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히어로 007화
이름 : 유지웅
소속 : 지구, 대한민국
성별 : 남
나이 : 19
영력 : 2
아티팩트 소켓 0/1
보유 링크 : 2
누나의 생리대 심부름까지 선행으로 쳐서 총 보유 링크는 2가 되었다.
세 개만 더 모으면 파펠이나 라모나의 능력 중 하나를 더 얻을 수 있다.
라헬은 내가 가지고 있는 링크로 살 수 있는 영혼들만 보여주기 때문에, 더 비싼 영혼들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차라리 링크를 더 모을까?”
한 10링크 정도 모으면 한 단계 위인 영혼의 힘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남은 건 8링크.
오늘 하교 후부터 지금껏 전부 7링크를 모았으니 내일 8링크를 모으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좋아. 이번엔 10링크로 더 강한 영혼의 힘을 사는 거야.”
다짐하며 눈을 감았다.
사실 난 잠자리에 드는 이 시간이 싫었다.
다음 날 눈을 뜨면 학교에 가야 하고, 학교에 가면 또다시 괴롭힘을 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은 일찍부터 수마가 날 잠으로 이끌었다.
몰려오는 잠 속에서 난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중얼거렸다.
“……어제까지의 나는 없어. 난…… 새로 거듭나는 거야.”
선행의 법칙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잉―
조금 전까지 난 유주 누나와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배를 채우고 영화도 보고, 노래방에도 갔다.
그리고 헤어지기 전 인적 드문 거리에서 키스를 하려는 찰나, 그게 꿈이었다는 걸 알았다.
달콤한 꿈에서 야속하게 날 깨운 건.
지이이이잉―
저 스마트폰 진동이었다.
“으…….”
액정을 보니 점장님이라고 적혀 있었다.
억지로 통화 버튼을 슬라이드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지웅아!”
“네, 점장님. 무슨 일이세요?”
“자고 있었겠지!”
“네.”
“그래! 자야지! 밤에는 잠을 푹 자주는 것도 네 몸에 대한 의리! 아주 옳다!”
그런데 지금 그 단잠을 점장님께서 깨우셨습니다만…….
잘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액정을 보니 현재 시각 새벽 다섯 시다.
“하지만 너무 오래 자는 것은 몸에 대한 의리가 아니야!”
무슨 얘기를 하려는가 싶었더니만 결국 이거였군.
“운동을 하러 가자! 넌 너무 근력이 없다! 남자는 힘! 다섯 시 반까지 편의점 앞으로!”
통화는 일방적인 점장님의 통보로 끝났다.
“으…… 귀찮아.”
점장님은 일주일에 한 번씩 이렇게 운동을 가자고 하신다.
그리고 운동을 가자는 날은 보통 전날에 과음을 한 날이다.
희한하게도 등산을 해야 숙취가 풀린다는 게 점장님의 변(辯)이다.
몸이 좀 힘들긴 해도, 날 알바생으로 채용해 준 고마운 점장님이니만큼 같이 운동을 나가줘야지.
방에서 나와 화장실로 향하려는데 현관문이 열리고 아버지가 들어오셨다.
얼굴이 붉고 알코올 냄새가 나는 게 술을 좀 드신 모양이다.
“아버지, 이제 오세요?”
“그래…… 안 잤니?”
“지금 일어났어요.”
아버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갈수록 아버지가 술을 마시는 날이 늘고 있었다.
가게가 힘들수록 아버지는 더욱 술에 의지하게 되는 모양이다.
‘얼른 돈을 벌어야 하는데.’
엄마의 병원비, 그로 인해 지게 된 빚, 하지만 늘어나기는커녕 계속해서 더 빚만 져야 하는 수입 구조.
이렇게 되면 최후에는 파경을 맞게 된다.
역시 답은 한 가지밖에 없다.
내가 신박한 영혼의 능력을 사서, 그 능력으로 돈을 벌어 가업을 돕는 것이다.
‘선행이 답이다!’
