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일리 히어로-74화 (74/153)

데일리 히어로 074화

“나는 김 반장님 바뀐 모습을 당장 보고 싶은데.”

“당장?”

김 반장이 화들짝 놀라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

그러다가 오른손을 높이 쳐들었다.

“오, 오늘 회식이다!”

“네?”

“갑자기 무슨…….”

인부들이 놀라서 김 반장을 바라보았다.

“다, 다들 바빠?”

“아니 딱히 바쁜 건 아닌데, 갑자기 회식이라 그러니까요.”

“안 바쁘면 그냥 나 따라와! 내가 맛있는 걸루다가 거하게 살 테니까! 술도 한잔 걸치고! 응? 어때?”

술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인부들이 침을 꼴깍꼴깍 삼켰다.

“그럼 안주는 돼지고기?”

박 씨가 넌지시 말했다.

“돼지고기 좋지! 근처에 잘하는 곳 내가 알아! 거기로 가자고!”

“정말이에요? 진짜 쏘시는 거죠?”

“아, 그렇다니까! 오늘 인간 김진태! 죽다 살아난 기념으로 확실하게 쏜다!”

김 반장의 말에 인부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나도 따라서 박수를 쳐주었다.

김 반장이 내 눈치를 슬쩍슬쩍 살피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빛으로 말했다.

‘그렇게만 살면 다시 나 보는 일 없을 거예요.’

김 반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빠져 줄 때인가?

“아, 한창 기분 좋을 때 재 뿌려서 죄송하지만 전 가볼게요.”

“어? 왜? 같이 한잔하지.”

한 씨가 날 잡았다.

“아닙니다. 중요한 선약이 있어서 시간을 빼기 힘들 것 같아요.”

그러자 김 반장이 한 씨를 말렸다.

“그래그래. 간다는 사람 억지로 잡아서야 쓰나?”

“아니, 그래도 반장님 살려준 주인공인데 이렇게 빠져 버리면 자리가 좀 허전하지 않을까요?”

“그, 그런가?”

김 반장의 불안한 시선이 내게 향했다.

아마 지금 나랑 같이 술자리 하게 될까 봐 조마조마 할 거다.

“아니 잔칫상에 사람 하나 빠진다고 허전할 게 뭐 있어요? 술이 빠지면 허전한 거지.”

“그거 맞는 말이네!”

“술 빠진 잔치는 잔치가 아니지!”

내 농담에 인부들이 왁자한 웃음을 터뜨렸다.

“많이 중요한 약속인가 봐?”

한 씨가 물었다.

“네. 고기 맛있게 드세요.”

“그래…… 그럼. 기회 있으면 또 보자고.”

“네.”

“자, 잘가요, 땜빵.”

안 어울리게 갑자기 존대는.

“김 반장님도 오래오래 사세요.”

“딸꾹! 그, 그래야지요.”

“다들 고생 많으셨어요.”

“잘가~!”

“담에 또 보자!”

인부들의 인사를 받으며 걸음을 옮기려던 난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 한 씨에게 물었다.

“저기…… 한 씨 아저씨.”

“응?”

“근데…… 존함이 어찌 되세요?”

“이름? 아, 그러고 보니 통성명도 못했네.”

한 씨가 끼고 있던 장갑을 벗으며 손을 내밀며 말했다.

“한정태야. 너는?”

한정태…… 그랬구나.

이분이, 유주 누나 아버지셨어.

나는 내민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유지웅이라고 해요.”

“유지웅? ……어디서 들었던 이름인 것 같은데.”

유주 누나가 내 얘기를 몇 번 했던 모양이다.

난 정태 아저씨가 기억을 떠올리기 전에 얼른 공사장을 빠져나왔다.

소문나는 사이트

공사장 아래에서는 상덕이가 지루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잘 찍었냐?”

“팔 떨어질 지경이다!”

“전부 다 촬영한 건 아니지?”

“중간중간 촬영해서 총 두 시간 정도 분량 나왔어. 그런데 아까 그거 뭐냐?”

“뭐가?”

“갑자기 번개 쳤잖아! 겁나 놀랐네.”

“그것도 찍혔어?”

