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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히어로-60화 (60/153)

데일리 히어로 060화

더 많은 손님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가게를 확장해야 하는데, 건물의 구조상 그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답은 멀지 않은 곳에 분점을 내는 게 최고다.

‘그러고 보니 우리 가게 옆 건물 1층이 비었다고 하지 않았나?’

2호점을 바로 옆 건물에 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조만간 이 건에 대해 아버지랑 얘기를 한번 해봐야겠다.

아랑이와 나는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문은 전적으로 아랑이가 했고, 우리 테이블엔 양 꼬치 8인분이 세팅되었다.

……아랑아. 맛보고 내 취향 아니면 나가자더니 8인분을 시켰구나.

이건 나갈 생각이 없는 거지?

“내가 맛있게 구워줄게.”

아랑이는 많은 양의 꼬치를 불판에 올려놓고 능숙하게 구웠다.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익어가는 양 꼬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인고의 시간이 지나가고 드디어 다 익은 양 꼬치 하나를 아랑이가 내게 내밀었다.

“양념 가루에 찍어서 먹어봐.”

“응.”

시키는 대로 특이한 양념 가루에 꼬치 고기를 찍어 한입 베어 먹었다.

그런데.

“우와.”

“맛있어?”

아랑이가 눈을 빛내며 물었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 맛있어.”

“와~ 다행이다!”

솔직히 놀랐다.

이런 맛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오묘하고 특이하고,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그런 맛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맛있었다.

‘분점은 닭발이랑 양 꼬치도 팔아봐?’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분점을 내지 말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양 꼬치를 밀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했다.

그만큼 양 꼬치는 매력 있는 음식이었다.

난 배가 불러서 맛만 볼 생각이었는데 결국 양 꼬치 집에서도 2인분을 먹어치웠다.

* * *

나도 모르게 과식을 하고서 식당 밖으로 나오니 눈발은 더 거세졌고, 세상은 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와, 그새 엄청 쌓였네?”

아랑이가 사위를 둘러보며 신나했다.

그러더니 내 손을 덥석 잡고서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골목길로 데리고 갔다.

그러고서는 만세를 부르며 말했다.

“눈사람 만들자!”

“응? 그래, 만들자, 눈사람.”

우리는 힘을 합쳐 열심히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워낙에 눈이 소복이 쌓여 눈덩이를 몇 번 굴리니 거대한 몸뚱이와 머리가 탄생되었다.

눈덩이 두 개를 포개 놓고 나뭇가지를 구해와 팔을 만들어 주었다.

바닥에 떨어진 솔잎으로 눈코입도 달아주고 나니 훌륭한 눈사람이 완성되었다.

“와아, 너무 예쁘다.”

오늘 아랑이는 하루 종일 아이 같은 모습만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가 눈사람을 보며 감탄하고서는 날 자기 옆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스마트 폰 카메라로 눈사람과 우리 둘의 모습을 담았다.

“지웅아, 찍는다? 김치~!”

“김치~!”

찰칵!

“와~ 사진 정말 잘 나왔다. 이거 집에 가서 보내줄게.”

“응.”

“역시 셀카는 각도발 조명발이 중요하긴 한 거 같아.”

방금 찍은 사진을 이리저리 확대해 보는 아랑이의 모습이 예뻤다.

‘눈 오는 날 여자랑 같이 밥을 먹고 눈사람을 만들고, 사진도 찍었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자와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하게 된 날이었다.

* * *

아랑이와 웃고 떠들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렀다.

나는 편의점에 아르바이트를 나가야 했고, 아랑이도 가족들과 저녁을 먹기로 해서 들어가 봐야 한다고 했다.

아랑이네 집은 버스가 잘 다니지 않는 지역에 있었기에 택시를 타고 귀가해야 했다.

난 택시를 같이 기다려주며 아랑이와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오늘 즐거웠어. 덕분에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고.”

“에이, 아니냐. 우리 이랑이 인생 구원해 준 거에 비하면 정말 새 발의 피지.”

