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일리 히어로-36화 (36/153)

데일리 히어로 036화

“뭐 특별한 약속은 없는데?”

“그럼 우리 집에 올래?”

“아랑이네…… 집에?”

정식으로 날 초대하다니?

그럼 이건…… 데이트보다 한 단계 위의 어떤 그…… 뭐랄까.

“응. 할아버지가 보고 싶대.”

“……아.”

그럼 그렇지. 괜히 기대했네.

“너 시간 안 되면 억지로 올 필요는 없어.”

“아니야! 갈게. 나도 무천도사님 한 번 더 보고 싶긴 했어.”

“호호. 넌 끝까지 무천도사님이라고 부르는구나? 나랑 이랑이는 부끄러워서 도저히 입에 안 붙던데.”

“은근히 어울리잖아.”

“그런가? 아, 버스 왔다.”

버스 기사님도 야속하시지. 조금만 더 늦게 오시면 안 되는 거였습니까?

“나 가볼게. 내일 학교서 봐~!”

“응, 잘 가 이랑아.”

이랑이를 태운 버스는 힘차게 달려 멀어졌다.

띠링!

―선행을 쌓아 13링크가 주어집니다.

대체 어디서 무슨 선행을 쌓고 있는 거냐, 나는?

아랑이가 떠나가자 카시아스가 모습을 드러내고 내 어깨 위로 올라왔다.

녀석이 작은 음성으로 내게 말했다.

“지금도 계속 선행이 올라가는군.”

“그러게.”

“공돈 생긴 기분이겠다?”

“찝찝하다니까.”

“더 찝찝한 게 있을 텐데?”

“그런 거 없는데?”

“내 캬라멜 마끼아또는?”

“아…… 깜빡했다.”

“하여튼 눈앞의 암컷에 정신이 팔려서는.”

“암컷이라고 하지 말라니까, 똥고양아.”

“일단 인터넷에 접속해 봐.”

“인터넷은 왜?”

탁!

윽, 이놈의 고양이가 이제는 밭 가는 소 다루듯 마구 꼬리로 목을 치네?

……라고 하면서도 순순히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내가 불쌍타.

“접속했는데?”

“검색창에다가 음…… 그래, 닭발 옆차기라고 쳐봐라.”

갑자기 우리 식당 상호를 왜 쳐보라는 건지 궁금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시키는 대로 했다.

식당 상호로 검색을 하니, 우리 식당에 대한 호평 일색의 글들이 주르륵 떠올랐다.

“동영상 탭을 클릭해.”

동영상을 클릭하는 와중 또다시 8링크가 들어왔다는 음성이 들렸다.

그런데 동영상은 또 왜 보라는 거야?

“목록을 잘 살펴봐.”

난 동영상의 제목들을 하나하나 유심히 살폈다.

대부분이 우리 가게의 음식들을 동영상으로 담아 올려놓은 것이었다.

“동영상 정렬 순서를 최신순으로 고쳐라.”

“알았어.”

최신순으로 동영상을 정렬했다.

그러자 불과 한 시간 전에 올라온 동영상 하나가 보였다.

그런데 그건 우리 식당 음식을 촬영한 게 아니었다.

“어? 이거 뭐지?”

난 그 동영상을 플레이시켰다.

동영상 안에는 태진이 무리와 그들을 제압하는 내 모습이 찍혀 있었다.

“우와~ 이건 또 누가 찍어서 올렸대? 난 전혀 몰랐네.”

몰래 찍은 것 같은데 앵글도 괜찮고 화질도 나쁘지 않았다.

제법 동영상이 인기 있는지 한 시간 만에 조회수가 500 가까이 나와 있었다.

동영상은 태진이 무리가 가게를 나가고, 아버지가 음료수 서비스를 돌리겠다며 선언하는 부분에서 끝나 있었다.

내가 동영상을 다 보고 뿌듯해할 때 또다시 선행을 쌓았다며 16링크가 들어왔다.

“카시아스, 나 또 16링크 들어왔대. 이거 대체 어떻게 들어오는 거야?”

내 물음에 카시아스가 한심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동영상을 보고서도 짐작 가는 게 없나?”

“짐작 가는 거?”

동영상 속에서 나는 못된 놈들 혼내줬고, 사람들이 환호했다.

그리고 그 동영상을 많은 사람이 봤고…… 어? 아, 이거 혹시?

