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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히어로-103화 (103/153)

데일리 히어로 103화

……어째 내용이 점점 심각해진다.

처음에는 장난 글이거나 단순히 자살하고 싶은 인간이 똥 싸질러 놓은 글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담긴 글이었다.

[경호원 아저씨는 내가 차 타고 갈 때 발작하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문 열고 나가서 차에 치여 죽기를 원합니다. 말 안 해도 압니다. 하지만 발작 안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한 번 발작했습니다. 차 문 열고 달렸던 것 같지만 기억 안 납니다. 정신 차려 보니 누군가 절 안고 노래 불러주고 있었습니다. 그 형 때문에 살았습니다. 이름도 기억합니다. 유지웅이라고 했습니다. 날 구해준 지웅 형에게는 미안하지만, 난 죽고 싶습니다. 더 살기가 힘듭니다.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고 다 내가 죽기만을 바랍니다.]

이게 사실일까?

경호원들이야 어떠한 사정이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면 이해할 법도 하다.

그런데 백설우의 아버지까지 그가 죽기를 바란다니.

제 자식이 죽기를 바라는 아버지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내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무리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고 해도 이건 아니었다.

‘혹시 백설우가 뭔가를 오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럴지도 모른다.

자폐증으로 인해 자격지심과 피해망상 같은 것이 생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계속해서 글을 읽었다.

[오들리 님은 내가 오해하고 있는 거라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정곡을 찔렸군.

[하지만 사실입니다. 저한테는 동생이 있습니다. 동생은 열네 살이고 남잡니다. 이름은 백진우입니다. 진우는 아무런 병도 없습니다. 진우는 건강합니다. 그리고 똑똑합니다. 하지만 작은아버지는 우리 아버지에게 장남인 나를 사장 자리에 앉혀야 한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진우를 좋아합니다. 나만 없으면 됩니다. 그러면 진우가 사장이 됩니다. 아버지도 좋아할 겁니다. 그런데 나는 죽을 용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부탁드립니다. 나를 죽여주세요. 오들리 님 부탁드립니다. 제발 죽여주세요.]

글은 그렇게 끝이 났다.

설우는 진심으로 죽고 싶어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이건 가문 내의 알력 싸움이었다.

‘현 로열 그룹의 사장인 백천호는 차남인 백진우를 후계자로 삼고 싶어 한다. 장남이 자폐아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하지만 백천호의 동생은 백설우를 사장 자리에 앉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왜?’

백설우를 장남이라는 명목 하나로 어떻게든 사장 자리에 앉힌 뒤, 다시 끌어내리고 자신의 자식을 새로운 후계자로 지목하기 위해서겠지.

난 인터넷 창에 로열 그룹 가문의 사람들을 검색해 봤다.

로열 그룹은 회장 백종인을 중심으로 그 밑에 두 아들이 있었고, 그중 장남인 백천호가 사장, 차남인 백중호가 부사장직을 맡고 있었다.

‘백설우의 말이 사실이라면 백천호와 백중호는 현재 편한 사이가 아니라는 거지.’

백중호는 지금 백설우를 차기 사장으로 지지하고 있다.

만약 그러다가 정말 백설우가 사장이 된다면, 아까 말했듯이 적어도 1, 2년 내에 사장의 자질을 논하면서 그를 끌어내릴 것이다.

물론 백천호도 가만있지는 않겠지.

네녀석이 백설우를 지지하지 않았느냐 따질 것이다.

그러나 백중호는 결국 모든 결정을 내린 것은 백천호니 당신의 책임이 막중하다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백천호에겐 힘이 빠진다.

그에게는 더 이상 발언권이 없어질 것이 뻔하다.

그때 백중호는 자신의 아들을 사장으로 추천할 것이다.

대충 봐도 그려지는 그림이다.

‘결국 아버지들끼리의 세력 다툼에서 자폐아인 백설우만 불쌍해지는 입장이란 말이야.’

