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일리 히어로-108화 (108/153)

데일리 히어로 108화

윽.

패시브 소울은 벨로아밖에 없잖아?

나머지는 죄다 액티브 소울이네.

게다가 투시는 사용할 경우 영력이 1초당 1씩 소모되어 버린다.

지금 내 영력이 25니, 최대 25초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섀도우 워커와 투명화도 3초에 1의 영력이 소비된다.

타임 리와인드는 게다가 하루 3회 제한이 걸려 있다.

3번 이상은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지.”

자, 그럼 계획을 세워보자.

일단 백설우를 납치한다는 앞뒤 없는 불도저식 계획은 취소다.

지금 내가 새로 얻은 능력은 다른 가능성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백설우를 치료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매일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내게는 섀도우 워커와 투명화가 있다.

이 두 가지 능력만으로도 백설우를 매일 만나는 건 가능하다.

섀도우 워커로 백설우의 방 안에 잠입해 그와 접촉하고 누군가 백설우의 방으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지면 투명화로 내 모습을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능력을 사용해 백설우를 만나게 될 경우, 그에게 내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될까?’

생각해 보면 카시아스는 내게 내 능력을 무조건 감추라고 한 적이 없었다.

레이브란데의 인과율에도 능력을 남에게 들키면 안 된다는 규칙은 존재치 않는다.

즉 남에게 능력을 알리든 말든 그건 내 마음이다.

다만 현대 사회에서 내 능력이 알려질 경우 적잖은 파장이 일어날 것이고 그 파장의 중심에 내가 서야 한다는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하나, 백설우를 만나려면 그에게 날 드러내야 한다.

‘어쩔 수 없어. 백설우를 믿는 수밖에.’

녀석이 나와의 비밀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첫날 대면한 뒤, 비밀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 싶으면 다시 찾아가지 않으면 그만일 테니.

‘이번 의뢰는 동영상으로 남겨놓지도 못하겠군.’

완전히 봉사 활동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난 그럼에도 백설우를 만나러 갈 것이다.

여러 가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도와주고 싶을 만큼 녀석은 너무 어린 나이에 많은 짐을 짊어지고 있었다.

백설우

백설우를 만나기 위해서는 일단 그가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로열 그룹 사장 백천호는 수많은 저택을 소유하고 있다.

난 인터넷에서 그중 춘천에 그가 소유한 저택이 있는지 검색했다.

내가 백설우와 만났던 곳이 춘천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그에 대한 정보를 얻어낼 수가 없었다.

해서, 집을 나섰다.

인터넷에 정보가 없다면 다른 방법으로 알아내야 한다.

난 택시를 잡아타고 정랑동 1002―7번지로 향했다.

* * *

택시에서 내려 익숙한 오피스텔 건물 앞에 섰다.

이 건물 302호는 사채업장이다.

이름은 친구 대부.

친구 대부 녀석들은 일전에 유주 누나의 가족을 괴롭히다가 내게 혼쭐이 난 적이 있었다.

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손에는 목장갑을 낀 채로 건물에 들어섰다.

계단을 밟아 3층으로 올라가 302호로 다가갔다.

똑똑.

문을 두드리니 안에서 걸쭉한 음성이 들려왔다.

“네~ 들어오세요.”

원하는 대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무슨 일로 오셨…….”

책상 앞에 앉아 거만하게 말을 하던 조철희가 날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 일어섰다.

“커헉! 너, 너…… 아니, 다, 당신은…….”

“기억나?”

조철희가 헛숨을 컥컥 들이켜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 근처 소파엔 당시 나한테 당했던 놈들과 이석호도 보였다.

이석호는 유주 누나를 대놓고 스토킹하며 돈 갚으라는 압박을 주던 놈이었다.

“여, 여기 무슨 일로…….”

이석호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조철희가 호랑이 같은 눈으로 부하들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내가 한정태 씨 건드리지 말라 그랬지! 어떤 새끼야! 어떤 개새끼가 건드린 거야! 우리 회사 망하는 꼴 보고 싶어! 엉!”

