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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히어로-51화 (51/153)

데일리 히어로 051화

녀석이 몸을 크게 비틀어 회전하며, 어깨와 복부에 박힌 단검을 뽑아 블레이드에게 던졌다.

슈슉!

하지만 블레이드는 그것을 모두 피했다.

퍼억!

블레이드의 솥뚜껑 같은 주먹이 자상을 입은 이랑이의 복부에 틀어박혔다.

“카학!”

이랑이의 허리가 직각으로 구부러졌다.

쩍 벌어진 녀석의 입에선 피가 튀어나왔다.

덥석.

블레이드가 이랑이의 머리채를 잡고 들어 올렸다.

짜악!

그리고 다른 손으로 뺨을 때렸다.

“끄흑!”

짝! 짝! 짝! 짝! 짝! 짜악!

연속으로 이어진 따귀에 이랑이의 입이 안팎으로 다 터졌다.

어금니 두 대가 피범벅이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뺨이 부어오르고 오른쪽 눈에 실핏줄이 터져 붉은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

[진정해라.]

카시아스가 말했지만 진정이 되질 않는다.

내 몸에 지진이라도 난 것마냥 전신이 바들바들 떨린다.

[손바닥에 피난다.]

아까부터 손에서 땀이 많이 나는 것 같긴 했다.

그런데 꽉 쥔 주먹 때문에 손톱이 피부를 파고들어간 모양이다.

이랑이는 이미 기절했다.

블레이드는 그런 이랑이의 뺨을 몇 번 더 때리더니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자신의 단검을 수거하고서는 이랑이에게 다가가 녀석의 왼발을 잡아들었다.

“끝까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대든 대가다.”

블레이드가 단검 한 자루를 꺼냈다.

“……안 돼.”

그러지 마.

그만 둬.

거기서 멈춰!

“그만해, 개새끼야!”

서걱!

“끄아아아아악!”

“이랑아아아아아!”

블레이드는 이랑이의 아킬레스건을 끊었다.

이랑이가 왼발 뒤꿈치를 손으로 잡고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으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이런 씨바알!”

콰앙!

참지 못하고 주먹을 뻗었다.

모니터가 박살이 났다.

“하아! 하아!”

깨져 버린 액정은 계속해서 영상을 송출했다.

조각난 브라운관은 고통스러워하는 이랑이의 모습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블레이드는 이랑이를 죽일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이랑이는 들것에 실려 퇴장했고, 5시합의 싸움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난 경기장을 벗어나는 블레이드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때.

똑똑.

누군가 노크를 했다.

그리고 내 대답이 들리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대기실을 찾은 이는 설열음이었다.

그녀는 망가진 모니터를 슬쩍 보더니 개의치 않는 듯 내게 물었다.

“다음 라운드 출전이에요. 닉네임은 생각해 보셨나요?”

자신이 걸어 나왔던 문으로 다시 들어가는 블레이드의 등을 보며 난 한 자 한 자 씹어뱉었다.

“어벤저(Avenger).”

“복수하는 사람이라…… 이름 값 하길 바랄게요. 나오세요.”

난 설열음의 뒤를 따라 대기실을 나섰다.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가슴 가득 차오른 분노가 넘칠 듯 일렁였다.

* * *

―1회전 6시합. 나이트 어벤저와 나이트 킬러의 대결이 시작되겠습니다.

직접 내 발로 딛고 선 경기장은 모니터로 볼 때보다 훨씬 넓게 느껴졌다.

흙바닥엔 유혈이 낭자했다.

돔 형태의 경기장 내부엔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관객들은 미친 듯이 괴성을 질러냈다.

내 앞엔 킬러라는 닉네임의 나이트가 서 있었다.

체구는 나와 비슷했고, 동양인이었다.

파란색 치파오를 입은 걸 보니 중국인인 모양이다.

그는 한 손에 대도를 들고 있었다. 그 모양새나 생김생김이 꼭 삼국지에서 묘사된 언월도와 비슷했다.

날 바라보며 고고하게 서 있는 자태가 제법 무술을 익힌 사람 같았다.

‘무슨 사연으로 여기 왔을까.’

데스 파이트는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서서는 안 되는 곳이다.

인생을 걸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우리의 목숨값은 지금 여기에 들어선 순간 관객들의 배팅액으로 결정된다.

