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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히어로-82화 (82/153)

데일리 히어로 082화

“루시는 영리한 고양이였어요. 보통 고양이들이 강아지 같지 않아서 개인주의가 심하다는 건 알고 계시나요?”

“네, 저도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있거든요.”

“어머, 정말요?”

민하늬가 우리를 만나 처음으로 미소 지었다.

그러자 상덕이가 끼어들어 소리쳤다.

“저, 저도 고양이 키워봤었습니다!”

……넌 키운 적 없잖아, 인마.

민하늬가 화들짝 놀라서 상덕이를 멍하니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네. 아무튼 다들 고양이를 키워보셨다니 잘 아시겠네요. 고양이들은 성격 자체가 사람한테 살갑진 못해요. 도도하고 자기중심적이죠. 그런데 또 그게 매력이기는 해요.”

그렇다.

우리 집도 고양이를 두 마리 키웠었다.

녀석들이 낳은 새끼들까지 합하면 일곱이다.

그런데 그 대부분의 고양이들이 하나같이 자기중심적이었다.

유일하게 어미 고양이만 나와 우리 가족을 잘 따르고 친근하게 대했었다.

“루시는 달랐어요. 루시는요. 고양이가 아니라 강아지 같았어요. 그래서 별명도 개냥이였어요. 걔는 집 안 어디에 있든 내가 자기 이름 부르면 야옹야옹 하면서 다가와요. 양말 같은 거 돌돌 말아서 던지면 후다닥 달려가 물어 오구요. 애교도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잘 때는 꼭 제 품에 안겨서 자곤 했어요.”

우와, 고양이가 그랬다고?

그건 정말 개냥이다, 개냥이.

“정말 예뻤겠네요.”

“그럼요. 그런데 루시는 툭하면 바깥에 나가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제 방 창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가는 걸 다시 잡아 오는 일이 빈번했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창문을 아예 잠가놓고 살았어요. 그런데 일주일 전에 엄마가 제 방 청소하면서 환기시킨다고 창문을 열어놓은 거예요.”

“루시가 그 틈에 밖으로 나간 거군요.”

“네. 그러면 안 되는데 당시에는 엄마가 너무 밉더라구요. 가족들이 다 밖으로 나가 온 동네를 뒤졌는데도 루시는 볼 수 없었어요.”

민하늬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난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아, 감사합니다.”

민하늬가 휴지로 눈물을 닦았다.

이를 본 상덕이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젠장, 나도 휴지 있었는데.”

이 녀석이 하여튼 일 할 생각은 안 하고.

“루시의 특징이 어떻게 되죠?”

“털이 연한 노란빛이에요. 치즈색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아, 알아요, 어떤 빛깔인지. 코숏이었나요?”

“맞아요! 역시 고양이를 키워보신 분이시라 잘 아시네요.”

코숏이란 코리안 숏헤어의 줄임말이다.

코리안 숏헤어는 한국에 가장 많이 사는 고양이 종이다.

내가 키웠던 고양이들도 코리안 숏헤어, 즉 코숏이었다.

“같이 기르던 고양이는 없었구요?”

“없었어요. 안 그래도 루시가 너무 외로워 보이고 자꾸만 밖에 나가려고 해서 한 마리를 더 분양받으려던 참이었어요. 그런데…….”

민하늬가 입을 다물었다.

겨우 눈물을 참아낸 그녀가 화제를 돌렸다.

민하늬는 루시와 있었던 추억이나 재미있었던 일화들을 들려주었다.

그러는 사이 그녀의 집 근처에 도착하게 되었다.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

그녀의 집은 주택단지에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이었다.

집집마다 넉넉한 마당을 가지고 있어서 애완동물을 키우기에는 괜찮은 환경이었다.

‘이런 동네에서 고양이를 잃어버렸으니 더 찾기가 힘들었겠지.’

주택단지는 제법 넓었다.

고양이는 담벼락을 넘어서 금방금방 멀리 가버리지만, 사람은 그럴 수가 없다.

그건 월담 행위이므로 법에 저촉된다.

그래서 골목으로 돌아 돌아가며 고양이를 쫓아야 하는데, 그사이 이미 고양이는 사라지고 난 후일 것이다.