조철희는 옆에 세워두었던 야구방망이를 들고서 책상을 쾅쾅 내려쳤다.

“나와! 내 이 개새끼 부숴놓을 테니까!”

난 흥분해서 오버액션을 하며 날뛰는 조철희에게 말했다.

“일단 그거 내려놓고.”

“네, 네!”

조철희가 야구방망이를 얼른 옆으로 던졌다.

“어이, 대가리.”

“저…….”

조철희가 우물쭈물하며 내 말을 끊었다.

“뭐?”

“저한테도 조철희라는 이름이 있는데요…… 애들도 보는데 대가리라고 하는 게 조금…….”

이 자식이 내 앞에서 가오 잡으려 그러네?

그래, 뭐 그 정도 가오는 살려줄게.

지금은 내가 부탁하러 온 입장이니까.

“그래, 철희야.”

“……네.”

대답하는 목소리가 영 밝지 않다.

이름을 부르는 것도 기분이 별로인 모양이지?

내가 상관할 바 아니다.

“오늘은 깽판 치러 온 거 아니니까 너무 나대지 마라.”

“그럼 왜……?”

“부탁할 게 좀 있어서.”

“무엇을……?”

조철희의 안색이 점점 더 안 좋아졌다.

내가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하려는 줄 아는 모양이다.

“백천호 알지?”

“백…… 천호?”

“로열 그룹 사장.”

“아, 네…… 알기는 아는데 사적인 친분은 없는데요.”

“그건 상관없고. 춘천에 백천호의 이름으로 된 저택이 있을 거야. 그걸 찾아.”

“네? 저기…… 우리는 사채업자지 흥신소가 아닌데요.”

이 자식이 그런데 끝까지 말귀를 못 알아먹네.

난 조철희에게 다가갔다.

조철희가 하얗게 질려 뒷걸음질 치다가 벽에 막혀 멈춰 섰다.

놈의 지척에 다다라서야 걸음을 멈춘 난, 정수리에 꿀밤을 한 대 놓았다.

딱!

“끄어억!”

딴에는 천천히 때린다고 했지만 쇠망치에 얻어맞은 기분일 것이다.

조철희는 정수리를 움켜쥐고 털썩 주저앉았다.

그 광경을 본 다른 놈들은 사색이 되었다.

“끄으으…… 흐어. 흐끄윽!”

조철희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서 괴로워했다.

“철희야.”

“끄흐으…….”

“대답 안 해? 한 대 더 때려줘?”

“아, 아니요! 아닙니다!”

“일어나.”

“네!”

조철희가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벌떡 일어섰다.

“웃어야지.”

“우, 웃습니다!”

놈이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여기 흥신소 아닌 거 몰라서 왔을까?”

“아, 아닙니다.”

“그럼 왜 왔을까? 대답 잘해라.”

내가 말하며 주먹을 들어 올리자 조철희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더니 얼른 대답했다.

“제, 제가 아는 동생 중에 흥신소 하는 놈이 있습니다.”

“그렇지?”

“그, 그렇죠.”

“그럴 줄 알았어. 그 동생한테 춘천 어디에 백천호 사장의 저택이 있는지 알아보라 그래.”

“아, 알겠습니다. 그런데…… 착수금은…….”

“무슨 착수금?”

조철희가 최대한 부드러운 음성으로 내게 말했다.

“그 동생 놈도 요새 경기가 안 좋아서요. 그래도 돈을 주고 일을 시켜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 그래서 나한테 착수금 달라는 거야?”

“꼭 그렇다기 보다는…….”

“줬잖아?”

“네? 전 받은 게 없는데.”

“뭘 안 받았어. 분명히 받았잖아.”

“언제……?”

난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씩 웃었다.

그리고 조철희를 무섭게 쏘아봤다.

“네 목숨. 살려줬잖아. 그거보다 비싼 게 또 있어?”

말을 하며 살기를 방출시켰다.

순간 사무실에 있던 모든 녀석들이 컥컥대며 축 늘어졌다.

가장 가까이에서 살기에 얻어맞은 조철희는 게거품을 물었다.

“끄으…… 흐으으.”

