버릴 생각이신가요?’

‘…….’

‘두 분의 약혼을 진심으로 감축드리옵나이다~!’

‘감축드리옵나이다~!’

‘우리가 약혼을 하다니, 정말 꿈만 같아요.’

‘멜레사. 하지만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소.’

‘괜찮아요. 내가 사랑하니까.’

‘공작 각하. 저 멀리 토레스 영지 작은 마을에 특별한 능력을 가진 여인이 산다 하옵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여인?’

‘그 여인은 만지는 모든 것을 투명화시킬 수 있다 하옵니다.’

‘마법이겠지.’

‘마법과는 또 다르다고 하더군요. 지금껏 빛의 탑에서 개발된 마법 중에 스스로를 투명화시키는 마법은 있었으나, 만지는 대상을 투명화시키는 마법은 없었습니다.’

‘당신이 루입니까?’

‘몇 번이고 귀족분들께서 절 찾아오셨지만, 전부 거절했어요. 그 어떤 협박에도 굴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같은 목적으로 오셨다면 돌아가 주세요.’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니에요. 저는 당신을 지켜주려고 온 겁니다. 전 제서스 로드리만이라고 합니다. 제 권한으로 당신이 사는 마을에 귀족 접근 금지령을 내릴 겁니다.’

‘지금부터 이 마을에 어떠한 귀족도 발을 들여선 아니 된다! 만약 이를 어길 시엔, 나 제서스 로드리만 공작에 대한 도전이라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공작님께서는 당대 최고의 힘을 가진 귀족이시며, 소드 마스터의 칭호를 가진 검사이신데…… 왜…… 한낱 평민인 제게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거죠?’

‘당신의 재능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그 재능이 삿된 욕망을 가진 귀족들의 손에 넘어가 이용당하는 걸 그냥 볼 수 없었습니다.’

‘오늘도 토끼를 세 마리나 잡아왔어요, 루. 맛있게 요리해 주세요.’

‘고마워요. 공작님이 오시고 나서는 제 하루하루가 정말 즐거워요.’

‘저야말로…… 루를 만나고 하루하루가 정말 즐거워요. 하지만 마음 한편이 아려오는군요. 왜 이제야…… 당신을 만나게 된 것인지.’

‘네? 뭐라고 하셨나요?’

‘아, 아니에요, 루.’

‘떠나야 돼.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돼. 그녀의 마음을 얻어 성으로 데려오기 위해 친절을 베풀었던 것뿐인데…… 연극은 진실이 되었어.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어.’

‘공작님. 좋은 아침이에요. 오늘은 무슨 요리를 만들어 드릴까요?’

‘미안해요, 루.’

‘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이라더니 우리도 이별해야 할 때가 왔네요. 마냥 이 마을에만 있을 수 없는 게 제 입장이니 이해해 주세요. 하지만 더 이상 다른 귀족들이 루를 어떻게 하진 못할 겁니다. 제가 이 마을에 머무른 시간이 제법 되는 만큼, 루를 아낀다는 걸 충분히 알게 되었을 테죠.’

‘저도…… 따라가고 싶어요.’

‘그 말…… 진심인가요?’

‘멜레사, 소개하지. 이분이 루야. 루, 인사해요. 이쪽은 제 약혼녀 멜레사 브리안이라고 해요. 브리안 백작 가문의 딸이죠.’

‘루. 괜찮은 거예요? 성에 오고 나서부터는…… 늘 안색이 좋지 않네요.’

‘괜찮답니다, 공작 각하.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어요.’

‘루? 루? 어디 간 거지.’

‘그녀는 떠났어요.’

‘그게 무슨 말이오, 멜레사. 루가 떠났다니?’

‘제가 모든 사실을 얘기했어요. 당신이 왜 그녀에게 접근했던 건지 말예요. 당신도 알고 있었잖아요. 그녀가 당신을 마음에 품었다는 걸. 난 그런 그녀가 측은했을 뿐이에요.’

‘집사, 부탁이네. 루를 꼭 찾아주게. 그녀는…… 내가 세상에 태어나 유일하게 사랑한 여인이었네.’

‘제서스 공작 각하…… 분부대로 루님을 찾아봤으나…… 반 포이르 남작에게 잡혀 갖은 수모를 당한 뒤 죽음을 맞이했다 합니다.’

‘루…… 루……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 그러니 나 역시 잃어버릴 것이다.’

‘멜레사! 이게 다…… 네가 자초한 화임을 알라!’

‘이, 이러지 말아요! 이성을 찾고 검을 거두세요! 꺄아아아악!’

‘제서스 공작 각하! 제발 고정하시옵소서! 크허어……!’

‘제서스 공작! 당신은 미쳤소! 가문의 모든 사람을 도륙하고 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지르다니! 더 이상 당신을 신검이라 칭하는 이는 없소! 당신은 광검이오!’

‘무어라 불러도 좋다. 내겐 이제 그 무엇도 의미가 없으니.’

“끄흐으으…….”

터질 것 같은 머리를 움켜쥐고 침대에서 튕겨 오르듯 상체를 일으켰다.

“후우. 후우.”

고통이 빠르게 진정되어 갔다.

그에 따라 나도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띠링!

―제서스 로드리만 공작은 루의 비참했던 인생을 바꿔놓고 싶어 하네요. 루를 도와주세요. 그리고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세요. 그래야만 제서스 로드리만 공작의 마음이 풀릴 거랍니다.

후우…… 그래, 그래.

내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

두 번 다시는 그녀가 힘든 인생을 살도록 두지 않으리라.