휘리릭! 척.

킬러가 언월도를 크게 휘둘러 두 손으로 잡고 앞으로 쭉 밀었다.

언월도의 대가리가 내 목을 향해 겨누어졌다.

[빨리 끝내라.]

카시아스의 텔레파시가 들렸다.

녀석은 지금 설열음의 품에 안겨 있었다.

[안 그래도 그럴 거야.]

최대한 빨리 3회전 우승을 해서 이랑이에게 세이브 카드를 준 뒤 같이 나가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빨리 상처를 돌볼 수 있을 테니까.

마음이 급한 쪽이 먼저 움직이게 되어 있다.

내가 킬러에게 달려가려고 하던 찰나, 녀석이 먼저 움직였다.

타탓!

킬러는 그 큰 언월도를 들고서 깃털처럼 가볍게 달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녀석은 내가 공격 사정권에 들어서게 되자 언월도를 앞으로 찔러 넣었다.

난 그것을 피했다.

탁!

킬러는 높이 뛰어 아래로 빠르게 떨어지며 언월도를 휘둘렀다.

크고 날카로운 날이 내 정수리를 노리며 내리그어졌다.

빠르고 정확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내겐 그것이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았다.

바레지나트의 민첩성은 킬러의 스피드를 압도했다. 내가 킬러보다 더 빠르니, 녀석의 공격도 전부 눈에 보였다.

아울러 지그문트의 아이언 스킨은 어떤 날카로운 무기의 날도 두렵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난 주먹을 말아 쥐고 정수리로 떨어져 내리는 언월도의 옆면을 후려쳤다.

쩌엉!

엄청난 소리와 함께 언월도가 옆으로 날아갔다. 그것을 쥐고 있던 킬러도 따라서 날아갔다.

타탁!

공중제비를 돈 킬러는 땅에 처박히는 수모를 면했다. 두 발로 멋지게 착지했지만 언월도는 더 이상 처음의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지 않았다.

내 주먹에 얻어맞아 날이 완전히 구겨지고 찢어졌다.

킬러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언월도와 날 번갈아 보았다.

“잘한다, 어벤저!”

“네가 이겨야 내가 산다! 도와줘라!”

“이겨야 된다, 어벤저!”

여기저기서 날 응원하는 음성이 들려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내가 해야 할 것에만 집중했다.

잠시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킬러에게 달려가 주먹을 휘둘렀다.

킬러는 잽싸게 그것을 피했다. 난 뒤로 빠지려는 킬러에게 바짝 달라붙어 주먹을 몇 번 더 날리다가 멱을 잡아챘다.

그러자 킬러는 언월도를 봉처럼 휘둘러 내 손을 쳐내려 했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이 강철 몸 앞에선.

쩌억!

언월도의 손잡이는 내 손에 부딪히자마자 그대로 쪼개졌다.

난 킬러의 멱을 그대로 잡아당기며 박치기를 했다.

뻑!

“크윽……!”

녀석의 이마가 터지며 피가 흘렀다.

한 번 충격을 줬을 때 정신을 차리지 못하도록 흔들어 놓아야 한다.

이번엔 턱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퍽!

“커허…….”

충격이 제대로 들어갔는지 킬러의 다리가 풀렸다.

난 놈의 복부와 옆구리, 명치에 다시 주먹 세 방을 박아 넣었다.

퍼퍼퍽!

“끄흐으으…….”

킬러는 곧 죽을 것 같은 신음을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털썩!

그런 킬러의 후두부를 손날로 두들겼다.

탁!

“…….”

놈이 저항 한 번 못하고 혼절했다.

그때 사방에서 관객들의 고함이 들려왔다.

“죽여라!”

“목을 비틀어 뽑아!”

“약해 빠진 놈! 저놈한테 거는 게 아니었어, 젠장! 그냥 죽여 버려!”

“버러지 같은 새끼!”

우우우우우우―!

여기저기서 야유가 들렸다.

‘미쳤어.’

다들 완전히 미쳤다.

이 빌어먹을 광인(狂人)들은 싸움이 싱겁게 끝이 나면 돈을 잃은 것보다 더 분노한다.

유혈이 낭자하고 잔인한 전투 끝에 승패가 결정될수록 더욱 좋아한다.

