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일리 히어로-80화 (80/153)

데일리 히어로 080화

“네 입으로 계속 더러운 말을 내뱉으면, 그건 곧 네 인격의 잣대가 된다! 네 인격에게 스스로 미안하지도 않냐!”

“아니 근데 아까부터 무슨 교과서에 나올 법한 말만 하고 있어! 담배나 달라고요, 좀!”

“그럼 민증을 가져와라!”

“집에 두고 왔다고 몇 번을 말해!”

그대로 놔뒀다간 저 자식들이 점장님 멱살 잡을 기세다.

하지만 점장님은 애들에게 맞으면 맞았지, 절대 손찌검할 분이 아니다.

점장님이 체력이 약해서도, 겁이 많아서도 아니다.

점장님은 정도가 아니면 걷지를 말라! 라는 것이 자신의 신조다.

어른이 되어서 아이들에게 손찌검을 하는 건 옳지 못한 행위라고 점장님은 생각한다.

‘이럴 때 사용하라고 힘을 얻은 거 아니겠어?’

딸랑.

편의점 안으로 들어섰다.

문이 열리며 위에 달린 종이 울렸다.

점장님과 양아치 셋의 시선이 내게로 몰렸다.

“지웅아! 나가라!”

점장님은 내가 괜한 시비에 휩쓸릴까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양아치들도 조용히 나가라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참나, 하나도 안 무섭다.

난 터벅터벅 카운터로 다가가서 점장님께 인사를 건넸다.

“점장님, 잘 지내셨어요?”

“지웅아, 나가리니까!”

“왜요? 점장님 보러 온 건데.”

그때 키 큰 양아치가 건들거리며 말했다.

“아니 근데, 이 새끼가 지금 상황파악이 안 되나? 저리 안 꺼져?”

난 놈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 몇 살이냐?”

“알아서 뭐하게?”

“인생 피곤해지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나가라.”

“푸하하! 이거 또라이네? 야, 뒤지고 싶냐? 어?”

키 큰 양아치가 주먹으로 내 가슴을 툭툭 쳤다.

난 녀석에게 코웃음을 치며 도발했다.

“뭐해? 간지럽지도 않다. 안마하냐? 더 세게 때려봐.”

“매를 벌어라, 개새끼야!”

키 큰 양아치가 제대로 주먹을 내질렀다.

놈의 주먹이 내 명치에 꽂혔다.

빡!

그런데.

“으아아악!”

비명을 지른 건 키 큰 양아치였다.

그 녀석은 날 때린 주먹을 움켜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난 지그문트의 아이언 스킨으로 온몸이 강철처럼 단단하다.

한마디로 저 녀석은 지금 강철을 맨주먹으로 때렸다고 생각하면 된다.

모르긴 몰라도 어디 한군데는 골절됐을 것이다.

키 큰 양아치가 물러나자 험상궂은 놈과 땅딸보가 눈을 부라렸다.

“이 새끼가!”

두 놈이 동시에 주먹을 휘둘렀다.

난 이번에도 가만히 있었다.

빠박!

“으악!”

“아아악!”

한 놈은 내 얼굴을, 또 한 놈은 내 옆구리를 때리고서 사이좋게 아파했다.

난 똑같은 자세로 괴로워하는 세 양아치를 보며 말했다.

“다 때렸냐?”

“이, 이 새끼가……!”

키 큰 양아치가 여전히 상황 파악 못 하고서 발길질을 했다.

놈의 정강이가 내 허벅지를 후렸다.

빠악!

그 결과.

두두둑!

“끄어억!”

정강이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키 큰 양아치는 편의점 바닥을 굴렀다.

이쯤 되니 드디어 다른 양아치 두 놈은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인지한 모양이다.

그리하여 그들이 도출한 결론은, 무기를 드는 것이었다.

험상궂은 놈은 매대에 진열되어 있던 샴페인 병을, 땅딸보는 커터 칼을 가져왔다.

그걸 본 점장님이 고함을 내질렀다.

“이놈들! 그만하지 못해! 더 이상은 못 봐준다! 계속 이렇게 나오겠다면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어! 그렇게 되면 너희들은 범법자가 되고, 평생 남을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된단 말이다! 그건 너희들 인생에 대한 의리가 아니야!”

“닥쳐, 씨팔!”

