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히어로 031화
상덕이가 괜한 얘기를 했다가.
퍽!
“꾸엑!”
상덕이 어머니의 로우킥에 허벅지를 얻어맞았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이렇게 손님이 없어서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무용지물이다.
고민을 하고 있는데, 밖에서 고양이 소리가 들렸다.
야옹~!
“오라는 손님은 안 오고 애꿎은 고양이만 우는구나.”
아버지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때 다시 고양이가 울었다.
야오오오옹!
뭔가 잔뜩 짜증이 난 듯한 음성이었다.
그제야 난 그게 카시아스라는 걸 알고서 밖으로 나갔다.
예상대로 검은 고양이가 성난 얼굴을 하고서 날 노려보고 있었다.
[한 번에 못 나오냐?]
카시아스는 텔레파시로 말을 걸었다.
이거 진짜 웃기는 놈일세?
[이럴 거면 처음부터 텔레파시로 말을 걸지 왜 고양이 코스프레를 하고 그래?]
[내가 고양이 울음으로 부르든, 텔레파시로 부르든 은인의 음성은 대번에 알아듣고 튀어나와야지.]
[…… 그래, 뭐, 내 인생의 은인인 건 맞는데, 그렇다고 너무 무리한 걸 부탁하지 마. 고양이 울음소리가 다 거기서 거기지.]
[그건 그렇고, 파리만 날리는군.]
[나도 속 터지겠다. 입이 바싹바싹 말라.]
[잘됐네.]
이게 지금 뭐라는 거야?
불난 집에 부채질 제대로 하는 거지?
[남은 장사 안 돼서 죽겠는데 그런 말이 나오냐?]
[호객 행위를 해라.]
[뭐?]
[그래서 손님을 끌어모아. 지금 너희 가게 안엔 세 사람이 손님을 간절히 바라고 있잖아. 그럼 손님을 한 명 데리고 갈 때마다 네게 고마워하겠지. 손님 하나당 3링크가 올라가는 셈이야.]
[아…… 그러네?]
[아니, 이건 계산이 좀 잘못됐군. 손님 한 그룹당 3링크가 올라가겠어.]
카시아스는 자신의 말을 정정했다.
잠깐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았다.
손님을 한 명 끌고 들어가든, 두세 명으로 이루어진 그룹 하나를 끌고 들어가든 아무튼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는다.
만약 내가 세 명의 손님을 호객 행위로 데리고 들어와 한 테이블에 앉혔다고 치자.
그러면 아버지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따로 놓고 고마워하는 게 아니라, 세 사람을 하나로 묶어서 고마워한다.
그럼 내게 적립되는 링크는 1이다.
하지만 상덕이 어머니와 상덕이도 고마워할 테니 2가 추가되어 3이 될 테지.
물론 이게 호객 행위를 할 때마다 링크를 얻게 될 거라곤 장담할 수 없다.
지속적으로 손님을 끌고 오다 보면, 나중에는 심드렁해질 게 뻔하니 말이다.
“마인드 탭.”
이름 : 유지웅
소속 : 지구, 대한민국
성별 : 남
나이 : 19
영력 : 7/7
영매 : 6
아티팩트 소켓 1/1
보유 링크 : 48
호객 행위를 하기에 앞서 마인드 탭을 열어보았다.
일주일 동안 열심히 선행을 해서 얻은 링크가 48이다.
48로는 현재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영력을 8로 업그레이드시키려면 50링크가 필요하다.
아티팩트 소켓을 하나 더 늘리는 것도 50링크를 소모해야 한다.
지금 살 수 있는 가장 싼 영혼은 150링크다.
“죽어라 선행을 하는 게 답이긴 하다.”
그러려면 어찌 되었든 손님을 끌고 와야 한다.
‘한데…… 호객 행위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난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다.
길거리에 겨울옷을 입은 사람들은 많이도 지나다닌다.
연인도 보이고 가족도 보이고 친구들끼리 모인 그룹도 보인다.
그런데 그들에게 우리 가게를 어떻게 어필해야 하는 걸까?
이도저도 못한 채 가만히 서 있으니 카시아스가 내 어깨 위로 폴짝 뛰어올라 귀에 대고 말했다.
