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일리 히어로-79화 (79/153)

데일리 히어로 079화

윽, 역시 인비의 말이 정확했네.

“그리니까 나중에…… 내가 더 많이 좋아지고, 나도 오빠가 많이 좋아지면…… 그래서 나도 오빠한테 무언가 해주고 싶어지면 그때 줄래요?”

……어라?

실패한 게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편지는…… 오빠가 있다 둘만 있을 때 읽어주세요.”

복학생이 멍한 얼굴로 날 바라봤다.

나는 힘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 하연아…… 그럼 우리 사귀는 거야?”

“몰라. 뭘 그런 걸 물어봐요. 편지 읽어주면 그때 대답해 줄게요.”

그리 말하며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는 이하연.

이건 백 퍼센트 성공이다!

“하연아…….”

복학생이 감격에 겨운 얼굴로 이하연의 손을 꽉 잡았다.

띠링!

―모태 솔로인 복학생의 앞날에도 핑크빛 기류가 흐르는 걸까요?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의 오작교를 놓아주셨네요! 선행을 쌓아 1링크가 주어집니다.

‘이 정도면 됐네.’

내가 할 일은 여기까지다.

“이제 가자.”

상덕이에게 말하고서 자리를 피해주었다.

응급실에서 나오자 상덕이가 넋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될 놈은 되는구나…….”

“뭐?”

“혼자 고백할 용기도 없어서 우리한테 부탁했던 거잖아, 저 복학생. 그런데 어떻게 오늘 편의점에 찾아와서는…… 상황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서 고백에 성공하냐?”

상덕이는 이 모든 일이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복학생도 이하연도 마찬가지였다.

우연 따윈 없었고 다 철저한 계산하에 만들어진 상황이라는 건 나밖에 몰랐다.

나는 복학생을 이하연의 슈퍼맨으로 만들어주었다.

인비가 말했던 강한 자극을 그녀에게 준 것이다.

그 덕분에 복학생의 고백이 성공할 수 있었다.

“영상은 어때?”

상덕이에게 묻자 녀석이 엄지손가락을 척 치켜세웠다.

“끝내줘. 엄청 괜찮은 영상 나올 것 같아.”

“좋아.”

“이제 들어줄 수 있는 의뢰는 다 들어준 거지?”

“아니, 하나 더 들어줘야 돼.”

“응? 뭐가 더 남았어?”

“고양이 찾아달라고 했던 의뢰 있잖아?”

“그거 하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언제 하러 가려고?”

“곧.”

“알았어. 일단 난 지금까지 찍은 영상 편집해서 올릴게.”

“오케이, 부탁한다.”

네가 있어 든든하다, 상덕아!

* * *

다시 춘천으로 돌아왔다.

밖에서 너무 돌아다녔던지라 바로 집으로 와 샤워를 마치고 엄마가 차려준 저녁을 먹었다.

‘그러고 보니 요새 가게 일 안 도와준 지 오래됐네.’

내가 없어도 알아서 잘 돌아가는 가게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식 된 도리로서 조만간 들러봐야 할 것 같았다.

밤이 늦어 잠들기 전, 상덕이에게 연락이 왔다.

동영상을 업로드했다는 것이다.

난 당장 스마트 폰으로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중딩에게 장난감을 사주는 영상, 병원 응급실에서 이하연에게 복학생 대신 고백을 해주는 영상들이 그럴듯하게 편집되어서 올라왔다.

유튜브의 데일리 히어로 채널에도 동시 업로드되었다.

“좋았어!”

첫 번째 동영상이 어느 정도 히트를 쳤으니 다른 동영상들도 분명 그 영향을 어느 정도는 받을 것이다.

내일 눈을 뜨면 얼마나 많은 링크가 적립되어 있을까, 기대하며 눈을 감았다.

수마가 빠르게 몰려왔다.

의식이 꿈속으로 침잠하던 와중.

띠링!

―동생에게 장난감을 사주고 싶어 하는 중학생에게 흔쾌히 장난감을 선물해 준 지웅 님의 아름다운 선행에 사람들이 감동하고 있네요! 선행을 쌓아 7링크가 주어집니다.

띠링!

