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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히어로-69화 (69/153)

데일리 히어로 069화

주먹밥 먹으며 남 핍박하며 살아온 녀석들은 말로 무언가를 해결하려 보면 안 된다.

그것은 바레지나트와 소라스의 기억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였다.

그 세계에도 지구의 사채업자들처럼 못된 놈들은 충분히 있었다.

그런 놈들을 상대할 때 가장 좋은 건, 일단 때리는 거다.

그놈들보다 월등한 무력을 보여주어 공포로 제압해 버리는 게 최고다.

퍼퍼퍼퍼퍽!

난 청모자의 몸을 구석구석 짓밟고, 걷어찼다.

“으악! 억! 커억!”

청모자는 다채로운 비명을 지르며 몸을 잔뜩 웅크렸다.

하지만 그런다고 아프지 않을까?

내 힘을 얕봤다가는 어디 한 군데 제대로 부러진다.

뻐억!

빠가각!

“끄아아아악!”

바로 이렇게.

청모자는 오른쪽 어깨를 움켜쥐고서 데굴데굴 굴렀다.

난 녀석에게 다가가 다시 걷어찼다.

퍼퍽!

“으악! 아악! 자, 잠깐만!”

여전히 걷어찼다.

퍼퍼퍽!

“아악! 자, 잠깐만요!”

멈추지 않고 걷어찼다.

퍼퍼퍼퍽!

“흐어어엉! 잠시만요! 왜 그러시는 건데요! 제가 잘못했어요! 잘못했습니다!”

사지를 두들겨 맞은 와중에도 무릎 꿇고 용서를 비는 청모자의 태도에 비로소 발길질을 멈췄다.

녀석의 얼굴은 깨지고 터지고 부어오르고 피 칠갑을 해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몸도 엉망이었다.

입고 있는 옷은 이미 걸레짝이 되었다.

어깨는 부러졌고, 전신에 피멍이 들었을 것이다.

정말 딱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짓밟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청모자는 나한테 용서를 비는 와중에도 몇 번씩 눈이 뒤로 넘어가려고 했다.

졸도하기 직전인 것을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다.

그대로 졸도하면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스스로를 지탱하는 것이다.

“이름.”

“네?”

퍽!

반문하는 순간 옆구리를 후렸다.

“아악!”

“이름.”

“이, 이석호입니다!”

“그래, 석호. 네가 지금 왜 맞는 건지 알겠어?”

이석호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모, 모르겠습니다!”

“더 맞다 보면 기억날 거야.”

내가 발을 들어 올리자 석호가 두 손을 올리며 소리쳤다.

“자, 잠깐만요!”

“기억날 것 같아?”

“호, 혹시…… 한정태 씨 일 때문에 그러는 건가요?”

한정태?

유주 누나는 한 씨다.

그렇다면 이석호가 말한 이름은 유주 누나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높다.

“보름 가까이 그의 딸 한유주를 따라다녔더군.”

이석호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 그건…… 한정태가 돈을 제대로 갚지 않아서 그냥 경고 삼아 그랬던 겁니다.”

“해코지할 생각은 없었고?”

“그, 그럼요!”

이 새끼가 정신 아직 못 차렸네.

“오늘까지 수금 안 되면 내일 보쌈한다며?”

“헉!”

이석호가 헛숨을 들이켰다.

정곡을 찔렸겠지.

이석호는 이제 나를 귀신 보는 보듯 하고 있었다.

“거짓말 한 대가는 치러야지.”

퍼퍽!

“끄허!”

내 발이 이석호의 옆구리와 명치를 때렸다.

“끄허어어…….”

이석호가 명치를 움켜쥐고 컥컥 댔다.

“이제부터 거짓말하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았지?”

녀석이 미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한 관계는 이야기할 수 없지만 한정태 일가와 나는 가까운 사이다. 이제 네가 맞는 이유를 알겠지?”

이석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쭈뼛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 따, 딸내미를 납치하려던 건 잘못했습니다. 그런데 납치해서 어떻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고 그냥 겁만 주려는 거였다구요! 게다가 이게 다 한정태가 돈을 제대로 갚지 않아서 벌어진 일입니다!”

“빌린 돈은 천이고 갚은 건 천이백인데 아직 갚아야 할 돈이 이천이라더군. 이게 말이 돼?”

“그, 그건……!”

한 대 더 맞아라.

퍽!

“악!”