“응. 근데 이상한 거 보여줄까?”

상덕이가 카메라 액정을 내 코앞에 들이밀더니 되감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내가 마법을 시전하던 장면에서 멈췄다.

“잘 봐라.”

동영상이 플레이됐다.

2층엔 나와 다른 인부들이 있었고 3층엔 김 반장과 정태 아저씨가 있었다.

그런데 내가 있던 2층에서 무언가 번쩍이더니 3층 바닥이 무너졌다.

“이거 좀 이상하지 않아?”

난 모른 척 되물었다.

“뭐가?”

“번개가 하늘에서 내려친 게 아니라 바닥에서 위로 솟구친 거 같잖아.”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맞다니까?”

“그럼 그런가 보지.”

“그게 말이야 방구야?”

“자식아. 세상에 과학적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 줄 알아?”

“그런데?”

“이것도 초자연현상 중 하나일 수도 있다는 거지.”

상덕이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가?”

“아무튼 그 동영상 편집할 때 번개 치는 부분은 빼라.”

“왜?”

“데일리 히어로에 업로드하는 동영상의 포인트가 뭐야? 내 선행이잖아? 그런데 번개가 바닥에서 위로 솟구치는 영상이 들어가면 어떻게 되겠어? 그 기현상에 포커스가 맞춰지겠지? 그럼 내 선행이 묻힌다고.”

내 말에 상덕이는 아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에이 씨, 이거 해외 토픽 감인데.”

“토픽이고 나발이고 일단 우리 사이트부터 살리자, 상덕아.”

“알았어. 그래도 네가 반장 아저씨 구해준 거는 넣어야 하니까 번개 친 다음 부분 잘라서 붙일게. 그건 괜찮지?”

“좋지.”

동영상의 시작은 내가 지동택 씨 대신 공사장 일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적당한 음악과 함께 열심히 일하는 내 모습이 죽 나오는 중반부.

후반부에 가서 갑작스런 공사 현장의 사고로 김 반장이 추락한다.

그런 김 반장을 내가 구해주는 것으로 동영상이 마무리된다.

‘이거지!’

아주 아름다운 그림이다.

의뢰인의 아버지 대신 일을 해준 것도 갸륵한데, 사람까지 구했다.

예기치 않게 사이트 홍보를 위해 적격인 그림 하나가 나온 것이다.

“이제부터 대박 날 거다, 상덕아.”

“우리 엄마가 말하길 장사는 가게 문 열고 1년을 버텨야 흥망을 알 수 있고, 사업은 3년을 버티면 그때부터 시작이라더라. 대부분은 3년 되기 전에 무너지고.”

“이 사업은 다른 사업이랑 다르다~”

“너 진짜 이 일 해서 나 월급 계속 줄 수 있어?”

“물론.”

현재 내 수중에 있는 돈이 1,450만 원 정도다.

하지만 이 돈은 마르기는커녕 더 불어날 것이다.

난 300링크를 100g짜리 골드바로 교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100g짜리 골드바는 못해도 380 정도를 받고 팔 수 있다.

인비네 어머니가 금은방을 하시니 말을 잘하면 저번처럼 400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300링크를 모으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게다가 내 선행 동영상은 데일리 히어로 사이트뿐만 아니라 유튜브에도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해 업로드할 것이다.

그러면 조회 수 1,000당 1에서 3달러가량이 들어온다.

조회 수가 많이 올라가면 그것 고스란히 돈이 된다. 아울러 동영상을 본 사람들이 내 선행을 보고 잘했다고 느낄 경우 그것은 모두 링크가 된다.

그런데 동영상이 퍼지면 링크 수입은 엄청나게 빠르게 많이 들어온다.

때문에 이런 사이클이 반복되면 내 수중에 돈이 불어나면 불어났지 결코 마를 일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상덕이에겐 그걸 설명해 줄 수 없다.

녀석이 의아해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금도 불안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잖은가.

“그렇게 불안하면 각서라도 써줘?”

“각서?”

상덕이의 눈이 반짝 빛났다.

“써주면 나야 좋지. 헤헤.”

이 자식이 아무리 그래도 친구 사이에 너무하네.

