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히어로 065화
유주 누나의 문제
집으로 돌아오니 상덕이가 보낸 메일이 있었다.
자신이 핸드폰으로 찍은 동영상이었다.
‘이걸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그 링크를 다시 데일리 히어로 홈페이지에 태그해 놓으면 끝!’
공지 사항을 제외하면 데일리 히어로의 역사적인 첫 홍보영상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동영상 업로드를 위해서 유튜브에 계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업로드를 하려는 순간.
띠링!
―선행을 쌓아 48링크가 주어집니다.
어? 뭐야?
띠링!
―선행을 쌓아 72링크가 주어집니다.
띠링!
―선행을 쌓아 69링크가 주어집니다.
띠링!
―선행을 쌓아…….
갑자기 링크가 무서운 속도로 쌓여 나가기 시작했다.
“이거…… 혹시?”
난 동영상을 업로드하려다 말고 유튜브 사이트에 최근 올라온 동영상 중 핫한 클립들을 살펴봤다.
그 와중에도 계속해서 링크는 쌓여갔다.
“찾았다!”
마우스 포인트가 ‘춘천의 낭만 영웅’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클릭했다.
그러자 좀 전에 내가 활약했던 영상이 흘러나왔다.
도로에서 차에 치일 뻔한 백설우를 구하고, 노래를 불러 진정시켜 주는 모습이었다.
띠링!
―선행을 쌓아 153링크가 주어집니다.
링크는 시간이 갈수록 무서운 속도로 쌓여갔다.
유튜브의 조회 수는 이미 3만을 넘어가고 있었다.
동영상이 업로드된 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이거…… 지금 얼마가 모인 거야? 마인드 탭!”
이름 : 유지웅
소속 : 지구, 대한민국
성별 : 남
나이 : 19
영력 : 11/11
영매 : 9
아티팩트 소켓 3/3
보유 링크 : 1,784
“헉!”
진짜 헉 소리 나는 수치다.
벌써 1,800 가까운 링크가 쌓여 있었다.
“이대로만 간다면…… 장난 아니겠어.”
그런데 링크의 적립 속도가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왜 이러지?”
의아해하는 내 시야에 속속 늘어나는 동영상의 댓글이 들어왔다.
―와, 진짜 개멋짐!
―얼굴 존잘. 노래도 존잘. 마음도 존잘. 하아, 잠 못 자겠네.
―남자가 봐도 멋지네요!
―그런데…… 이거 조작 아님?
―무슨 영화 트레일러 같기도 하고.
―딱 봐도 합성이네!
―합성 ㅅㄱ.
―제가 CG일 하는 사람인데, 저거 합성 아닙니다.
―하여튼 씨발, 온라인에선 다 전문가야. 대충 흘려 봐도 합성 티가 나는구만. 저게 말이 되냐?
―헐, 감동받을 뻔.
―근데 어떤 영화 홍보 영상인지 아시는 분 계신가요?
―그냥 관종이 관심 끌고 싶어서 조작한 것 같네요. 시나리오 짜고 찍어 올린 듯.
“하, 그렇군.”
동영상이 합성이다, 영화 홍보 영상이다, 조작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라는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동영상을 보며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우려했던 것이 바로 이런 거다.
자작극이다!
누군가 박수 받고 싶어서 이런 짓을 하는 거다!
이런 여론이 드세지면 선행을 한 내 이미지가 좋아지기는커녕 바닥으로 처박힌다.
그렇게 되면 내 동영상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더 늘어날 테고, 이러한 반응은 다음에 올라오는 동영상에도 연쇄 작용으로 이어진다.
“그러니까 동영상을 찍어 올리려면 스케일이 너무 크면 안 돼. 지금처럼 안 믿는 수가 있으니까.”
모든 선행을 다 찍어 올릴 필요는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내 얼굴에 모자이크가 안 되어 있잖아.”
유튜브 동영상엔 내 맨얼굴이 그대로 나왔다.
그런데 달리는 댓글은 점점 나를 관심 끌기 위해서 조작질이나 하는 인간으로 치부해 가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다음 동영상을 업로드할 때도 문제가 생긴다.
