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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히어로-84화 (84/153)

데일리 히어로 084화

둘 다 문이 활짝 열려 있어서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잡아온 고양이들은 집에 두는 게 아닌가?’

그런데 집 안 어디에서도 고양이를 찾을 수 없었다.

화장실과 안방을 살피고 거실도 뒤졌지만 고양이의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하얀 고양이가 집을 잘못 가르쳐 준 거 아니야?’

아니면 그놈이 날 골탕 먹이려고 했었다든가.

그런 의심이 들었다.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애초부터 하얀 고양이는 내게 호의적이지 않았었으니까.

한데 그때였다.

‘……어?’

어딘가에서 아주 희미하게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집 밖에서 나는 소리는 아니었다.

소리는 집 안 어딘가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야오옹…….

아주 힘이 없는 울음소리였다.

나는 소리가 나는 곳을 추적했다.

‘이상해. 아무래도 땅속에서 나는 것 같은데.’

바닥에 귀를 바짝 댔다.

그러자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더 확연하게 들려왔다.

‘땅속에 뭔가 있다!’

지하실이라도 만들어놓은 건가?

나는 밑으로 내려가는 입구를 찾기 위해 바닥을 손으로 두들겼다.

탁탁. 탁탁탁.

계속 거실의 곳곳을 두드려 봤지만 둔탁한 소리만 들렸다.

‘거실에는 입구가 없다.’

이번에는 안방으로 들어가서 바닥을 두들겼다.

탁탁. 탁탁탁.

안방 입구부터 두들기며 안쪽으로 들어가던 어느 순간.

탁탁. 텅.

“여기다.”

속이 빈 듯한 소리는 안방의 한쪽에 비치된 옷장 바로 밑에서 났다.

그러나 그곳엔 온통 장판이 깔려 있어 내려가는 입구가 존재치 않았다.

‘매번 지하실을 내려갈 때마다 장판을 뒤집지는 않을 테고.’

입구가 어디 있는 거지?

잠시 생각하던 내 시선에 큼직한 옷장이 다시 들어왔다.

‘혹시?’

나는 옷장을 열었다.

그러자 옷장의 바닥이 뻥 뚫려 있는 게 보였다.

바로 그곳이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이었다.

나는 옷장 안으로 들어서서 계단을 밟고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면서 양손으로는 계단의 양쪽 벽을 훑었다.

몇 발자국 움직이지 않은 상황에서 오른손에 작은 스위치가 걸렸다.

그것을 누르니 통로가 조금 밝아졌다.

통로의 천장에 작은 형광등이 있었다.

미약한 빛이었으나 워낙 좁은 통로였기에 사위를 밝히는 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계단을 밟고 끝까지 내려가니 굳게 닫힌 철문이 나타났다.

철문에는 커다란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난 그것을 손으로 잡아 뜯었다.

우지직!

커다란 쇳덩이나 다름없는 자물쇠가 힘없이 뜯겨 나갔다.

철문을 열었다.

끼이이이이.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마치 귀곡성(鬼哭聲) 같았다.

철문이 열리자마자 지독한 피비린내가 맡아졌다.

“윽!”

나도 모르게 코를 틀어막았다.

아직 철문 너머에 뭐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온통 어둠만이 가득했다.

그런데 어둠 속에서 유난히 빛나는 두 쌍의 눈이 있었다.

야오옹…….

거실에서 들었던 힘없는 고양이 울음소리도 들려왔다.

난 지하실로 들어가 벽을 더듬거려 스위치를 찾아 켰다.

탁.

노란빛을 내는 전구 하나가 힘겹게 공간을 밝혔다.

미약한 빛에 의지해 안을 둘러본 나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이게 다…… 뭐야.”

지하실 안에는 죽어 버린 고양이 시체 수십 구가 조각조각 난 채로 널브러져 있었다.

지하실 한편엔 작은 철창이 보였다.

철창 안엔 기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고양이 두 마리가 갇혀 있었다.

그나마도 한 마리는 전신에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온몸의 털이 다 사라지고 곪아 터진 피부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끔찍하게도 입을 찢어 놓은 건지, 턱이 아래로 툭 빠져서 덜렁거리고 있었다.

천천히 깜빡이는 두 눈엔 초점이 없었다.

힘없이 축 쳐져서 울음소리도 내지 못하는 것이 죽음의 경계에서 왔다 갔다 하는 모양이었다.

다른 한 마리는 그나마 상태가 괜찮아 보였다.