나 제서스 로드리만의 명예를 걸고!

한 남자의 인생을 걸고 맹세한다!

그리고 나 역시 광검의 길을 걷지 않겠다.

루를 잃고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난, 살인귀가 되었다.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죽였다.

1년 동안 전 대륙을 돌아다니며 날 막으려 드는 이들을 전부 도륙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어느 순간 무의미해졌다.

다른 이를 아무리 죽여도 내 분노는 해갈되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배가 되어갔다.

그래서 깊은 산맥 속에 숨어들었다.

3년을 그렇게 지내다가 깨달았다.

이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음을.

루를 따라가는 것.

그래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것이 내 지랄 같은 인생의 마지막이었다.

‘바꾼다. 전부 다.’

결심을 하고 방을 나섰다.

망설임 없이 복도를 걸어 루의 방으로 향했다.

이미 밤이 내린 시간이었다.

창을 통해 쏟아지는 달빛은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다.

터벅터벅.

점점 더 내 걸음을 바빠졌다.

루의 방 앞엔 멜레사가 서 있었다.

난 그녀가 루에게 떠나달라 요구하던 그날 밤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녀는 루의 방문을 노크하려다가 날 보고서 그대로 굳어 버렸다.

“여긴 무슨 일이오.”

차가운 음성으로 물으니, 멜레사는 적잖이 당황하며 더듬거렸다.

“그, 그냥 잠이 안 와 루와 이야기나 할까 하고 찾아왔어요.”

웃기는 소리.

무슨 사단을 일으키려고 여기 온 것인지 이미 난 다 알고 있다.

멜레사의 손목을 잡고 내 쪽으로 당겼다.

근육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가녀린 여인은 그대로 내게 끌려왔다.

“아, 아파요.”

“잠이 오지 않는다면 내가 말 상대를 해주겠소.”

그 제안이 멜레사에게는 제법 놀라웠던 모양이다.

그녀는 조금 전보다 더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당신…… 이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멍하니 날 바라보던 멜레사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어쩐 일이세요?”

“싫소?”

“아니요, 그럴 리가요. 오히려 그 반대랍니다. 공작님께서 제 말벗을 해주겠다고 한 적이 있었나요? 당연히 좋을 수밖에요.”

멜레사는 내게 잡힌 팔목을 빼 곁으로 다가와 팔짱을 끼며 딱 달라붙었다.

“제 방으로 갈까요?”

“그게 좋겠소.”

멜레사와 나는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사실 난 그녀에게 크게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주로 멜레사가 이야기하고 나는 그저 들어줄 뿐이었다.

한참 동안 떠들던 멜레사가 잠시 말을 끊고 물 한 잔을 마셨다.

“하아, 왜 이렇게 열이 오르지? 너무 혼자 떠들어서 그런가 봐요. 조금 덥네요.”

멜레사는 걸치고 있던 얇은 외투를 벗어 의자 등받이에 걸었다.

외투 안에는 간단한 파자마를 걸친 차림이었다.

그녀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는 불 보듯 뻔했다.

멜레사의 눈동자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농염해졌다.

가지런히 놓여 있던 다리도 살짝 꼬았다.

짧은 파자마 아래로 그녀의 하얀 허벅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상태에서 허리를 숙여 내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헐거워진 파자마 안으로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이 보였다.

“당신도 덥지 않나요?”

멜레사는 알고 있다.

루에 대한 나의 마음을.

여기서 그녀를 거절한다면…… 분명히 그 불똥은 루에게 튀겠지.

전생의 나였다면 절대로 마음에 없는 여자를 품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난 이미 한 번 피로 물든 인생을 걸어본 인간이다.

원한이 없는 자를 수백이 넘도록 도륙했다.

마음에 없는 여자를 품는 것?

손가락을 구부리는 것만큼 쉬운 일이다.

덥석.

“……!”

멜레사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녀가 놀라서 날 바라봤다.

어떻게든 날 유혹하려 하던 참이었겠지만, 되레 내가 공격적으로 나오자 당황하고 말았다.

난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내 손이 그녀의 가슴과 허리, 둔부를 뱀처럼 쓰다듬어 나갔다.

놀라서 경직되어 있던 그녀도 내 손길을 느끼자 점점 몸을 배배 꼬았다.

“아…… 으흥…….”

교태 섞인 신음을 흘리며 내게 안겨드는 멜레사.

나와 약혼을 해놓고서도 단 한 번 잠자리를 갖지 못해 욕정으로 가득 찬 몸뚱이가 점차 퇴폐적인 경련을 일으켰다.

우리는 서로의 옷을 빠르게 벗겼다.

그녀의 입과 내 입이 서로의 타액을 교환했다.

이윽고 그녀는 혀로 내 전신을 애무했다.

난 그녀를 안아 들어 침대에 눕혔다.

두 다리로 내 허리를 감싼 멜레사가 음욕 가득한 시선을 내게 던지며 말했다.

“당신의 아이를 갖고 싶어요.”

나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나쁘지 않겠지. 하지만 당장은 아니오.”

평생 그럴 일은 없다.

난 몸을 격정적으로 움직였다.

“으…… 아아! 지, 지금은…… 둘이서 더 지내고 싶다는 건가요?”

멜레사가 숨넘어갈 듯 신음을 흘리며 겨우겨우 말했다.

“그렇소. 조금 더 둘이서만.”

둘이서 지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아…… 제서스…… 제서스……! 하아!”

멜레사는 내 밑에 깔려 한 마리의 짐승이 되었다.

그녀의 신음은 새벽 동이 틀 때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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