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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히어로-6화 (6/153)

데일리 히어로 006화

‘부러워!’

아까도 말했지만 유주 누나는 어디 내놔도 다른 여자들한테 빠지는 데가 없는 여인이다.

게다가 모태 솔로.

아직 단 한 번도 남자를 허락한 적 없는 만큼, 누나는 지켜줘야 한다.

그런데 누나의 가슴이 능구렁이 같은 카시아스의 전신을 짓누르고 있다.

내가 흥분해서 콧김을 팍팍 내뿜자니, 카시아스가 승리자의 눈으로 날 바라보며 피식 비웃었다.

‘저, 망할 똥고양이가……!’

당장에라도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다.

딸랑.

그때 문이 열리며 손님이 들어섰다.

유주 누나는 카시아스를 얼른 바닥에 내려놨다.

“어서 오세요~”

카시아스 저놈은 아쉽다는 얼굴로 입맛을 다셨다.

“어이~ 담배 하나 줘봐.”

카운터로 다가온 20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손님이 혀 꼬인 발음으로 말했다. 그에게선 알코올 냄새가 확 풍겼다.

“어떤 담배 드릴까요?”

유주 누나가 미소를 잃지 않고 물었다.

“어제 내가 사 간 거!”

진상 취객의 등장이다.

솔직히 난 이런 손님들이 무섭기도 하지만 짜증 난다.

그래서 전혀 표정 관리가 되질 않는다.

그러나 유주 누나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그를 응대했다.

“죄송해요, 손님. 편의점에 오시는 분이 워낙 많으셔서 그렇게 일일이 기억을 할 수가 없어요. 어떤 담배 찾으시는데요?”

“지금 나한테 말대꾸하는 거야?”

남자가 인상을 확 구겼다.

가뜩이나 머리도 노란색으로 염색한 데다가 원체 험상궂은 얼굴인데 저렇게 미간을 구기니 더 무서워 보인다.

꿀꺽.

마른침이 넘어간다.

하지만 유주 누나는 여전히 기가 꺾이지 않았다.

불의를 보면 그냥 넘어가지 않고, 불합리한 것을 참지 않는 여자가 바로 그녀다.

“손님, 어떤 담배 필요하신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야, 너 몇 살이냐?”

“개인 신상은 알려 드릴 수가 없어요. 담배 사지 않으실 거면 그만 나가주세요.”

“아니, 근데 이 썅년이!”

녀석이 욕하며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 모습에 태진이가 겹쳤다.

유주 누나는 눈 하나 깜짝 안 했다.

놈의 손이 매섭게 휘둘러질 때 까지도 두 눈을 부릅뜨고 피하지 않았다.

짜악!

살이 살을 때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내 뺨이 얼얼해졌다.

“지웅아!”

유주 누나의 놀란 음성이 내 귓전에서 울렸다.

나도 모르게 유주 누나를 밀치고 대신 뺨을 맞은 것이다.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나온 건지 모를 일이다.

그저 유주 누나가 맞는 게 싫었다.

“이건 또 뭐…… 씨팔, 정의의 사도 코스프레 하냐? 어디 비리비리한 새끼가!”

녀석이 이번엔 주먹을 날렸다.

퍽!

주먹은 정확히 뺨을 맞은 얼굴을 다시 한번 가격했다.

내 고개가 옆으로 휙 돌아갔다.

그런데 뺨을 맞았을 때만큼 살짝 얼얼할 뿐, 그 이상의 고통은 없었다.

여태껏 무수히 맞아온 태진이의 주먹에 비하자면 솜방망이가 따로 없었다.

‘왜 이렇게 약해?’

갑자기 공포가 사라졌다.

아무리 술에 취했다 해도 분명 힘껏 휘두른 주먹이었을진대, 고작 이 정도라면 무서울 게 없었다.

툭.

무언가 내 바짓단을 쳐서 바라보니 카시아스의 꼬리였다.

녀석이 날 보며 씩 웃었다.

‘……아, 그렇군.’

날 때린 주먹이 약한 게 아니다.

소라스의 힘 덕분에 내 육신이 전체적으로 강인해져 고통이 별로 없는 것이다.

“저기요.”

자신감이 생기자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저기요?”

내가 아무렇지 않자 놈은 살짝 당황하면서도 밀리지 않으려고 더욱 인상을 구겼다.

그래 봤자 하나도 안 무서워.

“방금 맞은 거 없던 일로 해드릴 테니까, 그냥 나가시죠?”