“정 할 게 없다면 바지라도 벗어라.”
“할 소리냐, 그게? 풍기문란으로 잡혀간다.”
“전에 어떤 남자가 술 취해서 대낮에 바지를 벗고 대로변을 거닐었지. 당연히 경찰이 와서 잡아갔는데 죄목이 풍기문란은 아니었다.”
“그럼 뭐였는데?”
“공연법 위반.”
“풋!”
이번 건 좀 웃겼다.
아니, 근데 지금 이런 이야기가 왜 나와?
“그래, 웃겼다. 이제 네가 해준 농담을 아무나 붙잡고 해주면, 우리 가게로 들어오는 거지?”
“비꼬는 실력이 많이 늘었군.”
“그것도 고마워. 너한테 배운 거거든. 그런데 점심시간이 다 끝날 때쯤엔 호객 행위 하는 법에 대해서 알려줄 거야?”
“인맥을 적절히 이용할 줄 아는 것도 삶에 큰 도움이 되지.”
“인맥?”
“네 주변 사람들은 너와 똑같지 않아. 네가 잘하는 걸 못하는가 하면, 네가 못하는 걸 잘하기도 하지.”
“그러니까 내 주변 사람한테 호객 행위를 부탁하란 말이야?”
“어려운가? 대가를 주면 될 텐데.”
“하지만 그런 일을 시킬 만한 사람이…….”
“있잖아. 일주일 동안 줄기차게 연락하는 여자.”
카시아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발신자는 인비였다.
카시아스가 액정을 보면서 씩 웃었다.
“양반은 못 되는군.”
“인비……?”
카시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가 막히게 잘할 거다.”
“어떻게 장담해?
“보면 모르나?”
하긴…… 인비는 철면피를 쓴 것마냥 엄청나게 잘 들이댄다. 그리고 쿨하다. 한데 얼굴은 또 예쁘다. 몸매도 썩 나쁘지 않다. 아니, 솔직히 대단히 좋은 편이다.
그녀는 나와 금은방에서 만났다 헤어진 이후로 하루에 몇 번씩 연락을 한다.
문자로, 전화로.
그중 80퍼센트는 나에게 씹히지만, 그래도 화를 내거나 투정 부리는 법이 없다.
씹히면 씹히는 대로 받으면 받는 대로.
그게 그녀의 스타일이다.
나는 계속해서 몸살을 앓는 스마트폰의 통화 버튼을 슬라이드했다.
“여보세요.”
―헬로~ 지웅!
“무슨 일이야?”
―내가 언제는 일 있어서 전화했니?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지. 어디야?
“나 애막골.”
―애막골? 거기 왜?
“오늘 우리 아버지 가게 오픈 날이거든.”
―정말? 그럼 날 불렀어야지! 무슨 가겐데?
“닭발집.”
―나 닭발 완전 좋아해~! 상호 뭐야?
“닭발 옆차기. 도로 쪽 큰 교회 뒤편에 있어.”
―오케이! 택시~! 나 5분 내로 도착하니까 기다려~!
인비와의 통화가 끝났다.
뭔가 엄청 급하게 돌아가는 느낌이네.
* * *
인비는 정말 5분 만에 우리 식당을 찾아왔다.
날 보자마자 건넨 그녀의 첫마디는.
“와~ 고양이 귀엽다~”
였다.
인비는 카시아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카시아스는 엄청난 거부감을 드러내며 인비의 손을 탁 쳤다.
“엄청 쌀쌀맞네. 키우는 거야?”
“키운다기보다는 그냥 길고양인데, 어쩌다 조금 친해진…….”
“손님 들어갑니다~!”
……물어봐 놓고 왜 대답은 듣지 않는 건데?
인비는 마치 춤을 추는 듯한 스텝을 밟으며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어서 오세요~!”
아버지가 인비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그러자 인비가 아버지에게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아버님?”
“아, 아버지. 이쪽은 박인비라고 얼마 전에 알게 된 친구예요.”
“친구?”
“네~ 어떤 미친 인간한테 강간당할 뻔한 걸 지웅이가 구해줬어요.”
“……!”
아버지가 놀라서 입을 쩍 벌렸다.
