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히어로 066화
현실로 돌아와 마인드 탭을 열었다.
“마인드 탭.”
이름 : 유지웅
소속 : 지구, 대한민국
성별 : 남
나이 : 19
영력 : 13/13
영매 : 14
아티팩트 소켓 3/3
보유 링크 : 0
거기서 다시 영매를 터치.
영매
패시브 소울 : 9
―강인한 육신[소라스]
―뛰어난 청력[파펠]
―완벽한 절대미각[리조네]
―뛰어난 요리 실력[마르펭]
―뛰어난 민첩성, 근력[바레지나트]
―아이언 스킨[지그문트]
―굉장한 창술[블랑]
―굉장한 궁술[쟈비아]
―굉장한 리더십[길버트]
액티브 소울 : 5
―낭아권[무타진/소모 영력 1/재충전 5초]
―화 속성 초급 마법 번(Burn)[마르카스/소모 영력 5초당 1]
―수 속성 초급 마법 아쿠아(Aqua)[레퓌른/소모 영력 5초당 1]
―천상의 목소리[로레인/소모 영력 5초당 1]
―뇌 속성 중급 마법 라이트(Light)[포포리/소모 영력 3초당 1]
크으, 영매의 수가 늘어나니 기분이 참 뿌듯하다.
싱글벙글 웃으면서 편의점으로 들어섰다.
점장님이 날 반갑게 맞아주었다.
“의리의 사나이 지웅이 왔구나! 오늘도 편의점의 안녕을 부탁한다!”
“네, 마음 놓으시고 퇴근하세요!”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열 시가 되었다.
이제 교대할 시간인데 유주 누나가 아직도 출근하지 않았다.
어지간해서는 지각하는 타입이 아닌데,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싶어 전화를 걸어보려던 그때.
딸랑.
문이 열리며 유주 누나가 들어섰다.
“누나~! 좋은 밤…….”
그런데 누나는 내 인사를 받지도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사무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유니폼을 걸치고 나온 유주 누나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서 아무런 말이 없었다.
“누나, 왜 그래요?”
내가 물으면 겨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얼른 퇴근해.”
이상하다.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단 한 번도 저런 누나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어……?’
자세히 보니 뺨 한쪽이 손바닥 모양으로 붉게 올라와 있었다.
‘누구한테 맞은 거야.’
대체 누가 유주 누나를 때린 거지?
어떤 놈이 이딴 짓을 한 거냐고 물어보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유주 누나는 내게 말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알았어요, 저 퇴근할게요.”
“…….”
이번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점장님과 나눴던 얘기가 떠올랐다.
‘유주한테는 별일이 있는 모양이야.’
“무슨 일이 있길래요?”
“어렵사리 내게 말한 유주의 고민을, 남에게 쉽사리 말하는 건 의리가 아니야! 난 말하지 않겠어! 유주에게 직접 물어봐라. 그것이 사나이가 정면 승부 하는 법! 여인을 대하는 예의!”
“아, 네. 그렇게 할게요. 그런데 그 고민이라는 게 많이 무거운 건가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남녀 관계라는 건 늘 어려운 문제이며, 인륜지대사이니!”
“남녀 관계? 누가 유주 누나한테 고백이라도 했대요? 아니면 유주 누나가 누굴 좋아한대요?”
“어, 어험! 나, 난 모르는 일이야! 아무 말도 안 했어!…… 유주에게 말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내 입은 진실을 단속하는 데 너무 취약하다! 하지만 너는 나와의 의리를 지켜줘야 돼!”
분명 남녀 관계라고 했었어.
그렇다면 더더욱 내가 끼어들 수 없는 문제잖아.
아니…… 아니지.
그건 그거고 지금 유주 누나는 누구한테 맞은 거란 말이야?
설마 유주 누나와 썸을 타고 있는 건지, 아니면 유주 누나 혼자 마음을 줘서 고생하는 건지 모를 그 상대방이 유주 누나를 때린 건 아니겠지?
아…… 모르겠다.
그냥 속 시원하게 얘기해 주면 좋을 텐데.
“고생해요, 누나.”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난 편의점을 나왔다…… 가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메모지에 내 홈페이지 주소를 적어서 유주 누나에게 건네줬다.