―모태 솔로 복학생의 성공적인 고백은, 다른 모태 솔로 남녀들과 복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어요. 많은 연애 고자들에게 밝은 내일을 꿈꿀 수 있게 해주셨네요? 참 잘했어요~! 선행을 쌓아 15링크가 주어집니다.

기분 좋은 소리가 들려왔다.

양아치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가 한 일은 들어온 링크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마인드 탭.”

이름 : 유지웅

소속 : 지구, 대한민국

성별 : 남

나이 : 19

영력 : 17/17

영매 : 16

아티팩트 소켓 3/3

보유 링크 : 3,201

끝내준다, 끝내줘.

난 소울 스토어에 접속해서 라헬과 실랑이를 벌이며 제피엘과 파멜라지나의 영혼을 사들였다.

둘 다 1,000링크이니 남은 건 1,201링크였다.

그런데 거기에서 또다시 링크가 불어나며 1,300링크를 넘어섰다.

“돈을 더 모아서 무한의 가방을 사야겠는데?”

무한의 가방은 2,300링크였다.

무한의 가방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아티팩트 소켓부터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난 다시 마인드 탭을 열어 아티팩트 소켓 탭을 터치했다.

팅―

아티팩트 소켓 : 3/3

착용 중인 아티팩트

―레이븐 링

―비욘드 텅

―인피니트 포션

보유 중인 아티팩트

―레이븐 링: 레이브란데가 만든 반지. 반지를 착용한 자는 자신이 사들인 영혼의 능력을 타인에게 전이할 수 있다.

―비욘드 텅: 레이브란데가 만든 목걸이. 링크로 사들인 영혼의 능력을 십수 배 이상 강화시킬 수 있다. 단, 강화 유지 시간은 30분이며, 하루에 한 가지 능력밖에 강화할 수 없다. 강화시킨 능력의 유지 시간이 끝나면 그날 하루는 그 능력 자체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인피니트 포션: 레이브란데가 절명의 미궁에서 발견한 고대의 아티팩트다. 인피니트 포션은 자체적으로 힐링 포션을 만들어낸다. 힐링 포션이 생성되는 기간은 한 달이다. 힐링 포션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반드시 병에 가득 채운 다음 그것을 전부 마셔야 한다. 만약 힐링 포션이 가득 채워지지 않았는데 마시거나, 가득 채워졌다 하더라도 전부 마시지 않는 경우,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인피니트 포션의 효과범위는 신체의 일부가 완전히 잘려나가지 않은 한 모든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 단, 상처가 난 지 2시간이 지나지 않아야 한다.

아티팩트 소켓을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업그레이드 비용은 500링크입니다.

[Yes/No]

헐.

2에서 3으로 업그레이드할 때는 200링크였는데, 이번엔 500링크라고?

아티팩트 소켓을 업그레이드하는 비용은 제법 세구나.

우선은 업그레이드를 해놓자.

‘Yes’를 터치!

팅―

이것으로 아티팩트 소켓은 4가 되었다.

이제 무한의 가방을 사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남은 링크는 대략 800 정도.

무한의 가방을 사는 데 부족한 링크는 하루 이틀 정도면 금방 모일 것이다.

마인드 탭을 연 김에 지금까지 내가 얻은 영혼의 능력과 새로 얻은 영혼의 능력도 한번 살펴보기로 했다.

영매 탭을 터치.

팅―

영매

패시브 소울 : 11

―강인한 육신[소라스]

―뛰어난 청력[파펠]

―완벽한 절대 미각[리조네]

―뛰어난 요리실력[마르펭]

―뛰어난 민첩성, 근력[바레지나트]

―아이언 스킨[지그문트]

―굉장한 창술[블랑]

―굉장한 궁술[쟈비아]

―굉장한 리더십[길버트]

―포이즌[루카스]

―애니멀 링크[카인]

액티브 소울 : 7

―낭아권[무타진/소모 영력 1/재충전 5초]

―화 속성 초급 마법 번(Burn)[마르카스/소모 영력 5초당 1]

―수 속성 초급 마법 아쿠아(Aqua)[레퓌른/소모 영력 5초당 1]

―천상의 목소리[로레인/소모 영력 5초당 1]

―뇌 속성 중급 마법 라이트(Light)[포포리/소모 영력 3초당 1]

―화 속성 중급 마법 파이어(Fire)[파멜라지나/소모 영력 3초당 1]

―지 속성 중급 마법 더트(Dirt)[제피엘/소모 영력 3초장 1]

이렇게 보니 정말 많이 모으긴 한 거 같다.