땅딸보가 욕을 내뱉었다.

안타깝지만 점장님, 이 녀석들은 말로 해봤자 들을 놈들이 아닙니다.

“이얍!”

험상궂은 놈이 샴페인 병으로 내 머리를 후려쳤다.

쨍강!

샴페인 병이 깨지며 달콤하고 톡 쏘는 액체가 내 머리를 적셨다.

뒤를 이어 땅딸보가 커터 칼로 내 복부를 찔렀다.

하나 이번에는 그냥 맞아줄 수가 없었다.

칼에 찔렸는데도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면 그런 날 점장님이 이상하게 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몸을 조금 틀어, 커터 칼을 흘려보내고 땅딸보의 손목을 낚아챘다.

“이제 내 차례다.”

한 차례 경고를 날린 뒤, 바로 주먹을 휘둘렀다.

퍽!

“악!”

땅딸보는 얼굴을 얻어맞더니 그냥 주저앉았다.

놈이 쌍코피를 줄줄 흘리며 정신없어 하는 사이 험상궂은 놈이 깨진 샴페인 병을 내 등에 꽂으려 했다.

난 그대로 뒤돌아 팔꿈치를 휘둘렀다.

쨍강!

샴페인 병이 내 팔꿈치에 맞아 산산조각 났다.

험상궂은 놈은 놀라서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사이 내 주먹이 놈의 안면을 가격했다.

퍽!

“억!”

험상궂은 놈도 쌍코피를 흘리며 주저앉았다.

“점장님! 경찰서에 신고하세요!”

“오냐!”

이런 녀석들은 그냥 두면 안 된다.

점장님도 나와 같은 생각인 모양이었다.

점장님이 바로 경찰서에 신고를 하려 들자 키 큰 양아치가 갑자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이 새끼! 너…… 학생을 이렇게 패도 돼?”

“뭐?”

“우리 아무것도 안 했는데 일방적으로 때렸잖아!”

순간 땅딸보와 험상궂은 놈이 시선 교환을 했다.

그러더니 키 큰 양아치처럼 억울한 얼굴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나 지금 손목 부러졌어! 코뼈도 부러졌어!”

“내가 진단서 제대로 끊을 거야! 합의 절대 안 봐줘!”

아하, 지금 그러니까 협박하는 거지?

경찰 오면 피해자 코스프레 하겠다 이거지?

하지만 이걸 어쩌냐, 이 애송이들아.

“너희들 눈깔은 해태 눈이냐?”

“뭐?”

“저거 안 보여?”

난 손을 들어 천장 모서리를 가리켰다.

세 양아치의 시선이 내 손끝을 따라갔다.

그러고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거기엔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너희들이 한 행동 다 찍혔다. 너희들, 편의점 들어와서 담배 달라고 행패 부리다가 날 집단 폭행한 것도 모자라서 흉기까지 휘둘렀지? 물론 너희들이 더 다치긴 했지. 그런데 난 딱 주먹질 두 번밖에 안 했거든. 누가 봐도 정당방위지. 그러니까 경찰서 가자. 가서 제대로 잘잘못 따져보자고.”

양아치들은 입을 딱 다물고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녀석들이 조금 누그러지자 점장님은 스마트 폰의 통화 버튼을 누르려다 말고 망설였다.

난 그런 점장님을 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여튼 너무 무르다니까, 사람이.’

나라도 경찰서에 신고를 할까? 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서 양아치들에게 물었다.

“니들 몇 살이냐?”

“…….”

“…….”

“…….”

셋 다 입을 꾹 다물고 말을 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대답 안 하면 맞는다. 몇 살이야?”

그러자 땅딸보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여, 열일곱이요.”

“열일곱? 고 일? 어느 학교 다녀?”

“지광고요.”

“지광고?”

내가 다니는 학교다.

오늘 아주 제대로 걸렸다, 이 새끼들.

난 당장 태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웬일이냐?

태진이가 전화를 받자마자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태진아, 너 어디냐?”

내 입에서 태진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양아치들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놈들은 제들끼리 설마설마하는 시선을 주고받았다.

―나 학교에서 축구하고 이제 집 가려고.

“인형극장 사거리에 있는 IU편의점 알아?”

―알지.

“거기로 와라.”

―어따 대고 명령이야.