이 일이 그마나 원만하게 정리되려면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백설우가 정상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의학으로 자폐아를 고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백설우를 내가 죽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백설우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건 내가 손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보고 있던 페이지에서 빠져나와 다른 의뢰글들을 읽어나갔다.

한데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한 번 구해준 것도 인연이라고 자꾸만 백설우가 신경 쓰였다.

‘그렇지만 방법이 없잖아.’

그저 가슴만 먹먹해졌다.

짝짝!

두 손으로 뺨을 두들겼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너무 신경 쓰면 안 된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안타깝지만 그를 도와줄 수 없다는 미안함에 내 할 일을 못 해서야 되겠는가.

난 정신을 차리고 다시 다른 의뢰들을 집중해서 읽었다.

그리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의뢰 목록을 추려 보았다.

서른 개 중 총 두 개.

전에 의뢰에서 추려낸 것까지 합하면 전부 아홉 개다.

일단은 이 의뢰들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이다.

나는 백설우에 대한 미안함을 가슴속 한편으로 밀어 버렸다.

업그레이드

겨울방학을 한 지도 20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총 스무 개의 의뢰를 해결했다.

거의 하루에 하나 꼴로 해결한 것이다.

물론 그 의뢰들은 모두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와 데일리 히어로 홈페이지에 등록해 놓았다.

일전에 해결한 의뢰 동영상까지 총 25개의 동영상이 업로드되었다.

제법 영상이 쌓이다 보니 점점 데일리 히어로의 유튜브 채널이 활성화되었다.

구독자도 이제 15만 명이 넘어갔다.

그만큼 동영상 하나하나의 조회수도 높아졌다.

기본이 5만 이상이고, 특히 인기 있는 동영상의 경우는 40만을 돌파했다.

데일리 히어로 채널에서 올리는 모든 동영상은 유튜브와 파트너십을 맺었기에 조회수 1,000당 1에서 3달러의 금액이 책정된다.

아직 내 통장으로 들어온 돈은 없었지만 곧 제법 많은 액수의 돈이 들어올 터였다.

유튜브 채널이 인기를 끄는 만큼 데일리 히어로 홈페이지도 유명해졌다.

이제는 하루에 적게는 20, 많게는 50건의 의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도저히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까지 가버린 것이다.

링크도 무섭게 쌓여갔다.

나는 링크가 쌓이는 동안 소울 스토어에 접속할까도 생각했으나 당장 새로운 능력을 얻어야 하는 게 급한 일도 아니고 무엇보다 라헬 그 자식이 비아냥거리는 게 꼴사나워서 꾹 참았다.

이번에는 정말 많은 링크를 가지고 접속해 그놈의 코를 확 눌러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홈페이지에 쌓여가는 의뢰들을 읽다가 상덕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덕이는 현재 내 직원이기 때문에 언제 어느 때든 내 전화를 반드시 받았다.

이번에도 벨 소리가 몇 번 울리기도 전에 상덕이의 음성이 들려왔다.

―응, 지웅아.

“상덕아, 아무래도 회사를 좀 키워야겠다.”

―뭐? 왜?

뭐? 왜?

이 자식이 이게 생각이 있는 놈이야, 없는 놈이야?

“야, 게시판에 올라오는 의뢰 건수를 봐봐. 저걸 혼자서 어떻게 다 감당해?”

―그거 다 들어줄 필요 있냐? 그냥 대충 만만한 것들로 몇 개씩만 골라서 들어주면 되지.

“그 만만한 것들만 추려도 혼자 해결하기엔 무리가 있다니까. 직원을 늘려야 돼.”

―어떻게 직원을 늘려? 그리고 직원을 늘리면? 그 직원들이 너처럼 의뢰들을 척척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아?

“네 말마따나 정말 만만한 것들은 충분히 일반인도 할 수 있어. 내가 어느 정도 계획만 세워주면 돼. 그리고 나는 조금 힘든 의뢰들을 해결하면 되는 거고.”

물론 그렇게 할 경우 직원들이 해결하는 의뢰를 찍은 동영상은 아무리 많은 사람이 본다고 해도 내 링크가 올라가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파급효과라는 게 있다.