여기저기 털이 벗겨지고 상처가 났지만, 크게 다친 곳은 없는 듯했다.

한데 얼굴 곳곳에 검둥이 묻어 있었다.

그래서 한 번에 알아보지 못했는데 자세히 보니 그 고양이는 루시였다.

‘찾았다!’

난 루시에게 다가가려다 말고 멈춰 섰다.

바닥이 온통 고양이 시체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빈 공간을 밟아서 가야 했는데, 빈 공간을 찾는 게 더 힘들 정도로 시체들이 많았다.

그런데…….

“……어?”

자세히 보니 고양이 시체만 있는 게 아니었다.

잘려 나간 손가락과 발가락, 팔과 다리, 고양이의 것이라기엔 이상한 내장들이 썩어가고 있었다.

“이건…… 사람 시체에서 잘라낸 것들이잖아.”

뭐지?

어떤 미친놈이 여기에서 이런 짓을 벌인 거야?

나는 좀 더 신중하게 지하실의 곳곳을 살펴봤다.

그러다 벽 한편에 놓인 작은 냉장고 위의 무언가를 보고 헛숨을 들이켰다.

“헙!”

내가 본 건 분명히 잘린 사람의 머리였다.

‘대체 이게…….’

지금 살인자의 저택에 들어온 건가?

그런 생각을 하는데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쓴 사내 한 명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놈의 손엔 사시미 칼이 들려 있었다.

그 녀석이 내게 물었다.

“너 뭐야.”

“너야말로 뭐하는 놈이냐.”

내가 되물었다.

야구 모자 아래에서 그놈의 안광이 서슬 퍼런 빛을 내뿜는 것 같았다.

그놈은 내게 한 발 다가서더니 망설임도 없이 사시미 칼을 휘둘렀다.

칼날은 정확하게 내 목젖을 노렸다.

난 뒤로 물러나 그것을 피했다.

그러자 그놈이 씩 웃었다.

“피했네?”

“…….”

할 말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웃다니?

필시 이놈은 사람을 많이 죽여본 놈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려 들 순 없는 노릇이다.

“너…… 몇 명이냐 죽인 거냐.”

“알아서 뭐하게? 너도 죽을 건데.”

“고양이는 왜 잡아 죽인 거야.”

사실 이런 질문을 던질 때가 아니긴 했다.

그런데 난 그 이유가 너무 궁금했다.

보통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내 질문에 대답을 해주기는커녕 다시 칼질부터 하는 게 정상일 것이다.

하지만 이 녀석은 지금 이 시간을 즐기는 것 같았다.

놈이 전보다 더 소름 끼치는 미소를 머금고서 고개를 좌우로 까딱까딱거렸다.

“왜 죽였냐고? 죽이고 싶어서. 왜 죽이고 싶었냐고? 한동안 못 죽여서. 뭘 못 죽였냐고? 사람을. 왜 못 죽였냐고? 좆 같은 짭새 새끼들이 내 신상 털었거든. 그래서 여기 숨어 살고 있지. 이 집 어때? 좋지? 우리 할아버지가 만든 집이야. 엄마랑 아빠도 이 집에서 죽었어. 누구한테? 나한테. 그런데 나는 아무런 벌도 받지 않았지. 너무 어렸거든. 내가 그때 열 살이었나? 경찰 아저씨들한테 울면서 말했어. 강도가 들었다고. 키키킥.”

이거 진짜 미친놈이다.

사이코패스? 그런 놈들이 이런 유형인 건가?

“사람이 사람 죽이는 맛을 보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완전히 중독되어 버려. 연쇄살인마가 왜 만들어질까? 한번 죽여 보니까 그 손맛을 잊지 못하겠거든. 그래서 또 죽이고 싶어지거든! 그런데 단순히 그 쑤시는 맛 때문에 그러는 걸까? 아니, 그것보다 더 끝내주는 맛이 있지.”

살인마는 바닥에 떨어진 고양이 앞발을 들어 자기 얼굴에 비벼댔다.

“내 앞에서 완전히 기게 만들어 버릴 때의 통쾌함! 그 쾌락! 그걸 잊지 못해서 그러는 거야. 여자들은 어쩌는지 알아? 살려만 주면 뭐든 다 하겠대. 몸도 아무렇지 않게 줘 버린다구. 남자들은? 내 똥오줌을 먹으라면 먹어! 왜? 살고 싶으니까. 그 인간들의 목숨을 내가 틀어쥐고 있으니까! 내가 신이니까! 어때? 좀 알겠어? 신이 되는 기분은 말야, 아무나 느낄 수 있는 게 아니야. 나처럼 선택된 몇 명만 느낄 수 있는 거라고.”