심기일전하고 세면을 한 뒤, 운동복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 * *
점장님은 편의점 앞에서 유주 누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저 왔어요.”
내가 다가가 말을 걸자 두 사람이 동시에 날 바라봤다.
“못 믿겠으면 직접 물어보세요.”
유주 누나가 날 보자마자 점장님께 말했다.
점장님이 살짝 미심쩍은 시선을 던지며 물었다.
“지웅아! 네가 정말 양아치를 제압했어?”
아…… 그 얘기 중이었구나.
난 솔직하게 대답했다.
“네.”
점장님의 얼굴이 환해졌다.
“비실비실한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구나!”
점장님이 말하며 솥뚜껑 같은 손으로 내 어깨를 탁 쳤다.
“응?”
“왜요?”
점장님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다시 내 어깨를 두들겼다.
탁.
그러더니 갑자기 내 상의 추리닝의 지퍼를 쫙! 여는 게 아닌가?
추리닝 안에는 하얀 티 한 장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내 몸이 좋아지기 전에 입었던 것이라, 여간 작은 게 아니었다.
헐렁했던 티는 지금 쫄티처럼 쫙 달라붙어 내 몸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덕분에 내 몸매는 점장님과 유주 누나에게 그대로 노출되었다.
“…….”
“이럴 수가!”
유주 누나는 아무 말도 못했고, 점장님은 감탄을 했다.
난 다급히 추리닝을 추슬러 몸을 가렸다.
“뭐, 뭐하시는 거예요?”
“여태껏 이런 의리 있는 몸을 숨기고 다녔단 말야? 그래놓고 계속 비리비리한 척했단 말인가! 그건 의리가 아니야!”
“아니…… 비리비리했었어요.”
“비리비리했었다? 그렇다는 건…… 나와 함께했던 새벽 운동이 효과를 본 거구나!”
……점장님이랑 새벽 운동 한 거 다 합쳐 봐야 이번이 네 번째입니다만.
그것도 꾸준히 한 건 아닌데요.
“아하하하하! 유지웅! 널 데리고 등산을 한 내 노력을 헛되지 않게 해준 의리에 감동받았다! 이 기분 그대로 신 나게 등산해 보자! 타라!”
점장님은 편의점 앞에 세워둔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
난 유주 누나에게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누나, 저 갈게요.”
그때까지 멍해 있던 유주 누나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 어…… 그래.”
내가 조수석 문을 열고 엉덩이를 들이밀려는 찰나.
유주 누나가 미소 짓는 얼굴로 말했다.
“근데 지웅이 너, 몸 제법 좋다?”
그러고서는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유주 누나.
뒷태가 어찌 저리 예쁘…… 이게 아니지.
오늘은 어쩐지 예감이 좋다.
* * *
점장님은 근처의 산으로 향해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내렸다.
점장님이 앞장서서 산을 탔다.
난 그 뒤를 따라 올라갔다.
점장님은 산을 조금 빨리 타는 편이다.
그래서 점장님과의 산행은 늘 힘들었다.
가뜩이나 체력이 저질인 난데, 산을 빨리 올라가려니 폐가 다 터질 지경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니었다.
점장님과 페이스를 맞춰 오르는데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속도를 높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산 중턱쯤 올라왔을 때.
한 무리의 사람이 커다란 나무 아래 몰려 있는 게 보였다.
우리의 열혈 점장님은 저런 광경을 그냥 지나칠 분이 아니다.
“가보자, 지웅아!”
역시나.
점장님이 사람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점장님이 묻자 50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분이 바닥을 가리켰다.
바닥엔 나무 기둥 근처에서 파닥거리는 아기 새가 보였다.
“요놈이 둥지에서 떨어진 것 같어~ 그래서 나무 탈 줄 아는 사람이 누구라도 나서가지고 다시 올려주려 하는데, 저눔 새끼가 우리 속도 모르고 계속 부리로 쪼잖아.”
그분의 말에 옆에 서 있던 20대 청년이 입술을 불룩 내밀며 손등을 들어 보였다.