지금 데일리 히어로 채널의 경우 1+1=2가 되는 게 아니라 10이 될 수도 100이 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굳이 내가 의뢰를 해결한 동영상이 아니더라도 아무튼 많은 동영상이 올라가면 채널의 구독자는 많아진다.

그리고 많아진 구독자들이 내가 해결한 의뢰 동영상을 보게 된다.

그럼 링크는 전보다 더욱 빠르게 쌓일 것이 분명하다.

부수적으로 돈도 많이 들어올 게 아닌가.

―흠…… 그래서 어떻게 하자고?

“홈페이지에 직원 모집 공고 글 좀 올려. 돈은 의뢰 해결하는 건으로 해서 한 건당…… 이십만 원씩 지급한다고 하고.”

―이십만 원? 너무 많이 주는 거 아니야? 내가 한 달 죽어라 일해서 팔십 버는데, 그럼 그 사람들은 의뢰 네 건만 해결해도 나랑 똑같이 버는 거잖아? 차라리 내가 의뢰 해결할래!

아이고 이 화상아.

“당연히 네 월급도 올려주지. 달에 백오십!”

그러자 전화기 너머로 상덕이의 침 넘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꿀꺽!

―배, 백오십?

“그래.”

―근데…… 백오십도 의뢰 여덟 건 해결하면 충분히 버는 돈인데…….

“상덕아?”

―응?

“우리 현실적으로 생각하자. 지금 넌 너를 너무 믿고 있어. 네가 과연 그럴 능력이 될까? 한 달에 의뢰를 여덟 건이나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응?”

―…….

상덕이의 말문이 막혔다.

이놈이 삐졌나?

―그래,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삐진 게 아니라 냉정하게 자아 성찰을 했던 모양이군.

“그렇지? 너는 홈페이지랑 유튜브 채널 관리하고 동영상 찍어 올리는 게 딱 적성에 맞아. 너 그거 잘하잖아. 내가 볼 때 그 분야에서 너 따라올 사람이 없을걸?”

―역시 그렇지? 으흐흐흐.

이 단순한 놈.

예쁜 놈.

“그러니까 구인 공고 하나 올려. 아, 그리고 동영상 찍어줄 사람도 같이 구해야 한다. 너 혼자 그 많은 직원들 따라다니면서 다 촬영할 수는 없으니까. 동영상 찍어서 넘기는 건 건당 오만 원씩 준다고 하고.”

―알았어.

“오늘 중으로!”

―내가 언제 게으름 피우는 거 본 적 있어?

사실 상덕이 이놈은 일생이 게으름으로 도배된 녀석이다.

하지만 홈페이지 관리 하나만큼은 빠르게 처리한다.

“없지. 그래서 내가 널 믿는 거지.”

―바로 처리할게.

“그래. 부탁해.”

상덕이와의 통화를 끝낸 뒤, 지금까지 쌓인 링크를 확인해보았다.

“마인드 탭.”

이름 : 유지웅

소속 : 지구, 대한민국

성별 : 남

나이 : 20

영력 : 21/21

영매 : 19

아티팩트 소켓 : 4/4

보유 링크 : 19,876

“오…… 상당히 많이 쌓였잖아.”

이 정도면 라헬 녀석도 뭐라고 못하겠지.

난 기분 좋게 소울 스토어에 접속하려 했다.

그런데.

띠링!

띠링!

띠링!

세 번 정도 동영상을 본 사람들로 인해 링크가 적립되었다는 소리가 들리더니.

띠링!

―축하드려요, 지웅 님~! 20,000링크를 적립해 레이븐 링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되었어요!

라는 축하 음성이 이어졌다.

이건 또 별안간 무슨 말이래?

여인의 음성이 계속 들려왔다.

―솔직히 20,000링크를 적립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그 근성에 박수를 보낼게요~

이것도 레이브란데가 마법 속에 감추어 놓은 법칙인 모양이다.

영혼의 퀘스트를 완수할 경우 감추어져 있던 히든 소울을 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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