“내 동영상 보면서 감정이입한 사람들이…… 내 행동에 고마워하는 건가?”

“그거다.”

그때 또 한 번 적립되는 24링크.

새로 고침 버튼을 눌러 보니 동영상의 조회수는 그새 늘어 700이 넘어 있었다.

진짜 이거란 말이야?

그러니까 정리해 보자.

내가 선행을 하는 동영상을 보는 700명의 사람 중 지금껏 대략 한 100명 정도가 완전히 감정이입을 했고, 저 나쁜 놈들 누가 좀 해치워서 식당 주인을 도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런데 동영상 속에서 내가 그 나쁜 놈들을 물리쳐 식당 주인인 우리 아버지를 도와주었다.

이것은 곧, 동영상을 보는 사람들의 도움을 원하는 갈망을 해결해 준 것이기에 선행 포인트에 카운팅이 된다는 얘기다.

레이브란데의 인과율에서 선행으로 인정해 주는 법칙 중 하나가, 바로 타인이 도움을 바라는가, 바라지 않는가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다시 30링크가 들어왔다.

동영상의 조회수는 1,000을 넘어가고 있었다.

“이거 완전히…… 꿀이잖아?”

“현대의 과학이 우연찮게 널 돕게 된 거지.”

“대박이다, 진짜.”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카시아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선행을 하는 내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인터넷에 퍼뜨리면 어떨까?”

“나쁘지 않겠지만 잘못할 경우 국민적 비호감으로 찍히고 평생 매장당하는 수가 있다. 그다음부터는 누구도 네 선행을 고마워하지 않을걸?”

“무슨 소리야?”

“선행이라는 건, 네가 대가 없이 했을 때 누군가 그 모습에서 감사하게 되기에 선행이랄 수 있는 거다. 물론 지금 너는 링크를 대가로 선행을 하는 것이지만, 적어도 네 선행을 보는 사람들의 눈엔 대가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겠지. 그래서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고, 선행으로 인정되는 거야.”

“그건 나도 알아.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동영상을…… 아.”

말하는 와중에 뭔가를 깨달았다.

카시아스는 콧방귀를 탕 뀌었다.

“이제 알았냐? 단세포 같은 놈.”

“……이번엔 욕먹어도 할 말 없다.”

카시아스가 내게 말하려던 건 이거다.

내가 선행을 할 때마다 셀프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어 올린다고 치자.

처음에는 그걸 본 사람들이 박수를 쳐줄 수도 있다.

그런데 계속해서 스스로 선행을 하고 그걸 봐달라는 식으로 올리게 되면 나중에는 꼴불견이 될 수도 있다.

왜 스타들도 그렇잖은가?

스스로 밝히는 선행이나 기부보다, 숨기려 했다가 나중에 드러났을 때 더 큰 찬사를 받는다.

요즘엔 사람들이 영악해져서 드러내는 선행에는 박수보다 욕을 더 많이 하는 경우도 있다.

“그거 정말 조심해야겠네.”

“조심하기보다는 영리하게 해야지. 스스로의 선행을 동영상으로 찍는 것까지는 좋다. 그것을 어떻게 인터넷에 올리느냐 하는 게 관건이지. 사람들에게 비호감으로 찍히지 않도록, 그들이 호기심과 재미를 느끼도록. 어떠한 콘셉트를 잡아 호감으로 보이는 콘텐츠로 만들 것인가, 그게 관건이다.”

“…….”

이 녀석은 다른 세상에서 온 자식이 지구인인 나보다 더 지구 문화에 대해 잘 아는 것 같다.

카시아스와 이렇게 대화를 하는 도중 또다시 링크가 들어왔다.

마인드 탭을 열어 확인해 보니 지금까지 모인 링크는 총 419.

“아무튼 콘텐츠에 대한 건 나중에 생각해 보기로 하고. 지금은 아티팩트부터 사자. 소울 스토어.”

비욘드 텅

“안녕하세요, 지웅 님. 이제는 링크를 금방금방 모으시네요.”

그것이 라헬의 첫인사였다.

“지금도 계속 늘고 있지. 좋은 소식이지?”

“그렇네요. 영혼들을 보여 드릴까요?”

“아니, 아티팩트를 살 거야.”

“아티팩트라 하면…… 비욘드 텅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응. 그거.”