“루시는 하늬 씨가 집을 비운 사이에 사라졌으니 처음에 어느 방향으로 간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네…… 너무 아는 게 없죠? 죄송해요.”

민하늬가 미안해하니 상덕이가 과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죄송할 거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도…… 더 도움을 드려야 하는데…….”

“혹시 털 색깔 말고 다른 특징은 없나요?”

“꼬리 끝이 좀 휘었구요, 아! 사진 보여드릴게요.”

민하늬가 스마트 폰을 꺼내서 루시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예쁘죠?”

민하늬의 스마트 폰 액정 속에선 치즈빛 털을 가진 고양이 한 마리가 방긋 웃고 있었다.

설마 고양이가 미소 지을 리 없겠지만, 꼭 웃는 것처럼 보이는 구도로 사진이 찍혔다.

루시는 민하늬의 말대로 정말 예뻤다.

내가 여태껏 보아왔던 그 어떤 코숏보다도 말이다.

“정말 예쁘네요, 그렇지?”

내가 상덕이에게 물었다.

“응…… 정말 예쁘다.”

그렇게 대답하는 상덕이의 시선은 스마트 폰 액정이 아닌 민하늬의 얼굴에 꽂혀 있었다.

아이고, 이 화상아.

“어쨌든 알겠습니다. 일단 찾아보도록 할게요. 하늬 씨는 집에 들어가 계세요. 아홉 시쯤에 찾든 못 찾든 연락드릴게요.”

“네, 부탁드릴게요.”

우리는 민하늬를 집 안으로 들여보낸 뒤 가볍게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마을 곳곳엔 길고양이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그리고 집집마다 개를 기르는 건지 우리가 집 앞을 지날 때 마다 컹컹! 짖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근데 고양이 찾을 수 있겠냐?”

상덕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해봐야지.”

애니멀 링크가 이 의뢰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고양이 사냥꾼

지금까지 난 한 번도 애니멀 링크의 능력을 사용해 보지 않았다.

사용할 일도, 사용할 만한 동물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사용법을 나 스스로 알아내야 했다.

‘어디 말 걸 동물 없나?’

그렇게 생각하며 어느 저택 대문을 지나가던 차였다.

컹컹!

개 짖는 소리와 함께 철창으로 된 대문이 덜컹거렸다.

“으악!”

상덕이가 놀라서 자빠졌다.

마당에 풀어놓은 중형견이 나와 상덕이를 보고서 사나운 이를 드러내며 경계했다.

개의 종류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전신이 검은색 털로 뒤덮여 있었고 눈동자는 갈색이었으며 꼬리가 짧았다.

인상은 험악하기 그지없었다.

으르르르르! 컹컹!

개는 계속해서 날 보며 짖었다.

상덕이가 내 손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야, 얼른 가자. 그러다 대문 열리면 어쩌려고?”

개가 손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럴 일이 있겠냐?

난 철창문 앞에 쪼그려 앉아 개와 시선을 맞췄다.

컹컹!

개는 더욱 심하게 짖어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녀석과 대화를 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갑자기 내 의식이 놈의 의식 주파수와 혼연일체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윽고.

컹컹!

‘떨어져! 저리 가라고!’

개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야, 뭐해?”

상덕이가 자꾸만 날 재촉했다.

“잠깐만.”

컹컹!

‘저리 가라고 했다!’

개의 말을 계속 듣던 난, 내 의지를 개에게 전했다.

[난 네 영역 침범할 생각 없어. 그냥 궁금한 게 있을 뿐이야. 그러니까 조용히 해봐.]

순간, 미친 듯이 짖던 개가 눈을 부릅뜨며 입을 텁 다물었다.

“어? 조용해졌다.”

상덕이가 신기한 듯 개를 바라보았다.

개는 내게 기이한 시선을 던졌다.

‘……어떻게 한 거지?’

[한 가지 물어볼게. 혹시 루시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알아?]

‘루시? 아니, 모른다.’

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허어, 모른다는 의사 표현을 개들도 저런 식으로 하나?

아니면 사람을 보면서 배운 건가?

[잠깐만 기다려 봐.]