“이거…… 뭐야?”
유주 누나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물었다.
“뭐…… 저도 우연히 들어간 곳인데, 아무런 조건 없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이트래요. 누나도 한번 들어가 보세요.”
“…….”
“그럼 진짜로 갈게요.”
다시 편의점을 나서니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카시아스가 내 어깨 위로 폴짝 올라탔다.
“어지간하면 네 발로 걷지?”
“유주가 네 홈페이지에 들어올까?”
“모르지.”
“그보다 확실히 마음 정해라.”
“뭘?”
“유주인지, 아랑이인지.”
“…….”
“정곡을 찔렸군.”
정곡을 찔린 게 아니라 갑자기 그런 거 물어보면 누구라도 당황하게 마련이지 이 똥고양아.
……아닌가?
나 진짜 두 사람한테 다 마음이 있는 게 맞는 건가?
하여튼 카시아스 저거 사람 심란하게 만드는 데는 일등이라니까.
“쩝, 유주 누나, 별일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말 돌리기냐?”
“집에 가서 너비아니 구워주면 입 다물래?”
“그러도록 하지.”
단순한 건지, 약아빠진 건지.
카시아스의 정체
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구름다리 밑으로 향했다.
카시아스는 시종일관 조용히 있다가 구름다리 밑에 도착하고 나서야 내게 물었다.
“여긴 왜 왔냐.”
“새로 얻은 능력들 시험 좀 해보려고.”
길버트의 리더십과 쟈비아의 궁술은 당장 시험해 볼 방법이 없었다.
리더십이야 뭐 내가 끌고 갈 만한 사람이 있거나, 사람을 통솔해야 할 상황에 처해야 나타나는 것이고, 궁술은 활이 있어야 시험해 볼 수 있는 것이니까.
“우선은 블랑의 창술부터.”
난 바닥을 슥 훑었다.
저 앞에 부러진 나뭇가지 하나가 보였다.
제법 굵고 튼튼한 것이 창 대신 몇 번 휘둘러보기엔 괜찮았다.
나뭇가지를 주워 들고…… 멍청히 서 있었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자 카시아스가 한마디 했다.
“그냥 몸이 가는 대로 움직여. 블랑의 기술은 네 몸에 각인된 것이다. 그러니 백번 머리로 생각해 봐야 답이 나오질 않아.”
“알았어.”
카시아스가 시키는 대로 무작정 창을 휘두르며 움직였다.
그런데.
“어?”
내 몸이 마치 전부터 창술을 익힌 사람처럼 유연하게 움직였다. 손은 창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현란한 곡선을 그렸고, 발은 그에 맞춰 리드미컬하게 스텝을 밟았다.
“감 잡았어.”
이후부터 난 모든 것을 몸에 맡긴 채 화려한 창술을 펼쳐 보였다.
내 손에 들린 나뭇가지는 단 한 번의 막힘도 없이 움직였다.
횡으로 바람을 갈랐다가 풍차처럼 빠르게 돌며 몸의 전 방위를 오가는가 하면, 강렬히 내려치는 공격으로 이어졌다가 순식간에 가상의 상대방의 급소 아홉 곳을 찌르기도 했다.
그야말로 중국 무협 영화 속 무술 고수가 따로 없었다.
“이거 죽이는데?”
카시아스는 감탄하는 내게 말했다.
“이미 네가 산 바레지나트의 능력이 창술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렇겠지.
바레지나트의 능력은 뛰어난 민첩성과 근력이니까.
그럼 다음으로 시험해 볼 건 수 속성 초급 마법이다.
난 구름다리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작은 냇물을 보며 시전어를 내뱉었다.
“아쿠아.”
순간 내 정신이 흐르는 물의 일부를 조종하게 되었다.
난 한 손을 앞으로 뻗어 위로 들어 올렸다.
그러자 냇물에서 수박만 한 물 덩이가 허공으로 두둥실 떠올랐다.
그것은 내 정신이 원하는 대로 빠르게 비행하며 하늘을 빙빙 돌았다.
“하하! 이것도 좋은데?”