놀라긴 나도 마찬가지다.
“강간은 무슨 강간! 있는 얘기만 해!”
“왜? 그때 네가 안 도와줬으면 그랬을 수도 있지. 강간만 당해? 살인이 날지도 모르는 거야. 그 새끼 칼 갖고 다녔었잖아.”
거침없는 인비의 돌발 발언에 아버지는 당황스러워하시며 헛기침만 연발했다.
그때 구세주가 나타났다.
“어? 그때 그 누나! 맞죠?”
상덕이였다.
“아~ 상덕이!”
“누나! 나, 누나 만나면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어요. 저랑 사귀어주…….”
“싫어.”
“…….”
인비는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상덕이의 얘기를 다 듣지도 않고 거절했다.
“인비 학생, 오래간만이에요~”
상덕이 어머니가 주방에서 나오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여기서 일하세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아이고, 어수선해.
난 일단 인비를 테이블에 앉히고서 상덕이 어머니께 오일 닭발 1인분을 부탁했다.
곧 잘 요리된 오일 닭발이 나왔다.
“와~ 맛있겠다! 잘 먹겠습니다!”
인비는 진심으로 즐거워하며 닭발을 먹기 시작했다.
그토록 수다스럽던 그녀가 신기하게도 닭발을 먹을 땐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며칠 굶은 사람마냥 허겁지겁 닭발을 먹어치운 인비는 국물만 남긴 다음에야 비로소 말을 했다.
“겁나 맛있어…….”
“그래?”
“이렇게 맛있는 닭발은 태어나서 처음이야. 그런데 왜 사람이 없어?”
인비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그야 첫날이니까.”
“이거 한 번 먹으면 누구든지 바로 단골 될걸? 그럼 이렇게 하자. 어차피 나 오늘 돈 한 푼도 안 가져왔거든. 가게 장사 잘되면 공짜로 얻어먹으려고. 그런데 이렇게 파리만 날려서야 공짜로 먹기 눈치 보이잖아.”
어? 어째 내가 부탁하려던 걸 알아서 해주려는 듯한 분위긴데?
“이렇게 하자. 내가 호객해 줄 테니까 방금 먹은 건 공짜로 해주기. 어때?”
안 그래도 그렇게 하려 그러던 참이었다.
인비가 먼저 저리 나와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렇게 해주면 나야 좋지.”
“대신, 손님 많이 끌고 오면 저녁 때도 공짜 밥 주기.”
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인비를 고용한 결과는 초대박이었다.
그녀가 호객 행위를 한 지 삼십 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가게의 모든 테이블이 가득 찼다.
그걸로도 모자라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덩달아 내 링크 포인트도 올라갔다.
아버지와 상덕이 어머니는 내가 인비를 데리고 옴으로써 손님이 들어오게 되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인비의 호객 행위로 들어온 처음 다섯 팀까지는 카운팅이 되었다.
그런데 적립된 링크는 10이었다.
계산대로라면 15가 적립되어야 했다.
한데 10만 적립된 이유는 간단했다.
아버지와 상덕이 어머니는 손님이 오길 간절히 바랐지만, 상덕이는 애초부터 별로 관심이 없었다.
테이블이 만석이 되고 나서 40분 정도가 지나자 슬슬 회전이 되기 시작했다.
식사를 다 한 팀이 빠지고 기다리던 팀이 들어와 자리에 앉는 광경이 한참 동안 반복되었다.
닭발을 맛본 이들은 모두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난 파펠의 청력을 가지고 있어서 매장 안에 있는 모든 손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직까지 어느 누구도 비난 섞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칭찬 일색이었다.
태어나서 이런 닭발은 처음 먹어봤다. 용용닭발 위험하겠다. 저녁에 친구들 모임 장소 바꿔야겠다. 닭발의 신이 여기 있었다. 대체 어떻게 만든 걸까? 등등, 숱한 칭찬들이 내 입을 귀에 걸리도록 만들어주었다.
닭발을 맛보기 위해 손님들이 줄을 늘어선 이후부터 인비는 호객 행위를 하지 않았다.
식당 앞에 늘어선 손님의 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절로 식당을 홍보시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