개 같은 것들.

블레이드로 인해 가득 차오른 가슴속 분노가 이 인간 같지 않은 놈들로 인해 폭발하려 한다.

그때 붉은 재킷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진행 요원이 다가와 킬러의 상태를 살피더니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이어, 사회자의 음성이 콜로세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1회전 6시합 끝났습니다. 승자는 나이트 어벤저. 가장 많은 배팅을 하신 귀족께서는 패자인 킬러를 노예로 삼을 수 있습니다.

끝난 건가?

입안이 쓰다.

다시 경기장을 벗어나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띠링!

―이번 도박에 지웅 님이 이겨주길 간절히 바라던 사람들이 제법 있었나 보네요~ 지웅 님이 이기는 바람에 파산 위기에서 벗어나 큰돈을 쥔 이들의 고마운 마음을 받아주세요~ 선행을 쌓아 376링크가 주어집니다.

뭐야 이건?

내가 선행을 쌓았다고?

지금…… 이 시합에서 상대방을 아작낸 게 돈을 건 이들에겐 선행을 베푼 거란 말이야?

‘선행의 조건은 누군가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도와주는 것이었지.’

그렇다면 조건 자체는 성립이 된다.

내게 돈을 건 이들 중, 큰돈을 걸어 간절히 이기기를 바랐던 사람들은 내가 이기는 게 충분히 그들을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아니, 간절한 마음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큰돈을 걸지 않았더라도, 내기라는 것은 이왕이면 이기기를 바라게 되는 게 사람 마음이다.

그리고 난 그들의 마음을 짊어지고 달리는 말이 되었다.

적어도 내게 돈을 건 이들의 삼십 퍼센트 정도는 ‘이번 판을 이길 수 있게 도와달라’는 생각을 했겠지.

“좋아해야 돼, 말아야 돼?”

생각지도 못했던 링크가 우루루 쏟아져 들어온 건 환영할 만한 일인데, 그 링크를 받게 된 이유가 참 씁쓸했다.

레이브란데의 인과율.

이거 참 아이러니하다.

* * *

대기실로 돌아오자마자 적립된 링크를 확인했다.

“마인드 탭.”

이름 : 유지웅

소속 : 지구, 대한민국

성별 : 남

나이 : 19

영력 : 9/9

영매 : 8

아티팩트 소켓 2/2

보유 링크 : 630

보유 링크가 확 늘어났다.

‘일단은 다른 능력을 하나 살까?’

내가 마지막으로 소울 스토어에 방문했을 때 살 수 있던 능력은 블랑의 굉장한 창술로 250링크였다.

아티팩트는 살 수 있는 게 없었다.

‘접속해 보자.’

“소울 커넥트.”

주변의 광경이 무너지며 암흑이 사위를 감쌌다.

그리고 라헬이 방긋 웃는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유지웅 고객님, 소울 스토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영혼부터 보여줘 봐.”

“지웅 고객님이 가진 돈으로 살 수 있는 멋진 영혼들을 보여드릴게요~”

라헬이 손가락을 딱 튕겼다.

그러자 네 개의 영혼이 나타났다.

그중 두 개는 수 속성 초급 마법의 능력을 가진 레퓌른과, 굉장한 창술 능력을 가진 블랑이었다.

라헬은 나머지 두 개의 영혼을 가리켰다.

“이 영혼들이 따끈따끈한 신상입니다. 둘 다 단 500링크로 살 수 있죠. 설명 들어갈까요?”

“해봐.”

“우선 오른쪽에 있는 이 영혼의 이름은 쟈비아. 그의 능력은 굉장한 궁술이죠. 그리고 왼쪽에 있는 이 영혼의 이름은 길버트. 데브게니안 대륙에서 레드 텅 용병단의 단장으로 활약했던 그의 능력은 굉장한 리더십이죠. 자, 어느 영혼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뭔가 이상한데.

“어이, 라헬.”

“네?”

“어째 너 오늘은 좀 급해 보인다?”

“급해 보인다니요. 그럴 리가요.”

“원래 영혼의 능력 소개를 이렇게 간단히 하지 않잖아? 주구장창 늘어놓는 게 네 스타일 아니었어? 덧붙여서 나한테 당장 필요 없는 능력 팔려고 애쓰는 게 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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