한참 동안 거대한 물방울을 가지고 놀던 난, 그것을 돌바닥에다 빠르게 쏘아 보냈다.
쐐애애액! 퍽!
힘껏 부딪친 물방울은 마치 폭탄처럼 터져 나갔다.
한데 그 위력이 얼마나 센지, 물방울이 떨어진 주변의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이거 제대로 맞으면 무사하진 못하겠네.”
아쿠아 마법은 의외로 여러 방면에서 쓸 만할 듯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시험해 볼 건 라이트였다.
여태껏 초급 마법만 사용해 본 터라 중급 마법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다.
“아, 근데 카시아스.”
“뭐냐.”
“라이트도 기본적으로 전기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거 아냐?”
“아니, 중급 마법부터는 원소를 스스로 만들어낸다.”
“그런 게 가능해?”
“네가 뇌전을 일으키고 싶은 장소와 규모를 생각하고서 시전어를 말해봐.”
“규모? 그게 좀 애매하네.”
“말 그대로 얼마나 큰 뇌전을 만들어내고 싶은지 생각하면 돼.”
“집채만 한 뇌전도 만들어지나?”
“중급 단계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최대의 규모는 네가 방금 말한 것의 삼분의 일 정도다. 집채만 한 뇌전을 만들어내고 싶어 해도 그만한 뇌전이 형성되지는 않아.”
“좋아, 그럼 최대한으로 끌어내 보겠어. 라이트!”
힘차게 시전어를 외쳤다.
순간.
파지직! 지직!
황소만 한 크기의 뇌전 덩어리가 내 앞에 나타났다.
뇌전에서 발하는 빛이 어둠을 몰아내며 사위를 밝혔다.
“윽. 이건 누가 보기라도 하면 놀라겠는데?”
빨리 없애 버려야겠다.
난 뇌전을 다시 사라지게 만들었다.
내 의지가 전해지자 뇌전은 언제 나타났냐는 듯 흔적도 없이 사그라들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한발 늦어 버린 모양이다.
“바, 방금 그거 봤어?”
“봤어, 자기야!”
“유, 유에프오 아냐?”
“도깨비불 같은 거 아니었어?”
“으아아악!”
“자, 자기야! 같이 가! 꺄아아악!”
허어.
“데이트하던 커플을 놀라게 하다니, 참 아름다운 인성을 가졌구나.”
“마음대로 얘기해라.”
바닥에서 한껏 기지개를 켠 카시아스가 내 어깨 위로 올라탔다.
“이제 집에 가자.”
“……너비아니 먹고 싶어서 서두르는 거지?”
“알면 빨리 걸어라.”
* * *
카시아스와 한적한 밤거리를 걸었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어 찬바람이 쌩쌩 불어왔다.
하지만 난 크게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이것도 다 내가 사들인 영혼들 덕분인가 보다.
점점 보통의 인간과는 거리가 먼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럴수록 내 생활은 윤택해져 간다.
모든 것은 카시아스를 만났기 때문에 일어난 변화다.
“카시아스.”
“말해라.”
카시아스는 내 어깨에 엎드려 귀찮다는 듯 말했다.
“이제 슬슬 말해줘도 되지 않아?”
“뭘 말이냐.”
“네가 지구에 온 이유. 그리고 날 선택한 이유.”
“그걸 말해야 할 때는 내가 정한다.”
“그럼 둘 다 말해달라고는 안 할게. 둘 중에 하나만이라도 얘기해줘.”
“싫다.”
“치사하게 나올 거야? 아, 좋아. 그럼 한 발 물러나서 다른 걸 물어볼게.”
나한테는 그 두 가지 말고도 궁금한 게 있었다.
그건 바로 이 레이브란데의 인과율!
“네가 나한테 건 마법 말이야. 한계가 어디까지야? 앞으로 얼마나 많은 영혼들을 더 살 수 있는 거야?”
“네가 지금 사들인 영혼의 수가 열넷이었나?”
“응.”
“그럼 딱 서른여섯이 남았군.”
“서른여섯……? 이거 오십 개의 영혼을 사면 끝나는 거야?”
카시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끝난다. 레이브란데의 인과율도. 그리고 너와 나의 관계도.”
카시아스와…… 내 관계가 끝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