손등의 푹 파인 상처에는 피가 맺혀 있었다.
저 사람이 아기 새를 둥지에 올려주려다 변을 당한 모양이다.
“그랬군요! 아기 새의 위기를 그냥 보아 넘긴다면 의리가 아니죠!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점장님이 호기롭게 나서자 주변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었다.
점장님은 아기 새를 들어 상의 앞주머니에 넣고 나무를 타기 시작했다.
그러자 어디서 나타난 건지 어미 새가 날아들었다.
응? 어미 새 맞나? 아버지 새일 수도 있잖아? 모르겠다, 그냥 어미 새!
쏜살같이 날아든 어미 새의 부리가 나무를 잡고 있던 점장님의 손등을 콱! 쪼았다!
“악!”
점장님은 외마디 비명을 질렀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그러자 어미 새가 점장님의 머리에 올라타더니, 이번엔 정수리를 콱! 쪼았다.
“으악!”
결국 점장님은 정수리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서 아래로 추락했다.
털썩!
“어이쿠!”
점장님에게 기대를 걸고 있던 사람들이 혀를 찼다.
“생각처럼 쉽지 않지?”
50대 남성분이 말했다.
“아무래도 그냥 119에 전화하는 게 낫겠어요.”
점장님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중년 여성의 말이었다.
“에이! 그 사람들 가뜩이나 바쁜 양반들인데, 이런 사건으로 계속 불러 젖히면 되겠냐고!”
50대 남성은 중년 여성에게 핀잔을 주었다.
어찌 되었든 여기에서 더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었다.
아기 새에게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나는 등산을 빨리 마치고 등교를 해야 한다.
그래서 점장님께 그만 올라가자고 말하려는 순간.
“점장님, 그냥 올라…….”
턱. 탁.
무언가 내 오른쪽 어깨 위에 올라서더니 뒷목을 탁! 쳤다.
이거 분명 카시아스다.
그런데 어깨 위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의아해하는데, 카시아스의 음성이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인비저빌리티, 투명화 마법이다. 그리고 지금 네 머릿속으로 내 의지를 전하는 것은 텔레파시 마법이고.]
이런 상황에서 난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 거지?
[너도 내게 하고 싶은 말을 속으로 해. 그럼 대화할 수 있다.]
[이렇게?]
[잘하는군.]
투명화에 텔레파시에 별걸 다 하는 걸 보니 정말 대마법사가 맞긴 맞나 보다.]
[언제부터 따라왔어?]
[집에서 나올 때부터.]
[근데 왜 지금에서야 말을 걸어?]
[전까진 딱히 걸 일이 없었으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다. 선행 하라 이거지?]
[그래. 저 아기 새, 둥지 위로 올려줘.]
[나도 그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닌데, 무슨 수로? 기본적으로 나무를 못 타는데.]
[새 몸뚱어리 얻어서 어따 쓸래?]
[이 몸으로 나무도 탈 수 있어?]
[그 몸이 데브게니안 대륙에선 별거 아닌 몸일지 모르나 한국에선 어마어마한 몸이다. 데브게니안 대륙은 모든 사람이 전쟁의 역사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 그곳의 열세 살 아이가 어지간한 한국의 장정을 손쉽게 이길 정도지. 그런데 네가 갖게 된 몸은 데브게니안의 평균치보다 더 좋은 몸이다. 나무 타는 거, 일도 아니니까 올라가.]
[어미 새는? 계속 부리로 쪼아대는데.]
[모가지를 비틀어 버려.]
[……그럼 아기 새를 둥지에 올려줘 봤자 그게 뭔 소용이 있어.]
물어본 내가 등신이지.
아무튼 이 몸으로 나무 타는 건 식은 죽 먹기라 이거지?
“저 새를 어쩐댜.”
“제가 해볼게요.”
내가 나선다는 말에 점장님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지웅아! 괜찮겠어?”
“네. 그보다 점장님은 괜찮으세요?”
“엉덩이가 조금 아픈 것 빼면 괜찮다! 아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