“지웅아?”

유주 누나가 적잖이 당황했다.

사실 나도 조금 어색해하는 중이다.

여태껏 난 누군가에게 이런 강압적인 어투로 얘기해본 적이 태어나서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티 내면 안 되지.

“너 진짜 죽고 싶냐?”

꼭 사람 죽여본 적도 없는 것들이 저런 말을 전매특허처럼 내뱉는다.

“나가세요.”

“이 새끼가!”

다시 한번 놈이 주먹을 휘둘렀다. 이번엔 눈을 감지 않았다. 다가오는 주먹이 확연하게 보인다.

고개를 틀어 주먹을 흘려보냈다.

비틀.

취한 데다가 주먹이 헛나가자 녀석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상체가 앞으로 급격히 쏠렸다. 그대로 두면 카운터에 머리를 박을 참이다.

턱.

손으로 이마를 받쳐 줬다.

그러자 취한 와중에도 놀랐는지 잠시 그대로 멈춰 있던 녀석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놈은 날 가만히 노려보다가 갑자기 버럭 소리쳤다.

“내가 두 번 다시 여기 안 와! 너 무서워서 안 오는 게 아니라! 저년이 불친절해서 안 오는 거라고! 알아들어?!”

그러더니만.

딸랑.

부리나케 밖으로 나갔다.

……뭐가 이렇게 싱거워?

나는 또 사생결단하자고 달려들 줄 알았다.

“지웅아, 괜찮아?”

유주 누나가 내 뺨을 두 손으로 잡아 자기 쪽으로 휙 돌렸다. 그러고는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너 두 대나 맞았잖아. 안 아파? 입속은? 안 터졌어?”

……유주 누나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까 더 예쁘다.

계속 이렇게 마주 보고 싶다.

“네, 괜찮아요.”

“엄청 세게 맞았는데 괜찮다고?”

“에이, 소리만 요란했지 완전히 솜주먹이더라구요.”

“그래도 그렇지. 양아치 같은 게, 왜 사람을 함부로 때리고 그래?”

유주 누나랑 이런 시추에이션이 계속된다면 얼마든지 맞고 또 맞을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냐옹―

“어맛.”

카시아스가 나와 유주 누나의 사이를 갈라놓으며 카운터에 올라섰다.

녀석은 샐쭉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하여튼 내가 잘되는 꼴은 못 보지.’

“카시아스~ 카운터에 올라오면 안 돼요~”

유주 누나가 카시아스를 다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나저나 지웅이 너, 다시 봤다?”

“뭘요?”

“마냥 순둥인 줄 알았는데, 이럴 때 나설 줄도 알고? 제법 남자답더라?”

“저 남자 맞는데요…….”

그동안 날 손톱만큼도 남자로 보지 않았던 건가?

조금 자존심 상하네.

“에~ 지웅이 삐친 거야? 농담이야, 농담~ 어쨌든 고마워.”

유주 누나가 눈웃음치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동시에 기계음이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띠링!

―취객에게 해코지를 당할 뻔한 유주 누나를 도와주었어요. 남자다운걸요? 선행을 쌓아 1링크가 주어집니다.

아, 선행을 쌓아서 1링크를 얻었다.

그런데 이상하네.

길가에 개똥을 치운 게 1링크인데 취객한테 얻어맞아 가면서 유주 누나를 도와준 것도 1링크란 말야?

저녁에 할아버지 리어카 밀어준 건 3링크나 줬으면서.

‘대체 이건 점수의 기준이 뭐야?’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혼자 알게 모르게 골머리를 썩고 있을 때.

딸랑.

문이 열리며 유주 누나와 같이 야간 알바를 하는 진호 형이 들어왔다.

“지웅~ 늦어서 미안. 이제 가봐.”

은 내가 뭐라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늘 이런 식이다. 항상 자기 할 말만 따다닥 하고, 남의 얘기는 잘 들으려 하질 않는다.

그리고 용무가 있을 때를 제외하곤 말을 잘 걸지 않는다.

유주 누나의 말을 들어보면 밤새도록 같이 일을 하면서 열 번도 말을 섞지 않을 때가 많다고 한다.

진호 형은 말을 섞기보단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낸단다.

하여튼 특이한 인간이다.

진호 형이 유니폼을 입고 사무실에서 나왔다. 반대로 난 유니폼을 벗었다.

“그럼 가볼게요, 유주 누나.”