이석호의 코가 주저앉았다.

뼈가 부러진 모양이다.

하지만 사람을 납치하려고 했던 놈에게 이 정도는 과한 처사가 아니다.

더 맞아도 시원찮다.

난 이석호의 머리채를 잡아챘다.

그리고 최대한 목소리를 낮게 깔고 물었다.

“네가 일하는 대부업체가 어디냐.”

“…….”

이석호가 갈등했다.

“말 안 하면 죽는다.”

“치, 친구 대부입니다! 제,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 * *

나를 안내하는 이석호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녀석은 지금 한시라도 빨리 업장으로 가서 동료들의 도움을 받고 싶은 것이겠지.

하지만 과연 그곳에 도착한다고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어설픈 속셈이었지만 난 모르는 척 놈을 따라갔다.

이석호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았다. 그리고 앞좌석에 타려 했다.

나 몰래 업자들에게 문자를 보내려는 수작이었다.

난 그런 이석호의 뒷덜미를 잡아 뒷좌석에 집어 던졌다. 그리고 옆에 앉아 문을 닫았다.

택시 기사님이 이석호의 꼬라지를 보더니 날 의심스레 쳐다봤다.

나는 이석호의 정수리를 쥐어박았다.

빡!

“악!”

이어 괴로워하는 이석호에게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아무리 사람이 돈을 꿔서 못 갚았다고 해도 그렇지. 그 사람 딸을 인신매매 하려고 해? 그게 할 짓이야? 어!”

“자, 잘못했습니다…….”

택시 기사님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쯧쯧, 세상이 어찌 되려고.”

처음엔 날 째려보던 택시 기사님이 이제는 망신창이가 된 이석호를 째려봤다.

“내가 맘 같아서는 당장 경찰서로 끌고 가고 싶은데 대화로 최대한 대화로 해결해 보고 싶어서 이러는 거야. 업장 어디야! 주소 말해.”

이럴 때는 참 영혼들의 퀘스트를 하면서 거칠어진 성격이 도움 된다.

예전의 나였다면 절대 사람을 이런 식으로 대할 순 없었을 것이다.

말투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고작 19살인 내가 저런 식의 구수한 말투를 구사하기는 힘들다.

“저, 정랑동 1002―7번지 302호요.”

“가주세요, 기사님.”

“허이고, 그쪽도 사람 참 좋수.”

기사님은 다시 한번 혀를 차더니 액셀을 밟았다.

* * *

목적지에 도착했다.

우리를 내려준 택시는 빠르게 떠났다.

업장이 있는 곳은 한적한 대로 주변으로 원룸과 오피스텔이 제법 늘어서 있는 거리였다.

이석호는 우리 앞에 우뚝 선 3층짜리 오피스텔 건물로 들어섰다.

나도 녀석의 뒤를 따랐다.

절뚝절뚝 거리면서도 꿋꿋하게 3층에 도착한 이석호가 복도의 오른쪽으로 꺾어 302호로 다가갔다.

녀석이 노크를 했다.

똑똑.

“누구십니까.”

안에서 걸걸한 음성이 들려왔다.

“혀, 형님. 저 석호입니다.”

“들어와.”

이석호가 내 눈치를 살피고서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난 이석호의 등을 걷어차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퍽!

쿠당탕!

“악!”

단출한 사무실 안에는 여섯 사람이 있었다.

그중 넷이 투박한 소파에 둘씩 마주하고 앉아 자장면을 먹는 중이었다.

한 명은 창가에서 담배를 피웠고, 다른 한 명은 컴퓨터가 놓인 책상에서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었다.

그 여섯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이석호에게 향했다가 다시 내게 집중되었다.

꼬라지를 보아하니 대가리는 담배를 태우고 있는 저 거구의 녀석이겠군.

주먹 하나 믿고 뭉친 놈들 사이에서 하극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저렇게 거만한 자세로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를 태우는 걸 보면 사이즈가 나온다.

자장면을 먹던 넷은 똘마니.

컴퓨터 작업을 하던 한 명도 똘마니.

그들 사이의 서열 관계는 어찌 되었든 상관없다.

“뭐야, 이거?”

자장면 먹던 놈들이 벌떡 일어섰다.

대가리도 황당한 시선을 내게 던졌다.

“너 누구냐?”

대가리가 물었다.

“넌 누군데?”

내가 바로 되물었다.