또 조작이다.
인기 끌려고 일부러 저런 동영상만 올리는 망종이니 관심 갖지 말아줘야 한다.
그런 악성 댓글들이 달릴 게 불 보듯 뻔하다.
물론 그에 반비례해서 링크도 적게 들어올 것이고.
“이 동영상은 홈페이지로 끌고 오지 말아야겠다.”
계획 전면 수정이다.
이번 건 없었던 일로 치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내 얼굴이 팔렸으니, 앞으로 내 정체를 알리지 않고서 선행을 할 필요가 있었다.
“이거 가면이라도 써야 하나?”
첫 끗발이 개끗발이라더니, 어째 일이 너무 잘 풀린다고 했다.
“하아~ 그럼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
일단은 홍보할 동영상이 없으니 홈페이지의 목적에 대해 확실히 파악할 수 있는 글이 존재해야 한다.
물론 상덕이가 워낙 잘 만들어 줘서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순간 여기가 어떤 곳인지 열에 아홉은 파악하겠지만, 유저들에 대한 친절은 넘쳐도 상관없다.
난 각각 게시판의 사용 방법과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허용 한도, 아울러 무료로 도와드린다는 것을 한 번 더 강조해서 적었다.
그리고 포털 사이트에 홈페이지를 파워 링크로 등록했다. 거기서 끝내지 않고 상덕이에게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유명한 사이트에 배너를 넣을 수 있으면 몇 개 꽂아달라고 부탁했다.
이제 할 만한 건 다 했다.
일이 잘 풀리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 * *
편의점으로 향하는 길은 늘 그렇듯 카시아스가 동행했다.
녀석이 내 옆을 쫄래쫄래 따라오며 말했다.
[링크는 얼마나 모였냐.]
[마지막으로 본 게 1,800 정도였어.]
[홈페이지에 정신이 팔려서 영혼도 사지 않고 있는 건가?]
[아…… 맞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난 마인드 탭을 열어보유 링크를 확인했다.
‘2,347링크!’
그새 많이도 모였다.
댓글들이 안 좋게 달리면서 들어오는 링크의 액수가 확 줄었는데, 그래도 꾸준히 쌓이니 무시 못 할 정도가 되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티끌 모아 태산이라 했던가?
“소울 커넥트.”
당장 소울 스토어에 접속했다.
라헬이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미소를 짓고서 내 앞에 나타났다.
“어서 오세요, 지웅 님. 오늘따라 더 반갑네요.”
“나는 전혀 반갑지 않은데, 어쩌나?”
“아무렴 어때요? 제가 반가우면 됐죠~ 영혼 보여드릴까요?”
“응.”
라헬이 손을 튕겼고 내 앞엔 여섯 개의 영혼이 나타났다.
“내 소지 링크로 살 수 있는 아티팩트는?”
“물론 있지요.”
어라? 이번에는 순순히 대답하네?
따악!
다시 한번 손을 튕기자 천으로 만들어진 크로스 백이 나타났다.
디자인은 현대 크로스 백과 완전히 다르지만 형태는 비슷했다.
“자, 아티팩트부터 설명해 드릴까요? 아니면, 새로운 영혼들부터? 아, 저번에 대충대충 설명하고 넘어갔던 영혼들의 열전도 들으셔야겠죠?”
라헬은 양손을 옆으로 적당히 벌리고서 싱긋 미소 지었다.
오른손이 위치한 곳엔 영혼들이, 왼손이 위치한 곳엔 아티팩트가 놓여 있었다.
“아티팩트부터.”
“알겠습니다. 아티팩트의 이름은 무한의 가방. 말 그대로 물건을 무한정 넣을 수 있는 가방이죠.”
오? 그거 죽이는데?
“단, 이 가방의 입구보다 큰 물건은 넣을 수 없습니다. 레이브란데 님이 신묘(神廟)의 화원에서 발견한 녀석으로 단돈 2,300링크입니다.”
2,300링크?
하, 역시 좋은 거라 그런지 좀 센데?
