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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히어로-42화 (42/153)

데일리 히어로 042화

그런데 마젤란, 너 울어?

왜 이래, 답지 않게. 그냥 웃어, 평소처럼. 네가 울어 버리면, 분위기가 축축 처진단 말야.

그리고 내 몸도 더…… 축축 처지잖…… 아.

* * *

덜컹덜컹.

몸이 배긴다.

불규칙적으로 덜컹거리는 진동에 정신이 들었다.

“…….”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상당히 낮은 어딘가의 천장이었다.

아…… 혹시 마차인가?

“바렌! 정신이 들어?”

수이트란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어 그녀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 멍청아!”

수이가 눈물을 흘리며 날 끌어안았다.

“흐으윽! 진짜 죽는 줄 알았단 말이야아!”

난 수이트란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몸이 도통 말을 듣지 않았다.

“…….”

그리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데, 왜 목소리만 나오지 않는 거지?

억지로 입을 벌리고 힘껏 소리쳤다.

“아…… 아아…….”

그게 다였다.

내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고함이 아니라 신음에 가까웠다.

“흐아…… 으아앙! 흐아아아아앙!”

수이트란체가 전보다 강하게 날 끌어안고 통곡했다.

“젠장…….”

방금 그 욕은…… 카발인가?

나랑 같은 마차를 타고 있었구나.

그런데 마차엔 원래 단장이랑 부단장이 타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타고 가도 되는 거야? 난 얼마나 잠들어 있었던 거야? 다들 어떻게 던전에서 빠져나온 거야? 내 생각대로 폭발로 던전이 무너진 거야?

궁금한 게 정말 많아.

그런데 가장 궁금한 게 있어.

나…… 왜 말을 못 하는 거야?

“흐아아아아아아아앙!”

그만 울어…… 수이.

* * *

“다른 곳은 다 치료했지만…… 안타깝게도 목소리는…….”

와이번 용병단의 숙소가 있는 도시, 가오스에는 유명한 신전이 있다.

헤슬베니아 왕국의 국민들은 평민 귀족 할 것 없이 모두 유일신을 믿는다.

그 신의 이름은 헤네토스.

즉, 가오스에서 유명한 신전이라고 해봤자 다른 지역의 신전과 똑같이 헤네토스 신을 모시는 신전일 뿐이다.

한데 이 신전이 유명해진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이곳의 대신관 폴트 님 덕분이다.

대신관 폴트 님은 어렸을 적부터 다른 신관들보다 유달리 뛰어난 신성력을 자랑했다.

때문에 그는 다른 신관들이 손도 대지 못하는 큰 질병이나 위중한 상처도 곧잘 고쳐 주곤 했다.

처음엔 무료 봉사를 해왔지만, 그의 명성이 높아짐에 따라 워낙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도저히 미사를 볼 수가 없게 되자, 신전 측에서는 앞으로는 기적을 사라고 했다.

그리고 그 기적의 가격은 무시 못 할 정도로 컸다.

지금 내 앞에서 난감한 기색을 표하는 백발의 할아버지가 바로 그 대신관 폴트 님이다.

우리 동료들은 가오스에 도착하자마자 용병 생활을 하며 모은 돈을 전부 싸 들고서 나를 마차에 다시 실어 신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대신관 폴트 님은 날 치료해 주었다.

다행히 여러 영혼의 힘이 부여되어 강인했던 내 육신은 무사히 치유될 수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되찾을 수 없었다.

더불어 얼굴과 몸 곳곳에 크게 남은 화상 자국도 지우지 못했다.

그저 살아난 게 기적이었다.

“이 미친놈아, 네가 무슨 영웅이라도 되는 줄 알아!”

바스토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런 그를 로이가 뜯어말렸다.

“그만둬. 바렌이 아니었으면 우리 모두 다 죽었어. 그리고 지금 가장 심란한 사람은 바렌일 거야.”

“큭!”

바스토가 입을 다물었다.

동료들에게 듣기로 내가 돔 안에서 상자를 열어 일어난 폭발이 던전을 무너뜨렸고 밖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내 예상대로였다.