“대답해. 줬어, 안 줬어?”

“줘, 줬습니다. 죄송합니다.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십쇼, 형님!”

살기에 완전히 잡아먹힌 조철희가 날 형님이라고 부르며 구걸했다.

녀석은 바닥에 다시 엎어져 내 바지춤을 움켜쥐었다.

“사, 살려 주십쇼…… 살려만 주시면 뭐든 다 하겠습니다!”

“그 말, 지킬 자신 있지?”

“이, 있습니다.”

조철희는 일전에 내가 마법을 시전하는 걸 직접 눈으로 봤었다.

그때에도 거의 바지에 오줌을 지릴 정도로 벌벌 떨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살기에까지 얻어맞았으니 날 거스르겠다는 생각은 못 할 것이다.

난 비로소 살기를 거두어들였다.

그제야 사무실에 있던 녀석들이 제대로 숨을 쉬었다.

“오늘 밤까지 알아내. 아홉 시에 다시 올 테니까.”

“네? 그, 그때까지는 너무 시간이 촉박한데…….”

“그래? 힘들면 천천히 해.”

“감사합니다, 형님!”

“대신 내일 뜨는 태양은 못 보게 될 거다.”

“……!”

“……!”

“……!”

그 자리에 있던 녀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놈들은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여 바들바들 떨었다.

조철희가 가장 많이 떨고 있었다.

“어, 어떻게든 오늘 밤까지 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놈들을 다 족치는 한이 있더라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형님!”

“그래?”

“네!”

“알았다. 믿고 간다.”

“조, 조심히 가십시오! 이따 뵙겠습니다!”

허리를 90도로 접는 조철희를 뒤로 하고 사무실에서 나왔다.

* * *

밤 아홉 시.

난 정확히 시간을 맞춰 사채업자들 사무실로 다시 갔다.

내가 문 앞에 서서 노크를 하기도 전에 문이 확 열렸다.

열린 문 너머에는 이석호가 서 있었다.

이석호의 뒤로 조철희와 다른 녀석들이 공손히 서서 내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오셨습니까!”

“아이, 시끄러. 내가 깡패야? 인사를 뭐 이렇게 거창하게 해?”

그러자 조철희가 주변에 있던 부하들 뒤통수를 연거푸 때렸다.

퍼퍼퍼퍼퍽!

“앉아, 새끼들아! 그러니까 내가 그냥 무난하게 인사하자고 했잖아!”

조철희에게 얻어맞은 녀석들이 소파로 가서 앉았다.

그중 한 놈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게 내 귀에 들렸다.

“지가 그렇게 하자고 해놓고선.”

그에 웃음이 픽 나왔다.

나는 중얼거린 놈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철희야. 얘는 되게 억울한가 보다.”

“네? 저 녀석이 뭐가 억울하답니까?”

“네가 시킨 거라는데?”

조철희가 호랑이 눈을 하고 그놈을 노려봤다.

중얼거린 놈은 난 죽었구나 하는 얼굴이 되었다.

조철희는 그 녀석에게 나중에 보자는 무언의 시선을 던졌다.

난 그런 조철희에게 다가가 물었다.

“알아냈어?”

“그럼요.”

“어디에 있대?”

조철희가 작은 메모지 하나를 꺼내서 내게 건넸다.

“여기 주소 적어놨습니다.”

메모지를 열어서 내용을 확인해보았다.

‘만천리 872―4번지.’

만천리면 동면에 있는 동네다.

“확실해?”

“확실합니다.”

“알았어. 만약에 찾아갔는데 아니면 큰일 난다, 너.”

“아, 알겠습니다.”

“간다. 쉬어라.”

난 사무실을 나왔다.

그러자 문이 탁 닫히며 퍽! 하는 타격음이 들려왔다.

“억!”

비명 소리가 이어지고 조철희의 화난 고함이 연이어 터졌다.

“이 새끼야! 어디서 주둥이를 함부로 놀려! 뭐? 내가 시켜? 그래 내가 시켰다! 그래서 뭐? 근데 뭐? 이거 오늘 묻어 버릴라니까!”

고생들이 많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