그러자 대가리가 헛웃음을 흘렸다.

동시에 소파에서 일어선 똘마니 넷이 내 앞을 가로막고 섰다.

건물 입구에서부터 여기까지 오는 동안 CCTV는 없었다.

그리고 사무실 안에도 CCTV는 보이지 않았다.

마음대로 설치고서 이 녀석들 입만 다물게 하면 뒤탈이 없을 것이다.

난 내 앞에 선 덩치들에게 경고했다.

“맞기 싫으면 비켜.”

“미친 새끼가 어디서……!”

딱 거기까지만.

퍽!

“악!”

더 이상 더러운 말 듣기 싫었던지라 안면을 가격했다.

내 주먹에 얻어맞은 녀석의 머리가 뒤로 꺾였다. 머리를 따라 허리도 꺾였다. 두 다리가 허공으로 붕 떴다. 그리고 이내 등으로 바닥에 떨어졌다.

털썩!

“컥!”

동료 하나가 단 한 방에 제압당하자 나머지 세 놈이 동시에 공세를 펼치려 했다.

하지만 내가 더 빨랐다.

가장 먼저 주먹을 날린 오른쪽 녀석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퍽!

“큭!”

녀석의 중심이 무너지며 휘두른 주먹은 허공을 갈랐다. 그사이 정강이를 때린 내 다리는 놈의 옆구리에 박혔다.

퍼억!

“커헉!”

쓰러지려는 녀석의 머리채를 잡아들어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순간 날 때리려던 다른 두 녀석의 주먹이 그놈의 등을 가격했다.

퍼퍽!

이미 기절하기 직전이었던 놈은 그대로 축 쳐졌다.

난 녀석을 앞으로 확 밀었다.

그러자 다른 두 녀석과 부딪히며 바닥을 굴렀다.

털썩.

바닥에 나자빠졌던 두 놈이 얼른 일어나서 자세를 고쳐 잡으려 했다.

그 순간 난 납작 쪼그려 앉아 오른쪽 다리를 길게 내밀고 왼다리를 축으로 삼아 빙글 돌았다.

타탁!

내게 발목을 가격당한 두 놈은 자세를 잡으려다 말고 다시 무너졌다.

놈들의 명치에 빠르게 주먹 한 방씩을 박아 넣었다.

퍼퍽!

“크헉!”

“컥!”

그놈들은 이내 눈을 까뒤집으며 기절했다.

“히익!”

헛숨 들이켜는 소리에 뒤를 살폈다.

이석호가 놀라서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난 얼른 놈의 뒷덜미를 잡아 컴퓨터 업무를 보던 안경잡이 사내놈에게 던졌다.

쐐애액! 퍼억!

“악!”

“억!”

강하게 부딪혀 한 덩어리로 바닥을 구른 두 놈이 비명을 질렀다.

난 열린 사무실 문을 닫고 잠갔다.

그러자 이석호에게 부딪혔던 안경잡이가 고함을 질렀다.

“이런 씨파알!”

놈은 자기 몸을 깔고 축 쳐진 이석호를 거칠게 걷어내고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더니 안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들었다.

“너 뭐야, 이 새끼야!”

대가리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는지 덩달아 칼을 꺼냈다.

“어디서 보냈냐?”

둘 다 나를 뒷세계의 해결사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난 그쪽이랑 아무 상관도 없는 일반 시민이다.

“보내긴 뭘 보내. 헛소리 하지 말고, 너희가 올래? 내가 갈까?”

이런 녀석들은 일단 제압시켜 놓은 다음 이야기를 해야 한다.

하지만 길게 끌 생각은 없다.

탓!

발을 굴려 앞으로 돌진했다.

순식간에 두 녀석과의 거리가 줄어들었다.

안경잡이가 반사적으로 칼을 휘둘렀다. 하나, 저런 느린 검에 베일 내가 아니다.

데브게니안 대륙의 검사들이 보면 비웃을 게 뻔한 실력이었다.

탁!

검을 든 손목을 낚아채 그대로 꺾었다.

두둑!

“악!”

손목뼈가 부러지며 안경잡이는 칼을 놓쳤다.

이번엔 팔을 잡아 한 바퀴 돌려 팔꿈치를 후렸다.

뻑!

“억!”

팔꿈치 뼈도 부러졌다.

전투불능이 된 안경잡이의 인중을 때렸다.

퍽!

안경잡이는 이번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쓰러져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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