“알았다. 나중에 한 장 써줄게. 그런데 너 각서 써주는 순간 월급은 평생 팔십으로 동결이다.”

“뭐……?”

“각서 안 쓰면 회사 사정 따라서 월급 인상해 줄 수도 있어. 그런데 각서를 쓰는 순간 월급은 팔십으로 동결되는 거라고.”

“악! 치사해!”

“같이 동업하면서 각서 써달라고 하는 건 안 치사하고?”

“그거랑 그거랑 같냐!”

“어떡할래? 각서 쓰고 팔십으로 죽 갈래, 아니면 믿고서 대박을 노릴래? 분명히 말하지만 내 사업 잘되면 1년 사이에 너 달에 500도 벌 수 있어. 아니지, 그 이상도 가능하지.”

상덕이가 마른침을 꼴깍 꼴깍 삼키며 고민했다.

그러더니 결국.

“……각서 안 쓸게.”

난 상덕이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역시 친구 사이에는 믿음으로 가는 거지. 그치?”

“……썅.”

그러니까 사업 번창해서 너도 잘되고 싶으면 동영상 편집이나 잘해라, 상덕아!

* * *

하루가 지났다.

상덕이는 홈페이지의 ‘의뢰 해결 사례’ 게시판에다가 1분 길이로 편집한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사실 잘 몰랐는데, 상덕이는 이미 유튜브에다 ‘데일리 히어로’라는 채널까지 만들어서 체계적인 관리를 하려 하고 있었다.

역시 사람은 한 가지 면만 보고서는 모른다는 말이 맞는 거다.

아니지, 상덕이의 경우는 여러 가지 면이 엉망인데 딱 한 가지 면이 제대로 된 건가?

아무튼 늘 덜떨어진 것 같던 상덕이가 컴퓨터와 관련된 분야에서 이토록 두각을 드러낼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워낙 게으른 놈인지라 일을 빠릿빠릿하게 할지 걱정됐는데, 그것조차 기우였다.

내가 무언가를 요구하면 하루를 넘기기 전에 해치운다.

그래서 기분이 좋다.

띠링!

―사랑하는 아빠의 생일날, 둘이서 행복하게 보내고 싶어 했던 두 번째 의뢰인의 소원을 들어주셨네요~! 정말 멋져요, 지웅 님! 선행을 쌓아 4링크가 주어집니다.

오?

두 번째 의뢰인이 내가 들어준 의뢰 건을 제대로 확인한 모양이다. 그런데 왜 4링크나 들어온 거지?

“음? 후기 게시판에 글 올라왔네.”

유주 누나가 처음 남긴 글 위로 새로운 글이 떴다.

제목은 ‘정말 감사합니다, 데일리 히어로!’였다.

제목을 클릭해 내용을 읽어보았다.

[설마! 진짜로! 제 부탁을 들어주실 줄은 몰랐어요!

방금 의뢰 해결 사례에 업로드된 동영상도 봤어요!

아빠랑 같이 봤어요!

아빠가 정말정말 감사하대요!

그날 일당도 그대로 전해 받았어요!

정말 어떻게 감사의 말을 다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요즘 같은 세상에 돈도 안 받고 이렇게 남을 도와주시는 분이 정말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이 사이트를 소개해 준 친구가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그런데 동영상 보다 보니까 곤두박질치던 김 반장 아저씨도 구해주시더라구요! 엄청 멋졌어요! 아빠도 저도, 그거 보면서 가슴이 철렁했다니까요!]

아, 그래서 2링크가 더 들어온 거구나.

[혹시 다음에도 이런 일이 있을 때 또 부탁해도 될까요?

아무튼 정말 감사합니다!

사이트 번창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

글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런데 글을 다 읽고 나니, 홈페이지의 운영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을 부탁한다고?”

이건 까놓고 얘기해서 아버지에게 휴식이 필요할 때 또 대신 일하고 돈 받지 말란 소리다.

그래, 해줄 수 있다.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의뢰에 대한 기준 같은 것이 없다면 그걸 악용하는 경우도 분명히 생길 것이다.

극단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한 달 내내 대신 노가다 판에서 일하고 돈을 받지 말라고 할지도 모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