하지만 그 대가로 내가 잃게 된 게 참 컸다.

아무튼 잃은 건 잃은 것이다.

더 미련을 둬선 안 된다.

일단 지금은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난 침대에서 일어나 대신관 폴트 님께 고개 숙여 감사한 마음을 전한 뒤 신전을 나섰다.

“야! 어디 가!”

바스토가 소리치며 날 따라왔다.

다른 동료들도 모두 내 뒤를 따라 걸었다.

내가 향한 곳은 용병 길드였다.

* * *

퍽!

쿠당탕!

낭아권에 제대로 얻어맞은 람차크가 길드 건물의 벽을 부수며 널브러졌다.

“크허억! 억……!”

그의 얼굴은 이미 골절되고 부어 터져 원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처참했다.

말을 못하는 상황이지만 의지를 발현해 입 밖으로 꺼내서 ‘어버버’거리는 것만으로도 액티브 스킬은 시전되었다.

바스토가 널브러진 람차크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들어 올렸다.

“끄어어…….”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는 람차크의 앞에 하슬란이 쪼그려 앉았다.

“말해, 람차크. 누가 설계했는지.”

“크흐으…… 바, 바이…….”

이미 고문이라고 해도 될 만큼 심각하게 당한 람차크가 순순히 누군가의 이름을 말했다.

“뭐라고?”

“바, 바이스.”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 모두는 충격을 먹었다.

바이스는 가오스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상인이다.

대상인은 아니지만 제법 잘 돌아가는 상단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바이스에게는 올해 열일곱이 된 수양딸이 한 명 있었는데, 그녀가 제이미였다.

내게 사랑의 열병을 앓게 한 여인.

내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여인.

제이미는 유독 우리들과 친하게 지냈다.

용병이기 때문에 거친 삶을 살아야 하고, 그래서 사람들은 용병이란 작자들을 멀리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제이미는 그런 우리를 아무런 편견 없이 대했다.

우리 모두에게 제이미는 친구, 그 이상의 존재였다.

그녀는 상단에 산해진미가 들어오면 늘 바이스 몰래 조금씩 빼돌려 우리에게 주곤 했다.

하지만 그게 들키면 바이스에게 따끔하게 혼이 났다.

그럼에도 제이미는 지치지 않고 산해진미를 슬쩍슬쩍해 왔다.

바이스에게는 그처럼 제이미가 우리와 친하게 지내는 것이 꼴 보기 싫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녀가 용병인 우리와 친하게 지내기로서니, 이런 무서운 계획을 꾸밀 수가 있는 것인가?

바이스는 람차크와 손을 잡고 우리 모두를 죽이려 했다.

람차크도 우리에게 거짓 의뢰를 건네는 대가로 큰돈을 받았겠지.

“제 딸과 조금 친하게 지냈다는 게…… 그렇게 죽일 일이야?”

바스토가 충격에 휩싸여 덜덜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리고 모두가 침묵했다.

우리를 이 꼴로 만든 장본인을 찾아 죽이겠다고 맹세했는데, 그가 제이미의 양부다.

그러니 복수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제 결단은 단장이 내려야 할 때다.

난 하슬란의 성격을 잘 알기에, 이 일을 그냥 묻어두기로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바이스를 치러 간다.”

그 말에 나를 포함한 모든 이가 눈을 크게 떴다.

“진심이야, 하슬란?”

“내가 농담하는 거 봤어?”

하슬란이 거칠게 몸을 돌려 길드 밖으로 나갔다.

‘하슬란이…… 설마.’

그는 누구보다 강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누구보다 정이 많은 사람이다.

제이미가 우리를 끔찍하게 생각하는 만큼, 하슬란 역시 제이미를 깊이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이미를 위해서라도 바이스를 쳐선 안 된다.

그녀가 슬퍼하는 모습을 감내하면서까지 복수를 하겠다는 건가?

‘난…… 그녀가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제이미에게 청혼을 하려고 했는데.