게다가 내가 저 아티팩트를 사려면 아티팩트 소켓 하나를 더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일단은 패스해야겠군.
내가 영혼들에게 시선을 돌리자 라헬이 지체 없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일단 기존에 있는 영혼들의 능력부터 복습시켜 드릴게요~ 150링크의 레퓌른, 수 속성 초급 마법. 250링크의 블랑, 굉장한 창술. 500링크의 쟈비아, 굉장한 궁술. 길버트, 굉장한 리더십까지입니다.”
수 속성 초급 마법과 창술, 궁술, 리더십이라.
이참에 그냥 저것들 다 사 버릴까?
“길버트는 레드 텅 용병단의 단장으로 말투가 거칠고 행동은 단순 무식했지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사내였지요.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의 단원들을 사랑했답니다~ 오죽하면 레드 텅 용병단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어느 귀족의 더러운 부탁을 받아들이지 않는 바람에, 어느 싸늘한 가을밤, 모두 척살당하고 말았답니다.”
그것 참 기구한 인생이다.
“쟈비아는 일 킬로미터 밖에 있는 물건도 활로 쏴서 맞혀 버리는 뛰어난 궁사였죠. 그는 레드 텅 용병단의 단원이었답니다~ 예상하셨겠지만, 레드 텅 용병단이 척살당하던 날, 그도 죽음을 맞이했지요.”
리조네와 마르펭처럼 같은 시기에 같이 활동하던 사람들의 영혼이었군.
“그럼 새로운 영혼에 대해 설명해 드릴게요. 두 영혼 모두 700링크로 살 수 있고 필요한 영력은 13입니다~ 우선 포포리부터 볼까요? 포포리는 뇌(雷) 속성 중급 마법을 익힌 마법사였답니다~ 어느 귀족가의 호위 마법사로 비교적 괜찮은 삶을 살았지만, 서른 후반의 나이에 병을 얻어 죽고 말았지요.”
뇌 속성 중급 마법? 저거 땡기는데?
“마지막 영혼의 이름은 루카스. 능력은 포이즌입니다.”
“포이즌? 독을 말하는 거야?”
“네. 루카스는 체내에서 독을 만들어내는 특이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답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독을 만들 수 있었고 독의 강도와 양을 조절할 수도 있었죠. 하지만 그 능력 때문에 그를 두려워한 귀족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지요~”
세상의 모든 독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라니!
……사실 내게 당장 필요한 건 아니지만 괜히 탐이 난다.
이런 걸 있어 보인다고 하는 건가?
“흠…… 어떻게 할까.”
일단은 영력부터 업그레이드하고 볼 일이다.
난 마인드 탭을 열어 영력을 13까지 업그레이드시켰다.
그에 370의 링크가 소모되었다.
한데 그사이 123링크가 더 들어와서 현재 남은 링크는 총 2100이었다.
“일단 블랑, 레퓌른, 쟈비아, 길버트의 능력을 사겠어.”
“좋은 선택이네요~”
라헬이 영혼 네 개를 슥 밀었다.
영혼들은 허공을 부유해 날아와 내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남은 링크는 딱 700.
포포리와 루카스 중 하나의 영혼을 살 수 있다.
뇌 속성 중급 마법과 포이즌이라…… 어떤 게 더 좋을까?
……좋아, 결정했어.
“마지막으로 포포리를 사겠어.”
“그 역시 아름다운 선택이십니다.”
이 자식이 오늘따라 느끼하게 왜 이래?
포포리의 영혼까지 흡수하고 나니 링크가 싹 떨어졌다.
“이제 링크를 다시 모으셔야 하겠네요?”
“근데 라헬. 너 오늘 뭐 기분 좋은 일 있냐?”
“딱히 별일은 없습니다만?”
“그런데 왜 이렇게 협조적이야?”
“글쎄요.”
에이, 신경을 끄자.
저 녀석의 정신 상태에 대해 분석하려다가 나만 더 피곤해진다.
난 싱글거리는 라헬의 얼굴을 보며 소울 스토어에서 빠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