“안 와? 너 만약에 여기 안 왔다가 내가 너 찾아내면 그땐 뒷감당 못 한다.”

―에이, 씨…… 간다.

전화를 끊고 양아치들을 쭉 훑었다.

놈들은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키 큰 양아치가 조심스레 내게 물었다.

“저…… 근데 혹시 태진이라는 그 친구가…… 장태진…… 선배 말씀하시는 건지?”

“그래, 왜?”

“컥!”

“크헙!”

“자, 잘못했습니다!”

세 놈이 놀라는 리액션도 제각각이다.

“이미 저질러 놓고 잘못했다고 해봐야 아무 소용없다. 태진이 곧 온다니까 기다려.”

양아치들은 패닉에 빠져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확실히 태진이가 막 나가긴 막 나가나 보다.

지광고의 넘버원은 태진이가 아니라 박재춘이다.

하지만 박재춘은 고3이 되면서 나름대로 조용히 지냈다.

물론 그건 순전히 예전의 박재춘에 비하자면 그랬다는 거다.

자기 심기를 건드리면 일단 사람 무시하고 깔보는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 때문에 예전에 나랑도 매점에서 한 번 붙었었다.

결과는 박재춘이 형편없이 깨지면서 마무리되었었고.

어찌 되었든 잠잠한 박재춘과 달리 태진이는 온갖 사고란 사고는 다 일으키고 다녔다.

후배를 잡는 것도 태진이 몫이었다.

그렇다 보니 좀 논다는 후배들에게 태진이는 무서운 존재였다.

점장님이 편의점을 정리하려 했다.

그래서 나는 그러지 말라고 말렸다.

이 꼴을 만들어 놓은 놈들이 치워야 한다고 말이다.

“저렇게 다쳐서 정리를 할 수나 있을까?”

“그러니까 더 시켜야죠. 저놈들은 좀 아파봐야 돼요.”

점장님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는 사이.

딸랑.

편의점 문이 열리고 태진이가 들어섰다.

“왔냐?”

“그래, 왔다.”

태진이가 못마땅하게 대답하며 편의점을 둘러봤다.

“근데 여기 꼬라지가 왜 이래?…… 어? 이 새끼들 뭐야?”

양아치들이 억지로 고통을 참으며 벌떡 일어서서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태진이가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내게 물었다.

“얘들 왜 이래?”

“여기 점장님이랑 나랑 친분이 있는 사이거든. 내가 알바 했던 편의점이 여기라서. 그런데 이놈들이 담배 팔라고 난동 부리다가 나한테 걸렸다.”

“샴페인 병은 왜 깨졌어? 커터 칼은 왜 굴러다니고?”

“샴페인 병은 저 험상궂게 생긴 놈이 내 머리통에 휘둘러서 깼고, 커터 칼은 저놈 새끼가 쥐고 휘둘렀다.”

“…….”

태진이의 얼굴이 무섭게 변했다.

그에 양아치들은 바들바들 떨며 마른침만 꼴깍 삼켰다.

태진이가 두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더니 한 자 한 자 씹어 뱉었다.

“이 씹새끼들이 편의점 들어와서 개난동 부린 것도 모자라서 지네 선배한테 연장을 휘둘러?!”

“자,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선배님!”

“으악!”

양아치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제각각이었지만, 행동은 똑같았다. 셋 다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태진이가 고개를 좌우로 격하게 꺾었다.

뚝! 뚜둑!

“일단 치워.”

양아치들은 아픈 몸을 이끌고 편의점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고양이 루시

키 큰 양아치는 한재성, 험상궂은 놈은 김동해, 땅딸보는 홍성학이었다.

녀석들은 30분 동안 청소를 말끔하게 끝내고서 태진이 앞에 나란히 섰다.

하나같이 손을 포개서 앞에다 둔 것이 공손하기 그지없는 자세였다.

“재성아, 동해야, 성학아.”

태진이가 세 놈의 이름을 불렀다.

“네!”

셋이 한 몸이라도 된 듯 똑같이 대답했다.

“한 번 더 이런 일 있으면 어떻게 할래?”

“안 그러겠습니다!”

“한 번 더 그러면 우리가 개새끼입니다!”

“이 근처엔 얼씬도 안 하겠습니다!”

태진이가 날 바라봤다.

“이제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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