모든 일을 정리하고 둘이 결혼해 조용히 살려고 했는데.

이제 다…… 끝난 건가?

* * *

콰앙!

하슬란은 거침이 없었다.

앞을 막아서는 문지기를 기절시키고 철문을 걷어찼다.

와이번 용병단이 바이스의 저택에 들어서자, 바이스가 고용한 사병 십수 명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들은 흉흉한 우리의 기세에 눌려 제대로 검을 들지도 못한 채 바들바들 떨어댔다.

“바이스!”

하슬란이 바이스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그러자 현관문이 열리며 온갖 휘황찬란한 장신구를 걸친 바이스가 불뚝 나온 배를 씰룩이며 걸어 나왔다.

“살아 돌아왔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군.”

바이스는 이미 우리가 모든 것을 알고 왔다는 걸 인지한 모양이었다.

그는 겁먹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하게 우리 앞에 대면했다.

“왜 그랬냐.”

하슬란의 물음에 바이스가 코웃음을 쳤다.

“몰라서 물어? 감히 더러운 용병 따위가 내 딸을 넘봐?”

그 소리에 동료들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뭐야…… 그럼 내가 제이미를 노골적으로 탐내서 이런 일을 꾸몄단 말이야?

나와 동료들이 모두 죽을 뻔했던 게 전부 내 탓이었단 말이야?

하지만…… 이건…… 이건 너무하잖아, 씨팔!

스르릉!

내가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사병들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우리를 경계했다.

바이스가 피식 웃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그에 활짝 열린 현관문에서 신체 건장한 네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난 그들의 얼굴을 잘 알고 있다.

용병 길드 일을 하며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

나이센 영지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네 명의 검사, 블러드 콴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형제였다.

그리고 콴이라는 성을 사용한다.

다들 검을 귀신 같이 잘 다루고, 특히 넷이 붙어 있으면 그 힘이 몇 배가 된다.

돈 귀신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돈이 되는 일이라면 살인이든 납치든 가리지 않는다.

‘너무 여유롭다 했더니, 믿는 구석이 있었군.’

블러드 콴 넷이 바이스를 지나쳐 우리와 마주 보고 섰다.

그런 블러드 콴에게 바이스가 물었다.

“자신 있나?”

“블랙 와이번 용병단이라…… 수만 많은 오합지졸이라고 알고 있지.”

한 명이 말하자 나머지 셋이 비소를 흘렸다.

그때 내 시선이 무심코 저택의 2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보게 되었다.

발코니에 나와 우리를 걱정스런 얼굴로 내려다보는 제이미의 얼굴을.

그런데 그녀의 시선은 우리 중 유독 한 사람에게 깊이 꽂혀 있었다.

나는 아니었다.

누구지? 누굴 보고 있는 거야?

“피로 목을 축일 시간이다.”

블러드 콴 네 명이 동시에 말하며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지금 우리 중에서 저들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괜히 검을 섞었다가 애꿎은 목숨만 잃을 뿐이다.

난 하슬란을 제치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블러드 콴이 날 첫 번째 제물로 노리고 달려들었다.

쉭!

선두에 있던 첫째가 내게 검을 휘둘렀다.

나는 그것을 막을 생각도 않고 주먹을 말아 쥐었다.

첫째의 입에 미소가 어렸다. 그의 검이 내 머리를 둘로 쪼갤 것이라 생각했겠지.

하지만.

카앙!

검은 아이언 스킨인 내 몸을 어쩌지 못했다.

“으어어!”

난 낭아권을 시전했다.

쐐애애애애액! 뻐어억!

“크악!”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방심하고 있던 첫째가 가슴이 움푹 파여 뒤로 날아갔다.

그를 뒤따라오던 동생들이 우뚝 멈춰 섰다.

첫째는 심장이 터진 것인지 잔경련을 일으키다가 숨이 끊어졌다.

의외의 상황에 세 녀석이 충격에 빠진 사이 난 앞으로 달려나갔다.

내 다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빠르다.

순식간에 녀석들의 지척에 도착해 낭아권을 두 번 연속으로 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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