일장연설이 길어질수록 살인마의 얼굴은 지독한 환희와 쾌락에 물들어갔다.

“오늘 난 또다시 신이 될 거야. 누구의 신이냐고? 네 목숨 쥐고 있으니까 당연히 너의 신이지! 빌어봐! 개처럼 엎드려서 구걸해봐! 너의 신에게 살려달라고 빌어!”

살인마가 들고 있던 고양이 앞발을 내게 던졌다.

난 그것을 손등으로 탁 쳐냈다.

그러자 사시미가 내 심장을 노리며 찔러 들어왔다.

“죽어!”

어림도 없지.

사시미를 든 살인마의 손목을 당수로 후려쳤다.

뻑!

“악!”

살인마의 손목이 이상한 각도로 휘었다.

놓친 사시미가 바닥에 떨어졌다.

챙강!

살인마는 멀쩡한 손으로 다시 사시미를 주워들려 했다.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내가 아니다.

허리를 굽히는 놈의 얼굴에 무릎을 박아 넣었다.

빠악!

“크학!”

살인마의 머리가 뒤로 넘어갔다.

몸도 따라서 넘어갔다.

살인마는 대자로 뻗어서 쌍코피를 줄줄 흘렸다.

“하악! 하악!”

놈의 야구 모자가 벗겨졌다.

그러자 드러난 얼굴은 이십 대 후반 정도 되어 보였다.

미남형도, 못생긴 것도 아닌, 일반인 사이에 섞여 있으면 별로 티도 나지 않을 것 같은 평범한 외모였다.

이런 녀석이 연쇄살인 저지르는 미치광이라니.

놈은 피 칠갑이 된 얼굴로 키득키득 거렸다.

“크큭! 재미있잖아, 이거.”

난 살인마의 멱을 잡아들어 올린 뒤, 주먹을 연속으로 날렸다.

퍽! 퍽! 퍽! 퍽! 퍽!

얼굴에 다섯 대를 정신없이 얻어맞은 살인마가 입에 가득 고인 침을 뱉어냈다.

“퉤! 흐악! 하아악!”

그러고서는 고통이 뒤늦게 전해지는지 오만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다시 킥킥거렸다.

“아…… 진짜 오래간만에 맞아보네. 내가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줄까? 엄마랑 아빠를 왜 죽였는지 알아? 우리 엄마랑 아빠가 날 그렇게 때렸었거든. 둘 다 손에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걸로 날 때렸어. 그래서 난 엄마가 요리할 땐 곁에 가지도 않았어. 식칼로 찌를까 봐. 키킥!”

딴에는 유머랍시고 던진 말인 듯하지만 전혀 웃기지 않았다.

오히려 얼굴이 거의 함몰된 지경에서 저런 말을 하며 웃는 게 기괴해 보였다.

내가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자니 놈은 계속해서 얘기를 이어나갔다.

“근데 계속 맞다 보니까 궁금해지더라고. 왜 날 때리지? 사람은 재미있는 일만 하고 싶게 마련이잖아? 날 때리는 게 재미있나? 그래서 나도 똑같이 해보기로 했어. 학교에 가서 마주치는 애들마다 때렸지. 그런데 이게 재미있더라고. 아, 이런 기분이었구나! 그래서 날 때렸구나! 맞기 싫어서 내가 울며불며 설설 기면 엄청 즐거웠겠구나! 크크큭!”

이 녀석은 태생부터가 잘못된 환경에서 자라게 된 인간이었다.

“그런데 내가 집에서 배운 대로 애들을 패고 들어오면 엄마 아빠는 나를 또 팼어. 근데 난 이제 맞는 게 싫었거든? 패고만 싶었거든? 그래서 어떻게 했게? 엄마랑 아빠를 죽였어! 그랬더니 이제 날 팰 사람이 없더라고? 완전히 내 세상이었지! 크크큭! 웃기지? 응?”

“하고 싶은 말 다 했냐.”

“왜, 죽이려고? 그래, 죽여. 어차피 살아도 사는 게 아닌 팔자다.”

“넌 불쌍한 인간이야.”

“내 손에 죽은 새끼들이 더 불쌍하지, 키킥! 아, 저번엔 말이야 모녀를 잡아다가 엄마가 보는 앞에서 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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