“비욘드 텅이 300링크니 그것을 사고 100링크 이상이 남네요?”

소울 스토어에 접속할 때가 419.

지금은 또 링크가 늘어나서 423.

이 속도라면 곧 450을 넘을 테고, 비욘드 텅을 사도 150링크 이상이 남으니 150링크짜리 영혼을 살 수 있다.

“일단은 비욘드 텅부터 줘.”

“그러죠.”

라헬이 씩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내 앞에 작은 목걸이가 나타났다.

그것을 들어 내 목에 걸었다.

“300링크 잘 받았습니다. 영혼도 사시겠습니까?”

“아직 150링크가 다 차지 않았어. 수다나 떨까?”

“제가 지웅 님이랑요? 남자랑 수다 떠는 취미 따윈 없지만, 지웅 님은 지금 돈을 쥔 손님이니까 얼마든지 떨어드리죠.”

“필요 없어. 그냥 갈래.”

“왜요? 영혼 사서 가셔야죠.”

“생각이 바뀌었어. 링크를 더 모아서 영력을 업그레이드시킨 다음, 더 비싼 영혼들이 뭐가 있나 보는 게 나을 것 같아.”

그 말에 라헬의 미소가 섬뜩해졌다.

“정말이지 끝까지 영악하신 분이네요.”

“너만 할까?”

“그럼 다음번에 다시 오시길.”

라헬이 고개를 숙였고, 어둠은 사라졌다.

나는 아랑이를 배웅해 준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

손으로 목 언저리를 만졌다.

목걸이가 있었다.

비욘드 텅을 드디어 손에 넣었다.

‘이제…… 엄마의 병을 치료할 수 있어!’

“마인드 탭.”

이름 : 유지웅

소속 : 지구, 대한민국

성별 : 남

나이 : 19

영력 : 7/7

영매 : 6

아티팩트 소켓 : 2/1

보유 링크 : 164

164링크? 그새 많이도 올랐네.

난 아티팩트 소켓을 터치했다.

팅.

아티팩트 소켓 : 2/1

착용 중인 아티팩트

―레이븐 링

보유 중인 아티팩트

―레이븐 링 : 레이브란데가 만든 반지. 반지를 착용한 자는 자신이 사들인 영혼의 능력을 타인에게 전이할 수 있다.

―비욘드 텅 : 레이브란데가 만든 목걸이. 링크로 사들인 영혼의 능력을 십수 배 이상 강화시킬 수 있다. 단, 강화 유지 시간은 30분이며, 하루에 한 가지 능력밖에 강화할 수 없다. 강화시킨 능력의 유지 시간이 끝나면 그날 하루는 그 능력 자체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아티팩트 소켓을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업그레이드 비용은 100링크입니다.

[Yes/No]

일단 지금 내 아티팩트 소켓이 하나인데, 구매한 아티팩트는 두 개다.

따라서 나중에 구매한 아티팩트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니, 아티팩트 소켓부터 업그레이드를 시켜야 한다.

업그레이드 비용은 100링크.

지금의 내겐 100링크 정도는 그렇게 큰 금액이 아니다.

‘Yes를 터치.’

팅―

눈앞에 환한 빛이 일었다가 사라졌다.

그러자 아티팩트 소켓이 두 개로 늘어나 있었다.

이번엔 비욘드 텅을 터치했다. 그러자 비욘드 텅의 사용법이 보였다.

[비욘드 텅]

강화하고 싶은 능력을 떠올린다. 만약 강화하려는 능력이 타인에게 양도된 경우, 그와 접촉을 하고 떠올려야 한다.

“사용법은 간단하네.”

내 혼잣말에 카시아스가 즉각 대꾸했다.

“사용법이라도 간단해야 네 머리로 따라하지.”

“넌 정말 사람 약 올리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것 같다.”

“칭찬 고맙군.”

말을 말아야지.

마인드 탭을 살펴보고 아티팩트 소켓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동안 집으로 가는 버스가 도착했다.

난 그 버스에 몸을 실었다.

* * *

엄마는 오늘 아침부터 부쩍 좋아 보였다.

지금도 뭐가 그리 신 나시는지 부엌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반찬을 만들고 있었다.

“엄마~ 나 왔어.”

“어디 갔다 왔어, 아들?”

“친구 좀 만나고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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