난 민하늬에게 전화를 걸어 상덕이의 번호를 알려주고 거기에다가 루시의 사진을 전송해 달라 부탁했다.

곧 루시의 사진이 도착했고.

“앗싸! 내 개인번호를 하늬 씨가 알았어!”

상덕이가 좋아했다.

난 상덕이의 스마트 폰을 빼앗아 개에게 보여주었다.

[이렇게 생긴 고양이야. 본 적 없어?]

개는 한동안 사진 속 루시의 모습을 주시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못 본 것 같아.’

[그래, 고맙다.]

결국 별 소득이 없었다.

뭐, 첫술에 배부르란 법 없으니까.

난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때였다.

컹!

개가 짖어서 녀석을 다시 바라봤다.

그러자 개의 의지를 다시 읽을 수 있었다.

‘고양이를 잃어버린 건가?’

[응.]

‘해가 일곱 번 바뀌기 전 날에…… 고양이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해가 일곱 번 바뀌기 전 날?

일주일 전이라는 뜻인가?

[비명 소리?]

‘다급한 것 같았다. 고양이끼리 싸우면서 내는 그런 소린 아니었어. 커다란 공포에서 살려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 그 소리가 어디쯤에서 들렸지?]

‘정확한 위치는 말하기 어렵지만…… 아무튼 그렇게 멀지 않았다. 이 근방이었다.’

[알았어. 정말 고마워!]

아주 중요한 단서를 얻었다.

조사 방향을 확실히 세운 내게 상덕이가 물었다.

“너 왜 자꾸 저 개랑 눈싸움하는 거야?”

“귀여워서.”

“귀여워? 저게?”

상덕이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나와 개를 번갈아봤다.

그러자 개가 상덕이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닥쳐, 못생긴 인간!’

상덕이는 개한테도 소박맞는구나.

“상덕아. 너 이 근처 돌아다니면서 사람들한테 일주일 전에 고양이 비명 소리 듣지 못했냐고 물어봐. 루시 사진 보여주면서 행방도 물어보고. 아, 내 폰으로도 사진 전송해 줘.”

아무래도 상덕이와 함께 행동하면 동물들과 대화하는 게 조금 불편할 듯했다.

“따로 행동하자고?”

“응, 그게 더 효율적이잖아.”

“나 낯선 곳에서 혼자 돌아다니는 거 싫은데.”

“네가 애냐? 빨리 가!”

“알았다, 알았어!”

상덕이가 입술을 죽 내밀고서 툴툴거리며 멀어졌다.

“시작해 보자.”

* * *

난 주변을 돌아다니며 만나게 되는 개들에게 루시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다들 일주일 전에 근처에서 고양이 비명 소리를 들었다는 말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집 담벼락에 올라앉아 날 경계하고 있는 검은 고양이를 발견했다.

고양이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도망가려 했다.

하지만 그때!

[가지 마!]

내 의지를 전하자 고양이는 움찔하며 멈춰 섰다.

고양이가 동그랗게 뜬 눈으로 날 노려봤다.

[너한테 물어볼 게 있어. 그러니 가지 마.]

‘뭐야 너. 이런 식으로 의사소통을 하다니?’

[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돼.]

고양이는 경계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내가 한 발 다가가면 뒤로 한 발 물러섰다.

[알았어, 가까이 안 갈게. 그냥 여기서 물어볼 테니 아는 게 있으면 대답해 줘.]

‘……신기한 인간이네.’

고양이가 내게 호기심을 가졌다.

하지만 경계심을 푼 건 아니었다.

[혹시 루시라는 고양이를 아니?]

그 이름이 나오자 고양이의 눈초리가 매서워졌다.

‘뭐야? 그 녀석은 왜 찾아?’

[알아?]

고양이가 무슨 기척을 느꼈는지 뒤를 휙! 돌아봤다.

그 상태로 가만히 있던 고양이는 다시 내게 시선을 돌렸다.

‘알지. 세상 물정 모르던 애송이.’

[언제 만났었어?]

‘해가 일곱 번 바뀌기 전날에 만났었지. 인간의 집에서 편안하게 지내던 녀석이었어. 천진난만하기 그지없었지. 그놈은 쥐를 사냥할 줄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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