“나 정말 인간이 아니잖아.”

육신의 한계치는 이미 오래전에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거기에다 불, 물, 번개, 땅 속성의 마법도 사용할 수 있었다.

뿐인가?

소머즈 같은 청력에 일류 요리사도 울고 갈 절대 미각에, 괜찮은 요리 실력까지 겸비했다.

피부는 강철처럼 단단해서 어지간한 상처 하나 나지 않는다.

거기다가 창술에 궁술까지 수준급이다.

뿐만 아니라 리더십까지 갖췄고, 동물들과 의사소통까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걸로도 만족 못 해서 천상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화룡정점으로 수백 개의 독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능력들이 내가 사는 지구에서는 그렇게 많이 쓸 일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능력을 가지고 원시시대에 태어났다면 만인의 머리 위에서 왕처럼 군림하며 살았겠지.

그러나 지금은 이런 능력을 아무 데서나 선보이고 다니는 순간 쥐도 새도 모르게 이상한 집단에게 잡혀갈지도 모른다.

다운 타운만 해도 그렇다.

세상에 그런 세상이 존재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말이 나와서 얘긴데, 카시아스는 요즘에도 수시로 내게 다운 타운에 다시 한번 찾아가라고 꼬드긴다.

나 참, 뭔 놈의 관심이 그다지도 많은지.

“지웅아~ 아침 먹자~”

거실에서 어머니가 날 불렀다.

“네~!”

난 신나게 대답하며 거실로 나갔다.

어머니의 아침밥상은 늘 정겹고 맛있었다.

* * *

등교하기 전, 의뢰 게시판을 살폈다.

아직 새로운 의뢰는 없었지만 방문자 수는 갑자기 늘어 누적 방문자 수가 1만이 되었다.

동영상의 힘이 컸다.

일단 난 고양이를 찾아달라는 의뢰에 댓글을 달았다.

의뢰에 착수할 테니 연락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답 댓글은 하교를 할 때까지 달리지 않았다.

의뢰 글이 올라온 지 사흘이 넘었다.

어쩌면 의뢰인은 여기에 글을 남기고서 사이트의 존재 자체를 잊어버렸을 수도 있다.

아니면 고양이를 다시 찾았다거나.

버스를 타고 우리 동네로 왔다.

우리 동네 버스 정류장은 내가 전에 알바를 하던 편의점 앞에 있다.

편의점을 지나치며 슬쩍 안을 살폈다.

카운터에 서 있는 점장님 얼굴이라도 몰래 훔쳐보고 갈까 해서였다.

사실 잠깐 들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랬다간 점장님 성격에 한 시간은 족히 날 잡아둘 게 분명했다.

처음엔 반갑다고.

그 다음엔 자기 혼자 심심하게 일하는데 의리 없이 혼자 가지 말라고.

눈에 뻔히 보이는 패턴이다.

그런데.

“어린놈들이 뭐하자는 짓거리야! 청소년들에게 담배는 몸에 해롭다! 그건 너희들의 몸에 대한 의리가 아니야!”

점장님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편의점 내부를 살폈다.

웬 청년 셋이 카운터 너머에서 점장님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 고딩 아니라고요! 담배 달라구요!”

그중 가장 키가 큰 놈이 소리쳤다.

점장님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절대 못 준다!”

그러자 이번엔 가장 험악하게 생긴 놈이 카운터를 주먹으로 쾅! 치며 윽박질렀다.

“우리가 우리 돈 내고 사겠다는데 왜 이래요!”

“돈이 문제가 아니야! 미성년자한테 담배 못 판다고 분명히 말했다! 내가 너희들한테 담배를 팔면 그건 내 양심에 대한 의리가 아니다!”

그 말에 여태껏 잠자코 있던 마지막 한 놈, 땅딸보가 바닥에 침을 탁 뱉었다.

“아이, 씨팔 진짜! 존나 짜증나게 하네, 꼰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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