“응, 잘 가.”

진호 형한텐 인사해 봤자 어차피 씹힐 게 뻔하니 그냥 나왔다.

그런 내 뒤를 카시아스가 따르더니 훌쩍 뛰어서 머리 위에 올라탔다.

“……안 내려와?”

녀석은 내려오긴커녕 꼬리로 내 머리를 탁탁 쳤다.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난 기분이 어때?”

그래, 나는 오늘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그 기분은 솔직히.

“좋아. 정말 좋아.”

“그게 다 나를 만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

“인정. 네가 없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거야.”

“앞으로도 선행을 열심히 쌓아라.”

“이젠 그러지 말라고 막아도 할 거야.”

내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기회가 찾아왔는데 멍청하게 놓쳐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로또보다 더 좋은 인생 역전의 찬스가 손에 들어왔다.

엄마의 병을 고치고,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탈출하고, 누나를 다시 대학에 보내주고, 아버지에게 더 좋은 가게를 차려 드리고.

영혼의 능력을 잘 사용하면 그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

행복한 상상에 취해 걷다 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카시아스는 집까진 따라 들어오지 않고 어깨에서 뛰어내렸다.

“어디에 있으려고?”

“어디든 가 있을 테니 신경 꺼. 내일 아침에 보자.”

카시아스는 담벼락으로 뛰어올라 금세 사라졌다.

‘하여튼 별종이야.’

현관엔 누나가 신고 나갔던 구두가 엉망으로 놓여 있었다.

난 그것을 정리했다.

‘혹시라도 선행으로 쳐주려나?’

하지만 헛수고였다.

링크 포인트는 적립되지 않았다.

“에라이.”

정리했던 구두를 발로 걷어차고서 내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유지웅!”

깜짝이야.

거실에서 우다다다! 달려온 누나가 내 앞에 서서, 양손을 허리에 얹고 고개는 모로 살짝 꺾은 매우 불량한 자세로 말했다.

“생리대 좀 사 와.”

“…….”

그러더니 내 앞에 만 원짜리 한 장을 툭 던진다.

“오버나이트. 열 개짜리. 스위트 걸루. 알지?”

완전히 깡패가 따로 없다.

학교에서는 빵 셔틀, 하교 후에는 선행 셔틀, 이제는 생리대 셔틀이다.

“빨리 갔다 와! 오늘 생리 터져서 그거 없으면 못 자! 누나 셋 이상 안 세는 거 알지?”

누나가 손가락 세 개를 폈다.

저 손가락이 다 접힐 때까지 가지 않으면 내 허리가 접힐지도 모른다.

누나 주변 사람들은 우리 누나의 이런 본모습을 알까?

집 밖에 나가면 누나는 완전히 백팔십도 다른 사람이 된다.

청순가련, 천생 여자. 남자들은 그런 가식적인 누나의 모습에 수두룩하게 목을 맨다.

언젠가 저 가면을 벗겨야 할 텐데.

“셋! 둘! 하나!”

“간다, 가.”

내 팔자야.

* * *

띠링!

―누나의 생리대, 스위트 오버나이트 열 개들이를 사다 주었군요. 선행을 쌓아 1링크가 주어집니다.

우와, 뭐 이런 걸 적나라하게 다 얘기하냐.

“고마워. 남은 건 용돈 써.”

누나가 방긋 웃었다.

“다음부터는 좀 스스로 사.”

툴툴거리며 내 방으로 들어온 난, 남은 돈 칠천 몇백 원을 챙겼다.

누나가 내게 심술을 부리는 것 같지만 실은 그렇게 다정다감한 스타일이 아닌지라 용돈을 이런 식으로 주는 거라는 걸 안다.

우리 누나는 엄마를 닮아 예쁘다.

나랑은 얼굴만 마주하면 으르렁대는 사이이나, 객관적으로 봤을 때 확실히 예쁜 얼굴은 맞다.

그리고 몸매도 좋다.

누나는 일이 끝나면 바로 집에 들어오지 않고 공원에서 한두 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

생활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는 누나를 건강 미인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런 데다가 남의 시선이 하나라도 있는 곳에선 선머슴 같은 모습은 사라지고 청순가련의 대명사가 되어 버리니, 누나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중고등학교를 다닐 땐 퀸카 소리까지 들었었다.

그래 봤자 나한테는 그냥 누나다.

내 방으로 들어와 이불을 깔고 누웠다.

“마인드 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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