이랑이의 미소가 내 가슴을 파고든다.

오늘의 이 만남을 여기에서 끝내기는 싫었다.

더 길게 연장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용기 내어 말을 꺼내기로 했다.

“아랑아.”

“응?”

“다음번엔 내가 밥 살게.”

“정말?”

“응, 그리고…… 영화…… 한 편 같이 보지 않을래?”

“영화?”

“응.”

그녀가 허락을 해줄지, 아니면 냉정하게 거절할지 알 수가 없었다.

내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마른침이 꼴깍 넘어갔다.

한데, 바짝 긴장한 나와는 달리 아랑이는 너무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나 영화 보는 거 엄청 좋아해.”

“그, 그래?”

“응, 잘됐다. 요새 보고 싶은 거 많았는데.”

신이시여.

저도 드디어 마음에 있는 여자와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것입니까?

“그럼 다음번엔 언제 만날까?”

“겨울방학 하는 날…… 어때?”

“음? 그거 나쁘지 않은 제안인데?”

그때 택시가 다가와 우리 앞에 정차했다.

“아, 택시 왔다. 나 이제 가볼게, 지웅아.”

“그래, 조심해서 들어가.”

“응, 겨울방학 하는 날 같이 영화 보고 맛있는 거 먹는 거야. 잊으면 안 돼.”

“응, 안 잊을게.”

아랑이는 방긋 웃고서 택시에 올라탔다.

그녀를 실은 택시가 휘날리는 눈 속을 가로지르며 빠르게 멀어져 갔다.

드디어 내 인생에도 그린 라이트가 켜지는 것일까?

그런데…… 이 순간에 왜 갑자기 유주 누나의 얼굴이 떠오르는 거지?

리조네의 망각

오늘은 일요일.

그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선행을 했다.

덕분에 보유 링크는 287이 되었다.

오늘도 아침부터 선행을 하러 나가려는데, 상덕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야! 홈페이지 다 만들었다!

상덕이와 전화 통화를 하며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녀석이 알려준 홈페이지 주소를 주소 창에 입력하고 엔터를 치는 순간.

“……!”

게임 끝났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홈페이지가 나를 반겼다.

“고맙다, 상덕아. 월요일날 당장 80만 원 갖다줄게. 잘해보자.”

이것으로 모든 준비가 끝났다.

* * *

편의점에 들어서자 카운터에 있던 점장님이 힘차게 인사했다.

“지웅아! 오늘은 쉬는 날인데 왜 왔어? 나 혼자 힘들까 봐 의리 지키러 온 거야? 그런 거야?”

역시나 점장님은 늘 활기가 넘친다.

참 좋은 사람이고, 되도록 오래 같이하고 싶었다.

그런데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이제 정리를 해야 할 때가 왔다.

“점장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어요.”

“그래? 무엇이든 얘기해! 내 귀는 항상 지웅이의 의견을 귀담아들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그게…… 말 돌리지 않을게요. 저, 이번 달까지만 일하고 그만두려구요.”

“응?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겠다고?”

“네.”

점장님이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고 물었다.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거냐?”

“아니요.”

“그럼 내가 네게 점장으로서의 의리를 다하지 못했다든가?!”

“그건 진짜 아니에요.”

“그럼 뭣 때문에 그만두겠다는 건데?”

“개인적으로 사업을 해보려구요.”

“사업?”

“네.”

그 말을 듣고 점장님은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점장님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지웅아, 넌 아직 열아홉이다.”

“알아요.”

“사회 경험도 부족하고 사업이라는 게 뭔지 감도 제대로 잡지 못할 나이지.”

“그것도 알아요.”

“사업이라는 게 잘못 손댔다가 무너져 버리면 걷잡을 수 없는 빚더미에 앉게 되기도 한단 말이지!”

점장님은 진정 나를 걱정해주고 있었다.

그 마음이 고마웠다.

“고마워요, 점장님. 걱정해주셔서. 그런데 그렇게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은 아니에요. 사업이 망하더라도 위험부담이 없어요.”

“무슨 사업이길래?”

“정식으로 시작하게 되면 알려드릴게요.”

“흐음.”

점장님이 또다시 말없이 날 바라봤다.

그러다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마음을 다 정한 것 같구나.”

“네, 갑자기 일 그만둔다고 해서 죄송해요.”

“의리의 사나이끼리 죄송한 건 없다! 네가 스스로의 길을 가겠다고 하면 박수를 쳐주는 것이 알바생에 대한 점장의 의리! 한번 그렇게 마음 굳게 먹은 이상 열심히 해봐라, 지웅아. 하다가 힘들면 언제든지 얘기해! 다시 취직시켜 주마!”

역시 우리 점장님이 최고지!

“알겠어요, 점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번 달 말까지 새로운 알바생 구할 수 있겠어요?”

“실은 한 달 전부터 내 조카 녀석이 알바 자리 나면 자기한테 꼭 달라고 애걸복걸하는 중이니 걱정 말아라.”

“다행이네요. 알바 끝내고 나서도 자주 들를게요.”

“그래!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 즉시 나랑 한잔 하자! 그리고 다음 날은 등산으로 숙취 해소! 알지?”

“네!”

* * *

11월도 이제 한 주밖에 남지 않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집으로 돌아와서 상덕이가 만들어 준 홈페이지를 다시 접속해 둘러보았다.

몇 번을 봐도 마음에 들었다.

난 공지 사항 란으로 들어가서 글쓰기 버튼을 클릭했다.

‘대망의 첫 번째 글이다. 뭐라고 적어야 좋을까?’

이게 뭐라고 이렇게 두근거리는지 모르겠다.

쉽사리 키보드도 두들기지 못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기만 하던 그때.

띠링!

리조네의 망각이 발동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Yes/No]

뭐, 뭐야 이건?

리조네의 망각?

또다시 영혼의 퀘스트가 발동한 건가?

‘리조네는 또 무슨 한을 품고 있었던 거야?’

내가 산 영혼 리조네의 힘은 절대미각이다.

그녀는 그 능력으로 큰 음식점을 차려 한평생 잘 먹고 잘살았다고 하는 게 라헬의 설명이었다.

물론 파도 없는 인생 없다지만, 대체 어떠한 한이 그다지도 깊게 맺힌 건지 궁금했다.

‘수락해야 하나.’

늘 그렇지만 영혼의 퀘스트가 뜨면 고민을 하게 된다.

퀘스트를 완료하게 되면 많은 링크를 얻지만, 실패하게 될 경우 그 영혼의 능력을 잃게 된다.

한데 이제는 영혼의 퀘스트를 클리어해서 얻게 되는 링크가 그렇게 많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요 며칠 하도 많은 링크를 단숨에 얻어 버렸기 때문인가 보다.

‘다운 타운에서 특히 득 봤지.’

게다가 데일리 히어로 사이트가 잘만 돌아간다면 링크는 소나기처럼 들어올 것이다.

‘아직 그 사이트가 대박 칠 거란 확신은 없지만.’

과연 이 도박과 같은 영혼의 퀘스트를 하는 게 맞을까?

내가 얻는 것과 잃는 것, 둘 중 무엇이 더 클 것인가?

저울을 재봤다.

절대미각은 사실 이제 내게 그다지 필요한 능력은 아니다.

그리고 레벨이 높은 영혼이라고 해서 퀘스트를 완료했을 때 더 많은 링크를 주는 것도 아니었다.

실제로 소라스의 퀘스트가 바레지나트의 퀘스트를 완료했을 때보다 더 많은 링크를 주었다.

한마디로 리조네가 준 퀘스트를 완료했을 때, 어느 정도의 링크를 얻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대박이 난다면 1,000링크 정도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한번 해보자.’

난 ‘Yes’를 터치했다.

그러자 환한 빛이 일었고, 혼이 빠져나가는 아찔한 기분과 함께 역한 울렁거림이 찾아왔다.

이윽고, 빛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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